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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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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40g | 130*190*16mm
ISBN13 9791165797720
ISBN10 116579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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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사회 수업 시간에 경찰이 하는 일을 공부하고 나서야 어머니가 한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조금씩 이해가 갔다. 모든 사람의 생활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대목을 보고 흠칫 놀랐다.
―할머니는 ‘모든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구나.
생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경찰에게조차 의지할 수 없고, 쓰레기 수거라는 공공서비스에서도 제외된다.
어머니는 할머니가 처한 그러한 상황을 ‘무라하치부’라는 말로 표현했다. 나는 할머니가 무슨 행패를 당하는지 알고서도, 에도시대 때나 있었던 풍습이 현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 p.30,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중에서

“그이는 빨간불을 무시할 사람이 아니에요.”
조용한 목소리로 딱 잘라 말한 후, 마치 도발이라도 하듯이 슈야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남편이 평소 준법정신이 투철했다는 둥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했다는 둥 제 주관적인 견해를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남편은 정말로 빨간불을 무시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아니,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빨간불을 무시할 수 없어요.”
--- p.105~106, 「목격자는 없었다」 중에서

“해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잖아. 안, 잘 생각해봐. 이건 되는 일이야, 안 되는 일이야?”
평소 야단칠 때의 어조로 말하자 안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입매를 누그러뜨렸다.
“장난을 한번 쳐보고 싶었던 거지? 괜찮아. 안이 반성했다면 할머니도 화 안 낼게.”
“……는 일.”
“뭐?”
되묻는 것과 동시에 안이 고개를 들었다. 안의 얼굴에 풀죽은 기색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알아듣지 못한 말이 형태를 이루었다.
―되는 일.
방금 안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 p.130, 「고마워, 할머니」 중에서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유이카가 태어난 직후부터 언니에게 말해왔다. 내가 그럴 때마다 언니는 무슨 소리냐고 웃어넘겼다. 걱정 마, 그렇게 고민하는 게 유이카를 소중히 여긴다는 증거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엄마야.
언니 말에 설득력이 있었으므로 더는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의 말은 정말로 옳았을까.
--- p.232~233, 「언니처럼」 중에서

처음에는 연기 냄새를 맡고 이상하다 싶었죠. 탄내가 나서 하늘을 둘러보다 검은 연기를 보고 숨을 삼켰습니다. 선생님 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온몸에서 핏기가 싹 가시더군요. 그때는 아직 방향만 일치했을 뿐인데도 왜일까요. 선생님 댁에 불이 났다고 거의 확신했습니다.
물론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다케루 혼자 남겨둔 집에 불씨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어째서인지 선생님과 무관할 리 없다, 이번 사태가 무사히 끝날 리 없다고 직감했습니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저도 모릅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선생님의 인생이 기구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려나요.
--- p.280~281, 「그림 속의 남자」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사람의 마음속 따위 알 수 없다
어쩌면 평생, 그 자신까지도

18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골을 절에 봉안하기 위해 료이치는 연인 미즈에와 함께 어릴 적 가봤던 히가키 마을로 향한다. 할머니는 시아버지를 살해해 감옥살이를 하던 중 암으로 사망했다. 살인자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이 유골을 내다버렸는데, 이제 세월이 흘렀으니 봉안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미즈에는 과연 마을의 절에 유골을 모셔도 될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할머니가 그것을 바라겠느냐고 되묻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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