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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표류도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장편소설 EPUB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201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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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저자 소개 1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하고,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하고,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4만 여장 분량의 작품으로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박경리 개인에게나 한국문학에 있어서나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원고지 분량에 걸맞게 6백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시간적으로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라는 한국사회의 반세기에 걸친 기나긴 격동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동학혁명에서 외세의 침략, 신분질서의 와해, 개화와 수구, 국권 침탈, 민족운동과 독립운동, 광복에 이르기까지의 격동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종적인 축으로 하여 진주와 간도(만주), 경성, 일본 등으로 삶의 영역이 확대되고 윤씨 부인과 최치수, 최서희로 이어지는 최참판댁과 연결되어 삶을 엮어가는 평사리의 주민들, 김길상이나 김환을 중심으로 한 민족운동에 투신하는 인물들, 최참판댁의 전이과정 속에서 부침하는 신지식인들 등 수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이 형상화되어 있다. 5부로 완성된 대하소설 『토지(土地)』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계층의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영어·일본어·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다. 1957년 현대문학 신인상, 1965년 한국여류문학상, 1972년 월탄문학상, 1991년 인촌상 등을 수상하였고, 1999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에서 주최한 20세기를 빛낸 예술인(문학)에 선정되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명예문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용재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1996년부터 토지문화관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수여 받았다.

박경리의 문학은 전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소외문제, 낭만적 사랑에서 생명사상으로의 흐름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 생명사상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바로 '토지'이다. 박경리에 의하면 '존엄성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파시』 제1권, 131면, 1993)인데 그의 작품에서 이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생명본능 이상으로 중요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게 하는 기존의 관습과 제도 및 권력과 집단에 대한 비판, 욕망의 노예가 되어 존엄성을 상실한 인간들에 대한 멸시와 혐오는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존엄성을 상실할 때에 바로 한이 등장하는 것이며 이 한을 풀어가는 과정이 곧 박경리 문학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김은철 상지대 국문과 교수)

지금까지 이 작품에 대한 여러 논의들, 즉 역사소설인가 아닌가가 문제시 되었다거나 농민소설로서의 면모가 부각되었다거나 총괄체 소설, 가족사 소설, 민족사 소설, 총체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로 규정되어 온 것은 곧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서사구조, 다양한 층위의 세계가 중층적인 구조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환경과 생태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1999년 원주 오봉산 기슭에 토지문화관을 세우고, 문학과 환경문제를 다루는 계간지 [숨소리]를 창간(2003)하고,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로 엮은 환경 에세이집 『생명의 아픔』(2004)도 출간하는 등 사회와 인간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놓치 않았다. 2008년 5월5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 한국현대문학의 영원한 고향으로 남았다. 타계 이후 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수필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등과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그밖의 주요작품에 『나비와 엉겅퀴』, 『영원의 반려』, 『단층(單層)』, 『노을진 들녘』, 『신교수의 부인』 등이 있고, 시집에 『애가』가 있다. 6·25전쟁 때 남편이 납북되었으며 시인 김지하가 사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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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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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9.76MB ?
ISBN13
9788960534988

책 속으로

그를 사랑했었다. 그러나 나는 천연스럽게 그러한 것을 묵살할 수 있었다. 그가 십여 일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았던 이전에 나는 애정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했었다. 사랑을 환상이라 했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사랑을 환상이라 한다면 인간의 삶 자체가 환상일 수밖에 없다.
고향에 살 때, 퍽 어린 시절의 일이다. 지방공연에 온 악극단의 지휘자, 구경 가서 한 번 본 사람을 나는 사모했다. 푸른 조명 밑에 선 연미복의 지휘자는 실로 위대했던 것이다. 그 밖에도 마라톤 경주에 일등한 사내아이, 학예회 때 공주가 된 동무를 무척 혼자사 사랑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을 느낄 적마다 나는 쓸쓸한 내 주변의 광장을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외로움 속에서 나는 훌륭해지려고 했다. 그리고 위대한 것을 바랐다. 그것은 고독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던 것이다. 찬수만 해도 그랬다. 학예회나 운동회 때의 영웅들처럼 그를 위대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성질로서 그를 사랑했다. 모두 환상이었다. 날아가 버린 일들이다. 찬수가 어떻게 죽었든, 누구나 죽어야 하는 죽음을 당해버린 추억이다. 이미 내게는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형체가 이 세상에서 소멸된 그 사실처럼―
(본문 13쪽)

“어째 마담은 늘 뜨개질이오?”
상현 씨의 시선도 내 손 위에 머물렀던 모양이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천천히 내 눈과 맞서는 것이었다.
“그것도 노동수단인가 보지요.”
쓸쓸하게 웃어버렸다. 상현 씨는 거무죽죽하게 기미가 피어 있는 내 눈언저리를 빤히 쳐다본다. 손을 들어 확 눈을 가리고 싶다. 피곤해진 내 얼굴이 부끄럽고 비참하다. 그러나 나는 오만스럽게 정지한 상태를 그대로 지켰다.
“생활이 어려우신가요?”
상현 씨는 담뱃재를 재떨이에 떤다.
“어렵기야 하지만 뜨개질이 무슨 도움이 되나요? 그것은 집안일이죠. 하긴 한참 어려운 고비에는 밤일도 했죠.”
“밤일이라니요?”
당황한 듯 조급히 묻는다. 눈을 내리깔았다.---p.18

유치장에서 사흘 밤을 새운 다음 날 나는 취조실로 끌려나가 형사의 문초를 받았다. 형사가 쓰고 있는 검은 테 안경을 보았을 때 비망록 속의 한 페이지처럼 상현 씨의 눈길이 떠올랐다.
“이름은?”
“강현회.”
“나이는 몇 살이야?”
“서른셋.”
“직업은?”
“다방의 마담.”
형사는 흥미스럽게 나를 훑어보더니,
“학력은? 학교는 어디 나왔어?”
“대학을 나왔습니다.”
나는 골패짝처럼 또박또박 대답했다.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나왔소?”
“S대학 사학과를 나왔습니다.”
형사는 더욱 흥미로운 표정을 나에게 던졌다. 그리고 아까보다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로 출생지, 현주소, 그 밖의 여러 가지 나의 환경 사항을 물어 조서를 꾸며나갔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를 사랑했었다. 그러나 나는 천연스럽게 그러한 것을 묵살할 수 있었다. 그가 십여 일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았던 이전에 나는 애정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했었다. 사랑을 환상이라 했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사랑을 환상이라 한다면 인간의 삶 자체가 환상일 수밖에 없다.
고향에 살 때, 퍽 어린 시절의 일이다. 지방공연에 온 악극단의 지휘자, 구경 가서 한 번 본 사람을 나는 사모했다. 푸른 조명 밑에 선 연미복의 지휘자는 실로 위대했던 것이다. 그 밖에도 마라톤 경주에 일등한 사내아이, 학예회 때 공주가 된 동무를 무척 혼자사 사랑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을 느낄 적마다 나는 쓸쓸한 내 주변의 광장을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외로움 속에서 나는 훌륭해지려고 했다. 그리고 위대한 것을 바랐다. 그것은 고독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던 것이다. 찬수만 해도 그랬다. 학예회나 운동회 때의 영웅들처럼 그를 위대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성질로서 그를 사랑했다. 모두 환상이었다. 날아가 버린 일들이다. 찬수가 어떻게 죽었든, 누구나 죽어야 하는 죽음을 당해버린 추억이다. 이미 내게는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형체가 이 세상에서 소멸된 그 사실처럼―
(본문 중에서)

“어째 마담은 늘 뜨개질이오?”
상현 씨의 시선도 내 손 위에 머물렀던 모양이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천천히 내 눈과 맞서는 것이었다.
“그것도 노동수단인가 보지요.”
쓸쓸하게 웃어버렸다. 상현 씨는 거무죽죽하게 기미가 피어 있는 내 눈언저리를 빤히 쳐다본다. 손을 들어 확 눈을 가리고 싶다. 피곤해진 내 얼굴이 부끄럽고 비참하다. 그러나 나는 오만스럽게 정지한 상태를 그대로 지켰다.
“생활이 어려우신가요?”
상현 씨는 담뱃재를 재떨이에 떤다.
“어렵기야 하지만 뜨개질이 무슨 도움이 되나요? 그것은 집안일이죠. 하긴 한참 어려운 고비에는 밤일도 했죠.”
“밤일이라니요?”
당황한 듯 조급히 묻는다. 눈을 내리깔았다.
(본문 중에서)

유치장에서 사흘 밤을 새운 다음 날 나는 취조실로 끌려나가 형사의 문초를 받았다. 형사가 쓰고 있는 검은 테 안경을 보았을 때 비망록 속의 한 페이지처럼 상현 씨의 눈길이 떠올랐다.
“이름은?”
“강현회.”
“나이는 몇 살이야?”
“서른셋.”
“직업은?”
“다방의 마담.”
형사는 흥미스럽게 나를 훑어보더니,
“학력은? 학교는 어디 나왔어?”
“대학을 나왔습니다.”
나는 골패짝처럼 또박또박 대답했다.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나왔소?”
“S대학 사학과를 나왔습니다.”
형사는 더욱 흥미로운 표정을 나에게 던졌다. 그리고 아까보다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로 출생지, 현주소, 그 밖의 여러 가지 나의 환경 사항을 물어 조서를 꾸며나갔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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