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7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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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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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
파일/용량 | EPUB(DRM) | 53.46MB ? |
ISBN13 | 9791167370303 |
KC인증 |
발행일 | 2021년 07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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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
파일/용량 | EPUB(DRM) | 53.46MB ? |
ISBN13 | 9791167370303 |
KC인증 |
MD 한마디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과 압도하는 서스펜스, 여기 다시 정유정이 쌓아올린 믿음직한 세계가 펼쳐진다. 소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는 자가 만들어내는 비극, 일상의 악을 그리며 '완전한 행복'에 대해, '행복의 책임'에 대해 묻는다. 인간 심연의 깊은 어둠을 직시하는 이야기 -소설MD 박형욱
1부 / 그녀의 오리들 1장 009 2장 052 3장 126 2부 / 그녀는 누구일까 4장 201 5장 233 6장 289 3부 / 완전한 행복 7장 337 8장 389 9장 444 에필로그 508 작가의 말 520 |
얼마 전 새롭게 알게 된 사람과 일요일에도 만나 점심을 먹었다.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정유정을 읽고 있다고 했다. 『7년의 밤』을 쓴 사람이고 그게 영화화도 됐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스티븐 킹으로 흘러갔다.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한 장면을 공유했고 무더운 오후는 그렇게 흘러갔다.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아서 좋았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오래 만나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유정에서 스티븐 킹으로 이야기가 매끄럽게 흘러가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어찌 됐든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나름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것이라고 자위했다. 요즘엔 이렇게 나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괜찮다. 잘 해내고 있다고. 그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라서 자뻑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나를 위로하고 응원하지 않으면 지금의 시기를 버텨낼 수 없을 것 같다.
기간을 보니 정유정의 신작 『완전한 행복』을 열흘 동안 읽었다. 페이지 터너 정유정의 책을 이렇게 길게 읽을 일이 아닌데. 요즘의 내 일이 그렇다. 집에 와서 씻고 잠깐 드러누워 있으면 공기에 수면제라도 탄 듯 잠이 쏟아진다. 그 와중에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한다. 이쯤 되면 『완전한 행복』의 주인공처럼 나 역시 나르시시스트인가. 그럼 어때.
나의 자뻑이 누군가의 행복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까. 『완전한 행복』은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읽어 나갔다. 정유정이니까. 『7년의 밤』을 읽던 밤을 기억하니까. 온전한 몰입의 기억을 갖게 해준 작가이니까. 정유정의 신간이 나온다. 무조건 산다. 닥치고 그냥 읽는다. 원래 이쯤 되면 줄거리 요약하고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작품 분석을 몇 줄 쓰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완전한 행복』을 읽는 그때의 상황, 기분, 날씨 정도를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주인공 유나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일을 하느라 행복에 대한 정의 같은 걸 내릴 여유가 없었다. 엄마가 죽고 모든 게 의미 없어진 듯한 기분으로 한동안 살다가 의미 따위를 찾지 말자고 결론을 내렸다. 삶, 죽음, 직업, 자유, 희망, 절망. 추상 명사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삶에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다짐을 했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진 않았다.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고 성공까진 아니더라도 성공의 근처까지는 가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 공수래공수거.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엄마가 듣던 김국환의 타타타의 한 소절까지. 욕심 없이 살자고 하지만 살아가는 일 자체가 욕심에 욕심을 더하는 일인 것 같다. 욕심의 원인은 행복해지기 위한 것. 책이라도 읽으니 누군가의 행복론을 듣는다. 행복이 뺄셈이라니. 요즘 말로 신박하다.
피곤한 와중에도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서 오늘의 핫딜을 보고 필요하지도 않는데 키보드를 검색하면서 무언가를 더하고 있는데.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유나는 경악할만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한다.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이 생길 때 나는 그냥 두고 본다. 상황이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무기력하다는 표현이 맞다.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지 않는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가 취할 수 있는 최대의 몸짓이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없는 것도 큰 이유다. 소설 속 인물이 행복을 위해 벌이는 일을 보면서 그게 소설 속 인물이라서 다행이라는 것보다 어떤 실화에 기반한 설정이라서 더 끔찍했다. 막장 드라마라고 욕하지만 현실은 막장에 막장을 더하지 않은가. 정유정의 신작 『완전한 행복』의 정보를 얻고자 여기까지 읽었을 누군가가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저는 문학병을 앓고 있습니다. 명의 허준이 와도 고치지 못한다는 그 병입니다. 문학과는 동떨어진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간절한 듯 아닌 듯 사실 간절하지 않은 척 지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리뷰의 형식을 빌려 신세 한탄을 하는 글입니다. 리뷰로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행복해지고 싶다는 바람 따위는 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그저 아프고 힘들지 않기만을 소망합니다. 행복이라는 단어 앞에 완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정유정의 대담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완전한 게 어디 있나요. 그런 게 존재한다면 기꺼이 제 머리카락 몇 올을 바치겠습니다.
2019년 여름, 우리를 오싹하게 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을 기억하는가?
30대 여성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그녀는 아이와 전남편과 함께 제주 여행을 하던 중, 무인 펜션에서 아이가 잠든 새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석 달 전쯤에는 청주에서 재혼한 남편의 아이가 질식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것도 함께 조사중이라고 하는 그런 사건이었다.
「완전한 행복」은 바로 이 '고유정 사건'을 씨앗으로 하여 피어난 작품이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신유나의 현재, 2부는 신유나의 과거, 3부는 '완전한 행복'을 위한 신유나의 '노력'이 중심으로 전개된다.
1부. 그녀의 오리들
엄마는 오리 먹이를 잘 만든다. 지유는 만드는 법을 잘 안다.
소설은 지유가 오리 먹이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와 시골집에 온 지유는 밤새 되강오리의 울음소리를 듣는 꿈을 꾼다.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지유는, 아빠가 지유와 엄마를 두고 가버린 사실만을 확인하게 된다.
아빠가 말없이 사라져서 슬픈 아이는 시골집 2층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엄마는 하루 내내 청소기와 민서기, 믹서기 소리를 내며 ‘할 일’을 한다.
유나와 준영은 이혼한 부부이다. 딸 지유의 양육권이 유나에게 있기 때문에, 준영은 지유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얼마 만에 보는 딸인지. 딸을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준영은 안 본 새 어딘가 모르게 변한 딸 지유를 보며 눈물을 삼킨다. 오랜만에 함께 모인 가족은, 우혜리의 시골집에서 조용하지만 '평화롭게' 저녁 식사를 한다.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지유는 그 후로 아빠를 볼 수 없었다. 밤새 울어대는 되강오리의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반복되는 악몽을 꾸게 되었을 뿐이다.
장이 바뀌면서, 은호가 등장한다.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따른 우주를 가진다. 결함도 결핍도 없는 완전성이 아내의 우주였다. 행복은 가족의 무결로부터 출발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 믿음은 신앙에 가까웠다.
윤희와 이혼한 은호는 친구 진우와 함께 러시아 여행을 떠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계속해서 그의 눈에 들어오는 한 여인의 모습이 그의 가슴에 박힌다. 그렇게 은호와 유나는 재혼을 하고 함께 살게 되었다.
재혼한 후 은호는 유나와 자신의 엄마 사이에서 골머리를 썩는다. 지유가 서지유가 아닌 차지유가 되고 나면, 그제야 은호와 유나 지유와 노아 이렇게 네 식구가 살기로 했는데, 그게 유나의 ‘가족’인데, 엄마는 속도 모르면서 노아를 데리고 가라고 한다.
결국 엄마와 은호, 유나, 지유, 노아가 모두 모인 그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사이 유나의 언니 재인은, 제부이자 친구인 준영의 동생 민영을 만난다. 썩 반가운 사이도 아닌데, 민영은 다짜고짜 오빠의 행방과 유나의 거처를 내놓으라며 생떼를 부린다. 민영이 오빠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그날, 다짜고짜 재인을 찾아왔던 준영은 소리 없이 사라진 후였다. 대체 준영은 어디에 간 것인가?
오후 내내 골머리를 썩던 재인은 갑작스레 유나에게 문자 한 통을 받는다.
"오늘 지유 좀 데리고 있어줘. 은호 씨 아들이 돌연사해서 집안이 쑥대밭이야. 유치원에 데려다놨으니까 퇴근길에 찾으러 가면 돼."
2부. 그녀는 누구일까
유나와 재인은 사이는 냉랭하다. 의절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매이지만, 엄마가 이모와 여행을 간 이상 재인이 지유를 챙길 수 밖에 없다. 재인의 집에 온 지유는 고열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입원한 지유는 열에 시달리면서 계속해서 꿈을 꾼다.
꿈 속의 지유는 시골집에 있다. 엄마가 잠든 사이 지유는 창고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엄마가 가져온 상자는 아닌데, 아빠가 입었던 옷, 아빠의 신발과 휴대전화가 들어있다. 아빠는 왜 휴대전화까지 두고 우리를 떠난걸까?
지유는 유나의 증인이자, 목격자이고, 잠재적 피해자이기도 하다.
지유는 유나의 범행을 목격했다. 자기가 본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그저 꿈인 줄만 알지만, 제 아버지가 해체당하는 모습, 준영의 유류품을 태워버리는 유나, 그리고 은호와 노아가 자고 있는 노아의 방으로 들어가는 유나까지 모든 것을 목격한 것이다.
지유에서 은호의 시선으로 넘어가면서 이야기는 계속 전개된다.
내 몸 아래에서 내 아이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하며 전처 윤희에게 메일로 아이의 부고를 알린다.
... 너 자신을 기만하지 말고 정직하게 돌아봐. 정말로 잠결에 그랬는지. ...
너는 매트리스를 서너 장씩 겹쳐 쌓아도, 그 밑에 머리핀 하나만 깔려 있으면 잠을 못 자는 인간이야. 기절하도록 술을 마셨거나, 수면제라도 한 움큼 집어삼켰다면 또 모를까.
어렴풋하던 유나에 대한 의심이, 윤희의 답장을 받으면서 확신으로 변해갔다.
유나의 '내게 쓴 메일함'에 든 세 통의 메일. 나이 지긋한 남자의 사진, 어떤 남자와 식탁 앞에 나란히 앉아 뺨을 맞댄 채 활짝 웃고 있는 지유, 은호와 노아가 등을 지고 누워있는 사진.
은호는 확신한다. 유나가 서준영 실종과 노아의 죽음의 범인이라는 것을.
재인은 기자의 촉으로 유나의 범행을 파악해가고 있었다. 마음 한켠으로는 동생의 무죄, 우연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재인 역시 유나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굳혀가는 중이다. 와중에 경찰은 재인을 서준영 실종사건의 공범으로 몰아가는 참이었다.
3부. 완전한 행복
오빠를 찾기 위해 민영은 점점 더 대담해진다. 새언니인 유나를 만나지 못하자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은호를 찾아왔다. 은호는 민영과 진우를 만나 대화하고, 유나의 범행 타임라인을 그려간다.
재인은 지유가 말하는 시골집, '우혜리'에 있는 조부모의 집을 찾아간다. 그녀가 그 집에서 찾는 것은 무엇일까. 준영이 살아있다는 증거일까, 죽은 준영의 실오라기 같은 흔적일까. 집을 조사하던 중 유나를 마주친 재인이 유나에게 붙잡혀 다락방에 갇히게 된다.
재인을 사냥하고 집으로 돌아온 유나는, 재인이 낮에 왔다간 것을 숨긴 지유에게도 '징벌'을 내린다. 유나와 지유의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던 은호였지만, 지유의 비명을 들은 후 아버지의 본능으로 유나의 폭력으로부터 지유를 지켜준다.
은호는 유나에게 이혼 통보를 하고, 그 다음날 은호와 유나, 지유는 가족여행을 떠난다.
유나가 주최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연극의 막이 올랐다.
배경은 동일하게 우혜리의 시골집이다. 엄마 역과 아이 역을 맡은 배우도 동일하다. 이전 배우의 사고로 아빠 역의 배우는 달라졌다. 다락방에 숨겨진 손님이라는 설정도 추가되었다.
곧, '그 날'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유나는 수면제로 인해 정신이 몽롱한 은호를 수레에 싣고 되강오리의 늪으로 간다. 그녀의 고해성사가 시작된다.
에필로그
에필로그는 오로지 은호의 시선에서 나타난다. 그의 담담한 어조로 유나의 범행이 정리되었다.
경찰은 반달늪 토양에서 서준영의 DNA를 확보했다.
아내가 고물상에 넘긴 민서기와 믹서기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아내가 서준영을 살해했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다만 아내의 아버지와 이전 남자들의 사건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노아의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정황만 있고 물증이 없었다. 피의자가 죽었으니 영구미제 사건이 된 셈이었다.
자식을 잃은 그의 고통을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끝없이 과거로 돌아가 후회하고, 그 끔찍하고 참혹한 순간을 맞이하고, 그를 잊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하고...
그는 살인혐의를 벗었으나 자신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 선택의 대가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아직도 자신이 아들을 죽였을지 모른다는 의심에 시달린다. 의심으로 잠 못 드는 밤마다 아내가 가르쳐준 죽음의 묘약 '쉐바'를 먹는다.
「완전한 행복」은 유나가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행복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유나의 주변인들의 시선으로만 전개된다.
재인은 유나의 과거이다.
몸이 아픈 엄마를 위해 아빠는 손이 덜 가는 재인을 선택했고, 유나는 시골집으로 보내졌다. 늪지에 둘러싸인 어두컴컴한 시골집에서 지금의 유나가 만들어졌다. 재인이라고 혼자 남아 행복한 것은 아닌데, 유나에게 있어 재인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훔친 '도둑년'일뿐이다.
은호는 유나의 지나가고 있는 현재이다.
준영을 포함한 이전의 남자들은 유나에게 있어 실패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나는 은호에게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은호가 유나에게 청혼했을 때 유나는 은호에게 행복이 뭐냐고 물었다.
---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 가는 거.
참으로 섬뜩한 이야기다. 누구나 인생에서 '이것만큼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있지만,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나에게 타협이란 없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면 제거하는 것. 그녀가 '행복'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어떤 의미에서 지유는 유나의 미래와 같다.
엄마가 말하기를, 엄마는 딸의 방뿐만 아니라 마음속까지 들어올 권리가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정해줄 수 있다.
지유가 이유를 묻자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는 내 작품이니까.
지유에게 유나는 단순한 엄마가 아니다. 아이의 영혼을 지배하고, 아이는 신을 숭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물과도 같다. 그러나 지유도 마냥 호락호락한 아이는 아니었다. 철저히 유나에 의해 지배당하고, 유나의 손가락 하나, 말 한마디면 지유를 움직일 수 있지만, 그런 아이에게도 기질적인 반항심은 존재한다. 유나는 그것을 지유 안에 사는 '요망한 생쥐'라고 일컬으며 그마저 통제하려 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긴 호흡의 소설이지만, 중간에 놓을 수 없었다. 정유정 작가님 특유의 구체적인 장소 설정으로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나 생생했다. 분명 책을 읽었는데,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다. 다 읽고 나니 도입부에서 지유가 설명한 '오리 먹이 만들기' 방법이 정말 섬뜩했다. 아이가 오리 먹이를 만들 때 필요한 도구와 쓰임새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속 쓰렸다.
「완전한 행복」 표지 일러스트에는 남자, 여자, 아이, 그리고 아이의 품에 오리 한 마리가 있다. 어쩌면 이것은 유나가 아닌 지유가 원한 행복의 모습이 아닐까? 지유의 요망한 생쥐가 엄마 유나에게 세뇌당해서 생겼을지도 모르는 '완전한 행복'에 대한 욕구를 막아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세상에 '완전한 행복'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유나가 스스로 완벽하다고 느꼈을 때 타인은 그렇지 않지 않은가. 행복이란 감정은 온전히 그 감정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 행복은 '불행, 슬픔, 우울, 좌절' 등의 감정들 속에서, 먹구름 사이로 비친 햇살처럼 나타나는 감정이다.
행복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듯이, 그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도 누구나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인의 행복을 짓밟으면서 나만의 행복을 찾는 것은 아니다. 온 세상이 행복할 수 없듯이, 오로지 자신만의 행복만을 원하며 타인을 조종하는 유나가 느끼는 감정은 행복이 아니라 오로지 '만족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건과 너무나도 유사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작가의 말>을 읽기 전에는 작가님이 그 여자를 인터뷰하고 각색한 소설인 줄만 알았다. 실화 바탕이 아님에도 너무나도 비슷한 설정들에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범행 전후의 사진, 범인에 대한 묘사, 범행의 방식까지 정말 유사한 구석들이 많다. 그러나 작가님이 의도하신 '주인공의 행동으로 타인의 삶이 파괴되고 황폐화되는' 과정이 정말 잘 나타나 있기도 하다. 불쾌감과 공포감이 동반되는 스릴러 '작품'으로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았거나, 다시 한번 책을 읽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상을 틀어두고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땐 귀신처럼 울고, 어떤 땐 매 맞는 아이처럼 비명을 지르는 되강오리의 울음소리라고 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Hnlze_cIYZs )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특이하게 우는 울음소리로 들렸을 텐데, 이미 나에게 되강오리의 울음소리는 지유가 느끼는 것처럼 비명과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완전한 행복 #완행리뷰대회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판한 정유정작가님께서 집필하신 <완전한 행복>에 대한 리뷰입니다. 다 읽고 작성한 리뷰이므로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할 수 있으니, 스포일러에 민감하시거나 해당 도서를 다 읽지 않으신 분들은 이 리뷰를 피해주시거나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보는 내내 소름이 돋고 오랜만에 너무 재밌어서 책을 손에서 놓치기 아쉬운 작품이었다. 하이라이트와 메모기능을 정말 많이 사용했고 친구들과 하는 독서토론에서 역대급으로 오래 얘기했다.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공포심과 진절머리!!!!!! 누굴 죽였다는 의심이 들때마다 너무 소름돋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이 이기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나의 말투가 극적인 문체의 살인마가 아니고 어떤 화법은 평범한 사람이나 나랑도 닮아있어서 더 공포스러웠다. 유나를 절대자로 생각하는 지유가 혼나는 장면이 정말 숨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