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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10g | 104*182*20mm
ISBN13 9791167902160
ISBN10 116790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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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나다운 삶의 자극점을 찾아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면서, 동시에 덫이 되기도 하는 가족이란 관계. 그 속에서 나다운 삶에 관한 진지한 고찰이 담은 소설. 운동 중에 가장 터득하기 어려우면서도 기본 동작인 풀업(Pull-up)처럼 가장 사랑하지만 밉기도 한 세 모녀의 이야기와 되찾은 자기 서사를 노련하게 풀어냈다. - 소설/시 PD 김유리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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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색하다고? 딸이? 그럴 수 있나? 보통 엄마와 딸은 친밀하지 않나? (미수와 영애 씨 사이가 무척 가까웠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왜 이러나. 문제가 있나. 엄마에게 이런 감정을 갖는 게 맞나? 그래서 지수는 더 수다스러워졌다. (……) 영애 씨와 함께 있으면 지수는 언제나 힘이 들었다.
--- pp.29~30

영애 씨가 키운 식물들. 시들지 않는 식물들. 항상 싱그러운 향기를 피워내는 식물들. 순간 지수는 말하고 싶었다. 영애 씨의 식물들이 저렇게 파릇파릇할 수 있는 건 애초 시들시들한 식물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 영애 씨는 살아남은 식물들에게만 애정을 품었다! 시들어가는 화분에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저건 쟤 운명이야. 어쩔 수 없어.”
올리브 나무 뒤쪽, 영애 씨가 숨겨놓은 작은 화분 하나가 보였다. 시들다 못해 누렇게 말라비틀어져 있는 제라늄.
지수는 컵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손에 묻어난 물기를 천천히 매만졌다.
--- p.32

언제부터 그 일들이 모두 지수의 몫이었지?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린 거지? 지수는 반발심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돈을 다 갚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틀린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 적어도 영애 씨와 미수 앞에서는 그랬다. 두 사람 모두 지수에게 갚을 필요 없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게 진심일 리 없었다. (지수가 가족을 정말 사랑했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하고 싶다.) 그러니까, 지수는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이 여전히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영애 씨와 미수에게.
--- pp.58~59

운동을 배운 지 겨우 한 달 반이었지만, 지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 과정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지수의 몸이 변화하고 있는 건 분명했다. 매일 새벽 지수를 집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건 바로 그 감각이었다. 아주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뿌듯함.
삶의 다른 것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 p.69

“미수의 눈을 마주하며 지수는 말을 삼켰다. 어쩌면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 아니, 어쩌면 줄곧 해왔을지도 모르는 말. (……) 나는 뭘 좀 배우면 안 되니? 변화를 원하면 안 되는 거야? 네가 원하는 나의 삶은 뭐야? 언제나 너보다 못난 언니로 살아가는 것. 나를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비루하게 나이 먹어가는 것. 네가 계속 한심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사는 것. 그런 기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그런 거야?
--- pp.87~88

지금보다 더 크고 강한 몸. 편안하게 움직이는 팔과 다리. 정말로 그런 날이 올까?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그래 그럴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곳은 지수의 궁전이 될지도 몰랐다. 그래. 정말 그랬다. 그러자 문득 지수는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이런 기대와 마음, 생각들이 정말로 내 것이었나? 마치 꼭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자기 자신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그래,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
--- pp.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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