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6월 08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8쪽 | 452g | 226*286*8mm |
ISBN13 | 9791158363444 |
ISBN10 | 1158363443 |
KC인증 | ![]() 인증번호 : |
발행일 | 2022년 06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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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8쪽 | 452g | 226*286*8mm |
ISBN13 | 9791158363444 |
ISBN10 | 1158363443 |
KC인증 | ![]() 인증번호 :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의 시 ‘꽃’ 중에서)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내용으로 잘 알려진 김춘수의 시 ‘꽃’의 앞부분이다. 실상 이 작품은 꽃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단순히 꽃이 아닌 존재와 존재 사이의 상호 관계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던져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통용되는 표현들과 그에 관한 간략한 설명, 그리고 그 단어들을 뒷받침하는 그림들만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김춘수의 이 시를 떠올렸다. 아마도 제목에서 보이는 ‘이름’이라는 단어와 그 단어가 저자에게 각인되었던 내용들을 나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저자는 이러한 단어를 떠올렸지만, 다른 이들은 자기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하겠다.
‘세상 모든 언어에는 복잡한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저자는 자신이 선택한 단어들을 열거하면서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각 나라의 초상화’를 그려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예컨대 가장 먼저 등장하는 ‘영국’의 경우, 일을 다 끝마쳐서 더는 그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기쁨이라는 뜻 풀이와 ‘스트라이크히도니아’라는 단어를 나란히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기분으로 가장 편안한 사람들 속에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크랙’,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는 ‘히라이스’, 그리고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는 것으로 안락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쿠리’라는 단어들을 영국을 대표하는 단어로 제시한다. 물론 저자가 선택한 단어들에 걸맞은 그림들이 파스텔 톤으로 배경을 이루고 있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저자는 그 대상을 독일과 그리스, 덴마크와 이집트 등으로 확장시켜 자신이 선택한 세계 각국의 단어들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 남아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는 ‘슈트름프라이’를 비롯하여 6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역시 그에 걸맞은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인도와 아이슬란드,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고 중국과 네덜란드 등에 관한 저자의 단어 선택은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노르웨이와 포르투갈, 핀란드와 프랑스, 스웨덴과 일본 등 저자가 선택한 국가는 모두 17개국에 달한다. 아마도 저자에게는 한국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나라인 듯, 이 책에서는 '한국의 초상화'를 대신할 수 있는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저자는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원어민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자가 선택한 단어들은 도움을 주었던 이들의 생각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또한 저자가 생각하는 여러 나라의 이미지들이 전제되엇을 것이고, 때로는 그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김춘수의 시 ‘꽃’의 구절처럼 이 책을 집필할 당시에는 이러한 단어들을 떠올렸겠지만, 시간이 흐른 다음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가 좀더 깊어진다면 먼저의 단어들이 다른 표현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저자의 의도를 간파하고, 그저 자기 자신의 단어와 표현을 통해서 떠올리고자 하는 대상과 연결시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상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보다 자세하게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차니)
세상에 이런 다양한 감정과 많은 언어가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인간의 마음이, 어떤 상황을 표현하고 싶은 단어가 묘할 때가 있다. 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싶은데 적절하지 않은 단어로 채우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딱 맞는 단어를 찾아낼 자신도 없어서 얼버무리기 일쑤였던 순간들. 한국인으로 한국말을 사용하는 내가 지금 이상의 표현을 하고 살아갈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나는 모자란 표현으로 내 감정을 말하고 있겠지. 그래서 이런 책을 만나면 신기하다. 막 가슴이 뛰면서도 차분해진다. 세상에 이런 말들이 실제로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세상 모든 언어에는 복잡한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들이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우연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에 딱 맞는 단어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단어들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고, 또 이렇게 찾아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대부분일 것 같은데, 작가는 어떻게 이런 단어들을 수집해서 모아 놓을 수 있던 건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마냥 신기하다. 그 신기함을 살짝 뒤로 밀어놓고 보면, 우리에게는 이런 단어가 필요했는지도 모르지. 그 어떤 순간에도 잘 표현할 수 있는 만족감까지 들 것 같다. 본문에서 말한 것처럼, ‘앞으로 만나게 될 어떤 특별한 순간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줄지도. 어느 나라의 말이라도,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우리는 느끼는 감정 그대로 말하고 있다는 거니까.
히라이스(hiraeth : 영국)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 이 단어를 보니까 자꾸 생각난다. 그 마음은 분명 그리움인데, 그리움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순간. 그 그리움은 ‘그곳’일 수도 있고, ‘그때’일 수도 있다. 오래전 추억이 남은 장소를 찾고 싶거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자꾸 생각나거나 할 때. 최근에 이 생각을 참 자주 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건지, 아니면 여러 가지 상황을 머릿속에 담고 있느라 자꾸만 과거의 어떤 것을 떠올리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면 좋을 게 없다고 여기면서도, 한 번씩 이렇게 떠올리는 순간이 좋다는 거. 알 수가 없네.
메리지아레(meriggiare : 이탈리아) 뜨거운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쉬기. 이런 마음을 표현하는 한 단어가 있다고? 풀어놓은 말처럼 하는 거 말고, 한 단어로 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놀랍다. 그늘이 더 간절해지는 요즘 계절 때문인지 몰라도, 한창 바쁘다가 잠시 숨 돌릴 틈이 생겼을 때 쉬기 좋은 타이밍. 그늘이란 뜨거운 햇살이 만든 더위를 피하는 장소에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한여름의 낮 동안 너무 그리운 장소다. 당분간 자주 외칠 것 같다. ‘메리지아레!’
카푸네(cafune : 포르투갈)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빗어 내리는 일. 아, 너무 낭만적이다. 손가락빗으로 머리를 빗어 내리는 일이 아무에게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일까. 이 단어의 뜻을 듣는 순간, 문장 그대로의 장면을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 굉장히 가깝고, 사랑스럽고, 포근함을 주는 상대에게만 가능한 일이니까. 엄마가 마냥 사랑스러운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듯이, 눈앞의 상대가 그런 사랑을 충분히 받아내면서 편안해할 수 있는 관계일 테니. 카푸네. 이 단어 너무 아름답다.
라곰(lagom : 스웨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필요한 만큼. 우리 말로 하면 ‘적당히’ 정도가 될까. 근데 사실 ‘적당히’와 비슷한 듯 아닌 듯하다. ‘적당히’는 사람마다 다르게 측량되는, 정확하지 않은 기준 같은데, ‘라곰’은 그 ‘적당히’를 정확한 수치로 말해놓은 것만 같다. 김수미가 ‘요만치’라고 말할 때, 책으로 나온 김수미의 레시피에는 계량된 수치가 적혀 있는 걸 보면 같은 우리말에도 두 개의 언어가 있는 느낌이다. ^^ 물질적이든 감정이든, 딱 필요한 만큼만 두고 사용하면서, 표현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표현하기 쉬운 말인 것 같으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어려운 말 같기도 하다. 딱 필요한 그 만큼을 우리는 어떻게 정확히 계산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듯하다.
슈투름프라이(Sturmfrei : 독일)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 남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정말 좋아하는 포지션이다.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해진다거나 심심하지 않으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안 그래. 그냥 좋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집에 혼자 있는 게 좋고, 여기저기 책 쌓아두고 뒹굴뒹굴하면서 펼쳐보는 것도 좋고, 그렇게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 것도 괜찮은데…. 언젠가부터 집에 있어도 이렇게 뒹굴뒹굴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끔 주말의 늦잠을 즐기기도 하지만, 몇 날 며칠 이런 느슨함을 즐길 수 있을 때가 없었네. 한 단어로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구체적인 자유를 이런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니, 너무 딱 맞는 듯하다. 소박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쉽게 완성할 수 없는 자유가 아닐는지.
누구나 한번은 경험했을 그 순간,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낄 때가 있을 테다. 모국어로도 표현하기 모호한 감정을 정확히 나타내는 외국어가 있다고 했을 때 뭘까 싶었는데, 단순하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딱 표현하는 게 이 단어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세계 17개국의 71개의 단어를 담은 이 책은 다른 언어권에서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나 상황을 정확히 나타낸다. 모호해서 부유하던 감정의 이름을 여기에서 찾는다. 아름답게 들리지만 낯설기도 한 단어들이 주는 건 공감이었다. 아, 그 마음 나도 알아. 아마도 이런 감정의 공유가 아닐까? 그 말이 나올 듯 말 듯 간질간질할 때, 옆에서 딱 꼬집어서 그 마음을 대신 말해주면 ‘맞다 맞아’ 하면서 그 사람의 어깨를 마구 치면서 반가워할 때. 딱 그거였다, 잃어버린 말을 찾아준 느낌. 입에서 맴돌면서 정확히 모르겠는데, 그 단어를 찾고 싶어서 사전을 뒤적이다, 딱 그 페이지를 펼쳤을 때 같은...
단어로 세계 여행을 한 기분이다. 좋은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황홀감 ‘타라브(이집트), 잃어버린 기회와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토아슈르트파니크(독일), 함께 식사를 마친 뒤에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빈 접시를 앞에 둔 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소브레메사(스페인)’ 같은 말들이 사람 사이를 연결한다. 작가는 2021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에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많은 것이 고립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닿지 못하던 시간에 이 책으로, 단어로, 감정으로 서로에게 가 닿기를 바랐던 건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당신의마음에이름을붙인다면 #마리야이바시키나 #책읽는곰 #그림책 #세계여행
#단어 #세계의언어 #공감 #연대 #어른도같이읽는어린이책 #책 #책추천
2일
가본 듯 익숙한 느낌이 들었던 그리스, 신화를 알아서 그럴 것이다. 이야기의 힘은 대단해서, 읽은 것만으로 비교적 생생하게 현실의 장소들을 그려볼 수 있었다. 후손은 창대해졌으나 자신은 쇠약해진, 나이 들고 허약해진 부모를 보는 묘한 느낌... 서글픔...
친구가 여러 해 머물면서 사진작업을 했는데, 여러 해 전에 한국에 돌아왔는데, 신기할 정도로 잊고 살았다. 근황도 모른다. 그림책의 푸른색을 보고 한 때 매일 나누던 안부가 겨우 떠오르다니... 살아버린 삶은 모두 꿈, 모두 전생...
필록센니아
낯선 사람을 향한 환대롸 존중,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쁨.
페라자타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평온함.
볼타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서 들려오는 소리와 풍경을 즐기는 일.
초로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돌아가는 정든 곳
메라키
어떤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 깊이 녹아 들어가 진심과 영혼을 쏟아붓는 상태. 무슨 일이든 메라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랑을 담아 누군가를 위해서 커피를 내리는 일. 우리는 이런 작은 일상에도 온 정성을 다하곤 한다.
이탈리아... 가기 전엔 좋은 지 먹기 전엔 맛있는 지 만나기 전엔 아름답고 친근한 지... 다 몰랐던 나라, 음식, 사람들. 늘 좋았다.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심지어 콩스프도 맛있었다. 아름답고 다정한 사람들이 그립다...
후회는 언제나 뒤늦은 것이지만, 왜 당시에 이미 늦었다고 다른 선택은 없다고 그렇게 결단을 하듯 살았을까. 고작 30대가 된 주제에. ‘지금 여기’ 말고는 다른 삶도 기회도 없다. 살아 보니 정말 그랬다. ‘나중에’란 확실한 거절과 완벽한 부재와 같은 말이었다.
메리지아레meriggiare
뜨거운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쉬기
아르치골라arcigola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음식과 먹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느린 저녁 식사
콤무오베레commuovere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것.
돌체 파르 니앤테dolce far niente
모든 순간이 즐거움으로 가득한 달콤한 게으름. 그 순간을 즐기는 일이니, 시간을 허비한다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 시간은 이미 충만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바닷가를 따라서 걷기.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