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7년 09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581쪽 | 680g | 132*225*35mm |
ISBN13 | 9788937461569 |
ISBN10 | 8937461560 |
발행일 | 2007년 09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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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81쪽 | 680g | 132*225*35mm |
ISBN13 | 9788937461569 |
ISBN10 | 8937461560 |
10월에 이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었습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하여 책읽기를 제안하신 헤라스님으로부터 7가지 문제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고전독서회에서는 4가지 정도의 주제를 논의하여왔던 것인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경우는 제안하였던 헤라스님의 열성이 크셨던지 무려 13가지의 주제를 논하게 되었습니다. 예정된 시간 안에 논의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1. 책을 읽고 나서 인상이 깊었던 단어 2개와 선정 이유를 설명해 보세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복잡하게 얽어매는 단어는 사랑과 욕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아버지 표도르는 이기주의와 탐욕의 상징으로 두 아내 사이에서 얻은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에 더하여 동네를 떠도는 백치여인 리자베타 사이에서 스메르자코프를 얻었습니다. 표도르에게 여성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자식들 역시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귀찮은 존재에 불과하였습니다.
자식들의 여성관도 복잡하기는 매 한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첫째 드미트리는 표도르의 첫 번째 아내 아젤라이다 사이에서 얻은 자식인데, 방탕한 남편에 질린 아젤라이다가 다른 남자와 정분이 나서 집을 나가면서 3살 된 드미트리는 부모 모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셈입니다.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부유한 상속녀 카체리나와 약혼을 하는데 아버지가 눈독을 들인 그루셴카에 꽂혀 아버지와 삼각관계를 이루게 되고, 결국은 아버지 살해범으로 몰리게 됩니다.
둘째 이반과 셋째 알렉세이는 두 번째 부인 소피아의 소생입니다. 소피아는 불행한 삶을 마감하기 위하여 표도르와 결혼을 하지만 지참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도르의 구박을 받았습니다. 착한 성품이었지만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이반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수재인데 형 드리트리의 약혼녀 카체리나를 연모하게 됩니다. 스메르자코프로부터 ‘표도르를 죽인 진범은 나지만 당신 또한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느냐’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그의 범행을 교사했다는 자책감에 빠지게 됩니다.
셋째 아들 알렉세이는 수도원의 조시마 수사 문하생으로 공부를 하는 박애주의자 수도사입니다. 이야기의 화자로 사랑과 욕정으로부터 객관화된 존재입니다.
스메르자코프는 리자베타라고 하는 백치여인이 낳은 아들로 표도르의 사생아라는 소문입니다. 표도르의 집사이자 요리사로 신뢰를 받고 있지만, 비열하고 잔꾀가 많은 인물입니다.
2. 스메르자코프는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이반의 사주를 받아서라고 합니다. 정작 3,000루블은 이반에게 돌려주고 본인은 아버지의 살인자라는 유서도 없이 그냥 자살을 합니다. 그렇다면 스메르자코프가 자살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스메르자코프가 표도르를 살해한 이유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표도르가 그루셴카에게 주려고 준비한 3000루불을 노리고 표도르를 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표도르를 죽인 진범은 나지만 당신 또한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느냐’라고 하면서 훔친 돈을 이반에게 전하고 자살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가 표도르를 죽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무엇도 남겨놓은 것이 없어 드미트리가 표도르를 살해한 것으로 재판이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스메르자코프가 자살한 이유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다만 “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자신이 천하게 난 것을 스스로 가슴 깊이 한탄하였다.”라는 홍길동전의 대목이 생각났습니다.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그런 자신을 태어나게 한 표도르에 대한 원망이 쌓여가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도 친부살인의 죄를 이반과 나누려 할 정도로 비열한 인성의 소유자라는 생각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반과 대화를 하는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두 분(표도르와 드미트리)의 역정이 더 심해지는 바람에, 어떨 때는 너무 무서워서 콱 자살이라도 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요”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아버지 표도르를 죽인데 이어 스스로를 죽여서 드미트리를 사지로 몰고, 이반을 죄책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려는 간교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3. 스메르자코프는 태어날 때부터 반사회적인 인물인가요, 아니면 환경에 의해서인가요? 스메르자코프의 인성과 삶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작품해설을 보면 스메르자코프는 ‘태어남과 동시에 어미를 죽이고 자신의 삶 자체를 악의와 살의로 가득 채웠다가 제 아비를 죽이고 끝으로 자기 자신을 죽인다.’면서 악의 화신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자신의 운명과 세상을 얼마나 증오하였으면 죽을 때까지도 화해를 거부한다’라고도 하였습니다.
이야기 속에서도 스메르자코프는 자신을 키워준 그리고리와 마르파 부부를 싫어하고 그들의 애정을 이용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오만하고 타인을 혐오하였는데, 어머니의 중증 자폐적 성향과 아버지의 냉혹하고 이기적인 성향이 합쳐진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요리에 대한 그의 창의적 재능을 발견한 표도르는 이례적으로 유학비를 대주고, 하인 겸 요리사로 거둬드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발등을 찍은 셈입니다.
유가의 사상가 순자(荀子)는 ‘사람의 본성은 악하며, 날 때부터 이익을 구하고 서로 질투하고 미워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싸움이 그치지 않기 때문에 예의를 배우고 정신을 수련해야 한다’는 성악설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맹자(孟子)는 ‘사람의 본성은 본래 착하고, 누구나 측은, 수오, 사양, 시비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수양을 통하여 인의예지덕으로 발전한다’라는 성선설을 주장하였습니다.
스메르자코프의 경우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반사회적인 본성을 갖춘 것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불후한 처지에서 자라면서 반사회적 성향이 강화되어간 것으로 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그루센카와 카챠가 미챠를 사랑하게 된 동기는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둘은 여전히 미챠를 사랑합니다. 카챠의 도움으로, 그루센코가 미챠와 함께 아메리카로 탈출하고 평생을 함께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의 방식은 무엇이고, 카챠와 그루센코의 마음은 어떠하다고 생각하나요?
카체리나(카챠)는 아버지의 빚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드미트리의 도움을 받아 그와 약혼을 하게 되었는데, 진정한 사랑보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반을 만나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음을 느끼게 되었으면서도, 드미트리가 그루센카에 빠졌다는 사실로 자존심이 상한 그녀는 드미트리와의 약혼을 유지하려합니다. 결국 친부살해의 혐의를 받는 드미트리의 결심공판에서는 드미트리로부터 받은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하여 유죄판결을 받도록 쐐기를 박게 됩니다. 이 편지는 유산상속문제와 그루첸카를 두고 표도르와 충돌하게 된 드미트리가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쓴 것으로 정황증거가 된 셈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루센카는 마을에서 평판이 나쁜 고리대금업자인데 첫사랑이던 폴란드 장교로부터 버림을 받은 뒤에 늙은 상인의 정부가 되었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표도르와 드미트리가 연정을 드러내자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이익을 추구하였던 것이지 진정한 사랑했던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다만 폴란드 장교로부터 다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마을을 떠났다가 뒤쫓아 온 드미트리와 폴란드 장교가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옛 사랑의 속셈을 알게 되면서 드미트리에게 마음이 기울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루첸카와 카체리나가 드미트리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볼 수는 없을 듯합니다.
5.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내용에서 "카라마조프가적"이라고 말합니다. "카라마조프가적" 이란 의미는 무엇이며, 이중 가장 마음이 가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성일 다르니 스메르자코프를 제외하고 카라마조프가의 사람들 4명의 성격은 각각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 표도르는 탐욕스럽고 격정적이며 이기적이기까지 합니다. 큰 아들 드미트리는 표도르 만큼이나 격정적이고 본능에 따르는 성향입니다. 둘째 아들 이반은 지적이고 냉정한 무신론자이나 심약한 측면이 있습니다. 막내아들 알렉세이는 순수하고 경건한 신앙인으로 박애주의자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성향의 가족들을 카라마조프적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결국 카라마조프적이라는 단어는 이들 네 사람들에게서 한 사람 한 사람에도 돋보이는 성향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어떤 때는 탐욕스럽고, 어떤 때는 동물적이고 격정적이며, 어떤 때는 지적이고 냉철하며, 또 어떤 때는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인데,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은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이었다고도 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성향을 카라마조프가 사람들에게 각각 나누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성향이 각각 다른 네 사람 가운데 마음이 가는 사람을 고르라고 하면 각자의 성품과 취향에 따라서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이반을 고르게 될 것 같습니다.
6. 카라마조프가에서 아버지와 형제들 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그리고 마지막에 이반과 알료샤가 미챠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이반은 도덕적인 죄로 아버지의 살인죄를 떠맡으려 합니다. 가족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에필로그의 "1. 미챠 구출 계획"을 읽어보세요)
이반은 스메르자코프로부터 아버지 표도르를 살해했다면서, 이반 역시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 아니냐는 증언을 듣게 됩니다. 즉 표도르를 살해한 사람이 드미트리가 아니고 스메르자코프라는 진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동시에 자신 또한 아버지를 살해하고자 하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20년의 시베리아 유배형을 받은 드미트리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시베리아로 가는 드미트리를 도중에 빼돌려 국외로 탈출시키려는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고, 알렉세이의 동의와 카체리나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설명을 들은 카체리나는 드미트리의 탈출에는 동의하나 탈출한 드미트리가 그루첸카와 함께 국외로 나갈 것이라는 말에 발끈하여 법정에서는 드미트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입니다.
이 질문은 당시의 러시아라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사법제도에서는 죄과에 대한 형벌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소명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려는 취지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근대 러시아의 사법제도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피의자의 범행사실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물증보다도 검찰과 판사의 판단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형의 집행과정도 느슨한 점이 있었던 까닭에 시베리아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탈출모의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오심으로 부당한 형을 받은 드미트리를 위하여 이반이나 알렉세이가 탈출을 모의하게 된 것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반이 아버지의 살해를 사주했다는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하여 드미트리의 탈출을 모의하게 되었다기보다는 살해시도를 하지 않은 드미트리에게 내려진 오심의 굴레를 벗어나게 해주려는 형제애의 발로였다고 보아야하겠습니다. 사실 드미트리 역시 이반처럼 아버지를 살해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 듯해서 말입니다.
7. 에필로그<3. 일류셰치카의 장례식>에서 얄로샤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 슬하에 있을 때 갖게 된 추억보다 더 숭고하고 강렬하고 건강하고 유익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어릴 적 추억은 무엇인가요
알렉세이가 일류세치카의 장례식에서 이 말을 했는데, 사실 알렉세이의 어린 시절은 숭고하고 강렬하고 건강하고 유익한 무엇이 있었을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잊어버릴 만하면 한 꼭지씩 쓰고 있기는 합니다만, 1년반쯤 전에 경관기행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제가 살던 집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으니 일종의 회고록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일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관기행에 담기는 내용을 결국 토막 난 추억이 더 잊히지 않도록 기록으로 옮기는 작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이라는 시간의 범주가 분명치 않아서 어떤 추억을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으로 죄와벌을 처음으로 접하고 정말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왜 그토록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늦게서야 읽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청소년기에 읽으면 훨씬 더 좋을 내용이라 아직은 학생인 두아들들에게도 적극 추천했다.
그후에 작가의 필력에 반해 홀린 듯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구매하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 이 작품을 만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 어느정도 인내심이 필요했고 한동안 텀을 두고 읽어서 인지 몰입감이 떨어져 아쉬운 면이 있었다. 언젠가는 긴 호흡으로 한번에 정독하며 다시 읽어봐야겠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복음서 12 : 24) (p. 5)
나는 1권만 읽고는 “밀알 하나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라고 썼었다.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밀알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착각은 2권까지 이어져 “드디어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었지만, 여전히 많은 열매는 보이지 않는다.”, 라고 썼다. 많은 열매가 보이지 않을 수밖에. 비로소 3권에 등장하기 때문이다.(이 열매는 3권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카라마조프 씨!” 콜랴가 외쳤다. “정말로, 진짜로 종교에서 말하듯, 우리 모두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되살아나 생명을 얻고 서로서로를, 모든 사람을, 일류셰치카를 다시 보게 될까요?”
“꼭 되살아나서 꼭 다시 보게 될 것이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즐겁고 기쁘게 서로서로 얘기하게 될 겁니다.” 반쯤은 웃고 반쯤은 환희에 젖어 알료샤가 대답했다.
“아,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콜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p. 555)
뒤에 이어지는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딸과 아들을 잃었다. 아들은『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주인공 알렉세이와 같은 이름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78년 5월 알렉세이를 간질 발작으로 잃고,《러시아 통보》에『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1권에서 작가로부터 받았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나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의 전기를 시작함에 있어 나는 다소간 의혹에 빠져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내가 비록 알렉세이 표도로비치를 나의 주인공이라 부르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전혀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까닭에, 다음과 같은 종류의 질문들이 불가피하게 튀어나올 것임이 미리부터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즉, 당신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로비치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뛰어나단 말인가, 당신은 왜 그를 주인공으로 골랐는가? 그가 무슨 그럴듯한 일을 했단 말인가? 누구에게 무엇으로 유명하단 말인가? 독자인 내가 왜 그의 인생의 사실들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해야 한단 말인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p. 11 작가로부터)
3권까지 읽으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의혹은 공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알렉세이는 위대한 사람이다. 밀알 하나의 죽음을 많은 열매로 이어지게 만드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아, 아이들이여, 사랑스러운 벗들이여, 삶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뭐든 참되고 좋은 일을 한다면 삶이란 정말 좋은 것입니다!”
“그래요, 그래요!” 소년들이 환희에 차서 이렇게 반복했다. (p. 554)
마지막에 알료샤(알렉세이의 별칭)는 많은 열매와 손에 손을 잡고 간다.(p. 555) 곧 떨어질 손이지만, 그 추억만으로도 열매는 사랑스럽게 자라나지 않을까. 도스토예프스키의 갑작스러운 죽음만 아니었어도 직접 확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독자들의 힘든 독서 여정은 더 길어졌겠지만 말이다. 꼼꼼하게 읽는다고 읽었는데, 3권에 이르자 오독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회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니, 꼭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