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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커넥션
추천사 | 베스터보다 더 빠르게 _할란 엘리슨 해설 | 블랙 코미디로 가득한 기괴한 미래 세계, 『컴퓨터 커넥션』 |
Alfred B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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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기억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우리 기억은 몸에 그린 그래피티처럼 끈덕지게 들러붙어 있으니까?기억 속의 사건들을 제대로 된 순서에 따라 배열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걱정 때문에 기록과 일기를 남겨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단체에서는 아직 갓난아기 단계라서, 여전히 유기적인 분류 체계를 만드는 훈련을 하는 중이다. 가끔 샘 피프스가 어떻게 일을 해나가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는 단체의 역사가 겸 기록자인데, 한번은 내게 자신의 체계를 설명해주려 했다. 샘에게는 아주 단순한 일이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A 1/4+(1/2B)2=내가 1936년 9월 16일 먹었던 아침 식사. 잘해보게, 샘.
--- p.14 나는 우리의 불멸성을 설명할 때면 일부러 ‘자극’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요즘은 ‘신경 신호’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노화와 죽음을 불러오는 치명적인 분비 물질을 파괴하거나 비활성화하는 동일한 자극을 겪었다. 세포에 이런 치명적 분비물이 누적된 생물은 영원히 살 수 없으며, 모든 생명체는 이런 신진대사 속의 자살 과정을 겪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석판 위를 깨끗이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자연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나는 인격화 비유를 지극히 즐기는 사람인지라, 자연이 진절머리를 내고는 진행 중이던 쇼를 즉각 중단해버리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단체의 사람들은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인 셈이다. 물론 상당히 힘겨운 방법으로. 우리 모두는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로 인한 정신적 갈바니 충격으로 세포 내의 노폐물을 전부 떨어버리고 분자인간Molecular Men, 줄여서 몰맨이 되었다. 나중에 더 설명하겠다. 퀴비에의 진화 ‘격변설’의 최신판 이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p.18 “그가 죽어서 모든 신경세포가 고립되었을 때, 엑스트로의 비트가 추장 안으로 이주 해들어왔어요. 각각의 비트가 뇌세포 하나하나에 자리를 잡은 거예요. 그는 이제 엑스트로고, 엑스트로가 추장이에요. 그를 통해서 말하는 다른 사람 또는 물건의 정체가 바로 엑스트로였던 거예요. 그리고 다른 모든 전자기기들이 그를 통해서 엑스트로에게 말하고, 그를 통해서 엑스트로의 말을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거예요. 그들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고,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을 그으로 보고하거든요.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것조차도.” 예전에 게스가 악마에 들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문제는 그게 틀린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걸 열정의 결과물로 치부했다. 컴퓨터에 열정이란 없다. 제대로 프로그램되었다면 그저 냉혹한 논리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다. 만약 피의 말이 맞고 엑스트로가, 그리고 덤으로 세계의 모든 전자기기가 게스에게 빙의되었다면, 이런 공생, 협력, 공존, 또는 (가장 유력하게는) 기생 관계를 통해 대체 어떤 결과물이 나올 것인가?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고 있는 것인가? --- p.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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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인간(몰맨) 기그는 우연히 만난 게스 박사가 완벽한 동료가 되리라고 직감하고, 그를 몰맨으로 만들고자 한다. 기그를 돕기 위해 네모 선장, 향가 공주, 음반투, 에디슨 등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불사인간들이 합류한다. 그 와중에 게스가 냉동보존 기술과 명왕성 탐사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 충격으로 발작을 일으킨 게스는 우연히 불사인간이 되고 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게스는 불사인간들에게 적대적인 엑스트로 컴퓨터에게 뇌를 침입당하고, 불사인간들은 존망의 위기를 겪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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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소설 기법, 날카로운 상상력, 강렬한 개성의 인물들,
‘불꽃놀이’로 일컬어지는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문체, 순간순간 번뜩이는 재치와 즐거움으로 가득 찬 앨프리드 베스터 스타일의 정수! 미래의 문학 4권 『컴퓨터 커넥션』은 『파괴된 사나이』, 『타이거! 타이거!』로 국내 SF 팬들에게도 그 이름을 널리 알린 앨프리드 베스터의 후기 대표작이다. 앨프리드 베스터는 1950년대 하나의 ‘현상’이라고 일컬어졌으며, 1960년대 뉴웨이브 SF소설 및 1980년대 사이버 펑크의 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다. 베스터는 그때까지의 SF소설에서 나타나는 장르적 특성, 즉 치밀한 과학적 설정이나 세계관, 미래의 희망에 대한 예지, 광활한 우주 또는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며 발생하는 경이의 감정 등을 자신의 작품에서 배제시켰다. 대신 그는 그 자리에 슈퍼 히어로물에나 어울릴 법한 초능력,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추격전, 실험적인 문학 작품에 버금가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물의 내면 묘사 등을 채워 넣음으로써 ‘베스터 스타일’이라고 명명되는 작풍을 확립했다. 1975년 발표된 『컴퓨터 커넥션』은 이런 앨프리드 베스터의 특성이 집약된 후기 대표작이다. 1956년 『타이거! 타이거!』 이후 근 20여 년 만의 첫 장편소설이자, 1964년 단편집 출간 이후 10여 년 만의 문단 복귀작이다. 『컴퓨터 커넥션』은 강렬한 개성을 지닌 불사인간들과 전지전능한 엑스트로 컴퓨터의 대립을 중심으로, 시간여행, 로맨스, 음모, 추격전 등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독창적인 소설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대립이라는 소재는 SF소설에서 즐겨 차용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 작품에서 이는 하나의 주제로서 기능한다기보다는, 베스터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한 하나의 중심 장치라 할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은 컴퓨터와 기계문명이 지배하는 미래 지구이다. 이 안에서 불사인간, 전지전능한 컴퓨터, 고대 생물 등 각종 생명체들이 뒤엉켜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은 전통적인 소설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즉 각 사건들이 중심 주제와 통합되는 과정이나 혹은 완벽한 인과관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플롯이나 클리셰, 반전과 같은 내러티브를 이끌어나가는 장치들이 아니라 베스터가 창조해낸 ‘미래 세계’와 ‘인간’의 모습 그 자체이다. 우주 시대, 기계문명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 세계는 베스터의 전작들과 비슷한, 현재의 부조리를 극도로 확장시킨 자본주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다. 이런 기존 SF소설이 다루는 미래 세계를 기반으로, 베스터는 인종차별, 학생 시위, 마약 문제, 인디언 보호 정책주의 등 70년대 미국의 사회상을 혼합해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독특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이렇듯 이 작품은 배경에서부터 미국의 역사와 사회사가 응집되어 있다고 할 만큼 엄청난 지적 자극을 선사하는데, 이런 지적 유희들은 배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중심인물이 되는 불사인간들은 영생을 누리면서 계속 이름을 바꾸어 살아가는데, 그때마다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을 차용한다. 이를 통해 베스터는 세계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여 각종 문학, 역사, 문화인류학적 지식들을 작품 안에서 승화시킨다. 또한 불사인간들과 기계문명에 관한 기본 설정 역시 컴퓨터 이론을 비롯해 생물학, 유전학, 진화론 등 다수의 이론에 입각해 세워져 있다. 이런 방대한 텍스트들은 베스터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화려한 문체를 손상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작품의 깊이를 더욱 드러내는 장치로 쓰인다. 여기에 전작들에서 볼 수 없었던 할리우드식 슬랩스틱과 언어 유희, 희화화가 더해져 속도감과 화려함, 재미, 즉 ‘베스터 스타일’이 완성에 이르렀다고 할 만큼 절정을 이룬다. 사방에 희화화와 블랙 코미디가 돌출하고, 독립된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이 작품은, 논리 부재와 기본 소설 작법에서 벗어나 있다는 데서 출간 직후 일부 비평가들의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라면 한평생을 써도 모자랄 법한 넘치는 상상력,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유머감각이 만들어내는 아우라는, 베스터가 왜 한 시대를 풍미한, 하나의 이정표가 된 인물이었는지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현대문학의 종합출판 브랜드 폴라북스에서는 새로운 과학소설(SF) 총서 ‘미래의 문학’을 출간하고 있다. 이 총서는 문학사적인 의의와 읽는 재미를 겸비한 해외 과학소설의 고전과 최신작을 충실한 해설과 함께 체계적으로 소개할 의도로 기획되었다. ‘미래의 문학’ 총서는 지금까지 영국의 문학 비평가이자 실존주의 철학자 콜린 윌슨의 철학 SF 소설 『정신기생체』, 여론조사에서 일본 작가가 쓴 역대 최고의 SF소설로 선정된 고마츠 사쿄의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로저 젤라즈니의 라이벌이자 비평가로서도 명성이 높은 새뮤얼 딜레이니의 대표작 『바벨-17』 등을 출간했다. 이 미래의 문학 작품들은 출간되자마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에 오르며 독자들의 주목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