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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

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

문학동네시인선-16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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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4g | 130*224*8mm
ISBN13 9788954682763
ISBN10 895468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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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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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시원하니 꽃들이 피어 흐르는 하늘은
하느님이 입은 하와이 여름 남방이었다
땀을 흘리며 허푸허푸 하느님이 어린 돌고래를 띄워올렸다
이건 뭐야 꽃밭에 넘어진 것 같잖아 꽃들이 넘어졌다 일어난 것 같잖아
무릎 위에 두 손이 뭐라도 꼭 잡았으면 싶었는데
죄 많아 송구스러운 웃음을 못 참겠어서 나는 하하하
입속에서 비둘기들이 날아오르며
돌고래 꼬리가 번쩍 나를 등에 태웠다 캉캉춤처럼 발랄한 날
우리는 하하하 돌고래 등에 올라타고서
잘못한 것도 다 까먹고 맑았던 졸린 가을 하늘처럼
태어나 처음 웃을 때처럼
반달진 네 눈에 내 눈의 반달을 합쳐 달무리처럼 우리
하느님 등에서 하하하
아아 다시 귀여워지면 안 되는데
이렇게 웃으면 안 되는데
까맣게 탄 얼굴로 좋아서 입을 가리고 하하하
--- 「꽃밭 속에서 하하하」 중에서

너는 태어나 처음으로 울음을 밖으로 울어보았을 것이다
왜 이런 인내가 필요한 게 인생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너는 몰랐을 거다
몰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은 바다를 우리가 헤엄쳐 건너지 못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을 거다
너는 수척해져 한결 주름질 것이고
물고기는 아주 먼 나라의 어부에게 붙잡혀 값싸게 팔려나갔을 것이다
그게 눈물의 물고기라는 것을 모르는 누군가는 그 살점을 깊이 베어먹고
솨아아 솨아아 슬픔이 목까지 차올랐을 거다
뜻 모를 눈물을 저녁 밥상 앞에서 흘리다가 왜 자신은 남과 달라야 하는지 상심할 것이다
버들치도 송사리도 아이들도 남몰래 남몰래 그의 가슴을 누비었을 거다
--- 「남몰래 수영장」 중에서

우리는 절대 서로를 떠올리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그리운 아무도 없을 것이며 우리는 그리하여도 슬프지는 않을 것이며 하아 하아 흰 입김이 태어나 사라지는 것처럼 다시 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얼어터진 귤 하나가 섞인 너의 귤 봉다리와 나의 사락사락 싸락눈소리를 낼 새의 모이 봉다리는 신의 어깨높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흔들릴 것이나 만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지구의 지붕 아래 살아가는 것이 더이상 슬픔만이 양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며 우리의 일부가 우주로 섞이어가는 것을 말 없이 지켜볼 것이다 그러한 한 생이 지나는 것을 더이상 기억하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 「혹시 너와 나 사이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다 하더라도」 중에서

왜 그렇게 쥐었다 폈다 꼬깃꼬깃해지도록 사랑했을까 오버
사랑해서 주름이 돼버린 얼굴을 버리지 못했을까 오버
엔꼬다 오버

(……)

태어나 참 피곤했다
벌어진 입을 다물려다오 오버
내 손에 쥔 이 편지를 부치지 마라 오버
희망이 없어서 개운한 얼굴일 거다 오버
코도 안 골 거다 오버
눅눅해지는 늑골도 안녕이다 오버
미안해 말아라 오버
오버다 오버
--- 「오버」 중에서

침대 위에 곰 인형의 눈으로 창밖을 보는 지금이 나에게 가장 멀리 가는 귀향이다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고 거기에 있다 나는 뜨거운 크리스마스를 이곳 해변에서 맞이하기 위해 신으로부터 삐걱대는 배 한 척을 받아서 나로부터 가는 중이다 나는 기다려줄 것이다 그때 다시 나의 나이는 시작될 것이다
--- 「가장 멀리 가는 귀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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