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prologue
최초의 나의 공간 room #1 당신만의 방 위안을 넘어선 팩트 옥탑방 창문에서 바라보면 오늘 당신을 여기로 오게 한 것들 여행자의 집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에서 추락할 때 일탈에 관하여 당신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 room #2 당신과 나의 방 결핍인 줄 알았던 것의 과잉 아들이 떠나는 날 거인의 정원 오빠야 말달리자 인식하는 사람의 운명 |
오소희의 다른 상품
결혼 전에는 부모의 취향에 맞춘 공간이었다.
30대에는 집주인이 내가 살아갈 공간을 설계했다. 40대에는 간신히 작은 아파트 한 채를 가질 정도가 되었지만 건설사가 순익에 맞춰 던져준 공간에 내 취향이 세 들어 사는 꼴이었다. --- p.11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는 데 시간을 쓰기 시작하면 하루가 48시간이어도 모자랐다. 차라리 가진 것을 어떻게 가꿀까 생각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 p.26 행복을 알아보는 지혜를 찾아 지구 반대편까지 달려가던 나는 멈췄다. 찾던 것을 모두 찾아 멈춘 것이 아니라 멈출 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멈췄다. 행복해져서 멈춘 것이 아니라 행복과 불행에 담담해져서 멈췄다. 여행의 상반된 두 종착지와 여행에서 돌아온 자의 연옥을 오가는 사이 행복도 불행도 사이좋게 나를 이뤘다. 걸레를 들고 책꽂이를 닦으며 책을 옮기듯이 어제 여기 앉아 있던 행복이 오늘 불행과 자리를 바꿔 앉아도 별난 절망 없이 걸레질하는 수고를 계속할 수 있다. --- p.50 어떤 추억은 분명 액자처럼 걸어놓고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 책상 위에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올려두고 수시로 바라보는 것과 똑같은 바로 그 이유로, 사랑하는 추억을 수시로 바라볼 수 있게 과감히 집을 꾸릴 일이다. 길에서는 그런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몸을 던질 일이다. --- p.78 집에 꾸준히 나다움을 담을 고민을 한다. 그로써 집에 머무는 시간 동안 내가 나다워질 궁리를 한다. 집에서 꾸준히 탄력을 받아 밖에서 지침 없이 일할 수 있고 돌아와서는 휴식을 가꾸는 삶을 꿈꾼다 --- p.92 그냥, 만끽하기. 어쩌다 한번 엉터리 목적지를 향해. --- p.159 지금 필요한 것은 영화처럼 누군가의 또 다른 삶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다. 그냥 내 순간을 사는 것이다. --- p.182 통과하기 전에는 지금 지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밟아서 통과해야 발자국이 남고 발자국이 쌓여야 제대로 길이 된다. --- p.305 |
머묾과 떠남 사이에서 집과 여행의 의미를 다시 묻는 에세이
“집은 머무르는 곳, 여행은 떠나는 것. 이 간단한 공식이 이 책으로 무너진다.” ─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저자 여행과 집. 코로나는 두 단어의 정의를 바꾸었다. 여행은 휴식처이거나 도피처였지만 더는 아니다. 활짝 열려 있던 세상은 꼭 닫혔다. 집은 자발적인 쉼터에서 강제로 머물러야 하는 곳이 되었다. 저자는 떠남과 머묾 사이에서 방황하는, 행복을 향한 욕망을 어떻게 일상 속에서 다스릴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그리고 일상과 여행의 시공간을 오가는 섬세한 이야기들을 통해 집과 여행의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집이란 삶을 담는 그릇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공간의 씨실과 시간의 날실을 엮어 삶이란 카펫을 짜는 사람들이다. 정성스럽게 카펫을 짜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여행 중 정말로 마음에 드는 공간에 어렵게 도착했을 때 느끼는 것을 자신의 집 안에서 온전히 느끼게 된다.” “집에 머무는 시간 동안 내가 나다워질 궁리를 한다.” 집과 더불어 나를 돌보는 삶에 관하여 “여행자는 다만, 여행지에서 사용했던 칫솔과 눈이 마주쳐도 외로움이 북받친다.” ─ 본문 ‘옥탑방 창문에서 바라보면’ 중에서 여행지에서 우리는 얼마나 설렜던가? 일상은 여행처럼 설레는 것이 될 수 없는가?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지금,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장소는 바로 내 집이 아닐까. 집과 더불어 나를 돌보는 일의 중요성에 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집에서 꾸준히 탄력을 받아 밖에서 지침 없이 일할 수 있고 돌아와서는 휴식을 가꾸는 삶을 꿈꾼다.” 저자는 지난날 살아갈 용기와 영감을 주었던 여행을 집으로 들이는 실험을 한다. 집 안 타일 바닥에 발을 대면 반질반질한 돌이 깔린 중세 유럽 거리로 단숨에 점프하고, 매일 아침 커튼을 열며 “마추픽추에서 태양신께 제의를 올리는 잉카인들처럼” 새 하루의 햇빛에 감사하며, 단돈 3만 원이면 구할 수 있는 해먹을 천장에 걸어두고 우붓에서 처음 경험한 플라잉요가 수업의 감동을 날마다 추억한다. 행복의 지혜를 찾아 지구 반대편까지 달려가본 이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이유! 집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는 그곳에 함께 머물렀던 이들과의 추억을 소환한다. 한국과 해외를 반년씩 오가며 생활하던 저자는 “아이를 낳았고, 육아의 황금기를 보냈고,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던 곳” 서울 부암동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마침내 정착한다. 부암동에 평생 염원하던 집을 짓고, 생애 최초로 자신만의 취향을 온전히 발현한 공간을 꾸리는 동안 저자는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놓치고 살던 소중한 일상의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가령, 다락방에 앉아 책을 읽으며 저녁 햇살의 마지막 한 줄기까지 소중히 붙잡는 순간, 주방에서 파스타를 볶으며 식탁에 앉은 가족에게 맛보라고 팔을 길게 뻗는 순간을 하나씩 그러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행복은 작은 것들 속에 순간이라는 이름으로 숨어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어딘가로 떠나지 못하는 상황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하루하루 눈에 밟히고 손에 잡히는 의미 부여”로 살아가는 이야기는 ‘언제 어디에 머물러 있든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는 이에게 비로소 행복이 깃든다’는 한 줄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지구 반대편까지 달려가본 베테랑 여행가가 찾아낸 삶의 지혜이기에, 마음으로 다가오는 울림이 색다르고 그 여운 또한 길다. |
집은 머무르는 곳, 여행은 떠나는 것. 이 간단한 공식이 이 책으로 무너진다. 그 위로 새로운 공식이 지어진다. ‘집=여행’. 말 그대로 집이 여행이 된다. 집 안 타일 바닥에 발을 대면 중세 유럽으로 단숨에 점프하고, 작가가 커튼을 열고 닫을 때마다 가본 적도 없는 도시의 창문들까지 생생해진다. 책 안에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떠나지 않고서도 떠날 수 있다니. 이것은 장담컨대 오소희 작가만이 부릴 수 있는 특수한 마법. 나는 그 마법에 굴복하겠다. 기꺼이. 기쁘게. -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