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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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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522g | 140*210*21mm
ISBN13 9791191043518
ISBN10 119104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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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화를 끊고, 남자가 침실에 들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떠밀려 위층으로 올라간다. 서둘러 화장대로 가 보석이 제자리에 있는지, 신용카드가 가방에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신용카드를 넣은 가방은 토요일 저녁에 옷장 선반에 올려두었다. 둘 다 그대로 있다.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그 남자가 누군지, 왜 초대장도 없이 파티에 나타났는지 알아내기 전까지는 계속 편치 않을 것이다. --- p.54

“죄송해요.” 끔찍한 기분을 참을 수 없어 그의 말을 자른다. “잘못 찾아오셨어요. 니나 맥스웰이 이 단지에 살았다고 해도 이 집일 리 없어요. 살인 사건이 있었으면 이 집을 사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부동산 중개인이 말을 해줬을 테니까 우리도 알았을 테고요.” 내가 문을 닫으려는데 남자가 나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잘못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도슨 씨. 여기가 니나 맥스웰이 살던 집입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고 죽은 곳이죠.” --- p.75

밤중에 눈을 뜬다. 심장이 갈비뼈에 닿을 것처럼 세차게 뛴다. 무엇인가 나를 깨웠는데 뭔지 모르겠다. 나는 가만히 누워 숨을 참고 온몸에 힘이 들어간 채로 뭐가 뭔지 생각하려 애쓴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든다. 방 안에 누군가 있다. 레오가 아닌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근처에 불빛이 없다. 가장 가까운 램프는 책상 위에 있다. 너무 무서워 움직일 수도, 눈을 뜰 수도 없다. 꾹 닫힌 눈꺼풀 아래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본다. 그자가 어디 있는 걸까? 숨 쉬는 소리가 들려야, 어떤 움직임 같은 게 감지돼야 하는 것 아닌가? 그저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만 할 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미동도 하지 않고 숨조차 쉬지 않으려 젖 먹던 힘까지 다하고 있는데 그 순간 누군가 그곳에 있다는 느낌이 사라져버린다. --- p.123

언니가 죽고 나서 언니가 내 곁에 있는 것 같을 때가, 언니의 존재가 느껴질 때가 있었다. 고요한 밤이나 기분이 유난히 우울할 때 특히 그랬다. 마치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종교에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호기심이 동해서 사후 세계를 다룬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니와 관련된 경험으로 사람이 제명을 누리지 못하고 일찍 죽으면 영혼이 되어 존재할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떤 책에는 잔혹한 죽음을 맞았을 경우 범인이 법의 심판대 앞에 서기까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이승을 떠돈다고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이 유난히 인상에 남았다. 언니의 사건이 재판에 부쳐진 그날 이후로 언니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재판 결과에 만족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언니는 만족하고 이승을 떠났는지도 모른다. 혹시 니나 맥스웰의 영혼이 정의의 심판을 기다리며 이 집에 머물고 있다면? --- p.144~145

그녀의 긴장감이 방 안에 퍼진다. 나는 펜을 집어 메모지에 ‘완벽’과 ‘불행’이라고 쓴 뒤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나요? ‘행복은 나비와 같다. 쫓으면 쫓을수록 더 멀리 도망가버린다. 하지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절로 날아와 어깨 위에 사뿐히 앉을 것이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안심한다. 이 구절은 언제나 먹힌다. --- p.184

“실은 니나가 살해당하고 올리버가 체포되기 전, 그러니까 니나가 바람을 피웠다는 걸 알고 난 직후에 니나의 모든 친구들이 혹시 자신의 남편이 그 내연남이 아닐까 잠시 의심했어요. 아주 잠깐이었대도 그건 부인할 수 없어요. 그런 뒤에는 친구들의 남편에게로 눈을 돌려 그중에 그 남자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기 시작했죠. 정말 끔찍했어요, 앨리스. 우리 모두 이곳에 사는 어느 누가 니나와 바람을 폈는지 알아내려고 남모르게 안간힘을 썼어요.” --- p.212

그 순간 비명을 터트리며 균형감각을 잃고 의자 뒤로 넘어진다. 바닥에 부딪치면서 들고 있던 점퍼가 허공으로 날아간다. 미친 듯이 가빠진 숨을 간신히 고르고 다친 데가 없는지 살펴본다. 팔꿈치와 왼쪽 다리가 욱신거리고 뒤통수도 느낌이 이상하다. 잠시 그대로 있다가 바늘처럼 콕콕 찌르는 팔 통증을 무시한 채, 넘어진 의자를 지렛대 삼아 몸을 똑바로 일으킨다. 공포심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점퍼 밑에 숨겨져 있던 긴 금발 뭉치가 내 상상의 산물이라고 믿고 싶지만 아니라는 걸 안다. 부정하는 말들이 머릿속을 뒤죽박죽 떠다닌다. ‘니나의 머리칼일 리 없어. 그럴 리가. 레오는 니나를 몰랐어. 그이가 니나를 죽인 게 아냐. 그럴 리 없어, 그랬을 리 없어.’ 그러다 사실과 충돌한다. ‘레오는 이 집을 원했어, 굳이 이 집을.’ 그리고 끔찍한 결론에 다다른다. ‘그이는 니나를 알았어. 이 집에서 그녀를 죽인 거야. 그녀의 머리칼을 자르고 일부를 전리품처럼 간직한 거지. 그리고 범죄 현장으로 돌아온 거야.’ --- p.300

“니나의 머리칼을 자른 게 일종의 심판일 수 있다고 했잖아요? 만약 누군가 그녀를 심판하려 했다면, 여자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나는 말을 내뱉고 곧바로 후회한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가요?” 토머스가 내 표정을 읽고 묻는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모르지 않는다. 그저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끔찍할 뿐이다.
“분명 탐신한테도 동기가 있습니다. 니나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것도 모자라 남편이 그녀와 바람피웠다고 의심하기까지 했으니…….”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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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까지 범인이 누군지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놀라운 가정 심리 스릴러. 폐쇄적인 주택 단지 안에 함께 거주하는 정다운 이웃들, 그들 모두가 살인 용의자다. 모두에게 그녀를 살해할 동기가 있다. B. A. 패리스의 팬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할 만한 페이지터너.
- 캐서린 스테드먼 (『썸씽 인 더 워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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