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0월 04일 |
---|---|
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540g | 145*217*30mm |
ISBN13 | 9791190538381 |
ISBN10 | 1190538385 |
발행일 | 2021년 10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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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540g | 145*217*30mm |
ISBN13 | 9791190538381 |
ISBN10 | 1190538385 |
MD 한마디
호스피스 전문의가 다양한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기록한 책. 레이첼 클라크는 죽음 앞에서 최선을 다해 일상을 지켜간 사람들에 주목했다. 저자의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드라마인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다. - 손민규 인문 MD
추천의 말 프롤로그 PART 1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 인간다운 죽음을 위한 이야기들 1. 아버지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몰랐던 것 -두 젊은 병사의 마지막 순간 -삶에 관한 아주 다른 이야기 -동네 진료소에서 만난 자연스러운 삶과 죽음들 -내가 살아 있는 건 우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 참 별것 아닌 삶 -그는 죽고 나는 살았다, 단 1초 차이로 -언제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어이없는 세상에 산다는 것 -죽음을 회피하는 태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다시, 의사의 길로 3. 죽음을 피하려고 애쓰는 동안 잃어버리는 것들 -인생에서 다정함이 가장 필요할 때 -평범한 사람이 의대생이 되면서 서서히 잃어버리는 것 -병원에서 죽음을 다루는 냉정하고 차가운 방식 -인간다운 죽음을 위한 질문들 4. 죽을병이 삶을 바꾸는 방식 -암과의 아슬아슬한 만남이 내게 남긴 것 -아픈 사람에겐 어떤 배려가 필요할까 -삶과 죽음 사이, 소중한 것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만 한다면 5. 드라마 같은 소생술은 없다 -생을 다하고도 편안하게 죽지 못하는 사람들 -의사가 말하길 꺼리는 단 하나의 진실 -우리의 심장이 멈추는 이유는 우리가 떠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환자를 죽이고서 깨달은 것 6. 어떤 결말을 준비할 것인가 -응급실과 인생의 공통점 -삶이 평균과 통계치를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1퍼센트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 -어떤 결말을 준비할 것인가 PART 2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이야기들 7. 내 삶은 어떤 이야기로 기억될까 -“이렇게 사는 게 다 무슨 의미죠?”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가 80년간 숨겨 온 비밀을 마지막 순간에 털어놓은 이유 -내 삶은 어떤 이야기로 기억될까 8. 죽어 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하루에 대하여 -호스피스에 즐거움이 가득한 까닭 -암담한 순간에도 기쁨은 존재하는 법 -무엇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나 -실체 없는 두려움은 내려놓고, 구체적인 희망을 만들어 가며 9.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브리지 게임을!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느낄 때 -삶은 마지막까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브리지 게임을! -살아 있는 한 함부로 끝이라고 단정 짓지 말 것 10. 지혜로운 포기와 좋은 선택에 대하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대하여 -의사의 말만 따르던 그 남자의 마지막 선택 -빌어먹을, 죽을 때만큼은 내 뜻대로 죽고 싶다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가 11. 별것 아닌 삶에 모든 것을 바치는 어리석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삶도 사랑도 슬픔도, 결국 한순간일 뿐이지만 -그의 아픔이 내 것과 같음을 느끼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닿을 수 있는 슬픔 -그럼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12. 아버지의 마지막 여행이 남긴 것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위로 -인생을 잘 살았든 못 살았든, 상관없어지는 때가 온다 -아버지가 마지막 여행을 떠난 이유 -운명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달라지는 것 13.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 -보통의 삶은 어떻게 위대해지는가 -죽음 후에 남는 것들 -작고 약한 인간이 서로를 돌볼 때 일어나는 기적 14.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아버지가 남긴 이야기들 15. 정말로 소중한 것들을 위한 삶 습관적으로 대충 보낸 나의 어제를 돌아보며 오늘을 더 깊이, 더 뜨겁게 살기 위하여 사랑과 용기를 가슴에 품고 끝까지 나아갈 것 감사의 글 |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불치의 병을 앓는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 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 임종환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희망 속에서 가능한 한 편안한 삶을 살도록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합니다. ‘호스피스(hospice)’와 ‘병원(hospital)’은 환대(hospitality)와 마찬가지로 호스페스(hospe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는데, 호스페스에는 ‘집주인’과 ‘손님’ 혹은 ‘낯선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는 영국의 공중보건의사이자 완화의료전문가인 레이첼 클라크가 완화의료현장에서 다양한 말기환자들의 임종과정을 돌본 경험과 특히 암에 걸린 아버지와의 작별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기록한 완화의료의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작가는 영국의 시골마을 윌트셔에서 지역보건 전문의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진료소에서 환자의 입장을 고려하며 진료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자랐습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하고는 시사 기록물을 제작하는 기자로 일하면서 알카에다, 콩고내전 등을 취ㅐ하였습니다. 1999년 런던에서 일어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폭발사건에서 구사일생 목숨을 건지는 사고를 겪으면서 뒤늦게 의학의 길에 투신합니다.
의사가 된 다음에는 응급실 근무를 거쳐 완화의학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당신은 당신이기 때문에 중요하며, 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중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평온하게 생을 마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때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하여 돕겠습니다.(214쪽)”라는 완화의료 운동의 창시자인 데일 시슬러 손더스의 말을 인용하는 등, 완화의료의 정수를 배울 수가 있습니다. 저자는 “호스피스에는 용기와 연민과 사랑하는 마음 등 인간 본성의 선한 자질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존재한다.(230쪽)”라고도 말합니다.
‘외투를 입히다. 덮어 감추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펠리에어(palliare)에서 유래한 완화의료(palliative medicine)의 1차 목표는 죽음의 증상을 숨기는 데 있음을 암시한다고도 하였습니다. 저자가 완화의료 전문가가 된 것은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환자중심의 진료를 해온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려 죽음을 맞게 됩니다. 간호사인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임종을 돌보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저자는 아버지가 건강하였을 때 ‘죽음 조약’을 맺었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의사가 되어 모르핀을 처방할 권한을 가지게 되었을 때 혹시 아버지가 불치의 병에라도 걸리면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즉 조력자살을 당부한 셈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죽음 조약보다는 완화의료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생긴 불안감에서 죽음조약을 맺었지만, 대장암이라는 불치의 병을 얻고서 죽음을 받아들인 덕분에 남은 순간을 음미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죽는 것이 두렵냐는 저자의 질문에 “아니다. 증상은 두려울 수 있지만 죽는 건 두렵지 않아. 손주들이 자라는 모습을 더 지켜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 사는 데는 더 미련이 없단다. 이만하면 잘 살았으니까.(344쪽)”라고 답합니다.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여 초연하게 죽음을 맞는 경지에 도달한 것을 보면 저자의 아버지는 득도를 한 셈입니다. 저도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책과 영화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책들을 읽어볼 요량입니다. 저자가 의학을 공부하면서 경험한 것들은 아버지가 공부하던 시절과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는 대목이 나옵니다만, 저자의 아버지의 경험은 저와 비슷한 점이 있어 저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작은 아이에게도 추천할 계획입니다.
"통증을 느끼려면 피부에 신경 종말이 필요하단다. 그들은 살갗이 다 타 버렸기 때문에 신경 종말이 하나도 없었어. 그러니 통증을 느낄 수 없었던 거야. 마음을 푹 놓고서 그냥 웃고 떠들었다니까. 사고를 용케 피한 줄 알았던 거야."
아버지의 말투와 태도가 왠지 평소와 달랐다.(-34-)
죽은 자들 주변엔 말 못 할 비밀이 소용돌이친다는 것.의사는 목소리가 아니라 감정과 본능을 감춰야 한다는 것, 어떤 감정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 감정은 곧 미숙함을 상징하기에 무시하고 부정해야 한다는 것, 죽음을 마주했을때 취약성을 드러내면 의학계의 골칫거리로 전락한다는 것. (-82-)
나는 가슴이 찌르르 저렸다. 문득 그도안 내 아이들이 잠깐씩 아팠던 때가 떠올랐다.아이가 크리켓 고으로 머리를 맞았을 땐 경막하 출혈을 의심하며 초조해했고, 무릎이 부었을 땐 화농성 관절염이 아닌가 걱정했었다. 이번 이도 자식에 대한 부모와 지나친 염려로 끝나길 간절히, 간절히 바랐다. (-164-)
간신히 호스피스 병도에 도착했을 땐 도처에 죽음의 그림자 때문에 또 불안했다. 의사가 병을 치료하고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면 이 모든 노력이 무슨 소용인가? 죽어 가는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아니면 피해야 할까? 죽음의 문턱에 이른 환자의 쇠약한 몸이 나한테 너무 벅차지 않을까? 완화 의료릐사들은 날이면 날마다 온갖 비참한 모습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환히 웃을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호스피스에 들어설 때마다 안팎으로 음산한 이곳에서 나를 빼내 줄 CPR 호출이 울리길 간절히 바랐다. (-210-)
3분 이상 호홉이나 신음이 들리지 않는다.
3분 이상 맥박이 잡히지 않는다.
동공이 고정되고 확대되었으며 빛에 반응하지 않는다.
촉진할 수 있는 심막 조율기가 없다.
고통스러운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환자는 사망했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나는 을 고개를 숙이고 내가 단순히 의사가 아니라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떠올렸다. (-284-)
아버지가 떠난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장례식을 치르고 업무에 복귀했을 때, 나는 다른 의사가 되어 있었다.이젠 슬픔의 맛과 무게를 알았다. 병실에 들어서면, 조만간 떠나보내야 할 사람의 소중한 생명에 매달리는 가족들의 퀭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슬픔도 사람처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슬픔의 고통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사랑하지 않는 것임을 나는 이제 속속들이 알았다. (-365-)
의사도 사람이고, 사람은 인간으로서, 고통과 죽음을 감지하면서 살아간다.인간은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드러낼 때, 자기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면서 살아가곤 하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의사였던 아버지를 보면서 자란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치료 완화를 하면서, 삶을 긍정하게 되고, 그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돌아보면 내일 갑자기 내 주변에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참 슬픈 기분이 들게 된다.슬픔이 고통이 되고, 힘든 기억이 남게 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내 가까운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우울감을 느끼고, 슬픔을 안고 가야 한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되며, 의사로서, 안고가야 하는 숙명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죽음을 기억한느 것은 고통이다. 즉 일반인이 결코 느낄 수 없는 미지의 고통을 느끼면서, 살아가며, 인간의 본능에 대해서, 물고기가 역영하는 것처럼, 자신의 본능에 역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매일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의사는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방식으로 의사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전 과정을 지켜 보았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으면서, 스스로 의사이면서,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잃지 않고 있었다. 죽음은 인간이 나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 보았던 수많은 환자들의 쾡한 모습들을 외면해왔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성찰하게 되고,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게 되다. 내 안의 숨겨진 교만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누그러질 수 있게 된다. 즉 환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죽음을 보고 있어야 하는 환자의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즉 작가는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생각과 경험과 판단과 결심이, 아버지의 죽음이후 서서히 바뀔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을 마주하며,마지막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계획하거나 준비할 수 있게 된 거다. 작가가 자신의 죽음 끝자리에 ,항암과 방사선 치료에 의존하면서,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죽음이 내 앞에 당장 다가온다 하여도, 그것에 굴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결단이 필요한지, 내 삶의 끝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서, 주어진 삶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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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감은 곧 살아감과 같다.
여기선 아름답고 달콤 씁쓸하며 부서지기 쉬운 게 인생이라는
삶의 본질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얼마 전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갑자기 어지럼증도 심하고 식은땀에 3주 동안 몸무게가 5킬로가량 빠지셨다. 지인과 통화 중에 뇌출혈 증상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즈음에 주변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분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아버지 가까운 분 역시 뇌출혈로 뇌사상태로 일주일 정도 계시다가 결국은 돌아가신 참인지라 급하게 응급실에 가서 MRI와 CT를 찍었는데 다행히 아무 이상은 없었다.(결국은 코로나 백신 2차 이상 증상이었다.)
그 며칠 간의 일을 겪으며 정말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언제나 건강하게 내 곁에 계실 것 같은 아버지의 부재를 잠깐이나마 생각하다 보니 정말 못 했던 것만 생각이 났다. 둘째가 태어난 후, 전보다 더 부모님(특히 아빠)의 손길을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뭔가 일이 생기면 늘 찾게 되는 5분 대기조인 아버지.
사실 이번 일을 겪으며, 언젠가는 맞이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타인의 글을 통해서나마 간접경험하고 나 역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인 아버지를 둔, 호스피스 의사 레이첼 클라크의 글이다. 죽음에 관한 글, 호스피스 의료진의 글을 여러 권 봤지만 이 책은 아마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의사인 아버지, 간호사인 어머니의 직업을 곁에서 지켜봤던 레이첼은 기자와 의사의 삶을 두고 고민을 했었다. 그런 그녀 기자를 포기하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에는 죽을 뻔한 여러 건의 큰 사고가 있었다. 그녀가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아버지는 그녀에게 의사로 살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레이첼이 옳은 선택을 하도록, 그녀가 질문을 해 올 때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줬을 뿐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의학도가 된 레이첼은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지혜로운 대답을 건넸다. 평생을 의사로 살아왔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였기에 건넬 수 있던 조언이었다.
책의 전반부에는 레이첼이 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게 된 이야기, 의사가 되고 겪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나 역시 병원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병원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다. 병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환자가 실려온 응급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CPR을 받는 장면이다. 다분히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CPR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드라마틱한 소생은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아버지 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호스피스 의사로 살면서 만났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호스피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사실 환자의 입장에서 호스피스로 이동한다는 것은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호스피스에서 일하며 자신이 만나고 보았던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그리고 자신 또한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동안 의료진으로 봐왔던 죽음과 가족의 죽음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위해 일했지만 말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썼지만, 그 안에는 아버지를 비롯해서 그녀가 만났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더 많다. 정말 찰나의 차이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끔찍한 사고의 현장에서부터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할아버지, 아내를 두고 떠나는 남편, 아직은 죽음을 논하기에 너무 이른 19살 청년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책을 읽으며 의사라는 직업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 등 참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가슴 아픈 사연과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되는 삶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을 통해 저자의 말대로 죽음이라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감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