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햇빛 밝은 현관에서 잠깐 이야기했다.
“여긴 좋은 곳이야.”
그는 말했고, 그의 번쩍이는 두 눈은 끊임없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는 한쪽 팔로 내 몸을 돌리더니 넓적하고 큰 손을 휘둘러 앞 경치를 가리켰다. 손으로 휘두른 범위 안에는 푹 꺼진 이탈리아식 정원과 반 에이커 넓이의 빛깔과 향기 짙은 장미 화단, 집 앞으로 펼쳐진 바닷가에서 조수에 흔들리고 있는 매부리코 모양의 앞이 튀어나온 모터보트가 있었다.
“여기는 드메인 소유지였어. 석유 업자 말이야.”
그는 품위를 차리는 듯하더니 갑자기 내 몸을 한 번 더 돌렸다.
“안으로 들어가세.”
우리는 천장이 높은 복도를 지나서 밝은 장밋빛의 장소로 들어갔다.
--- 「특권」 중에서
우리는 5번가를 향해 달렸는데, 그날의 공기는 목가적이라고 할 정도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름날의 일요일 오후였다. 대규모의 양 떼가 거리 모퉁이를 지나가는 걸 보았더라도 나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차 세워요. 나는 여기서 내려야겠어.”
나는 말했다.
“아니, 안 돼. 자네가 아파트까지 안 가면 머틀이 섭섭해 할 거야. 그렇잖아, 머틀?”
톰이 재빨리 가로막았다.
“같이 가요. 전화해서 내 동생 캐서린을 부를게요. 그 애는 사람들한테 아주 예쁘다는 말을 들어 왔어요.”
그녀도 권했다.
“가고 싶기는 하지만…….”
우리는 계속 달렸고 센트럴파크를 지나 웨스트헌드리즈로 향했다. 158번가에서 택시는 흰 케이크처럼 늘어서 있는 아파트 한쪽에서 멈추었다. 윌슨 부인은 외출해서 돌아온 사람처럼 주위를 죽 훑어보면서, 강아지와 그 밖에 산 물건들을 모아 들고 거만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 「허위」 중에서
6월 하순 어느 날 아침 9시에 개츠비의 호화로운 승용차가 자갈이 깔린 차도를 지나 나의 집 문 앞에 와서 세 가지 음으로 된 요란스런 가락의 경적을 울려 댔다. 나는 그의 파티에 두 번이나 갔었고 그의 수상비행기를 탔으며 그의 간곡한 권유로 해변을 자주 이용하기는 했지만, 그가 나를 방문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안녕하신가요, 친구분. 오늘은 나하고 같이 점심이나 합시다. 그래서 차로 같이 모실까 해서요.”
그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미국인 특유의 몸놀림으로 차의 발판 위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있었다. 아마도 그런 동작은 젊은 시절에 물건을 들어 본 일이 없거나, 그보다도 신경에 집중하는 운동을 이따금씩 한 데서 얻은 무형의 우아함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특성은 그가 격식을 차리는 속에서 끊임없이 부서져 침착하지 못한 모양이 되었다. 그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발로 어딘가를 툭툭 차거나 참을성 없이 손을 폈다 쥐었다 했다.
--- 「비밀」 중에서
밖에는 바람이 요란하게 불고 있었고, 해협을 따라 희미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웨스트에그에는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사람들을 실은 기차는 뉴욕을 떠나 빗속을 뚫고 질주하고 있었다. 인간에게 깊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간이라 공기 속에는 온통 흥분이 솟아나고 있었다.
하나만은 분명해요. 그것보다 확실한 일은 없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에겐 아이들만 생기네.
그러는 동안,
그러는 사이에…….
내가 작별 인사를 하러 개츠비에게 갔을 때, 나는 당황하는 표정이 다시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걸 보았다. 마치 그의 현재의 행복한 성질에 대해 얼마간 의심이 생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거의 5년이라는 세월! 이날 오후에도 데이지가 그의 꿈을 허물어지게 하는 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
--- 「재회」 중에서
우리가 그 사고 현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까지 왔을 때 서너 대의 자동차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야!”
톰이 말했다.
“잘됐어. 윌슨이 드디어 돈벌이를 하게 됐으니.”
그는 속력을 늦추었으나 차를 멈출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면서 주유소 문 앞에 선 사람들의 말을 잃은 심각한 낯을 본 톰은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구경이나 하지.”
그는 미심쩍은 듯 말했다.
“잠깐 보고만 가자고.”
나는 주유소 안에서 공허한 흐느낌 소리가 분명치 않게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쿠페에서 내려 가게 쪽으로 향할 즈음에는, 그 신음 소리는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면서 “오 하느님! 오 하느님 맙소사!” 하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호소하고 있었다.
--- 「흥분의 열기」 중에서
“넌 오드웨이 댁으로 가니? 허시 댁으로? 슐츠 댁은?” 하고 외치던 소리들과 우리의 장갑 낀 손으로 꽉 움켜쥔 기다란 초록빛 차표들을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시카고, 밀워키, 세인트폴 철도의 칙칙한 노란빛 기차들이 출입문 옆 철로에서 마치 크리스마스 그 자체인 양 즐거워 보이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가 역을 빠져나와 겨울 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면, 진짜 눈, 우리들의 눈이 창밖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면서 차창에 반사해 반짝였고, 작은 위스콘신 역을 비추는 흐린 불빛들이 열차 옆을 스쳐가면 대기 속에서 지독히 예리하고도 야생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싸늘한 복도를 지나 좌석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그 공기를 들이마셨고, 잠시 형용할 수 없는 이곳과의 일체감을 느끼다가 이내 그 공기 속으로 완전히 녹아내리는 것이었다.
---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