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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이
장성자 | 답게 | 2021년 09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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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60g | 145*210*13mm
ISBN13 9788975743245
ISBN10 897574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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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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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엄마가 내 팔을 잡았다.
“그게 그렇게 재밌니. 왜 만날 숨고 난리야!”
엄마는 입을 앙다물고 화를 냈다. 놀라서 눈만 끔벅거리는 나를 아빠가 안았다.
아빠의 눈이 벌겠다. 아빠는 나와 가영이를 장롱 안에 넣었다.
“숨바꼭질하는 거야. 아빠가 찾을 때까지 나오면 안 돼. 알았지?”
장롱문이 닫히고 음악이 크게 울렸다. 나는 장롱문에 귀를 붙였다.
왜 집이 울리도록 음악을 트는지 알지 못했다. 잠시 후, 음악 소리에 섞여 들리는 울부짖는 소리에 나는 부들부들 떨었다. 전에는 못 들었던 소리가 자꾸 들렸다. 엄마는 피를 토하듯 울었다.

* 그날 그때, 나는 아빠를 쓰러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힘이 나에겐 없었다. 나 대신 다른 힘센 사람들이 아빠를 쓰러뜨려 주길 바랐다. 하지만 아무도 나와 가영이의 눈물과 고통에 관심 없다는 걸 알았다. 아빠는 가영이와 나의 보호자였기 때문에 어떤 힘도 아빠를 벌주지 못했다. 보호자가 없어졌을 때, 어린 두 아이의 그다음을 그들은 걱정하고 있었다. 처음엔 정말 걱정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들은 귀찮은 거였다. 그 이후로 나는 울지 않았다. 나의 고통도 내가 모른 척했다. 시간이 어서어서 흐르기만 바랐다. 시간이 흐르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매일 무너졌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어쨌든 지금은 내가 술래가 되었다. 5병동에 있는 장중진(*가해 아버지)을 찾았다.

* 장중진이 3병동으로 왔는데,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숨바꼭질하기엔 낮보다 밤이 더 스릴 있다. 밤은 들키지 않게 도와주는 시간이 아니다. 밤은 술래의 시간이다. 숨어서 어둠을 두려워했고, 술래를 두려워했었다. 그 공포를 장중진에게 돌려줘야 한다.

* “너희 엄마, 교통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교통사고가 아니었다고? 주먹이 쥐어졌다.
“너희 아빠가, 너희 이모 아들을 잡아두고는 너희 엄마 있는데 말하라고 협박해서……. 자살했대. 너희 엄마가 결국 자살했다고.”

* “왜, 죽는다니 겁나? 내가, 가영이가 뭐 대단한 거 해달라고 했어? 돈을 달라고 했어, 옷을 사달라고 했어,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했어. 하루라도 겁에 질리지 않고 잠들게 해주면 어디가 어떻게 되는 거였어?”
그동안 눌렀던 분노가 터져 나올 듯 목울대가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 “안 돼, 죽지 마! 당신은 이렇게 죽으면 안 돼. 살아, 살라고. 더 고통스럽게 살란 말이야. 누구 맘대로 죽어. 누구 맘대로 죽냐고. 죽지 마! 죽지 말라고······.”

* 그 아이가 손을 내밀어. 흙냄새, 풀 냄새가 나. 내가 그리워하던 냄새야. 아웃포커스 된 주위의 막이 또 한 꺼풀 벗겨졌어. 점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노래도 들려. 내가 가끔 듣던 노래들이야. 모르는 노래도 있어. 노래를 부르고 싶어져. 춤도 추고 싶어져. 노래 부르는 서진(*해진의 본명)이 되고 싶었던 순간들이 떠올랐어. 이젠 그 기억이 아프지 않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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