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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 시인
국지성 집중 호우 뽕짝 메들리 라온이 눈치 게임 오늘 그리고 내일 중도 입국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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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토마토 따는 데 한참 열중했다. 침묵이 금처럼 아니 독처럼 둘 사이를 흘렀다. “오해야.”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승민이 입을 열었다. “뭐가?” “알면서 뭘 묻냐?” “첫사랑?” “내가 첫사랑이 어디 있어.” “뭐라고?” “아니, 내 말은…….” 승민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여간 할 말 없으면 뒤통수지.’ 하영이는 어이구 하는 마음에 혀를 찼다. “엄마, 친엄마 만나러 갔어.” “뭐라고?”
--- p.41 “노 노. 사랑 혼자 시간 필요해.” 승민은 하영이 눈치를 살폈다. 또 눈치 게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랑이 이렇게 피곤한 건가.’승민은 저도 모르게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뭐야, 오빠. 그 표정.” 헐이었다. 하영이는 이제 승민이 마음까지 트집 잡으려 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하영의 고백을 그렇게 쉽게 받아 주지 않았을 거다. --- p.89 안심 할매는 겨울을 이겨 내는 봄이 좋았고, 열정적으로 생명을 키우는 여름도 좋았고,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가을도 좋았다. 나이가 들면서는 옷을 다 벗고도 부끄럽지 않은 겨울 산이 좋고, 자신을 비워 낸 홀가분한 겨울 들판도 좋았다. 야매 시인인 안심 할매는 수첩을 꺼내 뭔가를 끼적거리며 창밖의 풍경을 하나하나 시에 담았다. --- p.101 하잉은 엄마에 대한 원망이 승민 오빠에 의해 풀어지는 게 신기했다. 하잉은, 이곳에 온 첫날 친엄마를 향한 승민 오빠의 눈빛만 보고도 자신과 승민이 같은 마음임을 알았다. 그 눈빛 때문인지 오빠에 대한 질투도 반감도 생기지 않았다. 친엄마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승민 오빠한테도 있을 텐데 오빠는 정말 어른처럼 자기 마음과 일을 잘 대처하는 것 같았다. --- p.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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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 학교에서 글을 깨치고 시를 쓰기 시작한 할머니와 똑 부러지고 엉뚱발랄한 손녀 하영이, 중학생 하영이와 고등학생 승민이 쌓아가는 아웅다웅 연애 이야기, 이주 여성 호아센과 엄마를 따라서 11년 만에 한국으로 중도 입국한 하잉이 전하는 엄마와의 갈등과 한국 생활 이야기, 토마토 하우스의 중요한 일꾼인 이주 노동자 칸 아저씨의 슬픔 사연, 홀로 사는 정동 할매와 버려진 개 라온이가 전하는 사람과 동물의 따뜻한 교감 등 토마토 농사를 짓는 대가마을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전하는 따뜻한 공동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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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도 빠르고 똑부러지는 하영이, 생모에 대한 상처가 있는 어눌한 승민이, 토마토 하우스와 마을의 중심 일꾼인 이주 노동자 칸 아저씨,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호아센, 글자를 깨치면서 세상을 다시 느끼는 안심 할매 등의 여러 인물들은 상처, 기쁨, 슬픔, 행복 같은 삶의 결들을 시골의 아름다운 석양빛처럼 온화하고 잔잔하게 보여 준다.
오늘 고마웠어. 우리의 빈 곳을 당당하게 채워가는 변방 사람들의 이야기 명품과 화려함이 넘치는 도시, 메타버스와 온라인 시대, 과학 발전에 힘쓰는 지구촌의 분위기 속에서도 지구 한 켠에서 조용히 삶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중심지 사람들보다 행복을 더 잘 가꾸며 살아가는 변방 사람들의 삶이 『눈치 게임』에 담겨 있다. 글은 몰라도 사는 이치는 훤히 꿰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속 깊은 할머니와 발랄한 손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거기에 노년의 사랑과 이주 노동자의 사연이 겹쳐졌고 다문화 이야기가 합쳐졌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이웃으로 존재한다. 이주 노동자가 그렇고 이주 여성들이 그렇다. 한국에 온 엄마를 따라 중도 입국한 아이들도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중심에서 밀려나 주목받지 못하는 우리의 이웃을 주목했다. 온몸으로 삶을 헤쳐온 시골 할머니와 시골에서 사는 청소년 아이들, 농촌의 인력난을 책임지는 이주 여성과 노동자들을 껴안아 생생하고 유머러스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하영이와 안심 할매, 한국 사람 다 된 칸 아저씨와 호아센, 철부지처럼 불안불안한 마을 이장 하영 아빠, 사람들 눈치를 보며 노년의 사랑을 틔우는 안심 할매와 교장 선생님, 여자들의 우정을 보여 주는 하영 엄마와 호아센, 티격태격과 알콩달콩을 오가는 하영과 승민의 이야기에는 피시피식, 웃음꽃을 피우는 대사와 상황들이 가득하다.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의 모습은 핵 개인화 되어 가는 중심 분위기와 대비된다. 과연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선의는 무엇일까? 변방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련 되게 그린 『눈치 게임』은 고맙다는 말을 주고받는 관계를 널리 확장시키는 온정을 전파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