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4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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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374g | 136*206*18mm |
ISBN13 | 9788937439933 |
ISBN10 | 893743993X |
발행일 | 2019년 04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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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374g | 136*206*18mm |
ISBN13 | 9788937439933 |
ISBN10 | 893743993X |
사랑의 이해 작가의 말 |
모든 관계에는 약간의 밀당이 있다. 업무적인 관계에서는 갑과 을에 해당하는 밀당, 가족 사이에서는 눈치라는 밀당이, 연애에서 밀당은 애정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하면 맞을까. 알다시피 밀당은 피곤하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기세를 잡고 싶은 마음이 더해진 밀당은 상대가 손을 놓아 끝나기도 한다. 좋은 밀당은 존재할까. 확신이 없을 때까지 솔직한 마음과 애정 표현은 숨겨두기 마련이다. 아, 내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피곤해진다. 오랜만에 읽은 연애소설 『사랑의 이해』 때문이다. 동명의 드라마 원작이라 입소문이 많이 났다. 소설은 2019년에 나왔고 그때에는 소설의 존재를 몰랐다. 드라마를 본 게 아니라서 드라마와 비교할 수 없다. 이혁진의 『누운 배』가 생각났을 뿐이다. 내가 만난 『누운 배』를 떠올리면 같은 작가일까 싶었다.
소설은 은행에 근무하는 상수, 미경, 수영, 종현 네 사람의 연애 이야기다. 은행의 업무나 근무 형태, 은행원의 일상에 대한 부분도 많이 드러나 흥미롭다. 수영과 상수는 서로에게 호감을 있었지만 상수가 약속을 펑크 내는 바람에 사이가 틀어졌다. 상수는 업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하지만 수영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수는 수영과 틀어졌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옆자리 수영에게 신경이 쓰인다. 수영이 청경 직원 종현과 사귀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수영은 상수가 아닌 종현을 선택한 것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그 둘의 관계를 다 아는데도 정작 둘은 아니라고 발뺌한다.
마음 한구석에 수영을 담았지만 상수는 대리인 미경과 연애를 시작한다. 프로젝트 때문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미경과 상수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당당하게 상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모두의 축하를 받는다.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여자였다. 능력도 집안도 모든 남자가 연애와 결혼을 꿈꾸는 그런 상대였다. 그런데 상수는 그런 미경을 만날 때마다 자꾸 수영과 비교를 하곤 한다. 미경이 골라는 옷, 미경이 선택한 것들에 자신이 끼워 맞추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주도권이라고 할까, 둘 사이의 관계가 미경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는 게 분명했다.
미경은 좋은 여자였다. 좋은 연애 상대였고 아마 좋은 결혼 상대일 터였다. 좋다고 다 갖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갖고 싶지 않다고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좋다는 것은 그런 뜻이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다음에는 좋은 여자. 어른들이 누누이 얘기하고 부모님이 불경처럼 외며 등골 휘게 깔아 준 철로가, 궤도가 진즉부터 그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108쪽)
행복에는 늘 거짓이 그림자처럼 드리우기 마련인 듯했다. 아니, 어쩌면 거짓은 조명일지도 몰랐다. 행복이라는 마네킹을 비추는 밝고 좁은 조명. (148쪽)
미경에게 상수가 느끼는 감정은 종현이 수영에게 느끼는 그것과 비슷했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종현의 집에 어려운 문제가 생기고 종현은 시험을 포기하고 더 많은 돈을 위해 다른 직장을 구하려 한다. 수영은 그런 종현에게 자신이 집에 들어와 생활하고 공부하라고 격려한다. 둘의 동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처럼 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를 위해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내어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영의 배려에 종현은 미안함이 커졌고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된 것은 분명 사랑 때문이겠지만, 사랑만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기울어 있었다. 아마 사랑일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더 깊게 생각하는 거도 지금의 자신에게는 모두 사치였다. 어쩔 수 없는 일 같았다. (160쪽)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는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순간과 마주한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걸 감당할 수 없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감당하려 애쓰는 순간 사랑은 사랑에서 벗어나 책임으로 변질되다. 그 책임에 수반된 희생은 서로를 갉아먹고 균열을 만든다. 시험에 떨어진 종현의 괴로움과 처음 동거를 제안한 수영은 지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수영과 종현의 사랑은 적당한 거리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한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서로가 보듬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활에 지쳤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에 지쳤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외롭게 견디는지 종현은 알아주지 않았다. 스스로 파 내려간 갱도 속에 혼자 있었다. 종현도 원치 않게 굴러떨어진 구덩이였고, 올라올 수 없으니 더 파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알았지만, 수영 자신 역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쳤으니까. 사랑이나 생활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사랑하는 생활에, 생활해 가야 하는 사랑에 지쳤으니까. (224~225쪽)
어디든 사랑은 시작되고 끝나지만 『사랑의 이해』에서 배경이 은행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수많은 돈이 오가지만 그 돈의 주인이 되는 일은 어렵다는 걸 실감 나게 그려낸다. 사랑에 있어 자본은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 5포 세대를 떠올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랑한다면 계급과 지위는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결혼만 현실이 아니라 사랑 역시 현실적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사랑의 이해는 가능할까. 사랑의 믿음이라면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네 사람에게는 가능했을까? 미경과 만나면서도 수영을 만나면 쉼 쉬는 기분을 느낀 상수, 자신을 사랑하는 상수의 마음을 이용하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종현을 놓을 수 없는 수영. 그 모든 관계를 끝낼 수 있는 이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아는 수영. 드라마에서는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 넷의 관계가 다다르는 끝은 가장 현실적인 맺음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이해나 믿음을 떠나 그들에게 사랑의 성장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상대를 사랑한다는게 가능한 일인가. 개를 보며 난 이 개를 사랑하고, 이 개도 나를 좋아해라고 생각을 하지만, 개가 실제로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 생각이란게 있기나할지 어떻게하노. 그 개의 눈을 보며 자기 좋을대로 생각하는거지..사람에 대한 사랑도 비슷하지.. 사랑한다는건 자기 자신의 다른 면에 대한 애정에 불과하지.
관계가 의미있는 것은 세상과 제3자에 대해서지. 혼자 맞서는 것과 같이 맞서는 것은 분명히 다르니까. 남들한테서 서로 지켜주는 관계 이것은 의미있지. 미성년자녀를 가진 부모가 흔히 하는 잘못이 자식을 남들한테 지킬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남들한테 팔거든..그걸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해. . 자기가 원하는 모습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한탄하며, 그걸 자기 자식에 대한 굉장한 사랑이라고 생각을 하는거지. 자신의 나약함을 상대한테 전가하는 것. 그래서 상대가 어떤 모습이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것. 그것을 사랑이라 우기며 지랄하는 것들이 많지. 부모가 약하면 아이가 자기가 성장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며 제대로 성장을 못할게 되는 경우도 있지.. 더 나쁜 부모는 아이가 자기 손바닥에서 벗어나는 것은 싫은데, 아이가 크기를 바라는 부모지. 아이를 미치게 하지. 마치 풍선을 꽉 움켜쥐면서, 풍선이 안 커진다고 속상해하는 것처럼. 풍선이 어떤지를 바라보지 않고, 그저 자기 욕심대로가 아닌 걸 억울해할 뿐이지.
유니콘, 상상속의 동물이라고 하지. 그러나 가능성은 거의 없더라도 실제로 있을 수는 있지. 사람이 못찾은 걸 수도 있으니. 그러나 성실한 노예 같은 것은 없지. 부려먹기 편한 노예만 있을 뿐. 존경할만한 어린이 같은 것도 없지.. 귀엽고 착한 어린이만 있겠지... 인간은 나약해서 관계 속에서 상대가 어떠한 존재가 되어주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견디지를 못해.
남녀관계도 비슷하지. 정욕이 개입되어 있을 뿐. 홀로 서지 못하는 인간의 관계는 갑을이 될 뿐이라서.
어떻게 상대를 이해를 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거지. 이해한다니 건방지네. 자기 수준에 맞추는 것 뿐이지.
소설 자체는 꽤 괜찮았음. 나름 생각할 수는 연애의 흐름을 잘 따라간 소설임. 잘 읽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