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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부: 발단 발단에 대하여 에이스는 신촌에 갈 것이다 강물 속에 문이 있다는 말 사랑하다 운다 정신과 상담 어떤 개의 쓸모 제2부: 전개 전개에 대하여 네가 미칠까 봐 겁나 소설을 잘 쓰려면 일광욕하는 애인 치앙마이 람 하스피틀 김기태는 백조입니다 코와 고양이 피 묻은 책 개와 상사 지금 바깥이 어둡습니까? 제3부: 절정 절정에 대하여 매일 새롭게 ‘퍽큐!’ 사슴 장례식 자전거 도둑 눈사람 엘림 들깨수제비 집에서 음식을 놓고 침을 삼키는 아빠와 아들 처음 보는 타인의 시체 제4부: 결말 결말에 대하여 그 남자가 국경수비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우리는 모르죠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다 유전자가 콩, 콩, 콩, 콩 첫 키스를 했다고 치자 결혼은 푸른 토마토 맺음말: 테니스 코트에서 소설 창작하기 해설: 소설을 이끄는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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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을 워밍업이라고 생각한 적 있다면 그 생각을 폐기해야 한다. 서핑으로 말해볼까? 바다로 걸어가는 것을 발단이라고 생각한 적 있다면 그 생각을 완전히 폐기하시라는 뜻이다. 좋은 파도를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발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도 버리시라. 멋진 파도가 왔고, 그것을 잡기 위해 팔을 젓기 시작하는 것이 발단이다.
--- p.16 “장황한 성장소설이더구나. 공원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는 작은 부분이고.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야. 도시의 공원에서 방황하는 아이의 이야기라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됐고. 너는 좀 짧게 써라.” 그는 교수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교수가 말했다. “파스칼이 어떤 책에서 말했다.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길게 쓸 수밖에 없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너는 단편소설을 쓰고 싶었던 거잖아. 짧아져야 감동적인 거야. 너저분하게 늘어놓아서는 안 돼. 단편소설은 시를 쓰듯이. 알았냐?” “요약을 해서 분량을 줄이라는 뜻입니까?” “요약이 아니라 선택을 하라는 거야.” --- p.57 돈을 안전하게 숨기려면 성경을 열고 그 갈피에 꽂아두라는 말이 있다. 물건을 훔치러 들어온 도둑은 신의 말씀이 적힌 책을 절대로 펼치지 않을 것이고, 우연히 남의 성경을 펼친 사람은 신을 정중하게 모시기 때문에 도심(盜心)이 양심을 침해하려는 순간을 성경을 덮음으로써 모면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 p.77 절정은 끝이지만 절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서핑으로 따져볼까? 화려하게 파도를 잡은 후 마지막에 파도에 먹히는 꼴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서핑이다. 파도에서 나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 p.95 한 달쯤 지났을 때였을 것이다. ‘퍽큐!’의 효과가 몸에서 자라는 것이 느껴졌다. ‘퍽큐!’를 쏘면 고향이 그립던 마음이 잦아들었다. 이웃집 남자에 대한 불쾌감이 날아갔다. 회사에서 얻은 스트레스가 증발했다. 어떤 날의 ‘퍽큐!’는 그로 하여금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성취감으로 인해 흥분되어 가슴이 빵빵하게 부푸는 것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는 아침으로, 저녁으로, 매일매일 ‘퍽큐!’를 했다. --- p.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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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어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가?
이야기의 단계로 엮은 박금산의 색다른 소설집 소설은 삶보다 짧다. 단편소설은 더 짧고, 1000자가 넘지 않는 플래시 픽션(flash fiction, 콩트나 엽편소설(葉篇小說)로도 불린다)은 더더욱 찰나적이다. 『소설의 순간들』은 이렇게 짧은 플래시 픽션 25편에 작가만의 소설론을 더해 엮은 색다른 소설집이다. 우선 그 구성부터가 특이하다. 소설집의 흔한 구성인 ‘1부, 2부, 3부, 4부’ 대신 ‘발단, 전개, 절정, 결말’ 네 부로 나누어 소설을 배치했다. 각 부마다 ‘발단에 대하여’ ‘전개에 대하여’ ‘절정에 대하여’ ‘결말에 대하여’라는 제목이 붙은 저자의 소설론을 덧붙였다. 박금산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앞과 뒤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탁, 하고 스파크가 튀기는 이야기의 어떤 순간을 함께 느끼고, 궁극적으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게 되기를 바란다고 머리말에 밝혀두었다. 박금산은 세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소설집을 낸 소설가이면서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다. 삶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동시에 그 이야기의 구성을 파악하는 사람에게 소설은 어떻게 인식될까. 권말에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이 책이 작법서의 역할도 충분히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머리말부터 맺음말까지 읽고 났을 때 받게 되는, 이것이 하나의 잘 짜여진 이야기 같다는 인상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책을 소설(작법)에 대해서, 혹은 소설(이라는 생명)에 대해서 쓰인 연작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쓰기가 작가의 몫이듯, 읽기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스물다섯 편의 단편을 손 가는 대로 하나씩 읽으며 음미해도 좋다. 작가가 분류한 단계에 따라 읽어도 좋고, 소설론을 먼저 읽고 소설을 읽으며 서로 비교하는 것도 색다른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나는 이야기의 공간, 편집자는 책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었으니 독자는 그 공간을 소유하며 ‘다행이다’라고 느낀다면 좋겠다. 편집자가 말한 대로 이 소설이 스파크로 작용해서 독자가 자신의 소설을 얻게 된다면 우주적인 기쁨이 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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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이끌어내는 소설, 그런 힘이 이 책에 실린 글에도 분명히 있다. - 김나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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