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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밥과 노동, 우리 시대에 관한 에세이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2,253
베스트
음식 에세이 13위 |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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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16g | 135*200*16mm
ISBN13 9791190178716
ISBN10 1190178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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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을 펴내며

1부 당신의 밥상
포도의 계절에 부쳐
소년의 차가운 밥상
청춘들의 삼시 세끼 보고서
황혼의 밥상
함께 먹으니 즐겁지 아니한가
국통에 빠진 딸기라도 먹이려면
오늘도 ‘사골 곰탕’입니다만
소년원의 급식도 학교급식이다
박하사탕 싸던 여인들
파리를 여는 사람들
어느 생협 조합원의 소회

2부 사람이 온다
김밥으로 오신 하느님
한여름 떡볶이 배달을 하다가
인간을 ‘사재기’하는 택배 산업
새벽 배송, 전쟁 같은 쇼핑의 세계
토니버거의 추억
카페, 하시겠습니까?
‘공공 카페’의 고민
기프티콘의 세계
고구마를 굽는 사람들
홈쇼핑 셰프 전성 시대
생을 깔다, 깔세 매장
구슬아이스크림 녹던 날
이마트의 지하 세계 앞에서
김 군의 숟가락
꼭대기와 바닥, 두 죽음 앞에서

3부 심고 거두는 일
꽃상여 진 자리
존엄을 지키는 목욕탕
농촌 우체국의 빨간 경고
원천상회와 쌍봉댁을 위하여
배춧값이 정말 무서운가
우비라도 입으셨습니까?
딸기 꺾기 체험
눈물의 총각김치
이름도 남김 없이
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
누구를 위하여 컨설팅을 하나
토마토 밟기
밥 한 공기의 쌀값
아로니아의 검은 눈물
아버지가 잡지 못한 행운
경자유전의 원칙

4부 생명의 무게
‘홍천 고딩 달걀’
쌀과 소시지의 무게
타들어 가는 나무, 타들어 가는 농심
댁내 소는 안녕하신지요?
우리는 죽여 보지 않았다
고창의 외로운 ‘닭 싸움’
군세권을 아십니까?
산천어를 위하여
플리즈, 농민을 기다려 주오
계란 미션 임파서블
들판의 공룡알
대추의 운명
‘고히 잠드소서’

후기
‘남양주지옥분식 통신’

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우리의 밥상은 안녕하십니까
손민규 인문 MD (lugali@yes24.com)
2021-12-01
다 올랐다. 아파트 매매가도 오르고 전세와 월세도 올랐다. 세금도, 건강보험료도 올랐다. 편의점 삼각김밥과 봉지 라면도 1,000원으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물가 상승은 필연일까? 직장인들은 자조적으로 내뱉는다. 우리네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고. 사실이 아니다. 월급 말고 안 오른 게 또 있다. 쌀값. 공기밥은 여전히 1,000원이다.

대한민국 고도성장 이면에는 저곡가 정책으로 상징되는 농민의 희생이 있었다. 대한민국만 그럴까. 다른 나라에서도 근대화, 도시화, 산업화의 다른 말은 농민의 몰락이었다. 농민의 위기는 농촌, 농업, 먹거리, 생태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이는 인간 존재 전반에 관한 위기인 셈이다.

이제는 농촌에 사람이 많이 남지 않은 탓일까. 이토록 중요한 농민 농업 농촌에 관한 문제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지는 않은 느낌이다. 당장 유력 대선 후보들이 발표하는 공략만 봐도 그러하다. 농민, 농촌에 관한 정책이 없다. 있더라도 자세히 찾아봐야 겨우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후순위다.

농촌의 문제가 곧 생태의 문제인 점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서인지 생태 환경 책은 자주 출간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처럼 몇몇 책은 베스트셀러 높은 순위에 오르기도 할 정도다. 그에 비해 농민 농촌 농업에 집중한 책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더더욱 농촌사회학자 정은정 저자가 쓴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출간 소식이 반갑다.

대한민국 치킨의 역사를 자영업과 양계업, 플래폼 사업 등등 산업 측면에서 분석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 『대한민국 치킨전』, 고 백남기 분 농민 투쟁을 기록한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와 같이 정은정 저자는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책을 써왔다. 출판계에서 흔히 쓰는 분류로는 음식인문학이고, 저자의 전공으로 말하자면 농촌사회학이겠다. 이번 책도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밥을 둘러싼 다양한 장면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쓴 글을 모았다. 이번 책의 부제는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밥과 노동, 우리 시대에 관한 에세이'다.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독자가 읽기에는 '명상록' 혹은 '사회비평집'으로 읽힐 만큼 밥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진중하고 음식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초상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먹어야만 살아남는 숙명이야 짐승이나 사람 모두 매한가지이지만, 인간은 생존과 존엄, 그 모두를 갖추어 먹어야 하는 식사의 존재다. 먹이가 아닌 밥을 먹기 때문에 인간의 삶으로 나아온 것이며, 밥을 통해 사랑과 질투를 느끼고 협력과 경쟁을 배우며, 사람의 꼴을 갖추며 살아왔다. 그러니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밥 먹을 자격은 갖추고 사는지를 묻는 매서운 질문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 앞에서 서성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밥에 과연 인간성이 깃들어 있는지를 곱씹어 보면 끝내 미궁 속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 모두가 상처 받은 밥상을 무람없이 받아 들고 입만 흥겹고 배만 두둑해진 것은 아닐까. (7쪽)

서장의 표현대로 이어질 내용에서는 상처가 곳곳에서 등장한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편의점에나 가라 하고, 청년이 되어서는 돈이 모자라 스스로 편의점을 찾아가야'(27쪽) 하는, 5천 원으로 열량만 좇아다니는 편의점 식사 풍경. 한 달에 3천 원 낼 돈이 없어 경로당 발길을 끊고 믹스 커피 한 봉지로 밥을 떼우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 도시보다 농촌의 노인들의 밥상이 더욱 외롭고 부실하다. 자국민이 기피하는 힘든 농사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맡는다.

대한민국 자영업 풍경에도 이곳저곳이 상처다.

자영업의 상징이 된 외식 자영업은 혹독하기 이를데 없다. 자영업이 비대해진 산업의 구도를 바꾸기보다는, 자영업의 영세성과 비전문성 때문에 발전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프랜차이즈 산업을 육성해 온 후과이다. 골목식당 주인에게 기술 수련을 하라며 호통을 치는 유명 외식 사업가가, 기술이 없이도 식당을 차릴 수 있다며 부추기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오너인 세상이다. 골목에서 성실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척에 동일 업종의 프랜차이즈 식당이 들어오는 일은 얼마나 황당한 분열인가. 자신과 가족들의 몸을 갉아 생의 구멍을 메우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당장 덜어낼 비책은 없다. 다만, 장사도 힘든데 넘쳐 나는 식당 솔루션 예능을 보면서 자기 탓까지 하며 기운을 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도 게으르지 않았다. (68쪽)

한편 저자는 책 속 많은 지면을 10대 노동자들의 외롭고 서글픈 식사 풍경으로 채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죽음이다.

기름때 묻은 공구와 함께 발견된 구의역 김 군의 숟가락은 인간의 식사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깨끗하게 닦인 수저로, 자리에 앉아 여유 있게 먹는 밥을 인간의 식사라 한다면, 김 군은 안전문 수리를 하면서 제대로 식사를 한 적이 몇 번이나 될까. 당시 정치인들도 달려와 추모의 말을 보태며 정치적 해결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 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의 유품에 또 컵라면이 있었다. (133쪽)

농민, 농촌, 자영업, 외국인 노동자, 맛집 예능, 학교 급식, 새벽배송, 노동 환경 등등 한 끼의 밥 안에는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의 땀과 노력, 서글픔과 회한, 복잡한 사회 구조가 서려 있다. 먹어야 살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재화에 대한 대가를 화폐로 지불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다. 우리는 먹거리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에 대한 물음 만큼 본질적인 질문도 없는 듯하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어쩌면 소비자에게 밥값은 제대로 지불했느냐, 생산자에게는 밥값을 제대로 받았느냐를 묻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소비자 물가 품목에는 농수축산물과 식음료, 그리고 공공요금과 각종 서비스 요금이 들어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만만한 게 농산물이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토록 낮다며 '동네 바보' 취급하다가 왜 명절 때만 되면 17대 1의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일진'이 되어 있을까? 아무리 올라 봐라. 배춧값이 무섭나? 애들 학원비가 무섭지. 돼지고기 값이 무섭나? 2년 만에 오른 전세비 6천만 원이 나는 제일 무섭다. (168쪽)

글을 끝맺으려는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월급과 쌀값과 마찬가지로 (거의) 안 오른 걸 하나 더 발견했다. 바로 책값. 혹자는 예전에는 1만 원 이하 책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 예전이라 하는 시기는 상당히 오래 전인 듯하고 대체로 정가 15,000원에서 책값은 몇년째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2021년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의 책값은 15,000원이고 7년 전에 출간된 『대한민국 치킨전』은 14,000원이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밥은 먹었느냐’는 말과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는 이들과 함께 이 글을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 농민과 자영업자들이 내 글의 독자가 되길 바라며 써 온 글들이다. 하지만 독자로 염두에 두었던 이들은 하루가 길고 버거워 정작 이런 글에 눈길을 줄 여력이 없다는 것도 취재를 통해 알았다. 짬이 난다면 관공서 일을 보거나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 삶이기 때문이다. 이런 근면하고 성실한 이들을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고자 이 글을 묶는다. 혹여 지나가다 누군가라도 이 책을 들춰 보다 세상의 모든 먹거리는 농촌과 사람이 촘촘히 엮여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왜 ‘장례 지원금’에 대한 공약을 찾아보기는 어려울까? 오래도록 지역을 지킨 농민들의 마지막이야말로 융숭하게 대접해야 할 일이 아닐까? 더이상 꽃상여를 탈 수 없어서 할머니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울게 하지 말고, 이제 꽃상여 운영은 군이나 면에서 하겠다고 나서 주면 안 될까?
평생을 땅에 붙어 농사를 지어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지역을 지킨 거칠고 귀한 손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공공으로 표명해야만 청년 농민도 자신의 존엄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 농민들도 언젠가는 고령 농민이 될 것이다. 지금의 고령 농민들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가 곧 이들을 대하는 태도의 준거이다.

농촌에서 농민들이 줄 것은 쌀뿐이라며 쌀을 주실 때마다 그 묵직한 무게가 나를 죄인으로 만들곤 한다. 쌀과 소시지에는 저울로 재어지지 않는 생명의 무게가 깃들어 있지만 내 말과 글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있는지 전혀 확신할 수 없어서이다.

‘농자천하지대본’ 같은 말들은 이명처럼 귀에서 뭉개지곤 했다. 내게는 그저 ‘농자천한자’로 들렸다. 농사는 천한 자들이 짓는 일이었다. ‘밥은 하늘’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러했나. 시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귀한 일은 비싼 급료를 받는 일이고, 헐값을 받는 일은 천한 일일뿐이다. 농업이 그렇고 배달 일이 그렇다. 귀한 일이었다면 자식에게 물려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공부를 해서 농사는 짓지 말고 살기를 간절히 바랐고, 나는 그 바람만큼은 충실하게 따랐다.
그렇게 ‘도마도 집’ 딸은 토마토 농사는 짓지 않고 ‘도마도 농사’를 짓는 이들을 관찰하는 농촌사회학 연구자가 되었다. 농사는 짓기 싫었지만 내가 아는 세계가 농업과 농촌, 그리고 후미진 변두리의 생활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보고 적는 일이 동네의 일이었다.

코로나19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이 자리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은 한국의 자영업자들이다.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많은 자영업자가 있는 한국은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근로는 하되 임금은 알아서 만들어 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 고통의 심연에는 농촌의 고통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 때문에 내게 자영업 문제는 농촌의 문제이다. 그래서 지겨우리만치 농촌·농업·농민 문제와 더불어 자영업자 문제에 천착, 아니 집착하며 글을 써 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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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디에서 올까? 새벽에 문 앞에 배송된 물건은 어떤 이들의 손을 거쳐 왔을까? 아무도 챙기지 않는 이들, 하지만 이들의 노동에 모두가 기대어 살고 있는 사회.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이 밥과 노동,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인간이란 실체를 정의하자면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총체이다. 음식은 오로지 물리적 맛과 영양, 칼로리의 총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모든 음식에는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자연의 변천까지 망라되어 있고, 여기에 개인의 기억과 사연까지 깃들어 있다. 포도가 보통의 과일이 아니라 어느 한 여인과 그 가족들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그 무엇이었던 것처럼. 하여 오늘 우리의 입으로 쓸려 들어가는 지상의 모든 음식들이 무겁고 복잡하며 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의 음식 이야기는 마음 뭉클하고 따뜻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맛집’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조리 노동의 고단함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유통업계의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배달 노동의 현실을 비판하고, 한편으로는 청년 라이더들에게 헬멧을 꼭 쓰라 간곡히 부탁하기도 한다.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기대어 먹고살면서도 끝내 그들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모순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학교급식이 멈춰 끼니를 놓치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걱정도 담겨 있다. 밥을 벌다 목숨까지 잃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더 맛있게 먹겠다 호들갑을 떠는 ‘먹방 사회’의 면구스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제대로 먹고 있는지, 한 번은 물어보자는 부탁을 한다.

“먹거리 생산지로서의 농촌만 귀한 것이 아니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귀하다. 농촌이 사라진다면 농민들뿐만 아니라 시골 버스 운전기사와 작은 점방을 지키는 주인 내외, 어린이와 노인, 농업 이주노동자들, 행정 관료들 모두 어디로 가야 할까. 결국 또 도시로 향해야만 한다. 도시의 숨막히는 고통은 농촌의 고통에서 출발하였고, 그렇다면 이제 농촌을 돌보고 아픈 도시를 다독일 때가 아닐는지. 힘없고 사라지는 것들에 예를 다하는 세상이라면 살아 있는 것들에 정성을 쏟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세상이 좀 더 순해질 것이라, 여전히 순진하게 믿는다.”

이제 사라질 거라 여겨져 면전에서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농민들을 만나고 연구하는 길에 들어선 것은 그가 ‘도마도 집’ 딸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농사짓는 이들을 관찰하는 농촌사회학 연구자가 된 저자는 농촌의 작은 목욕탕이 귀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고, 농약을 제일 많이 먼저 뒤집어쓰는 농민들이 우비와 마스크라도 잘 쓰고 일하는지 누구 하나쯤은 살펴봐야 한다고 안타까워한다.

“소비자의 이름으로 생산자들에게 싸고, 안전하고, 맛있게 만들어 내라며 불가능에의 도전을 요구하는” 우리에게 살처분 현장에서 가장 고통 받는 농촌 주민과, 현관 앞 새벽 배송을 위해 밤을 새워 달려온 이의 안부를 묻자고 말한다. “우리가 먹는 밥을 위해 무게를 더 많이 지는 이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먹거리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하나씩 짚어 보고, 농업 문제와 외식 자영업자의 애환과 학교급식 노동의 이면에 대해 취재를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사회학자의 리포트이지만, 인문학적인 성찰과 문학의 향기가 넘친다.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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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r | 2022.07.0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대한민국 치킨전을 듣고 눈에보이는 모든 것에 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숨겨진 면모가 있다는것을 다시한번 느꼈어요. 전보다 한단계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었고요. 이 책은 정말 천천히 읽었어요. 제가 매일 보는 음식들 그 음식이 인스턴트라도 어딜 거쳐오는지 어떤 희극와 비극이 교차된 결과물인지 곱씹으며 꼭꼭 씹어 읽었습니다. ;
리뷰제목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대한민국 치킨전을 듣고 눈에보이는 모든 것에 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숨겨진 면모가 있다는것을 다시한번 느꼈어요. 전보다 한단계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었고요. 이 책은 정말 천천히 읽었어요. 제가 매일 보는 음식들 그 음식이 인스턴트라도 어딜 거쳐오는지 어떤 희극와 비극이 교차된 결과물인지 곱씹으며 꼭꼭 씹어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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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2021년 올해의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드**리 | 2021.11.22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연말이 되면서 서점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2021년 올해의 책'을 뽑고 있다. 아무도 내게 물음을 건내지 않았으나, 만약 너에게 올해의 책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정은정 선생님께서 쓴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이다. 밝히자면, 나는 정은정 선생님 팬이다. 논픽션 쪽만 한정하자면, 정은정 선생님은 내게 원 탑이다. 『대한민국 치킨전』 때부터 반했다. 이후로 선생님께서;
리뷰제목

연말이 되면서 서점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2021년 올해의 책'을 뽑고 있다. 아무도 내게 물음을 건내지 않았으나, 만약 너에게 올해의 책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정은정 선생님께서 쓴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이다. 밝히자면, 나는 정은정 선생님 팬이다. 논픽션 쪽만 한정하자면, 정은정 선생님은 내게 원 탑이다. 『대한민국 치킨전』 때부터 반했다. 이후로 선생님께서 낸 단행본은 드물었다.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가 있었으나, 이 책은 고 백남기 선생님 투쟁 기록이라 선생님만의 글로 엮인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출간이 반가웠다.

 

책을 주문한 지는 한 달 지났으나 이제 읽은 건, 그 동안 심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이런 저런 일이 많았다. 이 책은 마음을 추스리려고 읽은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위안을 전하는 말랑말랑한 에세이는 아니다. 부제가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밥과 노동, 우리 시대에 관한 에세이'지만, 사회 비평집으로 읽어도 무방한 내용이다.

 

선생님의 주된 관심사였던 먹거리에 관한 고민이 이 책에 담겼다. 농민, 농촌, 자영업, 외국인 노동자, 음식 예능, 학교 급식, 새벽배송, 노동 환경 등 묵직한 주제에 관한 선생님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안에 관한 글도 좋았지만, 곳곳에서 공개한 선생님의 개인사도 흥미로웠다. 친언니 분의 죽음을 기록한 대목에서는 숙연해졌고, 울컥했다.

 

요즘 대한민국 선진국론이 한창이다. 늘 들고 나오는 수치가 10위권 수준의 GDP라는데... 의미가 있겠지만, 1인당 GDP가 훨씬 개인의 삶의 질을 설명하지 않겠나. 1인당 GDP는 30위권이고 - 요즘 그렇게 깔보는 일본도 아직 한국보다 꽤 위에 있음 - 30위권의 1인당 GDP인데 불평등 수준이 높다면, 그 무슨 TOP 10이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나. 최근 자산 시장의 폭등으로 불평등이 심해졌을 테다. 청년과 노인, 외국인 노동자 등 제대로 된 밥을 못 먹고 다니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대한민국은 아직 TOP 10이 아니다. 아, 양궁은 TOP 1이지.

 

김밥천국을 소재로 쓴 글 중 이런 문장이나,

 

요리는 시간과 돈, 무엇보다 주방 도구와 식재료까지 갖춰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집밥'을 해 먹자고도 할 수 없다. 삶이 지옥인 세상에서 누군가에겐 사 먹는 김밥 한 줄이 하느님이고 천국이다. (74쪽)

 

명절 농수산물 가격 폭등 뉴스를 바라보는 이런 글

 

소비자 물가 품목에는 농수축산물과 식음료, 그리고 공공요금과 각종 서비스 요금이 들어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만만한 게 농산물이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토록 낮다며 '동네 바보' 취급하다가 왜 명절 때만 되면 17대 1의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일진'이 되어 있을까? 아무리 올라 봐라. 배춧값이 무섭나? 애들 학원비가 무섭지. 돼지고기 값이 무섭나? 2년 만에 오른 전세비 6천만 원이 나는 제일 무섭다. (168쪽)

 

등은 오직 정은정 선생님만이 쓰실 수 있다.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는데, 아버지는 고향이 농촌이었다. 하여, 명절마다 농촌에 갔다. 아버지의 먼 사촌 중에서는 구판장을 하시던 분도 있었고, 대부분은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셨다. 어린 눈에 보기에도, 해가 갈수록 농촌과 도시의 생활 수준은 벌어지기만 했다. 농촌에 사시던 친척들 중 많은 분이 도시로 향했다. 나의 아버지처럼.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도 떠올라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모두 대도시로 가고 싶어 안달이 난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농촌 문제에 천착하고, 먹거리를 고민하는 정은정 선생님의 존재가 참으로 고맙다. 이런 선생님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면이 아예 없진 않은 것 같다.

 

그나저나 예전에는 '다음에 만나면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이 참 흔했는데, 요즘은 그런 문화가 아닌 듯하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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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야만 살아남는 숙명이야 짐승이나 사람 모두 매한가지이지만, 인간은 생존과 존엄, 그 모두를 갖추어 먹어야 하는 식사의 존재다. 먹이가 아닌 밥을 먹기 때문에 인간의 삶으로 나아온 것이며, 밥을 통해 사랑과 질투를 느끼고 협력과 경쟁을 배우며, 사람의 꼴을 갖추며 살아왔다. 그러니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밥 먹을 자격은 갖추고 사는지를 묻는 매서운 질문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 앞에서 서성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밥에 과연 인간성이 깃들어 있는지를 곱씹어 보면 끝내 미궁 속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 모두가 상처 받은 밥상을 무람없이 받아 들고 입만 흥겹고 배만 두둑해진 것은 아닐까. (7쪽)

 

 

인간이란 실체를 정의하자면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총체이다. 음식은 오로지 물리적 맛과 영양, 칼로리의 총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모든 음식에는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자연의 변천까지 망라되어 있고, 여기에 개인의 기억과 사연까지 깃들어 있다. 포도가 보통으 과일이 아니라 어느 한 여인과 그 가족들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그 무엇있었던 것처럼, 하여 오늘 우리의 입으로 쏠려 들어가는 지상의 모든 음식들이 무겁고 복잡하며 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4쪽)

 

 

다시 인간의 식사를 생각한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신체와 영혼의 칼로리를 채우는 것. 그것이 엄연한 식사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청년들은 5천 원 안짝으로 오로지 열량을 좇느라 허기진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편의점에나 가라 하고, 청년이 되어서는 돈이 모자라 스스로 편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27쪽)

 

 

한 달에 3천 원에서 5천 원 하는 경로당 회비도 버거워 발길을 끊는 노인들도 많다. 당장 급한 것이 집세이니 오늘도 폐지를 그러모으느라 믹스커피로 한 끼를 넘기는 노인들이 곳곳에 넘쳐 난다. 이 추운 겨울, 저 어르신들의 저녁 밥상에 동태 대가리 한 토막이라도 올라갔는지 안부를 묻기조차 송구하다. 왜 하필 경로당의 경은 '공경할 경'자를 붙인 것인지. (33~34쪽)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공급한다는 취지에 반대할 이들은 없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과일 한 조각 먹이는 일은 쉽지 않다. 과일은 하늘에 매달려 짓는 농사이다 보니 일정한 당도와 고른 크기로 나오지 않아 품위에 맞는 '똑똑한 놈'만 골라내기가 힘들다. 여기에 종류별로 과일을 다양하게 먹이려면 과일을 손질할 인력이 더 필요하단 뜻이다. 급식 현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과일이 귤이나 방울토마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쪽)

 

 

아이가 하숙생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신세를 지게 되면 부모들은 어떻게든 인사를 전하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아이가 친구네서 밥을 자주 얻어먹으면 손에 주스라도 한 병 들려 보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내 아이 밥을 12년이나 챙겨 주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 (45쪽)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전체 범죄의 0.1퍼센트 정도만이 소년 범죄라는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보다는 사람이 개를 물ㄹ면 이슈가 되는 것처럼 소년 범죄는 천박한 언론의 먹잇감이 되기 좋다. 대다수 범죄는 어른들이 저지른다. (50쪽)

 

 

이 모든 행위가 '갑질'이라는 한마디로 수렴된다. 저지른 경제 범죄가 스케일이 크면, 어느 영화 대사처럼 사기꾼이 아니라 '경제사범'이 되고, 집안싸움은 '왕자의 난'이며, 권력층에 갖다 바친 뇌물은 뇌물공여죄가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고독한 고민'이 된다. (54쪽)

 

 

자영업의 상징이 된 외식 자영업은 혹독하기 이를데 없다. 자영업이 비대해진 산업의 구도를 바꾸기보다는, 자영업의 영세성과 비전문성 때문에 발전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프랜차이즈 산업을 육성해 온 후과이다. 골목식당 주인에게 기술 수력능ㄹ 하라며 호통을 치는 유명 외식 사업가가, 기술이 없이도 식당을 차릴 수 있다며 부추기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오너인 세상이다. 골목에서 성실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척에 동일 업종의 프랜차이즈 식당이 들어오는 일은 얼마나 황당한 분열인가. 자신과 가족들의 몸을 갉아 생의 구멍을 메우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당장 덜어낼 비책은 없다. 다만, 장사도 힘든데 넘쳐 나는 식당 솔루션 예능을 보면서 자기 탓까지 하며 기운을 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도 게으르지 않았다. (68쪽)

 

 

요리는 시간과 돈, 무엇보다 주방 도구와 식재료까지 갖춰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집밥'을 해 먹자고도 할 수 없다. 삶이 지옥인 세상에서 누군가에겐 사 먹는 김밥 한 줄이 하느님이고 천국이다. (74쪽)

 

 

2021년은 택배 서비스가 도입된 지 28년째 되는 해다. 편의점을 거점으로 하는 반값 택배도 등장하고 택배 산업의 성장세는 눈부셨찌만, 이는 누군가의 인생을 사재기해 왔던 '인간 사재기'의 시장이기도 하다. (82쪽)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허상 반, 고기 반을 먹어서 그런가. 하나 3개월 무이자이긴 해도 89,900원이면 CU 백종원 김밥 50줄 값이다. 그나마 취준생 청년들은 <집밥 백선생>을 보면서 1,700원짜리 CU의 백종원 김밥이나 씹고 사는 세상인데 말이다. 우리가 돈이 없나? 다 없지. (120쪽)

 

 

기름때 묻은 공구와 함께 발견된 구의역 김 군의 숟가락은 인간의 식사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깨끗하게 닦인 수저로, 자리에 앉아 여유 있게 먹는 밥을 인간의 식사라 한다면, 김 군은 안전문 수리를 하면서 제대로 식사를 한 적이 몇 번이나 될까. 당시 정치인들도 달려와 추모의 말을 보태며 정치적 해결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 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의 유품에 또 컵라면이 있었다. (133쪽)

 

 

2017년 몇 달 사이에 프랜차이즈라는 사다리의 꼭대기와 바닥의 죽음을 동시에 봐야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누구나 꿈꾸었던 사다리 꼭대기인데, 불행히도 사다리의 각도가 너무 직각이었던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말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외치다 사다리는 부러지고 말았다. 그 사다리는 커피, 망고 주스, 피자라는 단단한 벽체 위에 사다리를 걸쳐 놓은 것이 아니라 물량 공세, 공격적 가맹점 모집과 쥐어짜기, 결정적으로 '먹튀 자본'이라는 암막 커튼에 기댄 연극 무대의 소품에 불과했을 뿐이다.

두 죽음에 깊은 애도를 보낸다. 당신들은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죽음이다. (139쪽)

 

 

종종 강의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조 크리스탈 샹들리에 불빛 밑에서 강의를 하는 일이 있는데, 그런 곳은 모두 예식장이었던 곳이다. 예식장과 산부인과, 소아과 병원이 사라진 곳.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 모두 사라진 자리가 지금의 농촌이다. (147쪽)

 

 

사회현상 중에서 대체로 여성화 현상이 갖는 함의는 빈곤과 차별의 문제에 닿이 있고, 농촌 고령화와 농촌 여성화 문제도 다르지 않다.

청년 취업률 높이기가 국시로 자리를 잡은 이때에 정부의 농정 대상이 청년에게 쏠려 있는 것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다만 청년 농민들이 딛고 서야 할 땅의 현실이 이토록 차갑다. 노인들이 모두 떠나가고 빈집들은 흉가로 방치된다. 이런 마을에 청년들을 밀어 넣어야 되겠는가. (152쪽)

 

 

농사는 외국 사람들에게 매달리는 일이 된 지 한참 지났건만, 농산물 값은 왜 다른 나라보다 비싸냐는 불만까지 보태면서 말이다. 이제 솔직히 말하자.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186쪽)

 

 

농촌 지역에서 '맛집' 고르는 나름의 눈썰미가 있다.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주변에서 먹지 말라는 정설도 도시에나 해당하는 말이고, 작은 고장에서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주변이 중심지여서 먹을 만한 식당도 그 주변에 있다. 군청이나 읍ㆍ면사무소의 공무원, 농협 직원들이 빛바랜 주렴을 손으로 들추고 들어가는 백반집이 맛있다.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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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생각없이 살았음이, 몰랐다고 하기엔 너무나 무심했음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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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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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넓은 농촌 보고서이자 불확실성의 시대에 밥과 노동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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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 | 202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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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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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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