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스토리를 갈망한다. 스토리를 듣고 보고 말하고 다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욕망과 두려움을 스토리텔링으로 드러낸다. 스토리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행위도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스토리텔링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행동에도 감정을 전달하는 동작들이 가득하다. 악수, 손 흔들기, 직접 음식 요리하기, 이맛살 찌푸리기, 가운뎃손가락 들어올리기 등등. 행동은 스토리를 전한다. 소설을 비롯해 영화, 홍보 연설, 브랜드 광고 이미지, 가족이 운영하는 장난감 가게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통 스토리로 둘러싸여 있다. --- p.22
스토리 없이 그저 통계자료나 각종 데이터와 정보를 보았을 때, 10분 후 머릿속에는 정보의 5%밖에 남지 않는다. 기운 빠지는 일 아닌가? 특히 종일 숫자를 굴리는 직업에 종사하거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빅데이터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에 닿는 위대한 스토리가 없다면 고객과 클라이언트, 동료 직원은 그 내용을 잊는다. 직장 상사도 다음 회의 때 그 자료를 잊는다. 이것이 핵심이다. 같은 정보라도 스토리나 사건을 결합해 전달하면 사람들은 그 정보를 오래 기억한다. 오히려 접한 정보 이상을 기억할 수도 있다. 인지심리학자 제롬 브루너(Jerome Bruner)에 따르면, 사람은 스토리를 통해 정보를 접할 때 22배나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설령 아주 딱딱한 정보라도 마찬가지다. 정보에 스토리를 덧붙이는 행위가 별것 아닌 듯 보여도 이는 모든 것을 바꾸는 변화의 시작이 된다. --- p.35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집중력이 지속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8초라고 한다. 누군가 떠나기 전에, 등을 돌리기 전에, 계산하기 전에 무언가 가치 있다고 확신시키는 데 단 8초가 주어진다는 말이다. 투자자 앞에서 사업을 설명할 때,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대중에게 광고를 할 때 8초 안에 관심을 끌지 못하면 이미 끝난 게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8초 안에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아주 좋은 낚시 기술이 필요하다. 진열장에 전시된 고릴라처럼 말이다.
요즘은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이 소중한 시대다. 우리는 모두 바쁘고, 쉽게 산만해지고, 시간이 부족하고, 휴대폰에 얼굴을 파묻고 산다. 사람들이 당신의 가게에 오거나 웹사이트에 방문하거나 좋은 제품과 아이디어를 접하기 전에, 그들에게 충분히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스토리가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 p.47
잘 만든 스토리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공감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공감은 타인의 입장,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바라보았을 때 생기는 유대감이다.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할 때 청중은 당신을 응원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그 응원을 투사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에 다가갈 용기를 얻는다. 변화의 경험이나 성공담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하고,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을 개선하게 하며, 더 자신감 넘치는 리더가 되게 한다. 청중이 스토리 속 캐릭터의 경험과 감정에 깊이 몰입할수록 변화의 원동력도 강해진다. --- p.63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떠올려보자. 누가 당신의 청중인가? 당신이 유대감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그는 기혼인가, 미혼인가? 연령대와 성별은 어떻게 되는가? 투자가인가, 고객인가, 동료인가? 그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스토리를 전달하려면 청중의 열정, 고민, 습관, 특이점 등을 알아야 한다. 이런 정보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도 대상과 상관없는 이야기만 늘어놓게 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마케팅 회사는 스토리나 메시지를 만들기 전에 대중을 연구하고 파악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출한다. 물론 이렇게 크게 지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청중을 잘 알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되거나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자료 수집은 인간의 행동이나 상호작용에 관한 패턴, 흐름, 관계를 파악해 대상과 교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쇼핑 습관, 제품 충성도, 선호도, 즐거움, 두려움, 신념, 잠재적 위험, 꿈까지 모든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 p.78
그렇다면 청중과 단단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선, 너무 똑똑한 척 하지 말아야 한다. 나약한 모습 그대로 솔직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상처받기 쉬운 모습을 드러내거나 기회를 덥석 잡는 태도가 사회적으로 위험하고 실패와 조롱으로 이어진다고 배웠다. 그런데 ‘나약함’이야말로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다. 나약함은 사람들에게 강력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그 스토리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적이고 진정성 있고 믿을 수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 p.95~96
호메로스부터 윌리엄 셰익스피어, 스티븐 스필버그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스토리텔러는 스토리의 구조에 공을 들였다. 스토리텔러라면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와 문화, 나이와 성별, 사회적 지위와 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스토리는 시작-중간-끝으로 이루어진다. 왜 그럴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중간-끝이라는 구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태양도 아침에 떠서 낮에 빛을 비추다가 밤에 저문다. 인간은 태어나서 삶을 살다가 죽는다. 꽃은 싹을 틔우고 활짝 피었다가 시든다. 이런 시작-중간-끝의 순환 구조가 우리의 삶 모든 곳에서 일어나 스토리를 만든다. 이런 스토리 구조는 본능에서 비롯된 인간 존재의 본질이다. 인간의 모든 경험이 그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90분짜리 영화든, 1막, 2막, 3막으로 구성된 연극이든, 30분 분량의 홍보 연설이든 시작-중간-끝이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은 지루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하거나 실망한다. --- p.111~112
그렇다면 훌륭한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영웅을 “자신보다 더 큰 존재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주인공이 충성도 높은 고객이든, 당신의 회사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기업의 CEO든, 영화 속 인물이든 영웅과 관객 사이에는 반드시 정서적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관객은 주인공을 좋아하고 주인공의 대의명분을 신뢰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든 CEO든 허구적 인물이든 관객이 매혹될 때 그 캐릭터는
영웅이 된다.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면 영웅은 판매를 촉진하고, 브랜드를 강화하고, 고객과 긴밀한 유대감을 쌓게 된다. 이런 일은 어디서나 벌어진다. 영웅과 공감하는 사람들은 그 영웅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고, 영웅이 입는 옷을 입고 싶고, 영웅이 먹는 음식을 먹고 싶다. 영웅이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동물이나 사물, 만화 캐릭터도 영웅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만화영화를 보고 난 다음 그 만화 속 캐릭터에 푹 빠져 장난감이나 시리얼 심지어 샴푸까지도 사고 싶어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 p.142~143
비즈니스는 일종의 서비스다. 좋은 비즈니스는 삶의 질을 높이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활기를 불어넣는다. 자신이 영웅이 되어 열악한 고객을 구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고객을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 어떨까? 비즈니스의 목표가 ‘세상 구하기’나 ‘보물찾기’ 같은 것이 아니라, 고객이 바라는 것을 손에 넣게 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기업은 자신의 스토리에만 골몰한 나머지 자기 제품이 진짜 영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고객이 영웅이다.
---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