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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쫓는 아이
이모래 씨의 편지 숲속펜션에서 방을 빌려 드립니다 금은봉 님 박백석 씨 푸하하하 초록산 어딘가에 어른들 공포 체험단 개암을 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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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젠 도깨비방망이를 쓸 수 없다는 말이지?”
물 범벅이 된 얼굴로 왕진주 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당신, 항아리에 있던 돈 다 어디다 쓴 거야?” 이지푸 씨가 물었다. “당신도 같이 써 놓고 지금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야?” “난 SNS 친구들 만날 때 회비 낸 것밖에는 없는데?” “SNS 친구가 만 명도 넘을 걸? 그 사람들 만나러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방방곡곡 다 돌아다녔잖아. 당신이 퍽도 회비만 냈겠다. 자기가 밥 산다고 큰소리 뻥뻥 쳤겠지. 이번 주말에 또 약속해 놓았지?” 왕진주 씨가 콕콕 가슴 찔리는 말만 쏟아 내자 이지푸 씨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 재미도 없으면 어떡하라고! 하도 이사 다니는 통에 친구도 못 사귀었는데.” --- p.24~25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잖아.’ 풀이는 애써 좋게 마음먹으며 찬찬히 집 안을 살펴보았다. 큰방부터 풀이 방, 그리고 마루를 지나 부엌과 부엌에 딸린 창고 방, 이지푸 씨와 왕진주 씨가 쓰던 별채까지도. 그러고 보니 방이 꽤 많았다. “빈방을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을까?” --- p.38~39 금은봉 님은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 식사에 참여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이어폰을 꽂아도 삽질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고, 자기는 새벽녘에 잠깐 자는데 그마저도 잘 수가 없다나. “어젯밤엔 자정 넘어서까지 하신 것 같은데 언제까지 땅 팔 거예요?” --- p.81~82 “그래도 집에 어른도 없는데 저러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선생님은 또 어른 타령을 하시네요. 어른이 없을 땐 어린이가 판단하고 결정해도 되지 않나요?” “중요한 결정은 어른이 해야지.” “선생님 작품 인터넷으로 찾아봤어요. 동화인데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아니더군요. 선생님 말씀하시는 거 보니 딱 답이 나와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아이들이 사는 이야기, 재미없어요. 이선아 선생님처럼 아이들 이야기를 써 보세요. 아이들이 생각하고 아이들이 고르고 결정하고, 그러는 거요.” “너 진짜 못하는 말이 없구나?” 금은봉 님은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는지 몸을 휙 돌렸다. --- p.88 ‘나에게 도깨비방망이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 여러분도 옛이야기 속 ‘도깨비방망이’를 알지요? 마음씨 착한 나무꾼이 도깨비들에게 얻은 그 방망이요. 날 저무는 줄 모르고 일하던 나무꾼이 하룻밤 자려고 오두막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도깨비들을 만났죠. 나무꾼은 얼른 대들보 위로 숨었지만 도깨비들은 좀처럼 떠나지 않았어요. 나무꾼은 배가 고파졌고, 개암을 꺼내 깨물었어요.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도깨비들이 깜짝 놀라 후다닥 도망갔어요. 쌓아 놓았던 금은보화와 도깨비방망이까지 두고 말이죠. 얼씨구나 좋다, 그걸 몽땅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나무꾼은 큰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지요. 옛이야기는 대부분 이렇게 끝나요. 그런데 도깨비방망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나무꾼이 그 좋은 것을 버릴 리도, 남에게 주었을 리도 없잖아요. 자기 자식에게 물려주었을 것 같아요. 그 자식은 또 자기 자식에게 물려주고, 계속 그렇게 대대로 말이에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도깨비방망이가 있는 듯 가슴이 뛰네요. 그리고 다시금 생각해요. 도깨비방망이가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혹시 금은보화에 매료되어 동화 쓰는 일을 그만둘지도 모르죠. 그런데 지금 ‘그만둘지도’ 이 말을 쓰는 순간 울컥하는 건 왜일까요?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하면 ‘숲속펜션’에 가 보세요. 나처럼 도깨비방망이에 대한 상상을 종종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요. 그곳에서 풀이랑 놀다 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살짝 귀띔하자면, 나는 시시때때로 울컥해지는 삶은 별로예요. 그러니 풀이랑 그런 약속을 했겠죠. ‘숲속펜션’을 배경으로 한 동화를 쓰겠다고요. 아무래도 그렇게 사는 것이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보다 훨씬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아요. 어쩌면 그런 삶이 내 도깨비방망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답니다. 여러분의 도깨비방망이를 찾길 바라며 한영미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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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방망이가 없어졌다!
너희는 이제부터라도 우리와 다르게 살도록 해라. -본문에서 이 서방네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전해 오는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후손들은 흥청망청 살았는데……. 이지푸 씨는 SNS 중독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돈을 쓰고 다녔다. 이지푸 씨의 아내 왕진주 씨는 쇼핑 중독으로 새로운 것을 사는 것을 좋아해 산골짜기에서도 새로운 옷과 보석으로 치장을 하며 지냈다. 당연히 이 행동에 필요한 것은 돈! 도깨비방망이를 원래 있었던 곳에 두고 오겠다는 이모래 씨의 편지에 이 서방네는 발칵 뒤집힌다. 집에 숨겨 놓은 모든 금은보화까지 쓰자 이지푸 씨와 왕진주 씨는 딸 이풀만 혼자 두고 도깨비방망이를 찾으러 떠난다. 당장 먹고살기 막막해진 풀이는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한다. 풀이는 금은보화를 찾는다고 엉망진창이 된 집을 보며 이곳을 펜션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숲속펜션에서 방을 빌려 드립니다 “어른이 없을 땐 어린이가 판단하고 결정해도 되지 않나요?” -본문에서 풀이는 블로그에 숲속펜션 광고문을 올린다. 엄마 아빠가 어질러 놓은 집을 천천히 정리하려는 순간, 기다리듯 나타난 이는 박만석이었다. 만석이를 소개하려면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까 그 옛날 만석이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역시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박 서방은 도깨비방망이는 커녕 도깨비에게 흠씬 두들겨 맞기만 했던 것이다. 박 서방은 도깨비방망이의 값은 자기가 치렀으니, 당연히 도깨비방망이도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 박 서방네는 도깨비방망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만석이는 어지러운 숲속펜션을 치우는 것을 도와준다고는 했으나, 도깨비방망이를 찾느라 혈안이 되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를 쓰고자 하는 금은봉 작가도 숲속펜션으로 오는데……. 도깨비방망이는 어디 있을까? “도깨비방망이는 있어요. 그것도 아주 가까이요.” -본문에서 ‘나에게 도깨비방망이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도깨비방망이는 끝없이 금은보화를 쏟아 낸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이 서방네는 그 누구보다 풍요로운 집이다. 하지만 이 서방네는 산꼭대기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숨어서 살며, 이사를 계속 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없다. 금은보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그럼 행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내 도깨비방망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야기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SNS와 쇼핑에 중독된 인물, 어린이의 마음을 잘 모르는 동화 작가 등. 반면 숲속펜션을 운영하는 당차고 야무진 열두 살 풀이는 도깨비방망이가 없어도 자신의 도깨비방망이를 꺼내 쓸 수 있는 아이다. 어른들이 자신이나 주변의 가치를 모르고 도깨비방망이에만 빠져 허우적거릴 때 멋지게 자신의 삶을 꾸려 가는 아이. 아이 같은 어른들에게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풀이가 진정한 행복과 가치는 무엇인지 통쾌한 메시지를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