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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너 자선 단편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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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Ⅳ 황무지

아드 아스트라
승리
균열
반전
세상을 떠난 모든 파일럿들에게

Ⅴ 중간 지대


와시
명예
마티노 박사
여우 사냥
펜실베이니아 역
자택의 예술가
브로치
우리 밀라드 할머니와 베드포드 포레스트 장군과 해리킨 크릭 전투
황금의 땅
여왕이 있었네
산골의 승리

Ⅵ 저 너머


저 너머
검은 음악
다리
미스트랄
나폴리에서의 이혼
카르카손

저자 소개 2

윌리엄 포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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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Faulkner

1897년 9월 2일 미시시피주(州)의 뉴올버니에서 출생하였다. 1949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두 차례 퓰리처상을 받았다. 남부(南部)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근처인 옥스퍼드로 옮겨 그의 생애의 태반을 이 곳에서 보냈다. 군인이자 작가, 정치가였던 증조부와 변호사로 성공한 조부 밑에서 유복한 유년기를 보내며 미국 남부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문학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의 사업차 이주한 옥스퍼드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글을 좋아하여 고교 시절 시집(詩集)을 탐독하고 스스로 시작(詩作)을 시도하였으나 고교를 중퇴하였다. 제1차
1897년 9월 2일 미시시피주(州)의 뉴올버니에서 출생하였다. 1949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두 차례 퓰리처상을 받았다.

남부(南部)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근처인 옥스퍼드로 옮겨 그의 생애의 태반을 이 곳에서 보냈다. 군인이자 작가, 정치가였던 증조부와 변호사로 성공한 조부 밑에서 유복한 유년기를 보내며 미국 남부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문학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의 사업차 이주한 옥스퍼드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글을 좋아하여 고교 시절 시집(詩集)을 탐독하고 스스로 시작(詩作)을 시도하였으나 고교를 중퇴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지원해서 캐나다의 영국공군에 입대하였고, 제대 후 퇴역군인의 특혜로 미시시피대학교에 입학하여 교내 정기간행물에 시를 계속해서 발표하였다. 1920년 대학도 중퇴하고 곧 고향으로 돌아와, 1924년 친구의 도움으로 처녀시집 『대리석의 목신상(牧神像) The Marble Faun』을 출판하였다.

그후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26년 전쟁으로 폐인이 된 한 공군장교를 주인공으로 한 첫작품 『병사의 보수 Soldier’s Pay』를 발표하고, 1927년 풍자소설 『모기 Mosquitoes』, 1929년 남부귀족 사토리스 일가(一家)의 이야기를 쓴 『사토리스 Sartoris』를 발표하였다. 이어 1929년 또 다른 남부귀족 출신인 콤프슨 일가의 몰락하는 모습을 그린 문제작 『음향과 분노 The Sound and the Fury』를 발표하여 일부 평론가의 주목을 끌었다.

다시 1930년 가난한 백인 농부 아내의 죽음을 다룬 『임종의 자리에 누워서 As I Lay Dying』, 1931년 한 여대생이 성불구자에게 능욕당하는 사건을 둘러싸고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작품 『성역(聖域) Sanctuary』(1931)을 발표하여 일반 독자에게도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8월의 햇빛 Light in August』(1932) 『압살롬, 압살롬 Absalom, Absalom!』(1936) 『야성의 종려(棕櫚) The Wild Palms』(1939) 『마을』 『무덤의 침입자 Intrudrer in the Dust』(1948) 『우화(寓話) A Fable』(1954, 퓰리처상 수상) 『읍내(邑內) The Town』(1957) 『저택(邸宅) The Mansion』(1959), 그리고 유머를 특색으로 하는 『자동차 도둑』(1962, 퓰리처상 수상) 등 장편소설을 계속해서 발표하였다. 이 밖에도 중편과 단편도 상당히 써서 『곰 The Bear』을 비롯한 몇 권의 단편집도 펴냈다.

『음향과 분노』는 포크너의 대표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포크너는 자신의 고향인 ‘요크나파토파군(Yoknapatawpha郡)’으로 불리는 독특한 소설공간을 창조했다. 포크너는 자신이 '우표만한 조그만 고향땅'으로 묘사한 이 공간을 소설무대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특수한 삶의 경험을 보편적 언어로 극화시키는 길을 발견했다. 파격적이고 현란한 언어와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몰락해가는 미국 남부사회의 독특한 정서 구조를 드러낸다. 그는 그 곳을 무대로 해서 19세기 초부터 20세기의 1940년대에 걸친 시대적 변천과 남부사회를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한결같이 배덕적(背德的)이며 부도덕한 남부 상류사회의 사회상(社會相)을 고발하였다. 이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규명하려는 그의 의지의 발현(發現)이라 할 수 있다.

포크너는 대담한 실험적 기법과 깊은 인간통찰을 통해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였고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뇌와 그 극복의 과정을 진실하게 추구하여 세계 여러 나라 문학에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품에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서구를 휩쓴 비극적 시대정신이 짙게 배어 있어 그의 세계관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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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과학서 및 SF, 판타지, 호러 등 장르소설 번역을 주로 해왔다. 옮긴 책으로 J. G. 밸러드의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헬로 아메리카』를 비롯하여, 『화성 연대기』, 『레이 브래드버리』,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와일드 시드』, 『더블 스타』, 『하인라인 판타지』, 『아마겟돈』, 『컴퓨터 커넥션』, 『타임십』,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나인폭스 갬빗 3부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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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704쪽 | 128*188*40mm
ISBN13
9791194598053

책 속으로

그들은 주랑 현관을 가로질렀다. 이제 바닥을 딛는 아버지의 불편한 쪽 발소리가 시계처럼 돌이킬 수 없게 울렸다. 소리를 내는 육신이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것만큼이나 모든 면에서 이곳과 걸맞지 않은 소리였고, 하얀 문을 눈앞에 두고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 마치 그 무엇에도 왜소해지지 않는 날카롭고 광포한 최소 음량이라는 성질을 획득한 것만 같았다 ― 납작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한때 검은색이었으나 이제는 늙은 집파리처럼 녹색으로 닳아 번들거리는 브로드천겉옷을 입은 그 육신은, 너무 커서 접어올린 소매 아래에서 갈고리발톱처럼 손을 들어올렸다.

‘이후 약 10초 동안, 아빠는 망치를 그대로 들어올린 채 솔론을 바라봤다. 뒤이은 3초 동안, 아빠의 눈길은 솔론은 물론이고 다른 무엇에도 향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빠는 다시 솔론을 바라보았다. 마치 정확히 2.9초가 지난 후에야 자신이 솔론을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최대한 빨리 솔론에게로 시선을 돌린 듯한 느낌이었다. “하.” 아빠는 말했다. 그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 입을 벌리고 있는 데다 웃음처럼 들렸으니 웃음이라 해도 좋을 법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아빠의 잇새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아빠의 눈가 이상으로 올라가지도 않았다.

“자네도 괜찮은 사람이야. 그저 돌아다니다 보니 온갖 규칙과 규제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을 뿐이지. 그게 우리들의 문제라네. 온갖 두문자와 규칙과 해결 방식을 고안해내다 보니 다른 아무것도 못 보게 되었거든. 두문자와 규칙에 끼워맞출 수 없는 대상을 마주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거지. 우리는 박사 친구들이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존재처럼 변해 버렸어. 뼈를 발라내고 내장을 빼낸 후에도 여전히 살아서, 어쩌면 뼈와 내장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영원히 살려 놓은 작은 동물처럼 말이야. 우리는 등뼈를 발라내 버렸지. 사람에게 등뼈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결정을 내려버렸거든. 등뼈 따위는 구식이라는 식으로 말일세. 하지만 등뼈가 들어가 있던 홈은 여전히 남아 있고, 등뼈도 아직 숨이 붙어 있다네. 어쩌면 언젠가는 다시 등뼈를 끼우고 살게 될지도 모르지. 언제가 될지, 얼마나 심하게 몸이 비틀려야 그 필요를 깨닫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네.”

우리는 잠들었다. 다음 날이 되었고 아침 버스는 6시에 지나가기 때문에 우리는 램프 불빛 속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제 엄마는 울지 않았다. 그저 음울한 얼굴로 바쁘게 움직이며 우리가 식사하는 옆에 음식을 차려 놓을 뿐이었다. 다음으로 피트 형의 가방 싸는 일을 마무리했는데, 형은 전쟁터에 가방을 가져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 어디에도, 심지어는 전쟁터에도 갈아입을 옷과 그걸 넣을 가방은 가져가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프라이드치킨과 비스킷을 넣은 신발상자와 성경 한 권도 챙겨넣었고, 이윽고 떠날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는 그제야 엄마가 버스 타는 곳까지 나가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전의 에밀리 양은 전통이자 의무이자 배려의 대상이었다. 도시에 부과된 세습되는 의무와 같은 존재였으며, 그런 상황은 1894년에 제퍼슨의 시장이었던 사토리스 대령*이 ― 검둥이 여성은 거리에 나올 때 반드시 앞치마를 착용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던 사람이다 ― 그녀의 부친이 사망한 이후부터 영구적으로 그녀의 세금을 면제한다는 명령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에밀리 양이 그런 시혜를 선뜻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토리스 대령은 에밀리 양의 부친이 사업상 문제로 시 당국에 자금을 대출해 주었으며, 이런 방식으로 갚기를 원했다는 이야기를 꾸며냈다. 사토리스 대령의 세대와 사고방식의 남자여야 꾸며낼 수 있는 이야기였고, 여자여야 믿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녀가 못된 아이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에 유독 못되게 태어나는 여자란 없으니, 여자란 원래 못된 존재이며, 못됨을 내재한 채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요는 그 못됨이 머리에 미치기 전에 얼른 결혼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자가 일정 연령에 이르기 전에는 결혼하지 못하게 하는 체제에 그들을 맞추려 애쓰고 있다. 그리고 자연은 체제 따위에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으며, 여자들은 체제는 고사하고 그 무엇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너무 빨리 성장했다. 체제가 그녀에게 때가 되었다고 이르기 전에, 못됨이 머리까지 이르러 버렸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딸을 가진 아버지의 입장에서 하는 소리다.

이제 방 정리는 온전히 그녀 어머니의 몫이었다. 수척한 이모가 집 전체를 돌봤다. 그 모습을 배경 삼은 미니의 화사한 드레스와 유유자적하고 공허한 나날은 일종의 격렬한 비현실성을 품고 있었다. 그녀의 저녁 외출이라고는 이웃 여성들과 함께 영화관에 갈 때뿐이었다. 오후에는 새 드레스를 차려입고 홀로 시내로 나가서, 젊은 ‘사촌’들이 이미 연약하고 부드러운 머리와 가녀리고 어색한 팔과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엉덩이를 돋보이며 서로에게 매달려서 늦은 오후 속을 쏘다니거나, 짝지은 남자들과 함께 소다파운틴에서 웃음과 새된 소리를 흘리는 곳으로 나가서, 사람들로 빽빽한 가게 문 앞을 지나치며 걸음을 옮기곤 했다. 이제는 문 안에 늘어져 앉은 남자들이 눈으로 그녀 모습을 좇지도 않는 그곳으로.

“안 해. 진심이야.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애초에 사랑한다는 말조차 꺼낸 적 없잖아.”
“알았어요. 그럼 사랑은 아니라고 쳐요. 사랑 없이 나와 결혼해 줄 수 있나요? 잊지 말아요, 너무 늦어버릴 거예요.”
“아니, 안 할 거야.”
“하지만 왜요? 왜요, 폴?”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자동차는 속도를 내어 달려갔다. 이제 그녀가 인지했던 첫 표지판이 등장했고, 그녀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제 거의 다 왔을 거야. 다음 커브길이겠지.’ 그녀는 큰 소리로, 그들 사이에 앉은 귀먹은 늙은 여인을 뛰어넘어 말했다. “왜 안 되는데요, 폴? 깜둥이 혈통 이야기 때문이라면, 나는 그거 안 믿어요. 신경 안 쓴다고요.” ‘그래.’ 그녀는 생각했다. ‘바로 이 커브길이야.’ 도로가 굽어지며 아래로 경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의자에 몸을 묻었지만, 다음 순간 할머니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가릴 생각도, 자신의 눈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려 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한테 아이가 생겼다면요?”

그들은 이내 열차에서 내렸다. 기차는 계속 나아갔다. 이내 다른 승객들이, 진흙투성이 장화를 신고 산 짐승이나 죽은 짐승을 담은 바구니를 든 다른 농부들이 객차에 들어왔다. 기차가 폐허가 된 대지를 가로질러 폐허 속 벽돌이나 강철로 지은 역을 방문하는 동안, 그들은 차례대로 창가에 몸을 기울이고 뻣뻣하게 꼼짝 않고 앉아 있는 남자를, 그리고 이름을 읽는 그의 입술을 지켜보았다. “전쟁의 풍경을 지켜보게 놔두자고. 이제야 소문이라도 듣고 찾아온 모양이니 말이야.” 그들은 서로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나면 알아서 집으로 가겠지. 자기 뒷마당에서 전쟁이 벌어진 것도 아니니.”
“자기 집에서 벌어진 것도 아니고.” 한 여자가 말했다.

그러나 보가드의 눈길은 두 번째 남자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까지 평생 저렇게 흥미로운 인물은 본 적이 없는 것만 같았다. 구부정한 어깨와 살짝 아래를 향하는 얼굴의 형상만으로도 무신경한 분위기가 풍겼다. 옆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다. 얼굴은 마찬가지로 불그레했지만, 그 만듦새 속에는 거의 음침함에 가까울 정도의 침잠하는 근엄함이 깃들어 있었다. 스무 살이지만 1년 동안, 심지어 잠든 중에도, 스물한 살로 보이려 애써온 남자의 얼굴이었다.

미시시피 지역의 날래게 움직이는 태양이 이제 지평선 위로 떠올랐고, 그는 자신이 기이한 하늘 아래, 기이한 풍경 속에, 꿈속에서나 친숙하다고 여길 법한 친숙한 존재들 속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한 번도 산을 오른 적 없는 사람의 추락하는 꿈처럼. ‘내가 정말로 저런 말을 들었을 리가 없어.’ 그는 조용히 생각했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나 그 목소리는, 그 말을 뱉었던 친숙한 목소리는 여전히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제는 검둥이 노파한테 오늘 아침 태어난 수망아지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일찍 일어나신 거였어.’ 그는 생각했다. ‘그거였어. 나나 내 가족 때문이 아니었어.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들 이유조차 되지 못했던 거야.’

강사는 여성, 특히 젊은 여성에 대해서, 그들이 잠시 빠지게 되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시기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맹점이라고나 할까, 마치 고속으로 선회하는 비행사의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과 비슷한 시기가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 여인들은 선악을 판별하지 못하며, 따라서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마 악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을 텐데, 그 악행 속의 악성은 명징한 사실에 기반을 두는 반면, 선은 그 사실의 부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시기에 여인들은 자신이 희생양을 만드는 바로 그 수단에 의해 스스로 희생양이 되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삶은 변함없이 즐거운 식으로 흘러갔다. 아무래도 시인이란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족속이기 때문인 듯했다. 적어도 이 시인은 달랐다. 앤은 이내 이 시인을 거의 만나지조차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밤마다 코 고는 소리를 제외하면 그가 집 안에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따라서 그녀가 다시 분통을 터트린 것은 2주가 지난 다음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는 머리를 빗는 중조차 아니었다. “그 사람이 여기서 지낸 게 2주던가, 아니면 2년이던가?”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는 있으나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중이었고, 아무리 예술가라도 남편이라면 그게 나쁜 소식이라는 점을 모를 리 없었다. 여자가 반쯤 옷을 걸친 채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있는데도 거울 속에서 말하는 자신의 모습조차 지켜보지 않고 있다면, 어디선가 타는 냄새를 맡아야 마땅한 법이다.

그리고 아들 쪽은 2년 전 어느 오후에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채로 문 앞으로 배달되어 왔던 적이 있었는데, 차에 타고 있던 동행인의 정체는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는 직접 아들의 옷을 벗겨서 침대에 밀어넣다가 아들이 제 속옷 대신 여자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몇 분 후, 아마도 때리는 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보이드의 어머니가 달려와서는 자기 남편이 여전히 의식불명인 아들을 수건으로 연달아 후려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하인 하나가 얼음물 대야를 가져다놓고 수건을 계속 적셔 건네주는 모습도 말이다. 그는 잔혹하고 의도적인 격정에 사로잡혀 아들을 호되게 후려치고 있었다. 아들을 깨우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때리고 있을 뿐인지는, 아마 그 자신조차 제대로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즉시 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환멸이 끓어오르는 속에서 그는 아내에게 여자 속옷에 대해 말하려 했지만 아내는 듣기를 거부했고, 대신 사납고 여인다운 분노를 터트리며 그를 공격했다. 그날 이후로 아들은 어머니가 함께 있을 때만 아버지를 마주하려고 애썼으며 (사실 아들이나 어머니 양쪽 모두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위축된 앙심과 보복을 원하는 불손함을 뒤섞은, 반은 고양이 같고 반은 여자 같은 태도로 아버지를 대했다.

땅으로 떨어져 부딪치는 그의 죽은 얼굴에도 여전히 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발은 여전히 등자에 걸린 채였다. 연갈색 말은 총소리에 풀쩍 뛰어올랐다가 그대로 웨델을 매단 채로 샛길 옆으로 가서 멈추고 한 바퀴 돌더니, 콧김을 한 번 뿜고 그대로 풀을 뜯기 시작했다. 반면 서러브레드는 굽이길을 지나 그대로 달려갔다가 빙 돌아서 돌아왔다. 배 아래에 담요가 꼬인 채로 눈을 희번득거리면서, 그대로 샛길 위에 널브러진 소년의 시체를 짓밟고 지나갔다. 얼굴은 돌에 찍혀 옆으로 돌아가고, 팔은 뒤로 꺾이고 손바닥은 벌린 모습이 마치 물웅덩이를 넘으려고 치맛자락을 들어올린 여자처럼 보였다. 그러다 말은 몸을 돌려 웨델의 시체 곁에 서서 가볍게 울면서 고개를 위아래로 내젓고는, 산월계수 덤불과 그 안에서 피어나다 사라지는 흑색화약 연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추천평

포크너의 시간 개념은 위대한 것이다. 그의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축적되고 병렬적으로 뒤섞이는 실존적 구조를 보여주고 우리는 그를 통해 존재의 미끄러짐과 반복을 배운다.- - 장 폴 사르트르 (작가, 사상가)
포크너는 인간의 운명을 철학 없이도 서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 알베르 까뮈 (소설가)
프랑스 작가들은 문제 소설을 절대적으로 찬양한다!! 지드는 포크너를 새로운 별자리 중 가장 빛나는 작가라고 말한다. - 앙드레 지드 (소설가)
포크너는 우리 세대 가장 위대한 작가일 것이다. -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작가)
포크너는 존재만으로도 작가들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재고하게 만든다. - 플래너리 오코너
포크너의 요크나파토파는 미국 문학의 상상력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 중 하나였다. - 톰 울프
요크나파토파가 없었다면, 마콘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설가)
포크너는 소설이 무엇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나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작가)
포크너는 우리에게 ‘남쪽’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남쪽은 더 이상 패배자가 아니라, 비극의 철학자가 되었다. - 카를로스 푸엔테스 (작가)
포크너는 조이스 이후, 영미문학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상상력의 소유자다. 그는 셰익스피어 이후 인간 영혼의 가장 어두운 지층에 도달한 작가이다. - 해롤드 블룸
포크너의 소설은 미국의 전설이다. 그가 만든 요크나파토파는 언젠가 아메리카 신화의 핵심이 될 것이다. - 맬컴 카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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