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쳐야 한다. 계획하는 원고지의 분량, 그 문장의 목적 따위에 맞춰야 함은 물론이다. 예컨대, ‘국어’에 관한 주제로 1천자의 글을 쓴다고 하자. 자세히 쓰고 넓게 쓰려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라리라. 그 분량 그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알맞은, 과부족 없는 좁은 주제를 택해야 한다. 이에는「주제 좁히기」와 「주제 쪼개기」가 있다.
「주제 좁히기」는 점층법적 발상에서 말미암고, 「주제 쪼개기」는 열거법적 발상에서 말미암는다. 주제가 너무 버겁거나, 제시된 조건에 넘칠 양이면 이렇게 주제를 한정해야 한다. 한정해서 쓰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로움이 있다. ① 쓰기 쉬워진다는 점 ② 실감 있는 내용이라 ‘읽힐 문장’이 된다는 점 ③ 개념 추상에 흐르지 않고, 깊이 있는 주제가 된다는 점 ④ 제한에 걸맞아 낭패가 예방된다는 점.
또한 「주제 쪼개기」의 경우에는 다음처럼 시간·공간·종류·용도 등으로 분할해 보면 유효하다. --- 기본편 중에서
명요리(名料理)가, 몇 번을 먹어도 그때마다 새 맛을 안겨 언제나 다시 먹고 싶기만 한 것이라면, 명문장이란 언제나 다시 펴들고 되풀이하여 읽고 싶기만 한 문장일 게다.
그러나 현대문장은 ‘명문’을 거부한다. 여태까지 말하던 ‘명문’은 골동품으로 치부한다. ‘문장론’도 자리가 바뀌었다. 여태까지의 문장론은 ‘미문(美文) 지상주의’――――“아름다워야 글이다”였다. 그 아름다움은 두 가지 내용을 머금었다. 하나는 ‘아름다운 묘사’요, 하나는 ‘운율의 쾌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판도가 바뀌었다. ‘문장론’――――하면, 일반문장론 곧 실용문장론이요, 생활문장론이요, 서민의 대중문장론을 가리킨다. 소설이나 (문학적)수필이나 희곡 따위는 특수문장론·예술문장론에 치부된다. 대중문장론――――그 어느 문장에서나 통할 ‘좋은 글’의 조건을 둘만 들라면 ①쉬운 글과 ②바른 글이요, 넷을 들라면 ③짧은 글과 ④뚜렷한 글이요, 마지막 하나만 더 들라면 ⑤이끌리는 글이다. --- 기법편 중에서
[꽃이란 모든 식물이 지상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것이겠지만, 유독 가자지 빛깔과 향내로 우리에게 한없는 위안을 안겨 주는 것이기도 하다. -잡지에서-]
이냥 이대로라면 ‘꽃이란 식물’이 된다. 만일 점을 찍어 ‘꽃이란, 모든 식물…….’로 한다면 뜻이 사뭇 달라진다. 그리 되면――――;
[모든 식물이 지상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것이겠지만, 꽃(만)은 (다른 식물과는 달리) 유독 빛깔과 향내로 우리에게 한없는 위안을 안겨 주는 (식물 중에서도 독특한 존재인) 것이다.]
는 뜻이 되겠다. 점을 찍음이 이 글의 표현상 합당하거니와, 안 그러면 억양법의 의의도 흐려진다. ‘꽃이란 모든 식’도 억지 표현이겠지만, 설혹 ‘모든 꽃이…….’로 바꿔도 앞뒤가 어색함을 보아도 ‘꽃이란,’ 하고 점으로 끊음이 타당함을 알겠다. --- 뻗글편 중에서
어느 편집국장은 해외로 특파되는 기자에게, 악수를 나누면서 건넨 마지막 인사는 세 단어였다.――――“facts! facts! facts!" 르포르타주 문장의 생명은 ‘정확’에 있음을 웅변하는 보기다. 다시 말하면 보고문의 절대적 요건은 ‘객관성·신뢰성·정확성’이고, 이를 한 마디로 묶으면 ‘정확’이란 얘기다. 감정이나 주관을 배제한 객관적인 위치에서, 공익과 휴머니즘에 터한 냉철한 지성으로, 과장이나 침소봉대(針小棒大)가 없는 사실주의적 표현――――이게 보고문의 기본이겠다. 그래야 자료로서, 중요한 결정의 근거가 되고, 재차 검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책결정의 근본이 된다.
또한 객관적 사실의 표현과, 보고자의 판단·추측의 표명(表明)은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 보고자의 추측이 객관적 사실로 둔갑되어서도 안 되고, 객관적 사실이 단순한 추측으로 탈바꿈되어서도 안 되겠다. 판단과 정책 결정에 하자가 끼여서는 안 되겠다. 이 판단과 추측의 확실성을 수치화(數値化)하는 통계상의 확률론도 있으나, 보고자로서는 언제나 자기의 판단·추측을 객관적으로 평가·표현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 각종문장편 「이해 위주의 문장」 중에서
①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축원합니다.
②평소 각별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③폐사 영업상의 문제로, ○○지역에는 영업소 개설이 늦어져 다소 불편을 끼쳐 왔습니다만, 금번 아래와 같이 영업소를 개설하여 ○○영업소로서 오는 ○월 ○일(○요일)부터 영업을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④사원 일동과 여러분의 기대에 성실하게 따르면서 노력하겠습니다.
⑤앞으로도 배전의 지원 부탁드립니다.
⑥――――아 래――――
「이하생략」
「귀사·무궁·축원·평소·각별·배려·감사……」――――한마디로 말해서, 격식 위주의 딱딱함을 느낀다. 용건 위주? 달의 위주(達意爲主)인 상용문이라 하더라도, 약간은 부드러운 정서가 섞였으면 좋겠다. 아무리 업무상의 경색된 실용문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축원――――감사――――용건――――첨가――――협조부탁――――첨기」의 6센텐스이나, 조금은 부드러이, 영업소의 매너나 손님 접대가 부드러울 수 있다는, 진짜 ‘영업’을 위한 배려를 했으면 싶다. ‘정서적 감화’――――그것은 그 영업소를 찾고 활용해 줄 가장 값비싼 매력거리다. 이런 경우, 약간은 틀을 허물어 편지투로 함이 효과적이다.
--- 각종문장편 「행동화 위주의 문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