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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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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연습생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모든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노 대표와 다른 이사진의 눈에 띄려고 했다. 연습생들은 예외 없이 삼십 일마다 강당에 모여 이사진에게 월말 평가를 받는다. 월말 평가는 연습생 프로그램에 남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방출돼야 할지를 결정하는 시험이었다.
--- p.44 케이 팝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줬다. (…) 케이 팝 덕분에 나는 스스로 온전히 이해받고 있다고 느꼈다. 세상 어딘가에 내가 속한 곳,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주는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62 온통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떠들어댈 것이 분명했다. 어젯밤 제이슨이 한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사람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할수록, 당신은 더욱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된다.’ --- p.97 마치 제이슨과 내가 평범한 인생을 사는 평범한 친구가 돼, 함께 커피를 마시고 근사한 디저트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이 지나자 곧 웃음도 사라졌다. 연애 금지 규칙의 기준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몰라도, 연습생이 슈퍼스타와 함께 페이스트리를 먹으면서 시시덕대는 모습은 회사가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다. --- p.135 DB 엔터테인먼트 이사진은 지독할 정도로 엄격하고 자기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소속사가 바라고 요구하는 바를 최우선시하지 않는 아티스트는 용납되지 않았다. 혁신보다 전통이, 진정성보다 기계적인 완벽함이 중요했다. 전형적인 케이 팝 스타일을 따라야 했다. --- p.154 여느 때보다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끊임없이 몸무게 검사를 받고, 인터뷰 연습을 하고, 유산소 운동에 매진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동이 틀 때쯤 사옥에 도착해 하루 종일 연습한 후 자정쯤 침대 위에 쓰러져 잤다. --- p.165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데뷔가 코앞인 지금은 특히 그랬다. 제이슨은 내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어서, ‘제이슨 청소’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 p.187 돌이켜보면 그동안 나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내 자신을 꾸며내려고 노력해왔다. 쉴 새 없이 완벽한 레이첼, 착한 레이첼, 재능 있는 레이첼, 언니 레이첼, 딸 레이첼이 돼야 했다. 하지만 제이슨과 함께 보낸 오늘만큼은 온전한 나였다. --- p.255 행여 실수라도 저지르게 된다면 그 영상이 인터넷에 영원히 돌아다닐 것이었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됐다. 실수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실수하는 걸 스스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p.259 내가 화가 난 이유는 단순히 좋지 못한 평가를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제이슨을 무조건 찬양하고 나와 미나를 무턱대고 욕하는, 성차별적이고 부당한 태도 때문이었다. 제이슨은 이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 p.293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자유로워진 기분, 심지어 평범해진 기분이었다. 이 모습이 나의 일상이라면 어떨지 상상했다 (…) 복잡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삶이었다. 이 삶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늘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 p.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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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모습 보이지 마.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해.”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소녀가 무대 뒤로 감춰야만 했던 눈부시고도 치열한 삶과 운명적이고도 위태로운 사랑에 대하여 케이 팝 스타를 꿈꾸는 한국계 미국인 레이첼 김. 그녀는 티끌 하나 없는 완벽함만 허용하는 대형 기획사 DB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선발됐고, 그토록 바랐던 꿈을 이루고자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오게 됐다. 재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업계에서 데뷔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칠 년간 온갖 노력을 쏟아부었고 기꺼이 희생도 감수했다. 무대 위에 서서 노래를 부르기 위함이었고, 자신의 노래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톱스타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남자 제이슨 리와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녀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됐지만 마음을 빼앗겼고, 꿈을 저버릴 수 없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그 속에서 점차 밝혀지는 비밀과 눈앞에 마주한 진실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가혹하고 냉정했다. 하지만 반드시 케이 팝 스타가 되어야만 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눈부시고도 치열한 삶과 운명적이고도 위태로운 사랑이 가져온 결과는 무엇일까? 이제 그녀가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를 온 세상이 목격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