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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베스트셀러 강력추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의 연쇄살인 추적기
알마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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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회고록.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의 존재가 한국사회에 어떤 의미인지를 분석하고 프로파일링 세계를 보여준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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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 괴물을 쫓는 사람들 (고나무)
프롤로그

1.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링 보고서
2. 풀지 못한 숙제
3. 나는 나를 쫓는 자의 얼굴을 알고 있다
4. 에쿠스의 심리학
5. 인터뷰 게임
6. 작화의 심리

에필로그
대담 - 김대두는 시대가 낳은 괴물인가
후기 - 범죄로 인한 고통의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권일용)

저자 소개2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이자 범죄학 박사. 30여 년간 약 1,500건의 강력사건 범죄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했다. 1989년 형사기동대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후 형사와 현장감식요원을 거쳐, 2000년부터 프로파일러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CSI) 범죄분석관,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경찰수사연수원 교수(프로파일링, 강력수사 담당)를 역임하며 경찰 최초 프로파일링팀의 창설과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경찰청 제1호 범죄분석 마스터’ 인증을 받았고, 2011년 대한민국 과학수사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이자 범죄학 박사. 30여 년간 약 1,500건의 강력사건 범죄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했다. 1989년 형사기동대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후 형사와 현장감식요원을 거쳐, 2000년부터 프로파일러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CSI) 범죄분석관,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경찰수사연수원 교수(프로파일링, 강력수사 담당)를 역임하며 경찰 최초 프로파일링팀의 창설과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경찰청 제1호 범죄분석 마스터’ 인증을 받았고, 2011년 대한민국 과학수사대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국민훈장 옥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2017년 경정 계급으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 범죄학과 겸임교수, 경찰청 한국KCSI학회 법심리분과위원장, 경찰청 과학수사·대검 과학수사·해양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간 도서로는 『프로파일링 이론과 실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공저)』 『사소한 것들의 현대사(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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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 논픽션 작가다. 〈한겨레〉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으며, 현재는 전기 등의 논픽션과 실화 기반의 웹소설, 웹툰, 시나리오 등을 기획 · 개발하는 팩트스토리의 대표이사다. 지은 책으로는 르포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과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 쓴 《휴먼 스케일》(공저), ‘브루마스터’를 다룬 《인생, 이 맛이다》 등이 있다. 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지존파 납치 생존자의 증언〉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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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38g | 130*213*20mm
ISBN13
9791159922251

책 속으로

형사는 1989년 경찰종합학교를 졸업한 다른 160기 형사기동대 순경 공채 동기들과는 좀 달랐다. 경찰학교 졸업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무술과 체력에 자신이 있었던 형사는 조직폭력배를 잡으러 다녔다. 옛날 경찰 선배들처럼, 터프하게 몸으로 범인들을 잡았다. 형사가 지문감식 교육을 처음 받은 것은 1993년 7월이었다. 주먹이 아니라 붓으로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꼈다. 수표에 묻은 지문을 채취할 때 다리미로 다리면 결과가 더 좋다는 노하우도 스스로 터득했다. --- pp.13-14

2000년 1월, 권일용 등 네 명이 처음 만들어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범죄분석팀으로 발령받았다. 이 중 세 명은 범죄 통계를 분석하는 요원이었다. 오직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만이 현재 대중들이 ‘크리미널 프로파일링’이라고 부르는 ‘범인상 추정’ 작업을 담당했다. 크리미널 프로파일링은 범죄 현장의 법과학적 조사를 토대로 범인의 성격, 심리, 지능, 직업, 특징 등을 추정해 피의자군을 좁혀 수사에 도움을 주는 기법이다. (…) 정신과 의사의 목표는 치료이고, 프로파일러의 목표는 수사다. 드라마나 영화는 종종 프로파일러를 범죄 현장을 보지도 않고 범인을 맞히는 천재 심리학자나 심령술사 같은 이미지로 다룬다. 그러나 1970년대 미국에서 프로파일링이 탄생한 이유는 수사를 돕기 위함이었다. 범인의 개인적, 심리적 ‘프로필(특징)’을 추정하여 수사 대상 피의자나 탐색 지역을 좁히는 작업이 프로파일링의 본질이다. --- pp.28-30

마치 감도 높은 필름처럼, 권일용이 경험한 넓은 스펙트럼의 정서들은 그가 프로파일러로서 범죄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존 더글러스가 쓴 책에 ‘범인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래야 프로파일링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범죄자들의 말을 들을 때는 저는 ‘그화(化)’되는 거예요. 상대로부터 어떤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제 상처가 같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화되는 것에는 훈련이 필요해요. 다만 초창기에는 그화됨을 느끼고 나면 다시 저에게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 p.48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건물 고층에서는 북한산이 바라다보인다. 파란 가을 하늘을 보면서 범죄를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권일용이 일하는 서울지방경찰청 3층은 바깥과는 다른 세계 같았다. 날이 좋든지 좋지 않든지, 프로파일러와 형사들은 랜턴을 들고 일부러 어두운 곳만 걸어 다니는 사람과 같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므로. --- p.65

MO가 범행 수법을 의미한다면, ‘시그너처(signature)’는 범행 과정에서 범인이 충동과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저지르는 행위를 가리킨다. 범인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범행 도구나 상처의 패턴 등은 MO에 해당하는데, 가령 노인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에는 ‘낮에, 단독주택에 침입한다’는 것이 주요한 MO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개별 사건의 상처의 정도, 혹은 시신 위에 사정(射精)하거나 소변을 보는 행위 등은 시그너처에 해당한다. --- p.85

제압, 조종, 통제. 연쇄살인범의 특징이다. 권일용도 정확히 같은 것을 유영철과의 인터뷰에서 느꼈다. “유영철은 시체 토막 내는 얘기를 하면서도 말이 끊어지지 않았어요. 계속 말을 해.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서. 연쇄살인범이 갖고 있는 우월감, 통제력을 보여줬어요. 자기를 조사하거나 실체를 밝히려고 온 사람과의 대화를 통제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p.102

권일용과 윤외출은 이 보고서를 일선 경찰서 등에 제출했다. “2004년 초부터 벌어진 일련의 부녀자 공격 사건이 연쇄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일선 경찰서는 여전히 범죄분석팀의 보고서 내용을 수사에 적용하기를 주저했다. 연쇄성을 인정하는 것은 단번에 언론의 주목을 끄는 결과를 낳는다. 경찰은 이를 부담스러워했다. --- pp.124-125

2006년 1월, 권일용과 윤외출이 꿈꾸던 일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프로파일링 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달 충북 충주의 중앙경찰학교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2005년 5월 채용된 1기 프로파일러 열여섯 명 중 열다섯 명이 다른 경찰 동료들과 함께 섰다. 한 명은 지병으로 이듬해에 졸업했다. 서울에 있던 권일용은 일부러 정복을 입고 충주로 내려갔다. 1기 프로파일러 중 세 명에게 직접 계급장을 달아주었다. 1기 열다섯 명은 서울지방경찰청에 배치된 두 명을 포함하여 전국의 각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한두 명씩 배치되었다. --- p.131

두 페이지 분량의 기사 한가운데 권일용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었다. 권일용에게도 그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방에 들어서니까 침구류가 그대로 깔려 있는데, 신문이 이만큼씩 쌓여 있었어요. 그걸 보는 순간 ‘이놈은 다 보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크랩을 들춰 보니 자기 사건 보도를 다 모아둔 겁니다. 밤마다 그걸 보며 즐거워했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서랍을 열었더니, 제 인터뷰 기사 사진이 딱 나왔죠.” 이 사건 이후로 권일용은 자신과 가족의 인적 사항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 --- p.149

정남규는 한 그림을 보고는 “악마, 그것도 크고 거대한, 무시무시한 괴물이 죽이고 해치려는 모습”이라고 답했다. 정남규에게 세상은 “무시무시한 악마가 자신을 죽이고 해치려 하는 곳”(경찰 백서)이었다. 세상이 악마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왜소한 남자는, 그렇게 스스로 악마가 되었다. --- p.155

거의 모든 살인 사건 현장에 임장했으며, 3일에 한 번꼴로 야근을 했다. 케이스링크를 하려면 사건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되었다. 그런 식으로 연쇄성의 고리들을 겨우 하나씩 찾아냈다. 흩어진 척추뼈를 순서대로 발굴하는 고생물학자처럼, 무의미해 보이는 사건 더미를 파헤치며 힘겹게 연쇄성의 고리를 이어갔다. 만 2년 동안 이런 일상을 보내고, 결국은 정남규를 잡았다. --- p.162

2006년 하반기는 한국 프로파일링의 전환점이다. 경찰들은 최상위 조직인 경찰청을 “본청”이라고 부른다. 2006년 11월 본청에 사상 처음으로 프로파일링 조직인 범죄행동분석팀이 신설됐다. 서울지방경찰청 범죄분석팀 소속이던 권일용은 경위로 특진한 뒤 12월 1일 범죄행동분석팀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드디어 프로파일링의 필요성이 조직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 pp.169-170

에쿠스 승용차의 소유주를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평소 실제 차를 이용한 사람은 차 소유주의 아들이었다. 경찰은 아들의 전과 조회를 했다. 강간 전과가 있었다. 아들의 직업은 마사지사였다. 경찰은 그가 일하는 마사지 업소로 찾아가 당일 행적을 물었다. 마사지사는 거짓 알리바이를 댔다. 공교롭게도 마사지사의집 근처에 시시티브이가 있었다. 그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으로 거짓 진술임이 들통났다. 경찰은 2009년 1월 23일 마사지사의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마사지사는 교외에서 개를 기르는 축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개 축사에서 범행 도구가 발견됐다. 마사지사는 곧 체포됐다. 강호순. 그의 이름은 곧 전국적으로 알려질 것이었다. --- p.190

간발의 차였다. 권일용과 범죄행동분석팀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지 않았다면 그는 무사히 이사를 갔을 것이고, 양지승 실종사건은 미제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 --- p.215

그러나 그들에게도 성욕과 성적 환상은 존재했다. 그들은 아이들을 상대로 자기들의 성적 환상을 실현했다. 그들은 아동을 물색하러 멀리 다니지 않았다. 아동성범죄자는 자존감 없는 남자들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성인 여성에게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아동성범죄자는 아이를 상대로 자존감을 회복한다. 이들은 거절당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거절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상대로 훼손된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상심리. 그것이 아동성범죄의 심리 메커니즘이다. 이들은 아동 포르노에서 자위 기구로, 자위 기구에서 현실의 납치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 환상을 증폭시킨다. --- pp.215-216

권일용이 형사들 앞에서 하는 브리핑은 자신과 후배들의 직장 생활을 좌우할 인정 투쟁이었다. 프로파일링이 실제 수사 결과와 어긋나버리면, 도덕적 비난이 따라올 것이었다. “그러게 왜 미국 흉내를 내서 프로파일링팀 같은 걸 만들었느냐”는 비아냥거림이 술자리에서 나올 터였다. 권일용의 브리핑은 무대 위에서 벌이는 투쟁이었다. --- p.233

납치범은 자신이 살해한 이웃의 가족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할 일을 했다.” 자신만의 망상 체계 속에서 죄책감은 사라진다. 연쇄살인범은 거짓말탐지기 앞에서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 그에게 살인은 정당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 p.238

인간은 하나의 정보 체계다. 이 정보 체계는 주로 외부로부터 주어져 구성된다. 가정교육, 학교 등이 한 개인에게 모종의 정보 체계를 입히고, 개인은 그 정보 체계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범죄자는 악의 정보를 체계화하여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사이코패스는 아예 정보 체계 자체가 ‘악’인 사람들이다. --- pp.244-245

저한테 다들 “왜 연쇄살인범 같은 괴물이 태어나는가” 하고 묻습니다. 총체적인 답은 여전히, 제가 할 능력이 없어요. 다만 분명한 점은 있습니다. 1960년대나 1970년대 중반까지는 양극화니 뭐니 할 것 없이 대부분 못살았잖아요. 그러다 1970년대 중반부터 급격한 양극화가 이뤄지고,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로 극심해졌죠. 아울러 익명성이라는 도시 공간의 특성도 있고요. 미국이나 영국도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가 사람들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봅니다. 모든 것이 경제적 가치로 환산된, 성과로 판정되는 가치관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잖아요. 김대두를 낳은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겠죠. 현재도 마찬가집니다.

--- pp.272-273

출판사 리뷰

치밀한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한
2000년대 주요 연쇄살인 사건의 현장


‘프로파일링’은 이제는 우리에게 낯익은 단어다. 프로파일링, 즉 ‘크리미널 프로파일링’은 ‘범인상 추정 작업’을 뜻한다. 프로파일링은 범죄 현장의 법과학적 조사를 토대로 범인의 성격, 심리, 지능, 직업, 특징 등을 추정해 피의자군을 좁혀 수사에 도움을 주는 기법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프로파일링 혹은 프로파일러를 다룬 수많은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면, 범죄심리학자가 아닌 ‘경찰청 인증 대한민국 제1호 프로파일러’로서 사건 당시 실제 현장에서 범죄심리분석을 담당했던 권일용 전 경정의 경험을 글로 옮긴 정통 논픽션이라는 것일 테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범죄자들이 일으킨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에 참여하고 그들을 인터뷰한 프로파일러가 바로 권일용 경정이다. 현장감식에서 채증(採證)된 증거를 토대로 범행 수법을 뜻하는 ‘MO’와 범인의 욕구 충족을 위한 충동적 행위를 가리키는 ‘시그너처’를 분석하고, 연쇄살인의 연결점을 파악하는 작업인 ‘케이스링크’를 통해 범인상을 추정, 용의자군을 압축하여 현장 수사팀에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긴박한 과정.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권일용 자신과 동료들의 회고 그리고 각종 자료를 통해 눈앞에 그려질 만큼 생생한 묘사로 그 광경을 재현해낸다. 그렇게 검거된 희대의 연쇄살인범들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 끝에 그들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내는 순간 또한 당시 상황과 오고간 말들을 복원함으로써 되살려놓았다. 사건 현장에서의 범인 추적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유영철, 강호순 등 범죄자와의 인터뷰를 그린 장면에서는 그들과 실제로 대면하여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가공하리만치 현장감이 느껴지는 이러한 사실성은 공저자 고나무의 저널리즘 철학에 기인한 것이다. 저자는 취재 대상과 철저히 동화되어 실제를 오롯이 글로 옮기고자 다년간 권일용 경정을 밀착 취재하는 것은 물론, 수사 당시 권일용 경정의 동선을 따라 이동해보는가 하면, 심지어 당시의 날씨까지도 기상청을 통해 확인하여 사실에 오류가 없게끔 하고자 했다. 인물의 말투, 외양, 공간의 묘사부터 당시의 대화까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그대로를 가급적 고스란히 실으려 했다. 이를 위해 풍부한 사건 관련 핵심 자료를 철저한 조사했음은 당연하다. 이러한 편집증에 가까운 노력과 풍부한 전기 취재 기법의 활용으로 저자는 특유의 박진한 묘사를 실현했다.

프로파일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어두운 방에서 빠져나올 때 비로소 빛을 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고 범인의 양태를 형상하는 프로파일러의 시선, 행동, 사고를 그대로 경험케 해준다. 권일용 경정이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사 기법인 ‘그화(化)되기’를 저자 고나무는 권일용을 대상으로 시도하여 독자를 범죄 수사의 현장 한가운데로 끌어다놓는다. 저자가 ‘권일용 되기’로 권일용의 감각과 동기화(同期化)시킨 독자의 감각은 곧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그화되기’로 동기화한 범죄자의 그것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어두운 방 안에 있는 것, 서늘한 공허의 중심에 놓인 병든 욕망의 불길 사이로 왜곡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은 분명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오감의 체험을 통해 독자는 이 세계의 이면에 ‘범죄’라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비로소 절감하게 된다. 저자가 말하듯 “인지는 힘이 세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다른 세계가 실은 우리가 현존하는 세계에 등을 맞대고 있었다는 깨달음은, 직접적인 접촉으로 겪기 전까지는 느껴보지 못할 심연의 공포를 꺼당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과 싸우게끔 만드는 강인한 의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권일용을 비롯한 프로파일러들은 이 서슬과 같은 경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은 냉정한 분석자의 시선으로 연쇄살인범을 바라보지만, 범죄자에게 희생된 네 살 여자아이의 참혹한 시신을 보고 분노하며 아이의 발가락을 찾기 위해 형사들과 함께 손으로 하수로를 파내기도 하고, 살인자를 검거하러 간 현장에서 범인의 어머니를 따뜻하게 위로하며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기도 하는 등 범죄라는 어둠과 맞닿은 삶에서 오히려 더 빛나는 인간성의 수호자가 되려는 듯하다. 그들은 범죄로 점철된 삶에 질려 회의하고 고민하나, 결국은 그 경계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으로 어둠의 결을 감각해 그것을 파헤치고 그것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 범죄라는 어두운 빛깔의 염료로 칠해진 반쪽의 다른 세계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런 그들을 이해하는 것도, 그들이 이해하고자 하는 범죄자를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러한 밤눈의 시야를 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결코 단순한 전기가 아니며, 실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보고서도 아니다. 차라리 낯설고 어두운 방으로 통하는 하나의 문일 것이다. 한 단면만을 과장하고 극단적으로 부각한 결과 피상적인 이미지로 고착해버린 프로파일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입체적으로 바꿔줄 프리즘 또한 될 것이다. “프로파일러와 형사들은 랜턴을 들고 일부러 어두운 곳만 걸어 다니는” 이들이다.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하고 빛은 미약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한 줄기 빛일 따름이다.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영혼마저 시린 냉혈동물의 어두운 세계를 통과해 다시 온기 가득한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안의 냉혈한과 싸울 힘과 용기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투쟁을 이어가는 프로파일러들이 있다. 고나무 저자가 서문에서 “이것은 인물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관철시킨 그들의 태도에 대한 전기”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글은 프로파일링 팀 전체가 주인공인 전기”라고 밝히는 까닭이다.

악의 정보 체계를 가진 사이코패스가 세상에 자신의 폭력을 은밀하게 관철시키는 방식을 이해해야만 우리는 그것과 싸우고 그것을 막으려는 프로파일러들의 노력이 얼마나 어렵고 숭고한 것인가를 온전히 알 수 있다. 권일용 전 경정은 그러한 싸움을 위해 유일한 프로파일러이자 최초의 프로파일러로서 온갖 현실적인 문제를 초극해 후배들을 위한 길을 개척하고자 애썼다. 그가 20년 넘는 세월 동안 닦아 넓혀놓은 그 길이 곧 권일용이 걸어온 “거칠고 좁은” 길일 테다. 그렇기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과거를 다룬 책이면서, 동시에 프로파일링이라는 분야의 미래를 위한 ‘또 다른 길’을 내려는 그의 새로운 시도다.

[작가의 말]
“제복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지치고 힘들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약속이다. 이 책은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함께한 시간들을 기록한 글이다. 참혹한 범죄 현장에서 고독을 함께 나눈 동료들이 서로에게 빛을 비추어주던, 고뇌의 시간들의 기록이다. 범죄로 인한 고통의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최초의 프로파일러일 뿐이지 최고는 아니다. 후배들 중에서 반드시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것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하는 약속일 터이다.”
_권일용

“2013년 지존파 납치 생존자 여성을 인터뷰하면서 범죄 문제에 관심이 생긴 지 5년째다. 그 기간 줄곧 스스로에게 ‘세상은 왜 이해하기 어려운가’라고 자문했다. 그 질문을 조금 더 구체화하면 ‘왜 2000년대 한국에 공감능력을 상실한 새로운 인간종이 태어났는가’라는 질문이 된다. 이 작가로서의 질문은 ‘다섯 살배기 딸에게 세상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라는 생활인으로서의 질문과 닿아 있다. 나는 그 답을 찾는 대신, 그 답을 찾는 사람의 삶을 좇았다.”
_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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