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서 갑자기 속 좁고 기운 없는 노인으로 변하긴 쉬워도, 하루아침에 건강하고 근사한 어른으로 환골탈태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법이다. 강한 체력으로 인생이 달라졌다고 자만하지 말고 거기서 멈춰서도 안 된다. 그 달라진 인생도 어쩔 수 없이 ‘나이 듦’에 영향을 받는다. 육체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가짐, 태도, 관계, 습관, 그리고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챙겨 가며 생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 p.9 「들어가는 말」중에서
품위는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 길러 온 인격을 표현하는 태도다. 타인을 배려하거나 약자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 선택이며, 내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이런 미덕들이 방을 꾸미고 옷을 차려입는다고 쉽게 쌓이겠는가. 하루아침에 생기기 어렵고, 가짜로 만들어 내면 금세 탄로 난다.
--- p.34 「삶이 꼬일지라도 품위는 잃지 않기」중에서
너무 가깝지 않고 멀지도 않으면서, 한 달에 한 번쯤 꾸준히 이어 가는 사이. 만날 때마다 지적인 자극을 받아 쪼그라드는 호기심 풍선을 잔뜩 부풀리는 모임. 근사한 것을 함께 누리고 의미 있는 일에 힘을 모으면서,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지켜보는 관계는 일종의 ‘도반’이라 하겠다. 이런 유유상종이야말로 노후의 널널한 자유와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게 해 줄 값진 재산이다.
--- p.43. 「취향이 맞는 유유상종 모임 만들기」중에서
누구든, 언제든, 홀로 살아야 할 노년의 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부부였을지라도 한날한시에 세상을 등지긴 어려우니까. 그런 날이 급습한다면 어쩌나. 두 어머니들처럼 꿋꿋이 지낼 수 있을까.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어 볼 모험심은 생길까.
--- p.84 「뒤늦게 찾아온 ‘모험’을 놓치지 말기」중에서
나이 들면서 우리가 더 숱하게 느끼고 전해야 하는 마음은 고마움과 미안함이다.
나이 듦의 다른 이름이 지혜라면, 그 덕목은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더 빛을 발해야 한다. 어려서는 잘 몰랐고 젊어서는 자존심 때문에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는 이가 없다는 경험을 무수히 해 놓고, 나이 들어서도 또 반복할 것인가.
--- p.148 「속마음을 제때, 제대로 표현하기」중에서
대단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이 평범한 토요일을 위해, 다들 5일의 힘든 노동을 견뎌 낸다. 50대 중반을 넘기고 보니 알 것 같다. 별 탈 없이 보통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사실을. 각자 아픈 데 없고, 별 걱정거리 없고, 집안에 큰 문제가 없기에 토요일에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우리에게 이런 토요일이 대체 얼마나 남았을까.
--- p.160 「평범한 일상이 ‘선물’임을 깨닫기」중에서
점점 세상 물정에 어두워지고, 기계와 디지털에 취약해지고, 주위에 의논할 사람조차 적어지는 나이 든 이들에게 사방은 그야말로 지뢰밭처럼 변한다. 뒤늦게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 봤자, 이미 당한 피해를 복구하기란 쏟아진 물을 주워 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지금 노인들뿐 아니라, 나에게도 금세 다가올 슬픈 현실이다. 그렇다 해도 가급적이면 정신 줄 똑바로 부여잡고 나름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다. 어렵고 헷갈린다고 나 몰라라 하지 않고, 그동안의 경험과 배움에서 우러나온 내 지혜를 믿어 보리라. 두 어머니께도 늘 당부하지만, 나 또한 쉽사리 호구되지 않기 위해 되새기곤 하는 전제가 있다.
--- p.190 「호구 안 되게 정신 줄 똑바로 잡기」중에서
살면서 누린 행복하고 짜릿한 경험, 그뿐만 아니라 때론 고통스럽고 힘에 버거웠던 파란만장한 기억조차 나이 든 이들에겐 강력한 생기를 돌게 하는 수액이 된다. 그러니 두고두고 곱씹을 행복한 기억을 많이 저장해 가는 것만큼 효과 백배인 노후대책도 없다. 60에도70에도 내 기억의 웹하드에 새로운 행복 데이터를 갱신해 나가야지. 어쩌면 시어머니처럼 팔순에 노인회 총무, 아니 회장직을 맡을지도.
--- p.208 「두고두고 곱씹을 ‘행복 기억’ 저장하기」중에서
인간은 누구나 나이 들고, 노화와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두려워만 하거나 삶의 의욕을 잃어버려야 쓰겠나. 세상 이치가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기 마련이다. 나이 들어가는 길목에 선 우리는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잃는 쪽을 아쉬워하며 계속 억울해하겠는가. 아니면 얻는 편에 초점을 맞추고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텐가. 이 책은 ‘쇠해 가는 육체와 정신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늘어난 자유와 시간을 잘 누려 보자’는 의미의 다독임이다.
--- p.230 「나가는 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