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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공허한 십자가

[ 반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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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492g | 135*195*21mm
ISBN13 9788954448185
ISBN10 8954448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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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코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사요코는 헤어진 아내의 이름이었다.
“네, 실은.”
형사는 기묘하게 한 박자 쉰 다음에 말을 이었다.
“어젯밤에 돌아가셨습니다.”
다음 순간, 나카하라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형사 입에서 나온 말이 그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한순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p.25

“무슨 소리예요? 내 딸이 살해당했다면서요? 왜 범인을 안 잡고 날 심문하는 겁니까?”
“범인을 잡고 싶다면 수사에 협조해주세요!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아사무라의 굵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분노와 슬픔과 억울함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 피해자인 내가 왜.
--- p.38

그는 증오의 대상을 노려보았다. 히루카와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체구가 작은 남자였다. 특별히 힘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눈꼬리가 약간 처진 얼굴은, 사람에 따라서는 착하고 소심하게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자가 딸을 죽였다고 생각하니, 나카하라에게는 교활하고 잔인한 얼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p.67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자신들이 잃어버린 것은 비단 딸만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소중한 것을 수도 없이 잃어버렸다. 힘들게 손에 넣은 집도 재판 도중에 팔아버렸다. 그곳에 사는 것이 너무도 괴롭다고 아내가 말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인간관계도 어색해졌다. 배려 때문인지 어색함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
--- p.85

“유족은 단순히 복수를 하기 위해 범인의 사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한번 상상해보기 바란다. 가족이 살해당한 사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뎌야 하는지……. 범인이 죽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유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을 손에 넣으면 가슴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 수 있는가? (……)”
--- p.179~180

차라리 듣지 말 것을……. 그자가 후회를 하든 말든, 반성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마음 한구석에서는 속죄하는 마음이 싹트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한 조각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 유족은 여러 가지 형태로 수도 없이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 p.193

“(……) 남편은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작은 생명들을 구하고 있어요. (……) 교도소에서 반성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제 남편처럼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면서 사는 것, 무엇이 진정한 속죄라고 생각하세요?”
--- p.394

미안함은 참담함으로 변했다. 노인은 이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노인의 딸과 그 딸의 남편인 후미야는 앞으로 가해자의 가족으로서 많은 고통을 떠안게 된다.
그리고 비극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카하라라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비극은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
사오리는 빨랫줄을 다시 들었다. 법에 따라 재판을 받을 수 없다면 자신의 손으로 결말을 짓는 수밖에 없다.
--- p.411~412

“분명히 모순투성이군요.”
“인간이 완벽한 심판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그럼 그만 가보겠습니다.”
사야마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갔다.
사야마를 배웅한 뒤, 나카하라는 유리창으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간다 료코가 상자를 화장터로 가져가는 참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사오리의 방에 수해 사진이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사진은 그녀에게 소중한 유골이 아닐까?
--- p.4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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