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작은 병에 담긴 ‘오늘’을 마시면 하루가 시작됩니다. 오늘 상회를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과 누군가의 이야기 어스름한 새벽, 그 어느 곳보다 일찍 오늘 상회가 문을 열었습니다. 주인은 수많은 병을 하나하나 반짝이게 닦고 병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합니다. 사라진 이름도 있고 오늘 새로 생긴 이름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자신의 병에 담긴 오늘을 마셔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곧이어 손님들이 하나둘 오늘 상회를 방문합니다. 바쁜 회사원과 학생들이 제일 먼저 찾아왔고,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는 아저씨, 주근깨가 매력적인 어린아이까지 뒤따라 들어왔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도 오늘 상회에 왔습니다. 할머니는 오랜 시간 이곳에 찾아온 손님이었고 주인은 늘 그런 할머니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따스한 봄으로 물들기 시작한 할머니의 오늘 할머니는 그동안 수많은 오늘을 보냈습니다. 허무하게 흘려보낸 오늘, 누구보다 열심히 산 오늘, 고되지만 행복한 오늘, 그리고…… 외면하고 싶은 오늘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오늘 상회에 가는 대신, 공원 작은 벤치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습니다. 어쩌면 자신에게 더 이상의 오늘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요? 할머니는 곧 깨달았습니다. 오늘이 자신을 간절히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멈춰 있을 것만 같던 할머니의 발걸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걸음걸음마다 차가운 눈이 녹아내리고 꽃이 피어났습니다. 할머니의 오늘이 추운 겨울을 지나 다시 따스한 봄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
그림책인데, 한 편의 긴 동화책을 읽은 느낌이다.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는 많은 것들을 전달한다.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도 아름답고 이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더 섬세하고 좋네요.
그림책 주인공처럼 나는 너무 오늘을 빨리 마셔버리는 사람인 건 아닌가?
오늘을 소중히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버린다는 말... 공감하며,
다시 한 번 긴 호흡으로 읽게 되는 책이다.
책 표지를 보면 밤이 오기 직전의 저녁무렵인가 싶다가도
책 표지를 펼치고 보면 동트는 새벽이다... 하루를 소중히 보내야 겠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깜빡깜빡.
어스름한 새벽, 오늘 상회에 불이 켜졌습니다.
오늘 병을 실은 트럭이 들어오면
주인은 간판에 불을 켜고 삐걱 소리가 나는 작은 문을 엽니다
어스름한 파란빛으로 물든 새벽을 배경으로
노랗고 따뜻한 불빛이 인상적이었던 이 페이지가 내 시선을 끌었다.
책의 표지에 적힌 글과 함께
작은 병에 담긴 ‘오늘’을 마시면,
하루가 시작됩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작은 병, 그 병에는 다름아닌 ‘오늘’, 그 시간이 담겨있다.
느리게도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그 시간 말이다.
“오늘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가지만
소중하게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린답니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인가 패널의 나이를 ‘날짜’로 계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에 적힌대로 라면 2001년 3월 26일에 태어난 사람은 2021년 3월 26일 기준 만 21세인 동시에 7,671개의 ‘오늘’을 마신 것이다.
(이쯤에서 슬몃 내가 마신 ‘오늘’을 계산해보았다가 그 숫자에 놀라 여기에는 적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오늘이 지났습니다.
눈가와 이마에는
그동안의 오늘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내게도 하루, 하루 마주한 오늘이 눈가와 이마 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켜켜이 쌓여 있고
또 그렇게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
이제껏 만난 오늘을 잘 간직하고
앞으로 만날 ‘오늘’과도 반갑게 인사해야겠다.
“여전히 소중한 오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달칵’ 소리를 내며 ‘오늘’의 병뚜껑을 열어본다.
그림책의 표지가 마음에 들어 아이에게 읽어줄 겸 구입했습니다. 오늘 상회에 가면 자그마한 병에 담긴 '오늘'을 주고 그 '오늘'을 마시면 사람들 각자의 오늘이 시작된다는 설정이 참 색달랐어요. 글 문구에 이렇게 다른 오늘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내 자신을 존재하게 한다는 문구가 참 와 닿더라구요. 아이도 괜찮았다고 하지만 아이보다는 어른인 제가 하루하루 지나갔던 오늘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