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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5
1부 나에게 생은 날마다 첫사랑이다 오늘 내가 떠난다면 13 어머니의 밥상 14 길 16 기도는 아름답다 17 나와 임은 18 나에게 생은 날마다 첫사랑이다 19 혼술 20 사소한 그리움이 21 사랑은 늘 사랑이다 22 오늘 24 나는 25 찰나를 사랑하다 26 지독한 그리움들 27 절대는 없다 28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풍경을 가진다 29 숲이라고 다 숲은 아니다 30 세월 32 나 저 개를 스승으로 삼겠다 34 2부 나에게 생은 날마다 첫사랑이다 인생의 마지막 종을 자신이 친다는 소릴 들은 적이 없다 37 보내다 38 한때의 상처 40 모든 것은 너로 하여 42 다시 온 정갈한 가인같이 43 고삐를 생각하다 44 겨울 산정은 늘 단호하다 46 그리움 47 부활 48 상식을 밥 먹듯이 어기면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 49 신新 파장罷場 50 시와 유서 52 생명은 좌파를 모른다, 좌파 같은 DNA를 가졌을 뿐이다 53 사랑과 미움은 변함없이 우리를 단련시키는 잣대로서 하루를 건너갈 것이다 54 공기 56 벼들은 물을 길어 밥을 만들고 있다 58 우체국 옆 공사장 60 야간 조업 나간 조 씨 62 빈틈 64 3부 오, 은혜여! 오, 은혜여! 67 비는 내려서 68 봄의 전령을 기다려 69 복사꽃 엽서 70 벼랑 끝 71 꽃샘추위 72 가을의 노래 73 이 늦은 가을에 74 강의 언어 76 무정 77 겨울나무가 되어 78 쉬지 않는 수레바퀴 79 허공과 그리고 80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두고 볼 일이다 81 다시 살아온다면 몰라도 82 영춘화 83 다시 4월에 84 화안하다는 말 85 4부 고맙고, 고맙다 외박한 신발 주인 89 바람의 옷 90 나는 날마다 주방으로 일하러 간다 92 건강 주스를 만들다 94 외박하는 여자 2 96 내가 왜 이러지 97 다홍빛 사랑 넘으려니 백설이 앞을 가려 98 병원 가는 길 100 와유臥遊 102 산 자의 걱정 104 잠시, 기적을 보다 105 폐암 106 왔어요, 데레사 108 좋은 건 사랑이여 110 뚝 111 뚝 2 112 데레사! 114 나는 내가 밉다 116 빈집 118 고맙고 고맙다 2 119 그렇게라도 자주 오시오 120 소천 기도 121 요즘의 일 122 요즘 124 해설|그리움과 회한의 사부곡思婦曲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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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복사꽃밭 옆길을 걸어간다
봄볕이 어깨를 데우고 저만치 앞서간 사람의 등도 떠밀고 간다 추우니 나가지 말라고 붙잡더니 시절이 바뀌었다고 팔을 잡아끄는 긴 팔을 좀 보소 꽃잎 아래 소풍 나온 벌들의 함성 물결 시방 내가 본 것은 분명 생존 본능이었지 아마 화안하다는 말 복사꽃밭 가를 지나면 세례 받듯 넘치네 --- 「화안하다는 말」 전문 우두커니 혼자되어 기도하는데 누군가 옆에 앉는 것만 같다 보이지 않아 볼 수 없고 말을 붙여도 응답이 없고 손을 잡아도 잡히지 않네 잘 지내라고, 주님께서 위로해 주실 거라고 더는 아프지 말고 나비처럼 날아다니라고 먹어야 산다고 닦달하지 않을 테니 웃으라고 그래,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내 마음속 기도 방에 자주 와서 묵묵히 앉았다 가시구려 어설픈 내 모습 오래 보고 가시구려 기도 중에 한 가지 이건 확실하오 ‘잘못한 거 용서하오, 사랑합니다’ --- 「소천 기도」 전문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 선택되어 살고 있다는 것에 크게 감사하는데 나를 선택하신 첫 고삐는 누가 잡아주신 건가 어려서는 부모님, 학교 다니면서는 선생님, 친구들 세상에 나와서는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랑 이웃들 종교를 갖고부터는 하느님, 결혼을 하고부터는 아내 시를 알고부터는 시와 시의 벗들 그리고 살아가면서 나에게 은혜를 베푸신 분들, 그런데 외적인 것은 차고 넘치지만 보이지 않는 고삐의 조종자를 보고 싶은 것이다 살아서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몹시 보고 싶은 게 이즘의 희망이다 세상의 외적인 것에서 크게 실망하여 다 버리고 싶고 잊고 싶은 거다 이럴 때 길을 나서서 내 의지를 불태운들 나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이에게 고삐가 잡혀 있어서 순수한 내 의지는 발휘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유령의 나날들 속을 들락거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있으면서 없는 것인가 그런 나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임이 몹시 그립다 --- 「고삐를 생각하다」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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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기 시인은 첫 시집을 상재한 이후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자연에 바탕을 둔 섬세한 서정을 바탕으로 시를 써 왔다. 더 나아가 나와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로, 편안하지만 어딘가 아릿한 슬픔이 배어 있는 시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불가해한 시들이 좋은 시인 양 우리 시단에 넘쳐나는 이 시대, 시류에 흔들림없이 어느덧 노년을 맞은 시인이 바라보는 사물들은 안쓰럽고 애잔한 존재들이지만 웅숭깊고 강인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박창기 시인의 시는 현학적이거나 난해한 문장들을 거부한다. 시인으로서 확고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과 자연을 마주하면서 울고 웃으며, 상실과 고통을 승화시켜 한 단계 높은 서정으로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의 시편을 따라 시인이 건너온 쓸쓸하고 외로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