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1부 꽃을 피우며 선운사 동백 / 칸나가 피는 오후 / 산수유 / 할미꽃 무덤 / 4월 / 목백일홍 / 여름 코스모스 그 여자 / 장미꽃은 아무 때나 핀다 / 사선에 걸려든 풍경 / 낙화 / 꽃무늬 방독면 / 실업이 익어 가는 동안 / 나비 날다 2부 노을을 굽다 노을을 굽다 / 뿌리의 내력 / 습지의 자식들 / 폐가 / 머니 코드Money Chord / 본분과 본능 / 어머니와 황태 / 노을 / 비 오는 날 / 어머니의 달 / 손익계산서 / 기억을 열다 / 입몰로 향하는 축제 3부 마음의 행간 하루 / 삼류 / 역습 / 거미 / 디 엔드The End / 한파주의보 / 로그인 / 바다의 배후 / 삼복 / 홍등가의 여자 / 유월 / 먹이 사슬 / 해빙기 / 여행에 지치다 / 부엉이 집 4부 낮은 음계 풍랑주의보 / 눈물의 뼈 / 낙산사에 들다 / 흑백 사진 / 겨울 솟대 / 솔베이지의 눈물 / 마지막 계절 / 소름 / 겨울 바다에 갇히다 / 그림자를 삼키는 고양이 / 가을의 노래 / 가방 속의 말 / 홍수 경보 / 약점은 꼭꼭 숨겨야 하거늘 / 불면증 / 겨울밤 그리고 / 장마전선에 갇히다 / 첫눈 / 11월 해설|김경호 |
|
맹렬한 사냥꾼 여름 해가
서쪽 산등성이에 걸어 둔 붉은 고깃덩어리 가난이 아무리 빈 주머니 뒤집어 보여도 나는, 고기 한칼 너끈히 끊어 사랑하는 그대들과 밤 익어 가도록 파티를 열겠네 이글거리는 눈빛 위에 노을 한 점 노릇하게 구워 놓고 목구멍에 착 달라붙는 소주 한 잔과 거하게 싼 상추쌈에 볼 미어터져 눈물 반 웃음 반 찔끔거리다 보면 무능한 살림살이 모처럼 어깨 쭉 펴고 환하게 빈곤 치대며 살아내겠네 --- 「노을을 굽다」 ------------------------------------------------------------------------ 이른 아침부터 오케스트라 연주회다 나비넥타이 맨 은행나무 바람에 몸 맡기고 지휘봉 힘차게 젓는다 새싹 쓰다듬는 플루트 기다란 손가락이 비단처럼 보드랍다 호수 위를 통통 튀어 다니는 바이올린의 푸른 왕관을 써 보고 싶다 첼로같이 우직한 사내 저음을 켜며 일터로 향한다 비올라 목청 아이들 노랑 병아리로 치장하고 거리로 쏟아진다 꽃잎 가득 매달려 있는 클라리넷의 발랄한 음계가 터질 듯 부푼다 검푸른 바다를 칠 때마다 들썩이는 피아노 선율에 청중이 압도당한다 --- 「비 오는 날」 ------------------------------------------------------------------------ 하늘거리는 연분홍 블라우스 여미면서 봄날이 떠나간 도로 한 귀퉁이 수다쟁이 여름 붙들어 세워 두고 여자가 도착했다 늘씬한 큰 키에 걸친 푸른 원피스 자락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차창 밖으로 휘파람 날리는 사내들 눈빛이 위태롭다 한 올 한 올 짜 내려간 노른자 같은 시간들이 너무 느슨하거나 너무 팽팽하게 당겨지는지 새빨간 립스틱만 자꾸 덧칠하고 서 있는 여자 계절은 지나온 시절을 복사하다가 붉은색 잉크를 엎질러 체감온도 급상승을 찍고 있는데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한낮 타는 목 길게 빼고 싼 티 나는 웃음 치대며 여름을 팔고 있는 그 여자 칸나 --- 「칸나가 피는 오후」 |
|
이이화 시인은 결코 순간의 고난과 슬픔을 맞이하여 회피하거나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들판에 던져져 자라나는, 결코 기죽지 않는 “싱싱한 잡초” 같은 강인한 생명력을 발산하는 발랄함과 건강한 시 정신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자연의 아픔이, 현대의 아슬아슬한 대량 소비, 대량 생산만이 미덕이라 맹신하다 결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맞이하고,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들 현재의 아픔과 다르지 않음을, 우리에게 모든 자연 생명이 소중함을 넘어 숭고함을 역설하고 있다. 어렵게 휘몰아치는 생의 물결을 건너 잠시 멈추어 선 지금, 결코 녹록하지 않았을 이이화 시인의 시의 역정이 앞으로는 더 새롭게 더욱 빛나기를 기대하며, 첫 시집을 엮는 시인의 노고와 고뇌에 박수와 격려를, 그리고 다음 시집에서는 어떤 변모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더 크고, 더 인상적인 문학의 성과물로 다가올지 기대를 걸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