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이 다른 쪽에게 상처를 주었는데,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거나 믿지도 않으면서 모두에게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중립이 아니다. 아스트리드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해결될 수 없는 갈등이 있다는 것을, 양쪽의 균형을 잡거나 대화로 설득할 수 없고 어느 쪽이든 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려고도,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 p.104
동시에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근본적으로 불행하고 뼛속까지 불안하면서도, 아마도 그 근본적인 불행으로 인해 순간의 행복을, 아니, 그저 순간이 아니라 몇 시간, 혹은 이틀 내내 슬로바키아에서의 행복을 보다 강렬하게 느끼는 것도.
--- p.117
아브라모비치의 수동적인, 어쩌면 그래서 더욱 강력해진 존재가 도발이 되었는지 관객들은 공격적으로 변했다. 한 사람이 그녀의 손에 권총을 쥐어 주고 총구가 곧바로 머리를 향하도록 들어 올리더니 속삭였다. “쏴!”였나? 퍼포먼스가 끝나고 그녀가 마침내 관객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자, 그들은 경악과 혐오 속에서 물러났다. “그들은 자기들이 내게 한 짓 때문에 나의 존재를 견딜 수 없었다.”
--- p.126
하지만, 그는 삐딱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모든 피해자는 잠재적인 가해자이기도 해. 연민에 너무 너그러워지지 마.
--- p.199
화해는 갈등의 당사자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한 뒤에야 가능하다.
--- p.214
이건 우아한 티 파티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걸 알아야 해. 이건 생사가 달린 문제야. 평화 협상은 없어. 이건 명예와 유산을 걸고 목숨을 바치는 전투야, 그녀는 말했다. 엄마가 널 이해할 거라는 생각은 포기해야 해. 엄마가 언젠가 너를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은 포기해야 해.
(…) 애원하는 어린아이에서 전사가 되니 훨씬 기분이 좋았다. 나는 전사가 되었다. 이제 그들도 마침내 자기 딸이 무엇으로 만들어진 존재인지 똑똑히 보고 내 힘을 맛볼 것이다. 나는 당신이 무섭지 않아, 아빠. 나는 당신이 무섭지 않아, 엄마. 이제 전투 준비가 됐어!
--- p.236
고통은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보통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누가 더 많이 고통받았나 논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다. 학대당한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가 많고, 그들의 감정적 내면은 파괴된다. 학대자의 사고방식과 학대 방식을 물려받는 일도 흔하다. 그것이야말로 학대의 가장 고약한 유산이다.
--- p.268
즉각적인 반감은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기억해야겠다, 나는 생각했다. 다음에 내가 또 다른 사람이나 현상에 대해 강한 반응을 보이면, 해답은 상대가 아니라 내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 p.289
피할 수 없다면 잃어버리는 법을 연습하고 있어, 그녀는 말했다. 품위 있게, 기분 좋게 잃어야 해. 그녀는 최근 자신이 잃은 것들을 열거했고, 나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녀는 품위 있게, 기분 좋게 잃는 법, 어제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거나 내일 무엇을 잃어버릴지 두려워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 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 p.297
그는 길을 잃고 싶었다. 그가 있는 곳은 고요했지만, 주 도로를 오가는 차량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나는 기대감을 가득 품고 새로운 마을을 향해 걸었어, 그는 썼다. 그가 아닌 모든 것, 그가 가지지 않은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산사나무와 계곡의 백합 사이에서 길이 갈라지고 선택의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뭔가 배울 수 있어, 그는 썼다.
--- p.361
하지만 더 이상 안 된다. 올바른 순서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그래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기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의 절망과 비탄, 분노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배신한 사람이 배신을 인정했다는 것만으로 칭찬받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없다면 참회는 돌멩이처럼 땅에 떨어져 버린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 p.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