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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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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332g | 128*188*30mm
ISBN13 9791160262124
ISBN10 116026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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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어 참을 수 없었다. 결코 증오심이나 질투가 아니다. 물론 질투, 부러움, 원망, 우울, 울분, 외로움 같은 것도 있지만 그런 것 말고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즐거움, 호기심, 두근거림, 흥분 같은 것이 있어서, 고즈에의 기분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았다. 어두운 색깔의 구슬들 중에 깨끗하고 반짝이는 구슬이 적당히 섞여 있어, 보기에도 아름다운 독소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다.
--- p.28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츠네오는 뭔가를 깨달았다. 조제가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라 하나의 바람이며 꿈이라는 것을. 그것은 현실과는 다른 차원으로 엄연히 조제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 p.51

노랑과 검정이 만들어낸 강렬한 얼룩무늬가 움직일 때마다 햇빛을 받아 번득인다. 조제는 호랑이의 포효에 기절할만큼 놀라 츠네오의 옷자락을 잡는다. “꿈에 나오면 어떡해…….”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보긴 왜 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무서워도 안길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호랑이를 보겠다고…… 만일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평생 진짜 호랑이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 p.66

‘이중인격’을 가진 우네인지라, “뭐 하러 왔어? 빨리 돌아가”라고 말할 수도 있고, “잘 왔어, 천천히 놀다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네는 흉기를 숨긴 채 상냥한 태도로 유지를 맞았다. “아, 잘 어울리는데. 네 거니?”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유지는 마구 얼굴을 구기고 웃으며, “형 거야. 그냥 입어버렸어. 집에는 합숙 강습이라고 하고.” 구름도 안개도 없는 날이었다. 바다와 하늘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유지는 방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에 입을 쩍 벌리더니, 창가에 달라붙었다. 짐은 스포츠백 하나였다. “땀 흘렸지? 어서 씻어.” 우네는 유지의 넥타이를 풀어주면서, “왜 이렇게 비틀어졌니. 아직 매는 법도 몰라?” 하고 나무라듯이 말했다. 유지의 눈에 기쁨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 p.94~95

그런 즐거움이 있기에, 엷은 주근깨가 난 얼굴에 아름다운 꽃 무리가 떠올라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우네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아름답고 즐거운 기회는, 이 한 번으로 끝나야 한다고. 다시는 가질 수 없는 시간이기에, 바닥없는 열락이 피어오를 것이다. “우리, 산꼭대기 검은 땅에 커다란 구멍을 파서, 남모를 사랑의 관을 묻나니.”
--- p.102

커다란 덩치, 조금씩 배가 나오기 시작한 몸 위에, 조금 늘어진 듯한 동안이 매달려 있다. 서른둘치고는 순진한 표정에 성격도 온순하다. 그래서 여자들에게 비교적 인기가 있는 편이지만, 리에가 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중심 뼈대가 없는 상냥함이다. 그것이 어린애 특유의 천진무구한 잔혹함과 통한다는 것을 리에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어른이라고 보기에는 결함이 많은 상품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옛날에는 그 어린애 같은 에고나 순진한 상냥함이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나 일단 일이 터지고 보니 역시 결함 상품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인간이란 정말 쉽게 맹종하고, 쉽게 헤매는 존재야.’ 리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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