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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바다-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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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74쪽 | 566g | 140*205*23mm
ISBN13 9791165882280
ISBN10 1165882280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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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분명 갈림길인 삼약 근처여야 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엔 들어올 땐 없었던 와류(물이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흐름 - 옮긴이) 웅덩이가 있다. 물이 앞길을 꽉 가로막았다. 지나온 길이 소용돌이치는 물 아래 있을 텐데, 전혀 보이질 않았다. 탐루앙이 범람하고 있었다.
--- p.34

시리콘 잠수부들은 호수나 강바닥에서 시체를 끌어낼 때 스쿠버 장비를 이용한다. 침수된 동굴에서 잠수하기 위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잠수부들은 비좁은 통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 장비를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잠수를 중단하고 계획을 의논하기 위해 동굴 입구로 나왔다.
--- p.41

소년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또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 불어난 물은 갈 곳이 없어 동굴로 흘러들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카르스트 동굴 (석회암 동굴)은 순식간에도 홍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카르스트 산의 터널들은 지하에서 흐르는 강과 같다. 지표면 가까운 곳의 작은 통로들이 빗물을 산속으로 더 깊이 나르고, 그곳에서 통로는 넓어지고 더 큰 개울과 합류하며, 훨씬 더 큰 시내로 연결된다. 맹렬한 강물이 바위를 통해 흘러내려서, 허연 급류를 만드는 동굴들도 있다.
--- p.49

엑 코치는 동굴 바닥에 고인 웅덩이의 탁한 물을 마시면 위험하다고 일렀다. 그 물은 곧장 땅을 지나 동굴 안으로 흘러들어 온갖 해로운 세균이 득실거릴 수 있었다. 그러나 벽에서 떨어지는 물은 위쪽 바위들을 아주 느리게 통과하면서 여과되어 아마도 다소 깨끗해졌을 거라 짐작했다.
--- p.53

다이빙 장비를 장착하고 잠수복을 입은 네이비실 대원들의 강인하고 듬직한 모습은 가족들에게 희망을 줬다. 그들은 마침내 이 상황을 해결하러 온 슈퍼영웅처럼 보였다. 틀림없이 이들이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사실 탐루앙 외부에선 그 어느 누구도 동굴 내부의 물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다.
--- p.64

우리의 몸은 공기 중에서 사는 데 아주 잘 진화되어 있다. 인간의 안구 렌즈는 공기를 통해 물체를 보도록 설계되어 있고, 골격은 자신을 압박하는 대기 중 80킬로미터의 공기 무게에도 손쉽게 자기 몸을 지탱한다. 일부러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횡경막(배와 가슴 사이를 분리하는 근육 - 옮긴이)은 팽창하고 수축을 거듭하며 폐로 귀중한 산소를 공급해 준다. 하지만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뀐다.
--- p.70

동굴의 완전한 어둠은 어떤 사람들에겐 환각을 일으키고, 시야 가장자리에 알록달록 번쩍이는 불꽃이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이런 어둠 속에 머물면, 떠밀려 오는 어둠의 중압감에 억눌리게 된다. 동굴에서 사람이 마주치는 위험 가운데 가장 무서운 일은 정신을 잃는 것이다.
--- p.81

엑 코치는 축구팀이 공황의 희생양이 되게 두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소년들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리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러므로 자신이 냉정함을 유지한다면, 아이들도 냉정해질 것이다. 코치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명상하라고 말했다. (중략) 축구장에서처럼, 소년들은 코치의 지도를 따랐다. 호흡하면서, 그들은 이 동굴 안에서 다스릴 수 있는 한 가지, 곧 그들 자신의 마음의 주인이 되기로 한다.
--- pp.81~82

펌프를 최대한 가동해도 동굴 속 물은 여전히 불어났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로 보아, 번은 물이 북쪽 몽크 시리즈에서 삼약으로 들어올 뿐 아니라, 남쪽에서 동굴 주요 통로로 흐르는 게 분명하다고 여겼다.
--- p.87

번이 요청한 세 사람은 정말 아마추어 트리오일 뿐이다. 그들은 군 계급도 없다. 기술의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전문 기술 단체도 아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을 그저 취미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바로 그 ‘취미’가 지금 이 순간 소년들을 찾는 데 정확히 필요할 수도 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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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다.’ 란 말을 한다. 이건 논픽션의 힘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논픽션은 가공의 이야기보다 힘이 세다. 마지막에 당도하면, 어떤 픽션보다 큰 울림이 있다. 단, 그때까지 참아내기가 힘들 뿐이다.

그러나 논픽션이라 하더라도 누구의 시점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변주가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모두 열세 명』 은 아주 영리한 논픽션이다. 축구팀 아이들이 탐험을 떠나고 동굴 속에 고립되고, 구조되는 일련의 과정을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주관적인 시점으로 이야기한다. 같은 사실을 둘러싼 사람들마다 제각각인 입장과 감정을 잘 포착해 내고 있다. 여기에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 전개는 독자를 고비 고비마다 구조 현장으로 불러들인다. 그래서 생생하며,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마지막 페이지를 닫았을 때,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은 이야기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야생 멧돼지’들이 겪었던 모험을, 지금 우리 아이들도 누릴 수 있을까? 아버지인 나는 허락했을까? 그리하여 내 아이는 야생 멧돼지들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아이들의 모험이 용인되지 않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게 많다고들 한다. 그러나 『모두 열세 명』 은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잘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논픽션을 읽었을 뿐인데, 톨스토이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처럼 많은 생각과 감동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 최삼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기획/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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