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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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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14g | 143*210*13mm
ISBN13 9791157956180
ISBN10 115795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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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란 세상에 둘도 없는 분이지.”
내가 나올 때는 모두들 문까지 바래다주었다. 나는 에마뉘엘의 집에 들러 검은 넥타이와 상장을 빌려야 했으므로 마음이 몹시 급했다. 에마뉘엘은 몇 달 전에 작은아버지를 잃었다.
나는 늦지 않으려고 뛰었다. 내가 깜빡 존 것은 그처럼 서둘러 뛰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버스가 흔들리고, 가솔린 냄새가 풍겼으며, 길과 하늘에 반사되는 햇빛 탓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거의 내내 잤다. 잠을 깨어 보니 어떤 군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는데, 그는 나를 향해 웃으며 먼 데서 오느냐고 물었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네” 대답했다.
양로원은 마을에서 2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나는 그 길을 걸었다. 곧 어머니를 보고 싶었지만, 문지기가 원장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원장은 바빴으므로 나는 조금 기다렸다.
--- p.18~19

일주일 동안 나는 일을 많이 했다. 레몽이 와서 편지를 보냈노라고 말했다. 에마뉘엘과 함께 영화 구경을 두 번 갔었는데, 그가 스크린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해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어제는 토요일이라 약속했던 대로 마리가 찾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몹시 정욕을 느꼈다. 마리가 붉고 흰 줄무늬가 있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가죽 샌들을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탄력 있어 보이는 젖가슴이 완연히 드러나 보이고, 햇볕에 그을려 갈색이 된 얼굴이 꽃처럼 아름다웠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알제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좌우에 바위가 솟고 육지 쪽으로는 갈대가 우거진 바닷가로 나갔다.
--- p.57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 마리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뚱뚱한 여자는 내 옆의 남자에게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아마 그녀의 남편인 듯, 솔직한 눈매를 가진 덩치가 큰 금발의 사내였다. 그들은 무슨 말인지 이미 시작된 대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잔은 그를 맡으려고 하질 않아요.”
여자는 소리소리 질렀다.
“응, 그래?”
사내가 말했다.
“당신이 나오면 꼭 데려갈 거라고 말했는데 맡으려고 하지를 않아요.”
그때 마리도 레몽이 내게 안부를 전하더라고 소리를 질러서 나는 “고맙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그 녀석은 잘 있느냐”고 묻는 나의 옆 사나이의 목소리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 p.107

“이것이 바로 이 재판의 모습입니다. 모든 것이 사실이라지만, 사실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검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기록문서의 제목을 연필로 찔러대고 있었다.
5분 동안 쉬는 사이에 변호사는 모든 것이 잘 되어간다고 말했다. 휴식이 끝나자, 피고 측의 요구로 호출된 셀레스트의 진술이 있었다. 피고란 바로 나였다. 셀레스트는 때때로 나에게 시선을 던지며 두 손으로 모자를 돌리고 있었다. 그는 새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끔 일요일 날 나와 함께 경마 구경을 갈 때 입던 것이었다. 그러나 옷깃은 바꿀 수가 없었던지 셔츠를 놋단추 하나로 채웠을 따름이었다. 내가 그의 손님이었느냐고 하는 질문에 그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또한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사나이라고 대답했다.
--- p.130

나는 전에도 옳았고, 지금도 옳다. 언제나 나는 옳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나,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은 하고 저런 것은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은 하지 않았는데 다른 일을 했다. 그러니 어떻단 말인가? 나는 마치 저 순간을, 내가 정당하다는 것이 증명될 저 새벽을 계속 기다리며 살아온 것만 같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너도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삶 전체에 걸쳐, 내 미래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항상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세월을 거쳐서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다.
--- p.168

그러나 이방인은 그것으로 전부는 아니다. 그는 부조리의 정열이기도 하다. 부조리의 인간은 자살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그 어떤 확신도 포기하지 않으며, 내일도 희망도 없이, 환상도 없이, 그렇다고 체념하지도 않으면서 살고자 하는 것이다. 부조리의 인간은 반항 속에서 자기 자신을 긍정한다. 그는 정열로 가득 찬 주의를 기울여서 죽음을 응시하는데, 바로 그 집요한 응시가 그를 해방한다. 그는 사형수의 저 ‘비길 데 없는 무책임’을 알고 있다.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반드시 죽는 것이므로 모든 것이 허락되어 있다. 모든 경험은 무엇이든 다 같은 값이다.
--- p.182 「《이방인》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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