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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안녕,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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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큰글자도서)
[도서] 안녕, 엄마 (큰글자도서)
김하인 저 쌤앤파커스
0% 35,000
안녕, 엄마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420g | 136*200*20mm
ISBN13 9791165345136
ISBN10 116534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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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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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의 엄마는 언제나 농투사니셨다. 고동색 몸뻬를 입고 머리에 수건을 둘러쓴 엄마는 시커먼 아궁이 앞에서 몽당빗자루를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 풍로를 돌리며 불을 때고 계셨다. 과일 껍질이 둥둥 떠 있는 구정물이 든 양동이를 들고 돈사로 걸어가 돼지 밥통에 부어 주시거나 아니면 해거름 녘까지 호미를 들고 드넓은 밭두렁을 기어 다니다시피 하면서 잡초를 뽑고 계셨다.
내 엄마는 ‘어머니!’ 하고 길게 부를 만큼 잠시라도 한가하게 앉아 계신 적이 없었다. 뭐 먹을 게 없나? 하며 항상 눈알을 뚜릿뚜릿 사방에 굴리면서 자라나던 우리 자식들 또한 엄마에게 예의고 염치고 차릴 겨를이 없었다.
언제나 엄마를 보기만 하면 “엄마, 배고파!” “엄마, 밥줘!” “엄마, 내 신발 어딨어?” “엄마, 나 눈깔사탕 사 먹게 10원만 주면 안 돼?” 하고 저마다 엄마를 불러 대기 바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난 걸신들린 그 옛날의 아이가 아니다. 다 장성했고 삶의 여유를 누리는 중년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내 엄마를 엄마 대신 어머니로 호칭을 바꿔 불러 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어머니보다 엄마가 훨씬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히유, 이젠 됐꾸마!
엄마가 무릎 위에서 두 손으로 자신의 한쪽 팔을 꼬옥 붙들고 몸이 반쯤 접힌 자세로 누워 본인 얼굴을 올려다 보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엄마는 빙긋한 웃음을 머금으 셨다.
그 순간이었다. 담벼락에 붙어 서 있던 커다란 감나무 가지에서 노란 감꽃이 투둑, 투두둑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장독 두껑 위에서는 튀어 몇 번의 제비 돌기를 한 뒤 떨어졌다. 내가 달빛 어린 엄마 미소를 봤기 때문일까. 갑자기 알싸한 노란 감꽃 향이 내 작은 콧구멍 속으로 가득히 풍겨 왔다. 엄마의 따스한 품속으로 나는 더 파고들었다. 엄마가 내뿜는 가는 숨소리와 엄마 심장이 뛰는 소리가 내 작은 몸 가득 스며들고 묻어났다.
나는 낮엔 거의 맡아 본 적이 없었던 감꽃 향기가 그 깊은 밤 가득 산지사방 퍼져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향기에 알싸한 달짝지근함이 배어 있었다. 다시 감꽃이 주변에 후드득 떨어져 내렸고, 이윽고 나는 작은 손으로 갑자기 내 눈두덩이를 문질러 대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왜? 왜 갑자기 우냐?
-방금…… 감꽃이 내 이마에 떨……어졌어.
나는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가리켰다.
- 그랴? 그래서 감꽃에 요기가 맞으니까 요 이마가 꿀밤 맞은 것 맨쿠롬 아팠어?
-……응.
나는 애살맞게 엄마의 부드러운 품에 내 뺨을 수없이 부비고 떨구었다. 엄마는 천상 막내 짓을 하는 그런 나를 더욱 살갑고도 포근하게 가슴에 안아 주셨다. 물론 나는 그때 진짜로 내 머리통이 떨어지는 감꽃에 연달아 맞았다. 엄마가 다른 곳을 쳐다보는 사이 엄마 무릎 위에 누워 안긴 나는 높은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탱글탱글한 노란 감꽃에 분명히 이마가 맞기는 했다. 하지만 하나도 안 아팠다.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났던 까닭은 장독 밑바닥 가까이 놓여 있는 엄마의 푸른 맨발 하나를 봤기 때문이다. 비록 겨울밤은 아니라 해도 발목까지 덮은 얇은 포플린 치마 밑으로 삐져나온 엄마의 맨발 하나가 너무나 추워 보였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났던 것이다.
커다란 감나무는 그 밤이 마치 감꽃 추방하는 밤이기 라도 한 듯 수없이 많은 감꽃을 땅바닥에 떨구었다. 그 오밤중에 탱글탱글한 감꽃이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한 몸이 되어 앉아 있는 엄마와 내 근처로 수없이 떨어져 내렸다.
--- 「2. 노란 감꽃」 중에서

그 어느 날이었던가. 안방과 정지로 통하는 쪽문을 열어 보니 엄마가 없었다. 그제야 잠사공장 안으로 들어가던 엄마 모습이 생각났던 나는 마루 밑신발을 꿰신고 뒷마당으로 막 들어섰다. 그런데 그 순간 엄마가 슬레이트 잠사공장 비닐 문을 벼락같이 밀어젖히면서 나왔다. 산노루처럼 후닥닥 뒷마당으로 뛰쳐나왔다. 엉덩이에 불이라도 붙은 듯이 말이다.
당연히 엄마의 그런 행동이 낯설었다. 엄마는 커다란 감나무가 서 있고 장독대와 접해 있는 펌프 주둥이 밑에 놓인 방티 쪽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앉았다. 동시에 차가운 물이 늘 채워져 있는 방티 속으로 반쯤 뛰어들 듯이 엎어지며 두 손을 찬물 속에 깊이 담갔다. 그리고는 닭 모가지 비틀 듯이 가는 목을 비틀어 올리고 좌우로 연신 고개를 돌려 꺾으며 ‘으으으, 으흐흐음!’ 가는 앓는 소리를 흘려 냈다. 고통에 겨워 이를 악문 소리였다. 어린 나는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뭔가를 잔뜩 참아 내느라 이마를 한껏 찌푸리고 있는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엄마! 왜 그래?
-아흐…… 아으으으…….
엄마는 두 손을 물속에서 빼들어 보고는 다시 물속 깊이 두 손을 처박았다. 그런데 엄마 두 손이 이상했다. 손의 윗부분인 손목 빛깔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만큼 엄마의 손등과 손바닥, 손가락 부위 전체가 벌겠다. 마치 엷은 핏빛 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손 혈관 속으로 불꽃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살갗 전체가 벌겋게 달아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상황이 이해가 됐다. 그러니까 엄마는 잠사 기술자가 되기 위해 펄펄 끓는 대야를 앞에다 놓고 악착같이 손을 담가 가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것이다.
--- 「6. 잠사와 빨간 손바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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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을 만났다. 글을 읽는 내내, 마치 엄마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반가우면서도 슬펐다. 책을 덮었을 때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았던 것은 그 시대 어머니의 고됨이, 어머니의 헌신이 그대로 녹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이야기를 듣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따라 엄마의 무릎이 사무치도록 그립다.
- 박정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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