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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티 씽

프리티 씽

: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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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640쪽 | 708g | 140*210*35mm
ISBN13 9788947547123
ISBN10 894754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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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알아. 혹시 바네사 리블링이라고 들어봤어?”
나는 살짝 떨고 있었다. 내가 떠는 이유는 아마도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마침내 내가 그 문을 열려고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름다운 호숫가 오두막에서 시작해 사기꾼 남자와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이 싸구려 호텔에 이르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나를 데려온 곳이 이런 곳이라니. 그 믿기지 않음을 바탕으로 내 마음을 휩쓴 감정은 드디어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이제 내가 철저하게 지켰던 두 가지 규칙인 ‘탐욕을 부리지 말 것, 주인이 그리워할 물건은 건드리지 말 것’을 깨뜨리려 한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렸다.
“스톤헤이븐 안에 금고가 하나 있어. 거기 현금 100만 달러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거 알아? 내가 그 금고 비밀번호를 알아."
--- p.71

나는 많은 날을 혼자인 채로 스톤헤이븐의 방들을 돌고 또 돌면서 점점 더 새장에 갇힌 새라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따뜻한 날이면 선착장으로 내려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사진을 찍어 “사랑스러운 나의” #호수생활!이라고 쓴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에 저장해놓은 사진을, 나와 이름이 같은 낯선 여자가 올려놓은 수백만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들어 있는 나르시시스트 괴물을 키우고 있는 거야. 소셜 미디어는 그 괴물이 자라나서 우리 자리를 차지할 때까지 괴물을 먹여 기르고, 결국 소셜 미디어 밖으로 쫓겨난 본체는 그 괴물의 이미지를 소셜 미디어를 들여다보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쳐다만 보게 되는 거야. 도대체 나 자신이 만들어낸 저 괴물은 누구이며, 어째서 저 괴물은 내가 갖고 싶었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 궁금해하면서 말이야.’
--- p.251

바네사가 갑자기 나를 끌어당겨 꼭 안았을 때 바네사의 행동이 내가 해낸 작은 승리를 축하하는 의식이 아니라 내가 자신의 새로운 절친이 됐음을 알리는 의식임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애슐리랑 친구가 되어서 정말 기뻐요.”
바네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바네사는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였다. 바네사의 품속에서 나는 니나였다가 애슐리가 되었다가 다시 니나가 되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구름처럼 정해진 모양 없이 계속 바뀌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다가는 결국 내가 누군지도 알 수 없게 될지 몰랐다.
“물론 친구죠.”
애슐리는 바네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아직 당신이 미워.’ 니나가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애슐리와 니나, 우리 둘은 바네사를 안아주었다.
--- pp.308~309

그때 문득 깨달았다. 이 모든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을. 내 생각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어둠 속에서 나는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 절망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하게 만든다. 한때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자신을 지탱해주는 희망이 되게 해준다.
어쩌면 내가 떠올린 생각은 헛된 술래잡기일지도 몰랐다. 그 여자는 정말로 파리 같은 곳에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내가 로스앤젤레스의 주소를 외우고 있는 이유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로스앤젤레스의 집에는, 그 주홍색 덩굴이 있는 집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았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았다. 나는 니나 로스를 만나러 가야 한다.
--- pp.543

감옥에서 가질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비난에 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자신을 가둔 이 세상의 벽을 건설한 건축가를 찾으려고 애쓰면서 전 생애를 보냈다. 하지만 정말로 비난을 해야 할 원인을 찾으려고 할 때마다 내가 발견하는 건 단 하나였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공통분모는 나였다.
갑자기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비난이 아님을 깨달았다. 내가 느껴야 하는 감정은 비난이 아니라 창피함이었다. 내가 가진 것으로 더 많이 노력해보지 않았던 사실에 대한 창피함, 내가 걸어온 길만이 내가 택할 수 있었던 선택지인 척했던 사실에 대한 창피함을 느껴야 했다. 왜냐면 그건 사실이 아니었으니까. 그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었으니까. 내가 내 길을 만들어온 것이니까. 이 길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간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다.
--- pp.55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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