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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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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36g | 135*220*12mm
ISBN13 9791159923500
ISBN10 115992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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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웃음이 났다, 거리낌 없이 튀어나온 웃음이었지만, 그러다 한편으로는 허무함과 다른 한편으로 멸시감 사이에 어떤 차이라도 있는가, 또한 그 모든 게 대체 무슨 상관인가 하는 데 온통 정신이 팔리고 말았다, 왜냐면 이게 늘 제 곁에 따라붙어, 돌이킬 수 없이 세상만사 모든 것에 상관이 있고, 세상만사, 모든 곳에 있는 모든 것에서 번져 나가니까, 게다가, 실로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라면, 그게 무엇을 향하는지, 그리고 무엇으로부터 일어난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이니, 어쨌거나 속 시원한 껄껄 웃음은 아니리라, 왜냐면 허무함과 멸시감이 몇 날 며칠 그를 압박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개뿔도 하지 않고, 정처 없이 그저 떠밀려 다니고, 슈파쉬바인에 앉아 그의 첫 번째 슈턴부르크 잔을 옆에 두고 몇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한편으로 그의 주변에 모든 것이 참말로 허무함이 뚝뚝 떨어져 내렸으니, 멸시감은 더 말해 뭐할까,
--- p.9~10

왜냐면 엑스트레마두라라는 모든 곳이 세상 밖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엑스트레는 바깥을, 저기 멀리 벗어난 바깥을 의미하니까, 아시겠지요? 그런 이유로 그 땅이나 그 사람들이나 다 그렇게 놀랍도록 멋진 것이다, 아무도 불쑥 다가드는 세상의 위협적인 근접성이 야기하는 위험을 진짜 알지 못한다, 그들은, 엑스트레마두라 사람들은 끔찍한 위험 속에 산다, 그는 바텐더에게 설명했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곤경에 처할지, 만약 고속도로와 쇼핑센터들이 그들의 밭, 가난이 끔찍했던 그 밭에 대혼란을 일으키면, 어떤 영적 변화가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왜냐면 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사진들을 보아서 그는 잘 안다, 끔찍했다, 무서우리만치 징글징글했다, 누군가는 정말 이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계속 이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오직 하나 끔찍이도 통탄스러운 점은 그들이 이런 일을 하는 데 한 가지 길밖에 없다, 세상을 안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빌어먹을 생지옥을 인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비록 그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엑스트레마두라에 있는 모든 것, 땅, 사람, 모든 것이 다, 저주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식이 부족하고,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앞날에 어떤 일이 기다리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그, 그는 이를 통렬히 느꼈다,
--- p.39~40

그 기억이란―호세 미구엘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전체 이야기가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충격에 싸여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방문객의 눈을 깊이 마주 보았다―젊은 암컷 늑대가 마치 방금 전의 일인 양 눈에 선하게 보인다, 내장은 쏟아지고, 그 안에 죽은 새끼째로 으깨진 배, 지금도 선하게 보이고, 나중에도 눈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늑대는 치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암컷이 다만, 임신했다는 오직 그 이유로, 배가 너무 불러 길을 재빨리 달려 지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부딪혔다, 그 때문에 무작위로 적용되는 확률의 사고에서 도망가지를 못했고 그리고 아마도 그 앞으로 살인자처럼 내달려오는 차를 모면하지 못했다고, 이런 생각이 떠올라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얼어붙어 가만히 섰다, 도로 한가운데 죽은 동물 옆에 서 있으니, 지나는 차들은 그를 향해 경적을 빵빵대며 그를 피해 가는데, 하지만 그 소리가 마치 아득히 먼 곳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려, 못 박히듯 옴짝 못하고 서 있었다, 만약 그의 동료, 나이 많은 사냥터 관리인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 치여 늑대 옆에 나란히 있었을 것이다, 나이 많은 동료가 이런 상태의 그를 길가로 홱 잡아당겼다, 그런 다음 늑대를 끌어내는데, 그는 거의 한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동료 혼자서 다 처리해야 했다, 그런 다음에도 그가 무얼 하고 있는지도 거의 모른 채, 그는 하라는 대로만 따라하여 도왔다, 결국에 그들은 같이 늑대를 길가 도랑으로 끌어다 놓았고 즉시 늑대를 땅에 묻었다, 바로 거기 묻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그는 묻힌 자리가 어디인지 지목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은, 다시 그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지프를 출발시키면서 그가 말했다, 물론 뼈밖에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뭐라도 건지려고 한다면 말이지만, 그 문제는 그만 접어두자, 하고 그는 목을 가다듬고 가속 페달을 지그시 눌렀다,
--- p.72~73

그리고 진짜 겨울이 닥치고 성탄절이 다가오자 그는 마침내 그의 삶을, 아주 깊디깊은 무지 속에 푹 잠겨, 쥐락펴락 남들 휘두르는 대로 마냥 복종하고, 살아왔구나, 신성한 섭리의 질서를 따르고 있다고, 그렇게 세상이 해로운 세상과 유익한 세상으로 나뉜다고 굳게 믿으며 살았구나, 알아차렸다. 하지만 실제 양쪽 카테고리가 다 똑같이 극악무도하고 무자비한 참학慘虐에서 기원한 것을, 둘 다 깊은 곳에 지옥의 빛이 도사린 것을, 꼭 그처럼 얼마지 않아 그는 인간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부서지기 쉬운 평화도 아니고, ‘심장이 내리는 진정한 분부’도 아님을 저릿하게 깨달았다. 왜냐면 그 모든 것은 그저 저 아래 온통 꿈틀대는 ‘핏빛 혼돈에 뒤엉킨 대중’을 가리는 투명한 막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떨어진 사람에게 확 피어오르는 연민이 휩쓸고 지났다. 똑같이 이 연민에 이제껏 자신을 법의 폭압에 족쇄처럼 채우던 충의에 대해 반발심이 일었다. 그는 이제 인간의 계산을 넘는 더 높은 법칙이 있어야만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마 그가 영원히 혼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을 경계를 넘어서 버렸다.
--- p.95

특히나 마지막에 놓은 덫에… 무언가 자신 속에서 부서진 것 같아서, 마치… 갑자기 거의 힘이, 그의 정의감을 먹여 살리며 부지시키던 힘이 모조리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아서였다. 덫에 벌써 몇 명이나 아이들이 걸렸다는 말을 듣자, 그는 ‘잘못된 냄새를 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자신의 두 손으로 ‘어둠 속에서 눈이 멀어 휘두르듯’ 살육을 벌이도록 내몰리고 있었다니, 자신은 ‘지금까지 그들에게 현혹된 것에 대한 대가를 되갚아주려는’ 사람이라는 믿음에서, 그 응보의 행동으로 해오던 일인데. 하지만 이제―사흘째 곱씹어보니―더 이상 외면하며 뒤로 미룰 수 없이, 그는 그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마주해야만 했다. ‘누락된 질서’를 복구하는 대신에 아마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나무좀처럼 내부에서부터 먹혀 들어가며, 최종적으로 와해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날카로운 통증이 갑자기 그의 어깨를 찔렀고 그가 앉은 곳의 어둠이 갑자기 무시무시해지기 시작했고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달음질하는 생각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도 이미 감지되었다.
--- p.102

그리고 우리 기술들은―우리의 한심한 경험들 뒤에, 우리는 단순히 사고하는 정신의 얼간이 희생자들이지 대업을 탐구하는 영웅들이 아님을 이해하고서―도착적 실현 성취, 분방한 쾌락의 추구, 원시적 상상력을 잃어버린 에덴의 쉼 없는 복원에 기초하여 세워져, 법의 위반에 위안을 얻는 반면에, 고의적으로 고른 ‘헤르먼’의 초라한 수단들은 기만적인 자존감으로 소생하였고, 나약함의 불가항력을 믿는 오만으로 선보였다. 우리가 일들을 잔혹하게(다시 오직 구스타브만이 맞는 단어를 찾았다) 축생 취급하고, 바로 완벽하다는 이유로 이들의 연약한 온전함을 범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고대의 뿌리 깊은 충동들에 사로잡힌 이 ‘헤르먼’은 용케도 파괴성을 기리며 드높이 세우고 있음을 우리는 깨달았다. 이런 사고 이후로, 호텔 매니저가, 우리에게 덫놓이를 체포할 목적으로 몇몇 소위 공공 조직과 자위대가 마을에 조직되었다고 알려주며 우리 역시 이런 상황을 보아 넘길 수 없으리라 짐작하므로, 우리도 추적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하던 은근한 초대를 왜 받아들였는지 이해할 것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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