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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에게 고리는
김은우
재승출판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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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페이퍼 맨
이발소 의자
고체의 논리학
오래된 별
터널과 로켓
모기 죽이기
목성에게 고리는
물고기 함수

저자 소개 1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1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페이퍼 맨]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목성에게 고리는》, 《전두엽 브레이커》(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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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50g | 128*188*15mm
ISBN13
9791188352302

책 속으로

나는 지원을 괴롭힌 무리를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그 때문에 지원이 창문턱에서 발을 뗄 용기를 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 사람들은 그 무리가 얼마나 잔혹한지, 계산적인지 쉽게 잊었다. 단지 그들을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욕할 뿐이었다. 그 미치광이들이 곧 옷을 갈아입고 사회 곳곳에 투입된다는 사실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마도 누군가 도시 하나를 통째로 없애버리기 전까지는 모른 척할 속셈인 듯했다. 그러니까 시간이 흘러 ‘불장난’이 ‘테러’가 되면 모를까, 그때까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모든 것을 시대의 잘못으로 돌릴 것이다. 실제로 누구의 잘못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 「페이퍼 맨」 중에서

윤자의 소식은 여러 곳에서 들려왔다. 누군가는 산악인이 되어 1년에 절반은 산에 있다고 했고, 누군가는 시인이 되기 위해 절에 들어갔다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윤자가 여의도에서 유명한 펀드매니저가 되어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납득이 갔다. 그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었다. 때때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모든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반면에 어느 한 자리도 자기 것이 아닌 사람도 있다.
--- 「이발소 의자」 중에서

어쩌면 그들에게 벌레의 등장은 새로운 대화의 주제로서 반가운 일인지도 몰랐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궁극적으로 단 두 가지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산다. 젊었을 적에는 어떻게 하면 잘 살 것인가를 골몰하고, 나이가 들면 어떻게 하면 잘 죽을 것인가에 골몰한다. 그리고 평생 이 두 길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죽는다. 이들은 현재 후자의 길로 접어든 상태였고, 잠에서 깨어나 다시 잠들 때까지 오로지 병과 죽음에 대한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무언가 대항할 적이 있다는 것은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 「고체의 논리학」 중에서

나를 수영장으로 이끈 것은 언니였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나를 위한 배려였다. 어쨌거나 물속에서만큼은 내 다리가 남들의 이목을 끌지 않았으니까. 물속에서는 모든 다리가 가늘고 길게 늘어지거나 짧고 뭉툭해졌으니까. 나는 수중에 몸을 묻고 눈을 떴다. 알근육이 잡힌 굵직한 다리도, 학처럼 쭉 뻗은 곧은 다리도 조금씩 비틀려 보였다. 세상이 뒤바뀐 듯한 착각이 들었다. 모두 굴절되어 불안정하게 서 있었다.

--- 「목성에게 고리는」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것은 결코 채울 수 없는 존재의 허기였다.”

일곱 번째 단편 「목성에게 고리는」에 나오는 문장으로, 여덟 편의 단편을 하나로 묶는 문장이기도 하다. 채울 수 없는 존재의 허기 때문에 「페이퍼 맨」에서 ‘나’는 종이로 배 속을 채우고, 「오래된 별」에서 ‘박종근’은 자신의 죽음을 마지막 축제로 장식한다. 「고체의 논리학」에서 ‘이기석’은 쓸모없는 인간에 불과한 노인이지만 그래도 죽고 싶지 않다고 외친다. 「이발소 의자」에서 ‘나’는 할아버지의 비밀이 담긴 의자에 끝없이 집착하고, 「터널과 로켓」에서 ‘나’는 어머니의 부정을 목격하고도 평소처럼 일상을 영위하지만 마음에 남은 잔상은 이후 이어지는 사건의 발단이 된다. 「모기 죽이기」는 모기떼의 공격으로 신경증에 걸린 ‘장’의 습관이 불러오는 참혹한 결말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물고기 함수」에서 ‘나’는 쌍둥이 형제를 잃고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다가 자신은 이 세계에서 불완전한 종속변수에 불과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모든 게 비어 있기 때문이야. 채우는 것 외에 달리 도리가 없는 거지.”

등장인물들은 존재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채우는 것 외에 달리 도리가 없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각자의 자리에서 쉼 없이 바둥거린다. 「목성에게 고리는」에서 ‘언니’에게 나타난 증상과 같이 지상에서 얼마쯤 떠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미세한,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의 높이에 불과한 차이를 최악의 불치병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정신에서, 또는 육신에서 타인과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각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치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는 행위 역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몸부림일 수 있다. 달리 도리가 없기 때문에 아래 문장에서처럼 우린 노력 중인 것이다.

“선생님, 제 다리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걸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우린 노력 중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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