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하고 치밀한 구성과 압도하는 서스펜스, 여기 다시 정유정이 쌓아올린 믿음직한 세계가 펼쳐진다. 소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는 자가 만들어내는 비극, 일상의 악을 그리며 '완전한 행복'에 대해, '행복의 책임'에 대해 묻는다. 인간 심연의 깊은 어둠을 직시하는 이야기 -소설MD 박형욱
“엄마가 비밀이 무슨 뜻이라고 했지?” 엄마가 복습을 시키듯 물었다. 지유는 대답했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거요.” “그리고?” ‘그리고?’는 이런 뜻이다. 답이 완전하지 않아. 지유는 나머지를 채웠다. “말하면 벌을 받아요.” --- pp.12~13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 p.113
서서히 제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그제야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기억났다. 바로 그 죄를 벗고자 온 거였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알기 위해서. 그러려면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었다. 살아 있어야 했다. 적어도 아직은. --- p.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