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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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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128*188*35mm
ISBN13 9791138400428
ISBN10 11384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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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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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 같은 것 따위, 하나도 없었다.
그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오전 8시 정각에 집에 돌아온 스기타 헤이스케는 3평짜리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텔레비전부터 켰다. 하지만 그건 어제 스모대회의 결과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마흔이 된 헤이스케는 지금까지의 39년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평범하고 온화한 하루가 될 게 틀림없다고 믿었다. 아니, 믿는다기보다 그건 이미 그에게는 기정사실이었다. 피라미드보다 더 움직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그래서 텔레비전 채널을 맞추면서도 화면에 자신이 소스라치게 놀랄 뉴스가 나오리라는 건 상상조차 못했고. 설령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나도 그건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 p.7

하지만 모나미는 곧바로 입을 열지 않고 지그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눈빛을 보면서 헤이스케는 퍼뜩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이상한 눈빛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모나미답지 않다. 아니, 그보다 어린애답지 않은 눈빛이다. 단지 어딘지 반가운 마음도 드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이런 눈빛이었는데…….
“여보, 내가 하는 얘기…… 믿어줄 거야?” 모나미가 물었다.
“그럼, 믿고말고. 모나미가 하는 말이라면 아빠는 뭐든 다 믿어.” 딸을 향해 웃음을 건네면서 헤이스케는 말했다.
그리고 말한 뒤에 의문을 느꼈다. 여보, 라고?
--- p.40

모나미는 그의 얼굴을 빤히 지켜보면서 말했다. “나, 모나미 아니야.”
“뭐라고?” 헤이스케는 웃음을 지은 그대로 얼굴 근육이 정지했다.
“모나미 아니야. 모르겠어?”
이번에는 얼굴 근육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래도 헤이스케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하하하. 깨어나자마자 아빠를 놀려먹어? 하하하. 하하하하.”
“농담하는 게 아니야. 정말로 나, 모나미 아니야. 당신이라면 알잖아. 나야, 나. 나오코야.”
--- p.41

헤이스케는 보상금 따위는 얼마가 됐든 상관없었다. 아니, 물론 받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액수도 많은 편이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마음은 나지 않았다. 그런 것보다 여전히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에 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운전기사가 과로 상태에서 운전 실수를 한 것 같다, 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한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왜 굳이 그런 과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는가, 라는 점이 여전히 애매하기만 하다. 돈을 좀 더 많이 벌기 위해서? 물론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돈을 그렇게 많이 벌고 싶었던 것인가. 호사스럽게 살고 싶었기 때문인가. 빚이 있었기 때문인가. 따로 여자가 있었기 때문인가. 도박에 빠졌기 때문인가. 헤이스케는 그것까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까지 명명백백히 밝혀진 뒤에야 비로소 자신에게 떨어진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 p.172

“글쎄 끝까지 들어봐. 내년이면 중학교 진학이라고 생각했을 때 바로 사립중학교가 떠오른 건 예전부터 그쪽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전혀 달라. 왜냐면 실제로 중학교에 가는 건 모나미가 아니라 나잖아.
나는 또 다른 이유에서 역시 사립중학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야.”
“또 다른 이유라니, 뭔데.”
“간단해.” 나오코는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한쪽 다리를 엑스자로 엇갈렸다. “공부가 하고 싶어.”
“뭐?” 헤이스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예상도 못한 말이었다. 놀란 끝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웃었다. 웃으면서 책상다리를 틀고 앉았다. “진짜야? 초등학생 문제를 술술 풀었다고 도쿄대 합격하는 건 아닙니다요.”
하지만 나오코의 얼굴은 흔들림이 없었다. 무표정하게 선언하듯이 말했다.
“나,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는 건데.”
차가운 목소리였다. 생김새가 어린애라서 더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헤이스케의 웃음기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내가 이렇게 되고 벌써 석 달이 지났어. 당신은 지금 내가 어떤 느낌일 거 같아? 혼자 끙끙 고민하면서, 왜 이렇게 됐는지 한탄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 pp.188-189

이런 장면을 어느 영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일 뿐, 지금 이 상황을 헤이스케의 마음속에 숨은 또 다른 인격이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헤이스케의 눈에는 나오코와 소마의 모습밖에 잡히지 않았다. 아마 그들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둘 다 꼼짝도 하지 않고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중년 남자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헤이스케는 멈춰 섰다. 세 사람의 위치가 거의 정삼각형을 그려냈다.
“아빠.”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나오코였다. “어떻게…….”
다양한 의문이 담긴 ‘어떻게’였다.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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