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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다를 건너온 처용
2. 흑산에 광인이 있어 3. 황룡사 연등제 4. 윤, 국학에 가다 5. 계림약방의 비밀 6. 바람 앞의 등불 7. 떠나는 사람들 8. 기괴한 기우제 9. 추적 10. 근원 있는 물은 바다를 이루며 |
裵美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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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에 걸 가장 멋진 연등 하나 값.” “신라에 왔으니 신라의 풍습에 따라야겠지. 허나 난 액땜 따위 안 믿는다.” 처용이 소매에서 꺼내 든 걸 보고 윤은 숨이 콱 막혀왔다. 당나라 엽전 개원통보 한 꾸러미! 금성의 시장에서도 널리 쓰이지만 윤은 한두 닢 이상 가져본 적 없는 돈이었다.
--- p.51 “윤 소저,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마주보는 두 사람의 입가에 정다운 미소가 어렸다. 기약하고 만나는 일 없고 몇 달을 보지 못하기도 하지만 춘수모운이라 했던가, 둘의 우정은 맑고 깊었다. “오늘 같은 날 주지는 비마란타 스님이 사람을 구름처럼 모아놓고 법회를 열어주길 바랄 텐데. 이러다 주지에게 미움 사시겠어요. --- p.60 윤도 국학에 다니는 것이 즐거웠다. 스승님과 동학들이 좋았고, 배우고 익히는 일들이 보람되고 신났다. 오늘 창이 원래대로 국학에 가고 난 뒤 윤의 마음이 얼마나 허전했는지 모른다. 윤은 홍렴을 진심으로 스승으로 대했다. 하지만 홍렴은 뼛속까지 권모술수로 채워진 진골 왕족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 p.145 “네 이름이 사방팔방에 유명해져서 귀신도 두려워한다는 소문이 돌아 그런 것이니 이해해. 신라 사라들이 워낙 부적을 좋아하지 뭐야.” 윤은 도깨비가 처용과 똑 닮았다며 깔깔댔다. “내 방문에도 하나 붙여놓아야겠다. 달 밝은 밤에 역신이 왔다가 혼비백산 도망가게.” 허탈하게 웃던 처용이 윤을 다정하게 안았다. “네가 부적이 왜 필요해? 처용이 바로 네 옆에 있는데.” --- p.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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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부 좌사의 딸 설윤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사건에서 단서나 범인을 추측해내는 영민한 아이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당나라 상선을 구경하는 날, 당나라 상단주의 아들 처용을 만나고 윤과 처용은 단번에 서로 좋아한다. 배에서 죽은 신라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윤과 처용은 흑산을 향하다 비밀의 약초밭을 발견한다. 마을에서는 아픈 아버지를 위해 어린 모대가 수입 약초를 훔치고, 윤과 처용은 모대를 구하기 위해 약방에 가는데, 그곳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마주한다. 한편 왕가의 허수아비 같은 홍렴은 두 권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자기 자리를 유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윤을 통해서 백성을 보고 왕의 역할을 깨닫는다. 왕이 드리는 기우제 때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지고, 사건을 파헤칠수록 나라가 흔들릴 거대한 음모가 나타난다. 사건 속에서 드러나는 세상의 부정부패와 인간의 이중성……. 그럼에도 설윤, 처용, 홍렴은 인간의 따뜻한 온기와 사랑으로 세상을 바로 잡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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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오래 두 얼굴로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압도적인 몰입의 뒤안길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실체 『신라 경찰의 딸 설윤』의 묘미는 반전의 인물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리소설이 보통 사건과 트릭에 집중했다면, 이 작품은 인물에 집중하며 인물들의 갈등과 원인을 중심으로 심리나 대사가 작품 곳곳에 복선으로 깔려 있다. 겉모습과 다른 인물의 실체에 아연실색한 독자는, 한 길 사람 속은 모를 일이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인간의 고뇌를 품고 있는 반전의 인물들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다. 권력자의 억압과 신분 차별 때문에 나쁜 일을 저지른 인물들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전의 인물들이 사회의 부조리에 그릇된 자가 되었다면, 설윤과 처용 같은 인물들은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근원으로 더디더라도 정직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고 바꾸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두 구의 시신, 사라진 살인자, 구해야 할 어린 모대, 약초밭의 비밀, 비마란타 스님의 죽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사건과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여운을 가슴에 오래도록 남긴다. 낯설고 특별한 곳으로의 여행,『신라 경찰의 딸 설윤』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아난 신라의 생활상과 옛말의 향기 첫 장, 한 사내의 죽음을 보고, 이방부 좌사의 딸 설윤과 대식국 사람 처용을 만나는 순간 독자는 신라 사람이 된다. 당나라와의 활발한 교역으로 외국인이 머무는 신라, 황룡사에서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연등제, 신라의 풍경을 굽어보는 황룡사 9층 목탑, 넓은 대로와 기와집들이 즐비한 금성, 국학, 진골과 육두품, 백성들이 모여 사는 마을 등 활력 넘치는 생생한 현장감은 신라의 거리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생경한 옛말은 세련된 인물과 생생한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귀에 착착 감기는데, 지금은 쓰지 않거나 사라져버린 고어의 아름다움과 고어 속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음미하는 맛 또한『신라 경찰의 딸 설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특별한 여행이나, 낯선 곳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이 책이 그 바람을 바로 이루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