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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438g | 145*207*16mm
ISBN13 9791167900302
ISBN10 1167900308

이 상품의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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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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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유정은 렌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언젠가 자신이 꾹꾹 눌러 삼켰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에. 프레임 안에 날개가 꺾이고 머리가 으깨진 새가 갇혔다. 이를 악물고 셔터를 누르자 새는 피사체가 되었다. 피사체에 머문 죽음. 깨진 유리는 보이지 않았다.
--- pp. 12-13, 「층과 층 사이」 중에서

적막한 밤, 차가운 빗방울이 툭툭 이마에 닿았다. 강물 위에 떨어진 빗방울이 파문을 일으키듯 음표 하나하나가 명멸했다. 배에 탄 사람들의 얼굴이 스치듯 지나갔다. 동우는 정신이 아득했다. 이제야, 재이의 질문을 이해했다. 달빛 아래 물결은 잔잔했지만 배는 흔들렸고, 수면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자신의 얼굴을 보자 동우는 울고 싶어졌다. 재이는…… 알고 있다.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 p.62, 「리스너」 중에서

건우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에바 캐시디를 만난다. 가족을 떠나려고 한다. 소영은 생각했다. 어쩌면 건우의 1퍼센트는 에바 캐시디일지도 모른다고. 건우의 삶에서 뭔가가 빠져나갔고 그 공백이 너무 커 모험이 필요한 지경까지 갔다고. 그 공백을 알아본 에바 캐시디가 마침내 건우의 1퍼센트를 차지한 게 아니냐고, 소영은 묻고 싶었다.
건우야, 넌 그 말을 언제 누구한테 들었니? 나한테 아이가 있었다는 말.
--- p.120, 「에바 캐시디」 중에서

그곳이 어디인지,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우리는 한밤에 트럭을 타고 서울을 떠났다. 눈길을 뚫고 달리던 트럭이 멈춘 곳은 지방 소읍의 간이역이었다. 쌓인 눈을 비질하는 역무원 뒤로 설산이 펼쳐진 작고 외진 곳. 역 뒤편에 철로 공사를 맡은 인부들 이 쓰고 남긴 컨테이너가 있었다. (……)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역장이 찾아와 컨테이너 안을 둘러보더니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아주었다. 화장실은 역 안의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라고 일러주었다. 아버지는 그곳에 우리를 부려놓고 곧 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트럭을 타고 떠났다. 우리는 그때 열 살, 열다섯 살이었다.
--- pp.137-138, 「슬로 슬로」 중에서

교탁 앞에 선 영어 선생은 들고 있던 지시봉으로 출석부를 탁 탁 내리쳤다. 영주가 ‘무슨 일만 생기면 그놈의 누구냐는’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다른 아이들이 눈치만 살피고 있을 때, 그 아이가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곧이어 다른 아이, 또 다른 아이, 또 또 다른 아이가, 한 명씩 두 명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어느 틈엔가 은수와 윤해도 일어서 있었다. 타이밍을 놓친 영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앉아 있는 아이보다 서 있는 아이의 수가 더 많아지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영어 선생보다 나중에 돌아올 반 아이들의 뒷말이 더 신경 쓰였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일어섰을 때 영주도 주춤거리며 따라 일어섰다. 앉아 있는 아이의 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부분 이 일어서서 영어 선생과 대면했다. 아이들은 한껏 흥분한 상태였다. 함께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라는 묵계가 용기를 불러 모았다. 그때 영주는 사람의 눈이 돌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처음 보았다. 희번덕거리던 영어 선생의 눈이 흰자위에서 광채가 나는가 싶더니 그야말로 휙 돌아갔다. 미쳐 날뛰던 영어 선생이 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교실을 뛰쳐나갔다. 『필로소피아』 사건을 겪고 새가슴이 된 담임이 헐레벌떡 교실에 뛰어 들어와 “너희들, 정말 왜 이래?” 하고 울먹였다.
--- p.206, 「리플릿」 중에서

형태 없는 것들이 형태를 갖추었을 때, 공간은 비로소 장소가 된다. 건축물은 허물어지고 다시 또 세워지겠지만, 그곳에서 보낸 기억은 허물 수 없는 형태를 갖춘 채 누군가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형태 있는 것들은 형태 없는 것들에서 나온다.
--- p.245, 「설계자들」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층과 층 사이
건축잡지 기자인 유정은 ECC 건물에서 건축가 김지훈과 인터뷰를 하고 나오는 길에 유리문에 부딪혀 죽은 새를 보고 자신과 동일시한다. 유정은 ECC와 주희의 집을 오가면서, 주희와 함께 살고 싶은 자신의 욕망과 마주한다.

리스너
음향 엔지니어 동우의 연인인 음악가 제이.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눠온 두 사람과 재이의 음반 디자인을 도와주는 정실장. 동우는 정실장에게 흔들리게 되고, 재이는 흔들리는 동우의 마음을 눈치 챈다. 동우는 재이와 함께 들어간 사진스튜디오에서 차이콥스키의 ‘6월 뱃노래’를 듣게 된다.

건축 공간에 미치는 빛과 중력의 영향
소라는 연인 우진, 그리고 우진의 옛 연인 해주와 일본 건축 심포지엄 답사 중이다. 건축 대학원생인 셋은 묘하게 서로를 신경 쓰면서 빛을 이용한 건축물을 관람한다. 이 과정에서 소라는 우진과 해주가 신경 쓰이고, 우진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감정과 마주하는 과정을 건축물에 빗대어 섬세하게 펼쳐낸다.

에바, 에바 캐시디
대학동기인 소영과 건우는 우연히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만나 다시 가까워진다. 건우는 기러기아빠가 되었고 에바라는 재미교포와 재혼을 꿈꾸고 있다. 소영이 건우에게 곁을 내어줄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동명이인이자 스카이다이빙 결혼식을 꿈꾼다는 에바가 궁금해진다.

슬로 슬로
아빠가 열세 살 오빠와 열 살 하나를 태우고 간 곳은 간이역 컨테이너. 아빠는 자주 집에 오지 않았고, 오빠와 라면을 끓여 먹으며 간이역에서 놀이를 하며 아빠를 매일 기다렸다. 세진의 남편조차 의심할 정도로 각별한 남매였던 둘……. 출장차 파리로 간 그녀는 세계 각국을 돌며 방랑자 생활을 하고 있는 오빠를 생각하며 샤모니의 설산을 오른다.

공주
결혼 전날 파혼했지만 6년째 동거 중인 윤경과 규. 규의 아버지 고희연 시간 전까지 기차를 타고 짧은 여행을 하기로 작심한다. 두 사람은 천안과 공주를 함께 다니면서 헤어짐을 결심했던 순간과 추억들을 상기한다. 그리고 규의 취미인 카세트테이프 수집을 위해 레코드 가게 앞에서 서서 날이 어둑해지도록 가게 주인을 기다린다.

리플릿
영주와 은수는 고등학교 시절 ‘필로소피아’라는 잡지를 만든 친구 사이다. 음악, 영화, 시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직접 쓰고 편집한 것.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둘은 '필로소피아' 제목의 전시를 함께 관람하고, 당시 함께 편집했던 다른 친구들을 떠올린다.

설계자들
옛 서울역사의 진짜 설계자는 누구일까. 현 교수와 민정은 '옛 서울역사 활용 국제 설계 공모전'을 준비하며 서울역사의 근원의 흔적을 따라간다. 그러다 남영동 대공분실과 아우슈비츠 건축물에 빗대어 건축가의 윤리 정신에 대해 의문이 생기고 민정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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