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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057이동
리뷰 총점9.5 리뷰 70건 | 판매지수 56,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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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30주년] 하루키 아크릴 시계, 문장 달력 (포인트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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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아침독서 추천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55쪽 | 454g | 140*205*18mm
ISBN13 9788954685030
ISBN10 89546850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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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은 성인이 되면 과거를 훌훌 털고 독립하겠다고 마음 먹은 고등학생 유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곁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믿고 싶은 사람과 믿을 수 있는 마음 들이 가득하다. 선의와 배려, 다정함만으로도 소설은 이렇게 충분히 아름답다. -소설M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슬픔에 기꺼이 다가가는 용기
김소정 (sjsj0822@yes24.com)
점점 타인을 알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타인의 상처와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정현종 시인의 유명한 시, 「방문객」을 인용하자면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일이기도 하니까. 『훌훌』은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기꺼이 다가가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고등학생인 서유리는 엄마 서정희에게 입양되었고, 버림받았다. 자신을 낳은 엄마와 아빠가 누구인지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와는 “일종의 안전장치”로써 거리를 유지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대화만 한다. 그런 유리에게는 확고한 계획이 있다. 2년이 지나 대학생이 되면 이 너절한 과거는 없던 일로 하고 새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대학생이 되면 입양아로 자란 자신도, 자신을 버린 엄마도 모두 잊고 훌훌 떠나버리려고 하던 그때, 엄마의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그렇게 엄마가 낳고 혼자 남겨진 9살 아이, 연우와 함께 살게 된다. 유리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연우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런데 연우에게서 엄마 가정폭력 흔적이 발견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할아버지는 암 투병 중인 듯하다. 유리는 2년 후에 이 지긋지긋한 집을 벗어날 수 있을까?

유리는 입양되었다는 사실과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로 뚜벅뚜벅 나아간다. 과거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그 태연함이 좋았다. 유리는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는 일에도, 타인의 상처를 직면하는 일에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연우를 옆에서 살뜰히 챙기고, 입양 사실이 알려진 세윤과 같은 아픔을 나누며, 투병 사실을 숨기는 할아버지의 상태를 관찰하고 곁을 지킨다. 소중한 사람들과 주고받는 이해와 선의를 유예하지 않는다. 그들을 알아갈수록, 비슷한 상처를 발견할수록 마음은 오히려 훌훌 가벼워진다.

타인을 마주한다는 건 그의 일생을 마주하는 일, 가늠도 되지 않는 그 부피와 무게를 상상해 본다. 올해는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들을 가만 더듬어볼 수 있는 바람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훌훌 날아 상처를 가벼이 쓰다듬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가올 봄을 기다릴 것이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냉정하지만 따뜻하고, 현실적이지만 낭만적이다.
이 형용모순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알게 될 것이다.” _심사평

나는 이 작품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쉽사리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_유영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고립된 존재들이 마침내 서로에게 연결돼 가족으로 뿌리내리는 과정이 두고두고 애틋하다. 폭력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지켜보는 작가의 시선도 믿음직하다. _진형민 작가

어떤 소설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마음을 놓아주지 않는 ‘무엇’에 있다. 삶의 비극성을 끌어안은 인물들의 모습이 소설을 내려놓고도 마음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_이선주 작가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문장,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촘촘한 플롯과 생생한 디테일. 쉽지 않은 이야기와 직면해서 우직하게 펼쳐 나간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_이금이 작가

이 작품이 보여 준 선의는 믿음직스러웠다. 우리 삶에서 상호인정이, 서로에 대한 작은 관심과 사랑이 나와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알게 한다. _송수연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손에 남은 온기가 가장 사적인 위로로 내게 스며들었다. 혼자가 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여기 나도 있고, 우리도 있다고. _드라마 〈그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

각자의 아픔 속에서도 아이들은 실낱같은 사랑으로 서로를 구원하는 법을 보여 준다. 화해와 긍정이 가져오는 자기 삶에 대한 온기가 이를 데 없이 따듯하고 가뿐하다. _교보문고 청소년MD 이주호

삶은 세상에 뿌려진 수많은 우연을 어떻게 엮어 내는가에 따라 달라지고, 이따금 등장하는 반전은 우리를 기대 이상의 곳으로 이끈다. 『훌훌』은 스스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꿰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을 보며 꺾이지 않는 마음과 마음, 서로를 향한 선의가 가진 힘을 새삼 확신한다. _예스24 소설/청소년 MD 박형욱


“과거를 싹둑 끊어 내면, 나의 내일은 가뿐할 텐데.”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독립을 꿈꾸던 열여덟 살 유리가 곁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 유리의 한 계절을 함께하면서 우리는 자연히 어떤 ‘사이’를 떠올리게 된다. 식탁에 마주 앉아 스팸을 같이 먹는 사이. 추운 날 아침에 옷을 충분히 따뜻하게 입었는지 확인하는 사이. 내가 처음으로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던 상대방의 표정을 기억하는 사이. 혈연이든 비혈연이든 마음의 한 토막을 기꺼이 내어 주게 되는 그 사이의 이름이 바로 ‘가족’임을 『훌훌』은 상기시킨다. 묻어 두었던 감정과 외면해 왔던 과거를 직시함으로써 홀가분해지는 마음, 또 누군가와 이어지고 맞닿을수록 가붓해지는 어떤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빈틈없이 단단한 문장으로 들어찬 소설이다.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자신 있게 건네고 싶은 읽을거리를 발굴하고자 시작된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은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수상작을 내 왔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독고솜에게 반하면』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은 가히 폭발적인 반응으로 응답했으니, 수상작이 없었던 지난해의 애석함과 아쉬움도 그만큼 컸을 테다. 제12회 수상작 『훌훌』은 2년의 기다림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의 문학적 성취를 또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을 수작이다. 이번 심사평에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믿음’이었다. “인물과 사건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에 믿음이 가는 작품”(송수연),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신뢰가 갔다”(이선주), “폭력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지켜보는 작가의 시선이 믿음직스럽다”(진형민). 『훌훌』은 입양을 소재로 한 작품이고, 인간에게 내재된 폭력성을 응시하는 장면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질료를 가지고 글을 짓는 과정에서 작가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혹여나 누군가의 고통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상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과연 한 아이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한 입양 가족들의 마음에 깊숙이 가닿을 작품을 쓰고 있는 것인지. “최대한 인물의 자리에서 쓰려고 노력한 작가의 고투를 작품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는 심사평처럼, 작가의 조심스러움은 작품에 정직하게 배어 있다. 변화하는 감정의 마디마디를 놓치지 않는 세심하고도 반듯한 문장, 설득력 있는 인물 한 명 한 명의 입체적 서사는 우리로 하여금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마음”(253쪽)을 헤아려 보게 한다. 고립을 자처하던 인물들이 조금씩 누군가와의 거리를 좁혀 가는 장면들은 그래서 더욱 뭉클하다. 다섯 심사위원의 마음을 붙든 것이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믿어도 좋을 소설, 믿음직한 소설이다.

버거운 덴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마음이 가붓해지는 방법은 어쩌면 단 하나


학기 초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 서유리는 텅 빈 종이를 마주하고 잠시 생각한다. 무슨 말을 어디까지 적어야 하는 걸까. 어째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지? 할아버지와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건 왜인지? 늘 그래 왔듯 유리는 적지 않는다. 자신을 입양한 사람과 낳은 사람의 행방을 모두 알지 못하는 처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가정사는 감추면 그만이고, 유리에게 감추는 일은 너무도 익숙하다. 어느 지점에서 입술을 얇게 다물어야 하는지, 어디에서 시선을 돌리거나 화제를 바꿔야 할지를 자연스레 터득한 지 오래다. 그러나 움찔거리는 수치심, 원망, 분노 같은 것들은 꾹꾹 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아서 유리는 거듭 되뇐다. 딱 2년만 더. 스무 살이 되면 이 집을 훌훌 털고 떠나자. 징글징글한 과거는 모두 없던 일로 치워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을 거야. 유리는 대학 진학을 빌미로 오롯이 혼자 살 생각이었다. 연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시작은 엄마 서정희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자신을 입양했다가 버린 사람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을 치르고, 피가 섞이지 않은 동생 연우와 함께 살게 되면서, 유리는 외면해 왔던 감정의 덩어리들이 세차게 달려드는 것을 느낀다. 개중엔 이제껏 한 번도 지녀 본 적 없는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연우를 향한 애틋함이 슬며시 피어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거리를 두고 남남처럼 지내 온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 내내 미워하기만 했던 엄마를 애잔하게 여기는 마음이 유리의 일상에 번져 간다. 스스로의 변화를 마주하는 건 유리만이 아니다. 어쩌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게 되었을 뿐이라는 듯 외따로 살아가던 연우와 할아버지 또한 조심스레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두껍게 세워 두었던 마음의 벽에 금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저도 모르는 새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게 되었음을. 때로는 치솟는 화를 쏟아내는 자신의 모습에 당혹스러워하기도 하면서, 세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게 당연한 존재가 되어 간다.
『훌훌』의 인물들은 각기 다른 사연으로 버거운 짐을 떠안고 있다. 소문에 시달리며 교실의 악의와 폭력을 마주하는 고향숙 선생님도, 유리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미희도, 유리와 비슷한 듯 다른 처지의 세윤도 쉬이 헤아릴 수 없는 저마다의 속사정을 지녔다. 제 몫의 아픔을 고요히 감당하던 그들이 단절의 영역에서 연결의 영역으로 더디지만 분명히 나아갈 때 이야기는 뭉근한 온기를 띠기 시작한다.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는 무게는 어느 정도인지, 그 무게에 기대고 의지하는 관계도 있을 수 있는지, 어쩌면 이런 고민을 끊임없이 맞닥뜨리며 함께 만들어 가는 관계는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닌지. 질문들을 던지며 결국 『훌훌』은 말하는 듯하다. 버거운 덴 각자의 이유가 있을지라도, 가뿐해지는 방법은 하나뿐일지 모른다고. 마음과 마음은 연결될수록 가벼워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서로의 온기를 쬘 만큼은 거리를 좁혀도 괜찮다고.

『훌훌』을 쓸 때 나는 손을 생각하곤 했다.
친절하게 내미는 손, 당겨 주고 토닥이는 손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촉촉하고 따스한 손이 백 마디의 말, 천 개의 눈빛이 되어 퍼져 나가기를 바랐다.
_작가의 말에서

회원리뷰 (70건) 리뷰 총점9.5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주간우수작 입양아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바른 성장/ 문학동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나*이 | 2022.05.09 | 추천43 | 댓글58 리뷰제목
이 글에는 청소년문학 대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그만큼 경쟁력 있는 글이라는 얘기다. 글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평범하면 안 된다. 특별해야 하고 그것이 타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특별한 소재를 선택했고 그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면서 건강하게 채색해 가고 있다. 그런 면들이 아마 심사에서 크게 점수를 받은 이유가;
리뷰제목

이 글에는 청소년문학 대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그만큼 경쟁력 있는 글이라는 얘기다. 글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평범하면 안 된다. 특별해야 하고 그것이 타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특별한 소재를 선택했고 그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면서 건강하게 채색해 가고 있다. 그런 면들이 아마 심사에서 크게 점수를 받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문장의 매끄러움도 한 몫은 했을 것이다.

 

훌훌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는 매력적이다. 무엇인가 모두 벗어버린다는 의미가 진하게 깔려 있다. 어려운 일, 피곤한 일, 아픈 일 들을 물건처럼 내어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가볍게 인식하면서 옆에 둘 수 있겠다는 의미로 사용된 의태어를 만나면서 지난한 아픔이 떠오른다. 그것을 억지로라도 견디어내고 이겨나가고자 하는 입양아의 건강한 생각들이 들어있다. 좌절이라는 말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의미로 사용된 훌훌이라는 말이 무척 친근하게 다가든다.

 

고교 2학년인 유리의 얘기를 하고 있다. 유리는 할아버지와 둘이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유리를 보살피는 것을 포기했는지 밖으로 나가버렸고, 돌아오지 않는다. 아빠는 모른다. 그런 가운데 유리는 자신이 엄마 서정희에게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정희는 할아버지의 딸이고, 자신은 그러니까 입양아로 할아버지의 손녀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 가운데 서정희가 죽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그녀의 아들인 초등 4학년 연우가 그 집에 들어오게 된다. 연우는 아동학대 흔적이 있고, 그런 환경 탓으로 학습과 행동에 많은 문제를 보인다. 유리에게도 마음 문을 열지 않는다.

 

유리의 학교생활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함께 묶인 친구들도 있다. 미희, 주봉이 그들이다. 미희는 세밀한 아이로 학습능력도 있다. 주봉은 털털하고 학습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정의로운 학생이다. 그들 3명은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항상 몰려다닌다. 그런데 신 학년 때, 동아리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4명 이상이 되면 동아리를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한 명을 더 참여시키기로 한다. 유리가 추천한다. 성당에서 본 세윤을 참가시키면 어떻겠냐고 한다. 세윤은 말이 없고 삼세하며 침착한 학생이다.

 

연우가 그 집에 들어와 그를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일은 유리의 담당이 된다. 즉 유리의 일이 무척 많아지게 된다. 연우가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유리에게 연락이 계속해서 온다. 그것은 연우의 학교에서 오는 소식이다. 연우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유리는 연우의 학교에 찾아가서 그런 사실들을 다 듣는다. 그리고 연우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 그리고 한 번은 연우가 학교에서 친구를 때려 그의 부모가 찾아왔던 적이 있다. 연우가 세희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연우, 유리 그렇게 모두 세희의 집에 사과하기 위해서 찾아가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 집은 세윤의 집이었다. 세희는 세윤의 동생이었다는 말이다. 할아버지는 세희 어머니에게 사과를 하면서 연우를 사과하도록 시켰다. 무사히 일을 잘 끝이 나고 연우가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결된다.

 

그런 사이에 연우가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있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 일 때문에 유리는 신경을 많이 쓴다. 결국 어머니의 과실로 인한 사망으로 끝이 나고 연우가 다리에서 밀어 어머니가 떨어졌다는 책임을 모면하게 된다. 그 후 연우는 조금 밝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할아버지는 가끔씩 며칠씩 집을 비운다.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할아버지는 며칠 집을 비우고 들어오면 화장실에게 무척 괴로운 동작을 보인다. 유리는 그 사실에 끔찍한 생각을 갖게 되고,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무슨 병이냐고. 결국 할아버지는 암이라고 얘기하고 그렇기 때문에 검사와 치료를 위해 며칠 병원에서 머문다는 것을 유리는 알게 된다.

 

유리는 암담해 진다. 아직은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 자신과 연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은 피붙이 하나 없는 이 집에서 언젠가는 떠나겠다는 생각을 늘 했지만 연우가 들어오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때다. 할아버지는 조직검사를 하고 수술을 할 수 있으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치료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학교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유언비어가 나돌고 그것이 모두 엉뚱한 얘기라고 유리는 생각한다.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든지, 바람이 나서 혼자 살게 되었다든지 하는 내용이다. 담임선생님은 유리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가끔씩 연우도 돌봐주고 유리에게는 아주 살가운 선생님이다. 그런데 아이들 중 몇이 정확하게 벌점을 주는 선생님에 대한 반감으로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유언비어를 문제 삼는 일이 일어난다. 모든 학생들이 싫어하는 빛을 띠는데도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선생님을 넌지시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 얘기를 듣다 못한 세윤이 책상을 쾅 치게 되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태도를 교권보호위원회에 물어보겠다고 하면서 이 후는 녹음을 하면서 수업하겠다고 슬기롭게 처리한다. 아이들은 더 이상 떠들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못한다. 유리는 그때 세윤을 다시 보게 된다. 세윤을 남다른 아이라 생각한다.

 

중간고사가 코앞에 있게 되고, 내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리는 학습에 열중을 한다. 하지만 학원 한 번 가지 않은 입장에서 성적에는 한계가 있다. 유리는 늘 최선을 생각한다. 원래 유리는 대학의 조건 중에서 4년 장학금, 기숙사 등의 조건만 갖춰지면 어디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을 갈 때가 집을 떠날 때라고 생각을 하면서 성장해 온 것이다. 그런데 잡다한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학습에도 많은 지장을 받는다. 또 연우를 보면서 그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욱 마음이 써지게 된다.

 

그런 가운데 세윤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윤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 대해 당당하다. 보통의 경우, 힘들어 하거나 자신을 감추려 애를 쓰는데 세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을 보면서 유리는 자신에 입양아라고 밝히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힘겨워 한다. 그러면서 유리는 자신의 친부모가 어디에 있는가? 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고 뭔가 알고 있는 듯한 세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세윤은 피하기만 하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지만 답이 없다. 그런 시간이 좀 지나간다. 할아버지는 수술하기로 결정하고 유리의 과거에 대해 얘기해 준다. 세윤은 입양 가족 관련 동영상을 유리에게 보내준다. 그래서 유리는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다.

 

과거, 어느 날 트럭과 승용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난다. 승용차에는 어린아이를 둔 서정희씨 가족이 타고 있었고 트럭에는 아이 하나를 둔 젊은 부부가 타고 있었다. 젊은 부부는 그 사고에서 즉사한다. 승용차에서는 어린아이가 죽고 남편마저 죽는다. 그래서 서정희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유리를 데리고 와서 양녀로 삼는다. 결국 유리의 친부모는 모두 죽은 것이다. 그 후 서정희는 아무래도 유리에게 소홀하게 되고 밖으로 돌게 된다. 학원 강사의 일도 심드렁하게 되고 남자를 만나 연우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술로 연명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 연우와 싸우게 되고 학대도 하게 된다. 유리가 연우를 처음 만났을 때 연우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그것이 서정희의 아픈 사실이라 할 수 있을 게다.

 

할아버지는 수술을 한다. 그리고 유리는 세윤의 위로를 받는다. 세윤의 아버지도 암이었는데 치료를 받고 지금은 깨끗하다고. 할아버지가 치료를 받고 나면 낫게 될 것이라고 한다. 유리의 집을 떠나고자 하는 생각도 변해 간다. 피붙이는 아니지만 한 가족인 연우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연우와 할아버지 그렇게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날을 생각한다. 이전까지 모두 차갑게 구분되는 가족이었지만 조금씩 서로를 내어주고 마음을 나누는 훈풍이 도는 가정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입양아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 아픔을 그린다.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알았을 때 친부모에 대한 배반감,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낯섦 등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좌절감, 상실감 등이 대단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사실들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어린 마음을 이끌어갈 것인가는 명약관화하다. 자신에 대한 포기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이 글은 입양아들이 그것을 알았을 때 자신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다. “어떻게 하면 더욱 건강한 삶이 될까? 바람직한 삶이 될까?”를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세윤, 유리 모두가 그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어려운 환경의 성장을 보여준다. 유리는 초등 3학년 때부터 음식을 만들었다 한다. 할아버지가 음식에는 서툴러 유리가 찌개를 끓이게 되고 그것이 할아버지가 칭찬하는 음식이 되면서 그때부터 유리가 집안의 살림을 담당하게 된다. 연우가 처음 그 집에 왔을 때 참치 김치찌개를 끓이게 되고 연우가 그것을 무척 좋아한다. 음식이 마음에 들어 유리에게 조금의 마음을 연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서 음식을 통해 차츰 연우와 벽을 허물어 나간다. 요즘 어른이 되어도 반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유리의 삶은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깃들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런 삶을 바른 시선으로 지켜나가는 따뜻한 작가의 눈도 마음에 지혜로 다가든다.

 

성장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어릴 적 삶은 기억일 따름이다. 아무리 힘들고 아팠을 지라도 과거일 따름이다. 그것이 오히려 긍정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음이다. 이 글은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있는 글이다. 읽으면서 험난한 삶의 길에서 따뜻함을 잃지 않게 하는 아름다운 시선을 보았다. 이런 마음들이 살아있다면 세상의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것이고 세상도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사람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면서 문제가 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연우를 바라보는 유리의 눈은 조금씩 확신에 차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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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함부로 뜨겁지 않게, 마냥 차갑지도 않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푸**우 | 2022.04.02 | 추천33 | 댓글43 리뷰제목
추천 지수는 : ★★★★ (8/10점 : 이 정도의 온도를 간직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짜로.)   ★ 할 일은 해야 했다. 설거지 같은 일이었다. 식탁에 밥 한 공기 더 올리면 되는, 딱 그 정도의 일이었다. (p.47)     ★ 서러웠고 치사했고 가슴이 뭉클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닥쳐 버린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마음도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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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지수는 : ★★★★ (8/10점 : 이 정도의 온도를 간직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짜로.)

 

할 일은 해야 했다. 설거지 같은 일이었다. 식탁에 밥 한 공기 더 올리면 되는, 딱 그 정도의 일이었다. (p.47)

 

 

서러웠고 치사했고 가슴이 뭉클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닥쳐 버린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마음도 어쩔 수가 없었다. (p.78)

 

 

누군가가 연우에게 "너 아침 먹었어? 뭐 먹었어?" 하고 물었을 때 연우가 "밥 먹고 왔지. 그럼 뭘 먹어?"하고 대꾸하게 해 주고 싶었다. (p.142)

 

 

고등학생 유리는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 '서정희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열여덟 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살던 유리에게 배 다른 동생 연우가 생기게 되는데요. 기본적인 생활 습관도 잘 갖춰지지 않은 연우를 돌보던 와중, 유리는 경찰로부터 연우가 엄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연우의 몸에 난 아동학대 흔적을 발견하고, 자신과 비슷한 입양 가정의 학생을 만나게 되며 유리는 점차 과거를 훌훌 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가게 됩니다.

 

 

첨예한 감정선으로, 차갑지만 따뜻하게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문경민 작가님의 <훌훌>입니다. 상이라는 것이 작품의 품질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만, 8회, 10회 수상작을 워낙 재밌게 읽은 터라, 이번 수상작은 어떤 느낌일지 먼저 관심이 갔어요. 우선 이 작품은 <작가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작가님께서 직접 입양 가정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하신 소설인지라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상당히 섬세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자잘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유리가 겪는 감정 변화가 굉장히 현실적이고 예리하다는 점이었어요. 233쪽에 서술된, 진실을 알게 된 후 유리가 느끼는 감정이 상당히 드라마틱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이야기하는 '차가운 현실 속 따뜻한 애정'이 작품에 녹여내기 굉장히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리라는 캐릭터의 성격과 어우러져 작품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매력을 지니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대상화되지 않도록 주인공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어떤 소설이든, 작가는 자신이 소재로 차용한 현실이 독자들에게 대상화되는 일을 충분히 경계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대상화'라는 말은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간성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뜻이에요.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장애우友로 바꾸고자 했던 옛날의 사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판 모르는 남이 갑자기 나를 친구라고 부르고, 나를 돌봐주어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니, 그거야말로 대상화에 해당하겠죠.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대상화의 여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가님이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양한 처지에 놓인 인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하면서, 불필요한 연민을 배제하되 그들이 받는 차별과 편견을 가감 없이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죽은 새를 주워 온 연우의 생각, 그리고 연우와 싸우던 와중 엄마 서정희 씨의 학대 장면을 떠올리며 연우를 끌어안고 우는 어린 주인공의 모습 등이 읽으면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요컨대, 입양 가정의 학생들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돌봐줘야 된다'는 식의 부담스러운 동정도 아니고 '우리와 다르다'는 식의 차가운 손절도 아닙니다. 그러한 점에서 독자들이 적절한 거리에서 따뜻함을 지닐 수 있도록 이끄는 점이 아주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는 '훌훌' 털어버리며 읽을 수 있나요?

유리와 연우, 그리고 할아버지가 품고 있는 각자의 사정과 그들이 서로 유대를 쌓아가는 과정은 이 작품이 이래서 대상을 수상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분명한 인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리네를 제외한 조연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불필요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조연들의 수가 적지 않은 탓에, 서사가 차지하지 않아도 될 공간까지 차지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더 인상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 농도가 다소 옅어지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미희와 주봉이처럼 단순히 엑스트라 역할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주요 등장인물에 해당하는 세윤은 유리의 '거울' 역할을 해주고 있으므로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번하게 등장하고는 있지만 남는 이미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연우 아빠, 고향숙 선생님과 같이 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법한 사람들도 줄곧 등장합니다만, 그들은 기대했던 만큼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소모적으로 활용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갈등의 전환을 야기할 것처럼 보였으나 손쉽게 퇴장하는 인물, 사정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언을 날리는 인물 등을 사례로 들 수 있을 듯합니다. 스토리 구조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들을 과감히 삭제하거나 플롯 자체를 정돈해서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다 잘 드러낼 수 있었다면 좀 더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긍정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유리네 식구들의 서사가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리가 엄마인 서정희 씨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을 힘들게 하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훌훌' 터는 장면에서, 등장인물이 '용서'나 '원망'이 아닌 '애잔'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거리 유지가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네요. 그렇기에 더더욱 이러한 서사들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있었습니다.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 (p.207)

고향숙 선생님이 이 말을 던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제쳐두고, 이 문장 자체는 작품의 주제를 담아내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 그대로 작중 등장인물들은 차가운 현실 속을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함부로 상대방의 삶에 대해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잔잔함과 따뜻함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훌훌'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함부로 뜨겁게 굴지 않고, 잔잔하게 인물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저희 서재가 인정하는 명작이었습니다.

 

 

#푸른여우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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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3 댓글 43
포토리뷰 과거의 상처를 외면하기보다 수용하며 변화하는 성장소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삶**소 | 2022.02.09 | 추천11 | 댓글2 리뷰제목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이미 큰 기대치를 가지고 보게 된다. 아이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를 때 당연히 이런 수상 경력에는 눈이 한 번 더 가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청소년 도서이지만 성인인 나에게도 항상 교훈을 주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번 제12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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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이미 큰 기대치를 가지고 보게 된다. 아이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를 때 당연히 이런 수상 경력에는 눈이 한 번 더 가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청소년 도서이지만 성인인 나에게도 항상 교훈을 주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번 제12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을 만나보았다.

 

고등학교 2학년 서유리는 아주 어릴 적 입양되었다. 자신을 입양한 엄마 서정희는 유리가 8살 때 집을 나갔다가 어느 날 불쑥 갓난아기를 데리고 왔지만, 다시 집 떠난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유리는 엄마의 아버지인 할아버지와 한집에 살지만, 각자의 영역을 서로 침범하지 않는 암묵적 규칙 속에서 실상 가족이라는 이름보다는 동거인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며 이 집을 떠나 자신의 과거를 끊어내고 살고자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죽고 혈육인 초등학교 4학년인 서연우가 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며 일상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다. 단지 운이 나쁜 사고사라 생각했던 엄마의 죽음에 연우가 연관이 있었고 연우는 그동안 엄마에게 방임과 학대를 당해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한 아이였다. 대학입시도 준비해야 하는데 할아버지는 갑자기 연우를 자신에게 맡겨두고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하질 않나 연우는 학교에서 사소한 문제들을 일으키며 급기야 연우에게 분노를 쏟아내며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자신의 폭발된 감정의 민낯에 대한 낯선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 연우 한 명 왔을 뿐인데 지진이 난 것 같았다. (p.82)

 

같은 반 모범생 세윤이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졌다 입양되었고, 친한 친구 미희는 부모님이 불화로 이혼을 고려 중이고, 올해 새로 학교로 오신 담임 선생님은 불미스러운 소문에 휩싸인 분이었다. 이처럼 자신만 불행한 가정사를 가진 줄 알았던 유리의 주변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기꺼이 서로의 아픔에 손을 내밀어주는 따스함을 발휘한다. 이젠 자신의 상처도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집이었지만 연우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 위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유리는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열기 시작한다.

그 정도면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독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더라. 일단 우리는 전쟁은 겪고 있지 않잖아. 지독한 곳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겪은 일로 죽어 버리겠다고 말하기는 나는 좀 그래. 하지만 유리야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p.206~207)

 

언젠가는 꼭 만나보고 싶었던 친부모님, 자신을 입양해서 버리고 나간 엄마가 왜 그런 삶을 살았는지, 일상적인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있는 것 같고, 엄마의 사망 직전 연우와 있었던 일 등 이 모든 궁금증이 하나씩 풀리면서 유리는 더 깊은 상처를 받아 외면하기보다는 그런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수용하게 된다. 암울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을 비통하게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게 표현했다는 점, 그리고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뻔한 결말이 아닌 열린 결말이라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라 여겨진다. 묘한 관계의 동생 연우가 나타나며 큰 감정의 동요 없이 무채색에 가깝던 유리의 내면에 여러 감정이 섞이며 변화되는 심리 상태도 아주 잘 표현되어 있었던 점도 좋았다. 세상에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고 그 상처를 털어놓고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아픔에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유리의 주변엔 자신의 아픔에 무너지지 않을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기에 유리가 상처에 몰입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다. 훌훌은 상처받은 이들이 모여 희망이라는 것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며 펑펑 눈물을 쏟아내기보다 눈물을 삼키며 웃게 만드는 힘이 생기는 책이라 생각된다. 유진이와 상처받은 모든 이들이 잊고 싶었던 과거와 상처를 훌훌 털어내고 훨훨 날아가 평범한 날들 속으로 들어가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2

한줄평 (49건) 한줄평 총점 9.6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각자의 아픔을 지닌 개인이 모인 이상한 가족이 드디어 온기를 품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YES마니아 : 골드 삶**소 | 2022.02.08
구매 평점5점
재미있어요!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 2022.08.10
구매 평점5점
신선하고 재미있는 내용이네요.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골드 g*****7 |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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