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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야기
1.마주침 2.오수다 3.어긋남 4.부녀 5.오누이 6.동맹 7.인연 8.악몽 9.의심 10.질투 11.그리움 12.누명 13.물듦 14.시선 15.다툼 16.옥사 17.새 18.참형 19.작별 뒷이야기 작가의 말 추천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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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사내였다면 어땠을까?’ 몰락한 양반의 딸로 혼자 살아야 하는 걸 걱정하던 오라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선은 나무 호패가 부러질 듯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내가 할게, 오라버니. 과거를 보고 벼슬도 하고 가문도 일으킬게. 조정에 나가 오라버니가 알아보려던 일도 내가 할게. 내가…… 방관주가 될게.”
--- p.44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이 마음이 선은 미칠 듯 소중하면서도 끔찍이 두려웠다. “마음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잖아. 서로 연정을 느끼는 여인들이 소설 속에만 있겠어?” 혜빙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순간 선의 머릿속을 차지한 것은 단 하나였다. 차라리 내가 사내였다면! 같은 여인에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건 뭔가 잘못된 거다. 함께 있는 게 좋은 걸 넘어 심장이 뛴다거나, 얼굴을 만지고 싶다거나, 입을 맞추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은 한참 잘못된 것이다……. 선은 도의 길을 벗어나려 하는 제 마음을 꾸짖고 또 꾸짖었다. 세상과 윤리 안에서 있을 수 없는 감정은 마음속 깊은 창고에 꼭꼭 가두어야만 했다. --- p.114 “저도 여기서만큼은 속엣말을 맘껏 할 수 있어 좋아요. 이제는 세상이 그러니까 하고, 그냥 받아들여 견디기 싫어요.” 혜빙의 가슴이 감동으로 벅차올랐다. 자신의 글에서 비롯된 작은 불씨 하나가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고, 사람들 마음의 불길로 번져 나간다. 말과 글의 힘은 강하다. 견고한 모순투성이 세상에 작은 균열 하나라도 낼 수 있다. 던져진 돌 하나로 일렁인 물결은 더 깊이 더 넓게 퍼질 수 있다. 물론 도중에 가로막히거나 되돌아갈 수도 있다. 그래도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씩 나아간다. --- p.148 “상인인 제 눈에 사람은 피하려는 자와 맞서는 자로 갈립니다. 잘못된 것에 맞서려는 이들에 의해 세상은 발전해 가는 거지요. 그런 이들을 돕는 건 내 기쁨이고, 보람이고, 상인인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아란의 마음은 혜빙에게로 넘쳐흘렀다. --- p.195 앞장서 달리는 자는 가장 많은 화살을 받을 수밖에 없는 법. 어쩌면 이 여인도, 영혜빙도 앞서 나가다 보니 이리될 수밖에 없는 걸까. 그것이 운명인 걸까. 그래도 염은 이제 하나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영혜빙 그리고 눈앞의 방선은 자신이 아는 이들 중 가장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이 땅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만났다면 남녀를 떠나 멋진 동료로, 좋은 벗으로 함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 p.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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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해 사는 선은 오빠의 소망을 자신이 이루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혜빙은 결혼을 목숨처럼 여기는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탈출구를 찾는다. 여자임을 감춰야 하는 선과 온전한 자신으로 살고 싶은 혜빙은 혼인이라는 위험한 계약을 하고, 아슬아슬함 속에서 서로 연대하며 살아간다. 서로에게 점차 스며드는 선과 혜빙. 어느덧 선은 혜빙이 있어서 자기 삶 또한 사랑하게 되었고, 혜빙을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피하지 않을 강인한 힘이 생겼다. 혜빙 또한 선이 오빠의 망령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기 모습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이끌어 주고자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해결할 시간도 없이 외부 사람들의 의심과 공격이 시작되는데……. 사랑과 자유, 책임과 연대를 보여 주는 열정적이고도 아름다운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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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씩 나아간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연대의 마음이 깃드는 소설 『우리, 연모』는 나, 네가 손을 맞잡아 우리가 되는 연대의 마음이 견고하고 영롱하게 내비쳐지는 작품이다. 아마도 아기 새가 날갯짓을 하듯 약자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손에 손을 잡고 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시대의 여인인 백 행수, 오수다 회원, 유모는 화살을 날리거나, 책을 필사하거나, 비밀을 지키는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과 혜빙을 돕는다. 왕과 염도 죽음을 목전에 둔 선과 혜빙을 연민하고 돕는다. 이들이 연대하는 이유는 주인공들의 인간다운 면모에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고, 윤리와 법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포용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어느 마음 하나 사랑 아닌 것이 없다. 사랑해서 용감하고, 용감해서 더 깊이 사랑하는 멋진 사람들이다. 인간에 대한, 세상에 대한,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보고 싶은 사랑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또 앞으로 나아간다. 두려워도 그 길을 가는 용감한 이들의 사랑의 힘을 딛고. 그래서 세상은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 작가의 말처럼 연대의 시발점은 사랑이다. 사랑의 마음에서 나오는 따스한 눈길과 공감은 외로움과 절망에 놓인 타인을 구하고, 함께하는 발걸음만으로도 삶에 큰 힘이 되어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돌 하나 던진다고 강물이 메워지지는 않을 테지만 일렁이게 할 수는 있잖아요?’라는 작품 속의 대사처럼, 문학은 당장 현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독자의 마음에 사랑과 연대의 씨앗을 뿌려 함께 사는 우리들의 발걸음이 더 나은 삶과 사회로 향하도록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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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혜빙이 보여 준 사랑에는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 각자의 개성과 차이를 존중해 주고, 상대의 자유와 인격을 침해하지 않으니 서로를 분리하는 벽이 사라져 융합의 지평이 열린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사랑은 둘로 남는 하나’라고 했을 때, 바로 이런 모습을 그려 보지 않았을까? 이런 사랑은 특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염, 오수다 회원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도 그 같은 사랑을 한다. 그런 모습이니 ‘전파력’도 크다. 선과 혜빙의 사랑이 염의 마음을 움직여 또 다른 사랑을 만들어 내고,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도 사랑의 불을 지폈던 것처럼. - 백승영 (철학박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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