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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 Scott Key Fitzg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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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희망을 찾아내는 비범한 재능이었으며, 내가 그 어떤 사람에게서도 발견한 적 없고 앞으로도 다시는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낭만적인 기민함이었다. 아니, 결국 개츠비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개츠비를 먹잇감으로 삼았던 것, 그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다니던 그 더러운 먼지- 바로 그것이 인간들의 미완의 슬픔과 숨 가쁘게 짧은 환희에 대한 내 관심을 한동안 끊어버렸다.
“딸이라서 다행이야. 그리고 우리 애가 바보가 되었으면 좋겠어. 이 험한 세상에서 여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예쁘고 똑똑하지 않은 바보가 되는 것뿐이니까.” 나는 안에도 있었고 밖에도 있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삶의 온갖 모습들에 매혹되는 동시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뉴욕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밤이 주는 짜릿하고 모험적인 분위기, 그리고 끊임없이 명멸하는 남녀들과 기계들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에 선사하는 만족감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5번가를 걸어 올라가며 군중 속에서 로맨틱해 보이는 여성들을 골라낸 뒤, 몇 분 후면 내가 그녀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며 그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고, 비난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때때로 마음속으로 그녀들을 따라 숨겨진 거리 모퉁이에 있는 아파트까지 따라가기도 했다. 그러면 그녀들은 문을 열고 따스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 뒤를 돌아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곤 했다. 황홀한 대도시의 황혼녘에 나는 때때로 끊어낼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고, 다른 이들에게서도 그 외로움을 느꼈다. 어떤 문구 하나가 짜릿한 흥분과 함께 내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어. ‘세상에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 분주한 자와 지친 자만이 존재한다.’ 갑자기, 데이지가 목이 메는 소리를 내더니 셔츠 더미에 얼굴을 묻고 격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정말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두꺼운 셔츠 자락에 파묻혀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흐느꼈다.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들은 생전 처음 봐서 슬퍼져요.” 그와 데이지를 갈라놓았던 그 머나먼 거리에 비하면 그 불빛은 그녀가 아주 가까이 있는 것처럼, 거의 그녀에게 닿을 수 있을 것처럼 느끼게 해주었었다. 마치 달 옆에 있는 별처럼 가깝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제 그것은 다시 선착장의 초록색 불빛일 뿐이었다. 그가 마법 같은 의미를 부여해온 소중한 물건들의 목록에서 이제 하나가 그 빛을 잃고 사라진 셈이었다. “저라면 그녀에게 그토록 많은 걸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나는 조심스레 입을 뗐다. “과거를 되풀이할 수는 없잖아요.” “과거를 되풀이할 수 없다고?”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외쳤다. “아니오, 당연히 할 수 있어요!” 그는 마치 과거가 이 저택의 그림자 속에 숨어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광기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소녀에게 입을 맞추는 순간, 그렇게 자신의 형언할 수 없는 환상들을 그녀의 덧없는 숨결에 영원히 매어버리는 순간, 그의 정신은 다시는 신의 마음처럼 자유롭게 노닐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어느 별에서 시작된 조율의 울림이 자신의 영혼에 가닿는 그 순간을 조금 더 붙들고 싶었기에.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닿자 그녀는 그를 향해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났고 그의 꿈은 비로소 육신을 얻어 완성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요.” 개츠비가 돌연 말했다. 바로 그거였다. 나는 전에는 결코 깨닫지 못했었다. 그것은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목소리 안에서 일렁이는 마르지 않는 매력, 돈이 짤랑거리는 소리, 심벌즈가 울리는 듯한 노래…… 하얀 궁전 높은 곳에 사는 공주, 황금의 소녀…… 결국 그는 단념했고, 오후가 저물어가는 동안 오직 ‘죽어버린 꿈’만이 방 저편에서 들려오는, 이제는 잃어버린 그 목소리를 향해 불행하면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은 채 처절하게 손을 뻗으며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붙잡으려 홀로 싸움을 이어갔다. “아니…… 방금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게 생각났네.” 나는 서른이었다. 내 앞에는 마치 무거운 예언처럼 위협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십 년이 뻗어 있었다. 톰과 데이지, 그들은 무책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물건이든 생명이든 닥치는 대로 부수어놓고는, 자신들의 돈이나 거대한 무책임함 속으로, 혹은 그들을 결속시켜 주는 것이 무엇이든 그 속으로 도망쳐 숨어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이 어질러 놓은 난장판을 다른 사람들이 치우게 만들었다…… 마법에 걸린 듯한 찰나의 순간 동안, 인간은 이 대륙 앞에서 숨을 죽였으리라. 자신이 이해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아름다움의 황홀경에 사로잡힌 채, 인류 역사상 마지막으로 자신이 꿈꿀 수 있는 경이로움의 크기에 걸맞은 무언가와 대면하면서 말이다. 개츠비는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져만 가는 그 황홀한 미래를. 그때 그것은 우리를 교묘히 빠져나갔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팔을 더 멀리 뻗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맑은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물살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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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돈, 계급과 욕망,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관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이야기는 1922년 여름, 미국 중서부 출신의 청년 닉 캐러웨이가 채권업을 배우기 위해 뉴욕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롱아일랜드 웨스트에그에 자리 잡은 닉의 옆집에는 주말마다 성대한 파티를 여는 정체불명의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가 살고 있다. 그의 저택에는 초대받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밤마다 몰려들고, 술과 음악이 넘쳐흐르는 가운데 주인에 대한 온갖 소문이 떠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세계의 중심에는 뜻밖에도 단순한 소망 하나가 있다. 개츠비는 오래전 사랑했던 데이지를 되찾으려 한다. 데이지가 사는 집의 선착장 끝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며 그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닉이 과거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말하자 개츠비는 놀라서 반문한다. 과거를 되풀이할 수 없다니? 물론 할 수 있다고. 이 무모한 믿음 때문에 개츠비는 우스꽝스럽고 위험하며 동시에 아름답다. 그는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다. 가난한 청년 제임스 개츠는 스스로 제이 개츠비라는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냈고, 마침내 돈으로 사랑뿐 아니라 시간까지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현실이 자신의 꿈과 어긋날 때 꿈을 수정하는 대신 현실을 꿈에 맞추려 한다.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를 단순히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함’을 고발하는 소설로만 읽기는 어렵다. 사랑과 돈, 계급과 욕망에 관한 소설인 동시에 인간이 잃어버린 시간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에 관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고, 손에 닿지 않는 것을 향해 다시 팔을 뻗는 인간의 모습이 개츠비의 비극 속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피츠제럴드의 문장이다. 개츠비 저택의 밤과 재즈 시대의 뉴욕, 재의 골짜기, 데이지의 목소리, 초록색 불빛 같은 이미지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소설 곳곳에 등장했다가 변주되고 서로 호응하면서 욕망과 계급, 기억과 시간이라는 주제를 하나의 촘촘한 그물망으로 만든다. 단어 하나가 바뀌면 소설의 표정이 달라진다 이번 번역이 특히 주의를 기울인 것도 바로 이 문장과 이미지의 연결이다. 소설 초반, 이제 막 채권업에 뛰어든 젊은 닉은 금융 서적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 다시 “well-rounded man”, 즉 여러 방면에 두루 능한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인간을 “the most limited of all specialists”라고 부른다. 기존의 여러 번역에서는 이 대목의 limited를 ‘보기 드문’, ‘드문’, ‘희귀한’ 등의 의미로 옮겼다. 마치 닉이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을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로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limited는 여기서 ‘희귀한’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제한된, 한계가 있는’이라는 뜻이다.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하겠다는 젊은 시절의 야심을 훗날의 닉이 돌아보며 “전문가들 가운데 가장 한계가 분명한 전문가”라고 자조하는 것이다. specialist와 limited가 충돌하면서 생기는 형용모순과 반어가 이 문장을 지탱한다. 단어 하나의 차이지만 결과는 작지 않다. limited가 ‘희귀한’으로 바뀌는 순간 자조는 자부가 되고, 반어는 포부가 된다. 이어지는 “인생이란 결국 하나의 창으로 들여다볼 때 훨씬 더 성공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닉의 말이 지닌 씁쓸한 자기반성 역시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번역이 바로잡은 것 가운데에는 이보다 훨씬 단순한 사례도 있다. 소설 말미 개츠비가 죽은 뒤 그의 저택을 지나가는 택시를 묘사하면서 피츠제럴드는 fare라는 단어를 쓴다. 여러 기존 번역에서는 이를 ‘택시 요금’으로 해석했지만 여기서 fare는 ‘요금을 내고 택시를 타는 승객’이다. 택시 기사가 승객을 태우고 개츠비의 저택 앞을 지날 때면 잠시 멈춰 저택을 가리켜 보여주었다는 이야기다. 개츠비가 죽은 뒤에도 그의 저택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명물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짧고 쓸쓸한 장면이다. 이 두 사례는 이번 번역의 방향을 보여준다. 오역의 개수를 세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단어 하나를 잘못 읽으면 인물의 목소리가 달라지고, 문장의 반어가 사라지며, 때로는 작품 전체를 이어주는 이미지의 연결까지 끊어진다. 정확한 번역이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단어가 놓여 있던 자리에 원래 존재했던 문학을 되찾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번역을 검수해온 사람이 직접 번역에 나서다 이번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한 오세원은 해외문학 편집자들에게는 결코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한편, 오랫동안 블로그 「어느 검수자의 기록」을 운영하며 국내에 출간된 번역서들을 원문과 대조하고 번역상의 오류와 문제점을 꾸준히 검토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오역을 찾아 목록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단어가 잘못 옮겨졌을 때 인물의 성격과 문장의 어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앞선 번역의 해석이 검증 없이 후속 번역에서 되풀이되지는 않았는지, 번역 과정에서 원작의 이미지와 문체가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원문으로 돌아가 추적하는 작업이었다. 그동안 직장 생활과 번역과 번역 비평 작업을 병행해왔지만 이제 퇴직과 함께 번역에 전념하면서 『위대한 개츠비』는 그의 번역 인생에서 새로운 시기를 알리는 출발점이 되었다. 오랫동안 직접 번역하면서 동시에 다른 번역을 검토하고 의심해온 사람이, 이제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시간을 온전히 번역에 쏟기 시작하는 것이고 『위대한 개츠비』는 역자의 ‘번역 인생 2막’의 출발점이다. 서커스출판상회는 이번 『위대한 개츠비』를 시작으로 역자와 함께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세계문학의 고전들을 원문에서 다시 읽고 번역하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는 『서커스세계문학』이 앞으로 만들어갈 하나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목표는 이미 존재하는 세계문학 번역본의 수를 하나 더 늘리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읽혀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번역의 정확성을 다시 묻지 않게 된 작품, 앞선 번역의 해석과 때로는 오류까지 관습처럼 이어져온 작품을 원문에서 다시 시작해보려는 것이다. 작년 2025년은 『위대한 개츠비』가 처음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한 세기가 지났지만 개츠비가 물 건너편의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는 모습은 낡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지나간 시간에 붙들리고, 이루지 못한 것을 다시 꿈꾸며, 조금 더 멀리 있는 무언가를 향해 팔을 뻗는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개츠비 한 사람의 꿈은 그렇게 인간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고전 역시 어쩌면 그러한 책일 것이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펼칠 때마다 미처 보지 못했던 문장이 나타난다. 『위대한 개츠비』의 새로운 번역은 너무나 유명해서 오히려 익숙한 번역 속에 가려져 있던 피츠제럴드의 문장을 다시 읽는 데서 시작한다. 왜 또 한 권의 『위대한 개츠비』인가. 이번 번역은 그 질문에 한 권의 책 전체로 답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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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이 내디딘 첫걸음.” - T. S. 엘리엇 (시인, 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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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만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위대한 개츠비』를 선택할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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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작품에서 얼마나 큰 도약을 이루었는지!” - 이디스 워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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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커리가 『펜데니스』와 『허영의 시장』에서 그랬듯, 당신은 동시대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 거트루드 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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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이 지난 뒤에도 처음 출간되었을 때처럼 신선하며, 오히려 무게와 의미를 더했다.” - 라이오넬 트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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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하면서도 숭고한 『개츠비』.” - 이민진 (『파친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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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이자, 많은 이들에게 ‘위대한 미국소설’로 여겨지는 작품.” -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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