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에는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관대한 듯 보였다. 내가 익살을 떨면, 남자들은 언제까지고 낄낄 웃지는 않았기에, 게다가 나도 남자들을 상대로 신이 나서 익살을 떨다가는 실패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적당한 곳에서 끝내도록 언제나 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적당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나에게 익살을 요구하였고, 나는 그 끝없는 앙코르에 응하여, 녹초가 되었다. 여자는 정말로 잘 웃는다. 대체로 여자란 남자보다도 쾌락을 훨씬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모양이다.
--- p.39 「두 번째 수기」 중에서
“‘돈이 떨어지면 정도 떨어진다.’는 속담은 잘못된 말이야. 돈이 떨어지면 여자에게 차인다는 의미가 아니라구. 남자에게 돈이 떨어지면, 남자는 저절로 의기소침하게 되어, 맥을 못 추고, 웃음소리에도 힘이 없게 되고, 또한 어딘가 비뚤어지게 되고, 결국에는 자포자기가 되어, 남자 쪽에서 여자를 차버리는 거야. 반미치광이가 되어 마구 차린다는 뜻이지. ‘가나자와 대사림(金澤大辦林)’이라는 사전에 의하자면 말이야, 불쌍하게도. 나도 그 기분을 알고 있지.”
분명히 그런 식으로 바보 같은 소리틀 하며 쓰네코를 웃겼던 기억이 있다. ‘너무 오래 신세를 지면 안 된다. 자칫하면 그렇게 될 염려가 있다.’ 하는 생각에 세수도 하지 않고 잽싸게 빠져나왔지만, 그때 나의, ‘돈이 떨어지면 정도 떨어진다.’는 엉터리 소리가, 훗날, 의외의 결과를 낳게 된다.
--- p.70~71 「두 번째 수기」 중에서
호리키는 스승 같은 태도마저 보였다. 나는 그 ‘귀신’ 그림을 이 녀석에게 보여준다면 어떤 표정이 될까, 하고 그 헛된 몸부림을 치면서,
“그런 소리 마. 꽥 하는 비명이 나오니까.”
호리키는 더욱더 의기양양하여,
“처세술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언젠가, 본색이 드러날 테니까.”
처세술……. 나는 정말로 쓴웃음만 나왔다. 나에게 처세술이 있다니! 하지만, 나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속이는 것은,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
는 속담의 영리하고 교활한 처세술을 준수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일까? 이아, 인간은 서로 아무 것도 모른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처럼, 평생을 눈치 채지 못하고,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문을 읽는 것이 아닐까?
--- p.106 「세 번째 수기」 중에서
디알. 나는 그 무렵 오로지 소주만 마시고, 수면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라나 불면은 나의 지병과도 같았기에, 대부분의 수면제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이 디알 상자는, 명백히 치사량 이상이었다. 아직 상자는 개봉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시도’할 생각으로 이런 곳에, 더구나 상표를 벗겨 내어 숨겨 둔 것이 틀림없었다. 불쌍하게도 그녀는 상표의 로마자를 읽지 못하였기에, 손톱으로 반쯤 벗겨 내고는, 이 정도면 됐으리라고 생각한 것이었겠지.
‘당신에게는 죄가 없다.’
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컵에 물을 채우고는, 천천히 상자를 개봉하여, 전부, 단숨에 입 안에 털어 넣고, 컵의 물을 침착하게 다 마신 다음, 전등을 끄고 그대로 잤다.
--- p.139~140 「세 번째 수기」 중에서
인간, 실격.
이미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이곳에 온 것은 초여름 무렵으로, 정원의 작은 연못에 빨간 연꽃이 피어 있는 것이 철창으로 보였다. 그 후로 석 달이 지나, 정원에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할 무렵, 뜻하지 않게 고향의 맏형이 넙치의 안내로 나를 데리러 왔다.
“아버지가 지난 달 말에 위궤양으로 돌아가셨다. 우리들은 이제 너의 과거를 묻지 않겠다. 생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해 주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 대신에, 여러모로 미련도 남아 있겠지만, 당장 도쿄를 떠나 고향에서 요양 생활을 시작해 달라. 네가 도쿄에서 저지른 일의 뒤처리는 대부분 시부타가 해 주었으니까,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는 등의 이야기를, 여전히 아주 진지하고 긴장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고향의 산하가 눈앞에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폐인.
--- p.153~154 「세 번째 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