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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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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홀 (큰글자도서)
[도서] 미확인 홀 (큰글자도서)
김유원 저 한겨레출판
0% 36,000
미확인 홀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64g | 128*188*30mm
ISBN13 9791160409505
ISBN10 116040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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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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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로 한 번, 세로로 두 번 접힌 A4 용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종이를 펼치자 세 글자가 나타났다. 블랙홀. 단정한 글씨체였다.”
--- p.8

“잘 봐래이.” 희영이 이마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돌을 던졌다. 납작한 돌이 햇살을 자르며 물 위를 튀었다. 돌이 튈 때마다 희영이 큰 소리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희영이 여덟이라고 외친 순간 바위에 부딪친 돌이 갑자기 공중으로 떠올랐다. 풍선처럼 둥둥! 그렇게 6초 정도 있다가 모래만큼 가늘게 부서지면서 바위 뒤로 빨려 들어갔다.
--- p.38

젊으니까 뭐라도 해보라는 말을 듣던 시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누구를 만나보라는 말을 듣던 시기도 빠르게 지났다. 다시 세상에 나가보자고 마음먹었을 땐 배려가 아니면 새로움을 제안받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작은 실패를 연거푸 했다. 그때마다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숨었다. 기어코 찾아내는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찾는 사람이 없으면 숨을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이젠 뭘 해야 하는 걸까?
--- p.52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것이 아는 건 결국 잃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며 순옥은 살아왔다. 버리거나 버려지는 것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p.112

필성은 자신이 삶에 단단히 박음질 된 사람이란 걸 알았다. (…) 누구에게나 그럴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박음질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어떤 사람은 대롱대롱 매달린 기분으로 평생을 살기도 한다는 걸 몰랐다.
--- p.135

정식은 시동을 걸며 결정했다. 오늘처럼 볕이 좋은 가을이나 꽃 피는 봄에 죽으면 선산에 묻히고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 죽으면 화장하기로. 그렇게 암 환자가 내려야 할 결정 중 하나를 해치웠다.
--- p.163

“그런 일을 당하면 따져요, 따져. 살아보면 돈 몇 푼보다 그런 게 더 중요해. 따져야 할 때 따지는 거.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어쩔 수 없지 하면서 하나둘 넘기다 보면 그게 다 곪아서 병나요. 그러니까 억울한 일 당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바락바락 따져요. 분이 풀릴 때까지 따져. 아직 살날이 많잖아. 그래야 살 수 있어.”
--- p.271

그러니까 산책은 도시의 습관이었다.
--- p.290

희영의 가방 안에는 망원경이 있었다. 다 큰 어른이 망원경을 가지고 다니는 건 좀 이상했지만, 그래도 그건 희영의 시선이 바깥에 있다는 증표였다. 뭔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자살할 확률은 낮다. 정말 위태로운 사람은 자기 안에서 답을 찾으려는 사람이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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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필희가 저수지 근처의 미확인 홀 속으로 사라진 이후의 이야기다. 그러나 서사는 그 사건을 추적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인물들의 삶과 그들 각자가 내면에 품은 공동(空洞)으로 독자를 이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 작가는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그 생의 진실을 커다란 감동과 위로로 바꿔놓는다.
- 김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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