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0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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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16g | 135*200*16mm |
ISBN13 | 9791190178716 |
ISBN10 | 1190178710 |
발행일 | 2021년 10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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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16g | 135*200*16mm |
ISBN13 | 9791190178716 |
ISBN10 | 1190178710 |
책을 펴내며 1부 당신의 밥상 포도의 계절에 부쳐 소년의 차가운 밥상 청춘들의 삼시 세끼 보고서 황혼의 밥상 함께 먹으니 즐겁지 아니한가 국통에 빠진 딸기라도 먹이려면 오늘도 ‘사골 곰탕’입니다만 소년원의 급식도 학교급식이다 박하사탕 싸던 여인들 파리를 여는 사람들 어느 생협 조합원의 소회 2부 사람이 온다 김밥으로 오신 하느님 한여름 떡볶이 배달을 하다가 인간을 ‘사재기’하는 택배 산업 새벽 배송, 전쟁 같은 쇼핑의 세계 토니버거의 추억 카페, 하시겠습니까? ‘공공 카페’의 고민 기프티콘의 세계 고구마를 굽는 사람들 홈쇼핑 셰프 전성 시대 생을 깔다, 깔세 매장 구슬아이스크림 녹던 날 이마트의 지하 세계 앞에서 김 군의 숟가락 꼭대기와 바닥, 두 죽음 앞에서 3부 심고 거두는 일 꽃상여 진 자리 존엄을 지키는 목욕탕 농촌 우체국의 빨간 경고 원천상회와 쌍봉댁을 위하여 배춧값이 정말 무서운가 우비라도 입으셨습니까? 딸기 꺾기 체험 눈물의 총각김치 이름도 남김 없이 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 누구를 위하여 컨설팅을 하나 토마토 밟기 밥 한 공기의 쌀값 아로니아의 검은 눈물 아버지가 잡지 못한 행운 경자유전의 원칙 4부 생명의 무게 ‘홍천 고딩 달걀’ 쌀과 소시지의 무게 타들어 가는 나무, 타들어 가는 농심 댁내 소는 안녕하신지요? 우리는 죽여 보지 않았다 고창의 외로운 ‘닭 싸움’ 군세권을 아십니까? 산천어를 위하여 플리즈, 농민을 기다려 주오 계란 미션 임파서블 들판의 공룡알 대추의 운명 ‘고히 잠드소서’ 후기 ‘남양주지옥분식 통신’ |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대한민국 치킨전을 듣고 눈에보이는 모든 것에 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숨겨진 면모가 있다는것을 다시한번 느꼈어요. 전보다 한단계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었고요. 이 책은 정말 천천히 읽었어요. 제가 매일 보는 음식들 그 음식이 인스턴트라도 어딜 거쳐오는지 어떤 희극와 비극이 교차된 결과물인지 곱씹으며 꼭꼭 씹어 읽었습니다.
연말이 되면서 서점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2021년 올해의 책'을 뽑고 있다. 아무도 내게 물음을 건내지 않았으나, 만약 너에게 올해의 책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정은정 선생님께서 쓴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이다. 밝히자면, 나는 정은정 선생님 팬이다. 논픽션 쪽만 한정하자면, 정은정 선생님은 내게 원 탑이다. 『대한민국 치킨전』 때부터 반했다. 이후로 선생님께서 낸 단행본은 드물었다.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가 있었으나, 이 책은 고 백남기 선생님 투쟁 기록이라 선생님만의 글로 엮인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출간이 반가웠다.
책을 주문한 지는 한 달 지났으나 이제 읽은 건, 그 동안 심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이런 저런 일이 많았다. 이 책은 마음을 추스리려고 읽은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위안을 전하는 말랑말랑한 에세이는 아니다. 부제가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밥과 노동, 우리 시대에 관한 에세이'지만, 사회 비평집으로 읽어도 무방한 내용이다.
선생님의 주된 관심사였던 먹거리에 관한 고민이 이 책에 담겼다. 농민, 농촌, 자영업, 외국인 노동자, 음식 예능, 학교 급식, 새벽배송, 노동 환경 등 묵직한 주제에 관한 선생님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안에 관한 글도 좋았지만, 곳곳에서 공개한 선생님의 개인사도 흥미로웠다. 친언니 분의 죽음을 기록한 대목에서는 숙연해졌고, 울컥했다.
요즘 대한민국 선진국론이 한창이다. 늘 들고 나오는 수치가 10위권 수준의 GDP라는데... 의미가 있겠지만, 1인당 GDP가 훨씬 개인의 삶의 질을 설명하지 않겠나. 1인당 GDP는 30위권이고 - 요즘 그렇게 깔보는 일본도 아직 한국보다 꽤 위에 있음 - 30위권의 1인당 GDP인데 불평등 수준이 높다면, 그 무슨 TOP 10이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나. 최근 자산 시장의 폭등으로 불평등이 심해졌을 테다. 청년과 노인, 외국인 노동자 등 제대로 된 밥을 못 먹고 다니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대한민국은 아직 TOP 10이 아니다. 아, 양궁은 TOP 1이지.
김밥천국을 소재로 쓴 글 중 이런 문장이나,
요리는 시간과 돈, 무엇보다 주방 도구와 식재료까지 갖춰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집밥'을 해 먹자고도 할 수 없다. 삶이 지옥인 세상에서 누군가에겐 사 먹는 김밥 한 줄이 하느님이고 천국이다. (74쪽)
명절 농수산물 가격 폭등 뉴스를 바라보는 이런 글
소비자 물가 품목에는 농수축산물과 식음료, 그리고 공공요금과 각종 서비스 요금이 들어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만만한 게 농산물이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토록 낮다며 '동네 바보' 취급하다가 왜 명절 때만 되면 17대 1의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일진'이 되어 있을까? 아무리 올라 봐라. 배춧값이 무섭나? 애들 학원비가 무섭지. 돼지고기 값이 무섭나? 2년 만에 오른 전세비 6천만 원이 나는 제일 무섭다. (168쪽)
등은 오직 정은정 선생님만이 쓰실 수 있다.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는데, 아버지는 고향이 농촌이었다. 하여, 명절마다 농촌에 갔다. 아버지의 먼 사촌 중에서는 구판장을 하시던 분도 있었고, 대부분은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셨다. 어린 눈에 보기에도, 해가 갈수록 농촌과 도시의 생활 수준은 벌어지기만 했다. 농촌에 사시던 친척들 중 많은 분이 도시로 향했다. 나의 아버지처럼.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도 떠올라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모두 대도시로 가고 싶어 안달이 난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농촌 문제에 천착하고, 먹거리를 고민하는 정은정 선생님의 존재가 참으로 고맙다. 이런 선생님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면이 아예 없진 않은 것 같다.
그나저나 예전에는 '다음에 만나면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이 참 흔했는데, 요즘은 그런 문화가 아닌 듯하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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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야만 살아남는 숙명이야 짐승이나 사람 모두 매한가지이지만, 인간은 생존과 존엄, 그 모두를 갖추어 먹어야 하는 식사의 존재다. 먹이가 아닌 밥을 먹기 때문에 인간의 삶으로 나아온 것이며, 밥을 통해 사랑과 질투를 느끼고 협력과 경쟁을 배우며, 사람의 꼴을 갖추며 살아왔다. 그러니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밥 먹을 자격은 갖추고 사는지를 묻는 매서운 질문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 앞에서 서성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밥에 과연 인간성이 깃들어 있는지를 곱씹어 보면 끝내 미궁 속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 모두가 상처 받은 밥상을 무람없이 받아 들고 입만 흥겹고 배만 두둑해진 것은 아닐까. (7쪽)
인간이란 실체를 정의하자면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총체이다. 음식은 오로지 물리적 맛과 영양, 칼로리의 총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모든 음식에는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자연의 변천까지 망라되어 있고, 여기에 개인의 기억과 사연까지 깃들어 있다. 포도가 보통으 과일이 아니라 어느 한 여인과 그 가족들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그 무엇있었던 것처럼, 하여 오늘 우리의 입으로 쏠려 들어가는 지상의 모든 음식들이 무겁고 복잡하며 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4쪽)
다시 인간의 식사를 생각한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신체와 영혼의 칼로리를 채우는 것. 그것이 엄연한 식사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청년들은 5천 원 안짝으로 오로지 열량을 좇느라 허기진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편의점에나 가라 하고, 청년이 되어서는 돈이 모자라 스스로 편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27쪽)
한 달에 3천 원에서 5천 원 하는 경로당 회비도 버거워 발길을 끊는 노인들도 많다. 당장 급한 것이 집세이니 오늘도 폐지를 그러모으느라 믹스커피로 한 끼를 넘기는 노인들이 곳곳에 넘쳐 난다. 이 추운 겨울, 저 어르신들의 저녁 밥상에 동태 대가리 한 토막이라도 올라갔는지 안부를 묻기조차 송구하다. 왜 하필 경로당의 경은 '공경할 경'자를 붙인 것인지. (33~34쪽)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공급한다는 취지에 반대할 이들은 없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과일 한 조각 먹이는 일은 쉽지 않다. 과일은 하늘에 매달려 짓는 농사이다 보니 일정한 당도와 고른 크기로 나오지 않아 품위에 맞는 '똑똑한 놈'만 골라내기가 힘들다. 여기에 종류별로 과일을 다양하게 먹이려면 과일을 손질할 인력이 더 필요하단 뜻이다. 급식 현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과일이 귤이나 방울토마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쪽)
아이가 하숙생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신세를 지게 되면 부모들은 어떻게든 인사를 전하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아이가 친구네서 밥을 자주 얻어먹으면 손에 주스라도 한 병 들려 보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내 아이 밥을 12년이나 챙겨 주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 (45쪽)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전체 범죄의 0.1퍼센트 정도만이 소년 범죄라는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보다는 사람이 개를 물ㄹ면 이슈가 되는 것처럼 소년 범죄는 천박한 언론의 먹잇감이 되기 좋다. 대다수 범죄는 어른들이 저지른다. (50쪽)
이 모든 행위가 '갑질'이라는 한마디로 수렴된다. 저지른 경제 범죄가 스케일이 크면, 어느 영화 대사처럼 사기꾼이 아니라 '경제사범'이 되고, 집안싸움은 '왕자의 난'이며, 권력층에 갖다 바친 뇌물은 뇌물공여죄가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고독한 고민'이 된다. (54쪽)
자영업의 상징이 된 외식 자영업은 혹독하기 이를데 없다. 자영업이 비대해진 산업의 구도를 바꾸기보다는, 자영업의 영세성과 비전문성 때문에 발전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프랜차이즈 산업을 육성해 온 후과이다. 골목식당 주인에게 기술 수력능ㄹ 하라며 호통을 치는 유명 외식 사업가가, 기술이 없이도 식당을 차릴 수 있다며 부추기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오너인 세상이다. 골목에서 성실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척에 동일 업종의 프랜차이즈 식당이 들어오는 일은 얼마나 황당한 분열인가. 자신과 가족들의 몸을 갉아 생의 구멍을 메우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당장 덜어낼 비책은 없다. 다만, 장사도 힘든데 넘쳐 나는 식당 솔루션 예능을 보면서 자기 탓까지 하며 기운을 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도 게으르지 않았다. (68쪽)
요리는 시간과 돈, 무엇보다 주방 도구와 식재료까지 갖춰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집밥'을 해 먹자고도 할 수 없다. 삶이 지옥인 세상에서 누군가에겐 사 먹는 김밥 한 줄이 하느님이고 천국이다. (74쪽)
2021년은 택배 서비스가 도입된 지 28년째 되는 해다. 편의점을 거점으로 하는 반값 택배도 등장하고 택배 산업의 성장세는 눈부셨찌만, 이는 누군가의 인생을 사재기해 왔던 '인간 사재기'의 시장이기도 하다. (82쪽)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허상 반, 고기 반을 먹어서 그런가. 하나 3개월 무이자이긴 해도 89,900원이면 CU 백종원 김밥 50줄 값이다. 그나마 취준생 청년들은 <집밥 백선생>을 보면서 1,700원짜리 CU의 백종원 김밥이나 씹고 사는 세상인데 말이다. 우리가 돈이 없나? 다 없지. (120쪽)
기름때 묻은 공구와 함께 발견된 구의역 김 군의 숟가락은 인간의 식사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깨끗하게 닦인 수저로, 자리에 앉아 여유 있게 먹는 밥을 인간의 식사라 한다면, 김 군은 안전문 수리를 하면서 제대로 식사를 한 적이 몇 번이나 될까. 당시 정치인들도 달려와 추모의 말을 보태며 정치적 해결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 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의 유품에 또 컵라면이 있었다. (133쪽)
2017년 몇 달 사이에 프랜차이즈라는 사다리의 꼭대기와 바닥의 죽음을 동시에 봐야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누구나 꿈꾸었던 사다리 꼭대기인데, 불행히도 사다리의 각도가 너무 직각이었던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말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외치다 사다리는 부러지고 말았다. 그 사다리는 커피, 망고 주스, 피자라는 단단한 벽체 위에 사다리를 걸쳐 놓은 것이 아니라 물량 공세, 공격적 가맹점 모집과 쥐어짜기, 결정적으로 '먹튀 자본'이라는 암막 커튼에 기댄 연극 무대의 소품에 불과했을 뿐이다.
두 죽음에 깊은 애도를 보낸다. 당신들은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죽음이다. (139쪽)
종종 강의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조 크리스탈 샹들리에 불빛 밑에서 강의를 하는 일이 있는데, 그런 곳은 모두 예식장이었던 곳이다. 예식장과 산부인과, 소아과 병원이 사라진 곳.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 모두 사라진 자리가 지금의 농촌이다. (147쪽)
사회현상 중에서 대체로 여성화 현상이 갖는 함의는 빈곤과 차별의 문제에 닿이 있고, 농촌 고령화와 농촌 여성화 문제도 다르지 않다.
청년 취업률 높이기가 국시로 자리를 잡은 이때에 정부의 농정 대상이 청년에게 쏠려 있는 것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다만 청년 농민들이 딛고 서야 할 땅의 현실이 이토록 차갑다. 노인들이 모두 떠나가고 빈집들은 흉가로 방치된다. 이런 마을에 청년들을 밀어 넣어야 되겠는가. (152쪽)
농사는 외국 사람들에게 매달리는 일이 된 지 한참 지났건만, 농산물 값은 왜 다른 나라보다 비싸냐는 불만까지 보태면서 말이다. 이제 솔직히 말하자.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186쪽)
농촌 지역에서 '맛집' 고르는 나름의 눈썰미가 있다.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주변에서 먹지 말라는 정설도 도시에나 해당하는 말이고, 작은 고장에서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주변이 중심지여서 먹을 만한 식당도 그 주변에 있다. 군청이나 읍ㆍ면사무소의 공무원, 농협 직원들이 빛바랜 주렴을 손으로 들추고 들어가는 백반집이 맛있다. (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