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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

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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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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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7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00g | 125*190*20mm
ISBN13 9788953140271
ISBN10 8953140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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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에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 무엇이든 읽고, 읽은 것은 전부 기억한 사람.” 저명한 비평가 윌리엄 엠프슨은 C. S. 루이스를 이렇게 평했다. 좀 과장한 것 아닌가 싶겠지만 문학과 철학과 고전 영역에서는 사실에 가깝다. 루이스는 열 살 때 존 밀턴의 《실낙원》(Paradise Lost)을 읽었고, 열한 살 때부터 벌써 편지에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구절들을 인용해서 적어 넣기 시작했다. 이후 평생 동안 그 습관은 계속되었다. 십 대 중반에는 고전과 현대 작품을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읽었다. 게다가 루이스는 읽은 것을 정말 대부분 기억했던 것 같다. 한 제자의 회고에 따르면, 누가 《실낙원》에서 아무 대목이나 골라 인용하면 루이스가 기억을 되살려 이어지는 뒷말을 읊곤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제자는 자기가 루이스의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꺼내 아무 페이지나 펴고 읽기 시작하면 루이스가 그 페이지의 나머지 내용을 요약했는데, 언제나 아주 정확했다고 증언한다.
--- pp.8-9

우리 가운데 평생 진정한 독서가로 살아온 이들은 여간해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의 존재가 엄청나게 확장된 것은 작가들 덕분이다. 좀체 책을 읽지 않는 친구와 대화해 보면 이 점이 제대로 와닿는다. 그는 아주 선량하고 사리 분별력도 꽤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사는 세계는 너무 작다. 우리라면 아마 그 속에서 숨이 막힐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만 만족하다가 결국 자아 이하가 된 사람은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나는 내 눈만으로 부족하기에 타인의 눈으로도 볼 것이다. 여러 사람의 눈으로 보더라도 현실만으로는 부족하기에 타인이 지어낸 허구의 세상도 볼 것이다. 온 인류의 눈으로도 부족하다. 나는 동물이 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동물도 책을 쓴다면 생쥐나 꿀벌에게 사물이 어떻게 비치는지 아주 즐겁게 배울 것이고, 온갖 정보와 감정으로 가득한 개의 후각 세계도 더 즐겁게 탐색할 것이다. 문학적 경험은 개성이라는 특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개성이 입은 상처를 치유해 준다.
--- pp.21-22

문학 수업을 하는 참목표는 학생에게 모든 “시대와 실존”까지는 몰라도 그중 태반을 “유람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편협한 관점을 벗어 버리게 하는 것이다. 좋은(당연히 서로 견해가 다른) 교사들에게 배워서, 과거가 여태 살아 있는 유일한 곳(문학)에서 과거를 접한 학생(어린 학생까지도 포함해서)은 자신이 사는 한정된 시대와 계급에서 벗어나 더 공적인 세상으로 들어간다. 헤겔이 말한 “정신현상학”을 제대로 배우면서 다양한 인간상에 눈뜨는 것이다. “역사”만으로는 그것이 안 된다. 역사는 과거를 주로 이차 문헌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몇 년씩 “역사를 공부하고도” 결국 앵글로색슨족 백작이나 기사, 18세기 지방의 대지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심정이었는지는 모를 수도 있다.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진면목은 거의 문학에서만 볼 수 있다.
--- p.38

동화 나라는 손닿지 않을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아련한 의식을 자극하면서 아이를 동요시키며(평생 풍요롭게 해 준다), 현실 세계에 무디어지거나 눈감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현실 세계에 새로운 차원의 깊이를 더해 준다. 아이가 마법의 숲 이야기를 읽었다 해서 진짜 숲을 멸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독서 덕분에 모든 진짜 숲에 약간의 마법이 걸린다. 이것은 특별한 동경이다. 앞서 말한 부류의 학교 소설을 읽는 아이는 성공을 갈망하지만 (책이 끝나면) 불행하다. 자기는 그 성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화를 읽는 아이는 갈망한다는 사실 자체로 행복하다. 대개 사실주의 소설에서와는 달리, 생각이 자신에게 집중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년 소녀를 위한 학교 소설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판타지(문학)보다 학교 소설이 엄밀한 의미의 “공상”(판타지)일 소지가 훨씬 높다는 것뿐이다.
--- p.44

영문학 교수로 일하면서 늘 보면 플라톤 철학을 배우겠다는 학생도 정작 도서관 서가에서 번역판으로라도 플라톤의 《향연》(Symposium)을 뽑아 읽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신 그보다 열 배나 더 두껍고 따분한 현대 서적을 읽는데, 온통 무슨 무슨 “주의”ism와 그 사조가 끼친 영향을 기술한 내용일 뿐 실제로 플라톤이 한 말은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온다. 겸손에서 비롯된 과오라 그나마 정감이 간다.
학생은 위대한 철학자를 직접 대면하기가 내심 두렵다. 자신이 부족해서 플라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현대 해설자보다 이 위인을 이해하기 훨씬 더 쉽다. 괜히 위대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무지한 학생도 플라톤의 말을 다는 몰라도 거의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지만, 플라톤 철학을 다룬 일부 현대 서적은 누구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내가 늘 교수로서 각별히 후학에게 신신당부하는 말이 있다. 직접 지식이 간접 지식보다 습득 가치가 높을뿐더러 대개 습득하기도 훨씬 쉽고 즐겁다는 것이다.
--- pp.51-52

요즘 시대 책들은 그 내용이 옳은 경우에는 우리에게 이미 어설프게 알던 진리를 줄 뿐이고, 틀린 경우에는 이미중병 수준인 우리의 과오를 가중시킬 뿐이다. 유일한 완화제는 우리 머릿속에 ‘역사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계속 쐬는 것인데, 그러려면 고서를 읽어야만 한다. 물론 과거라고 무슨 마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옛날에도 인간은 지금만큼밖에 똑똑하지 못했고, 우리처럼 많은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지금과 똑같은 실수는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가 이미 범한 과오와 관련해 아첨하지 않으며, 그들의 과오는 이제 백일하에 드러났기에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지 못한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어느 한쪽이 완전무결해서가 아니라 둘이 똑같은 길로 잘못 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의 책도 과거의 책만큼이나 우리를 잘 바로잡아 주겠지만, 불행히도 지금 우리는 미래의 책을 손에 넣을 길이 없다.
--- pp.56-57

신화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가져다가, 여태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풍부한 의미를 되살려 낸다. 그것이 신화의 가치다. 아이는 식어서 (밍밍한) 고기를 방금 자기가 활을 쏘아 잡은 들소라고 생각하며 즐긴다. 현명한 아이다. 현실의 고기 그대로인데 이야기에 담그니 더 맛있어진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고기인지도 모른다. 현실의 풍경이 식상하거든 거울에 비추어 보라. 빵이나 금이나 말이나 사과나 길을 신화에 담글 때, 우리는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견한다. 이 이야기가 우리 마음속에 머물러 있는 한 현실은 더 현실다워진다. 이 책은 빵이나 사과만 아니라 선과 악, 우리의 끝없는 위험과 고뇌와 기쁨까지도 그렇게 다시 보게 해 준다. 신화에 담그면 더 똑똑히 보인다. 이 방법이 아니라면 그는 다른 어떤 방식으로도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 p.113

말이 난 김에 말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는다는 것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동시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작가들의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렇게 따지자면 자기와 직업이 같거나 머리칼 색깔이 같거나 수입이 같거나 가슴둘레가 같은 모든 사람의 책도 읽어야 할 것입니다.
--- p.136

책을 읽을 때 절대로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아주 어리석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쓸모없는 장이 나올 때 주저 없이 건너뛴다.
--- p.144

여태 내가 읽은 모든 시 가운데 대체로 단테의 시가 최고다. 그런데 그의 시의 탁월함이 최고 정점에 이를 때면, 정작 단테가 하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위대한 시가 저절로 써지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기껏해야 시인은 최소한의 역할로 군데군데 살짝 손만 대서 에너지의 방향을 잡아 줄 뿐이고, 대부분은 에너지가 저절로 뭉쳐 절묘한 전개로 《신곡》(La Divina Commedia)을 이루어 나간다. …… (중략) …… 요컨대 시 예술 전반에서 최고 경지는 결국 일종의 물러남이다. 거기에 도달하려면 시인의 눈에 비친 세상 전체가 그의 뇌리에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제 시인은 길을 비켜나기만 하면 된다. 가만히 있으면 파도가 밀려오고, 산들이 잎을 흔들고, 빛이 비쳐 들고, 천체가 회전한다. 이 모두가 시를 짓는 데 필요한 소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시다.
--- pp.156-157

그런 책을 속속들이 즐기려면 독서를 일종의 취미로 삼아 진지하게 임해야 하네. 우선 나는 맨 뒤쪽 빈 페이지에 지도를 그리고, 인물 계보를 한두 개의 도표로 작성한 다음, 끝으로 어떤 이유로든 내가 밑줄을 쳐 둔 모든 단락 끝에 색인을 만들지. 사진 현상이나 스크랩북 작성을 흔히들 어떻게 즐기는지 생각해 보면, 왜 독서는 이런 식으로 취미로 삼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종종 의문일세. 꼭 읽어야만 했던 많은 따분한 책도 나는 이 방법으로 즐겨 왔거든. 손에 세필(細筆)을 쥐고서 말일세. 늘 무언가를 만드는 셈이지. 이렇게 읽은 책은 책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장난감처럼 정까지 든다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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