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금리를 인상하고, 소비자 신뢰도는 떨어지고, 발칸반도에서는 전쟁이 터지고, 브라질에서는 가뭄으로 커피콩 수확이 줄어들고, 로테르담에서는 유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의회는 조제약 가격을 규제하는 새 의료 법안을 통과시키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런 거시경제 파동 각각은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것도 있는데, 다양한 방식을 취하겠지만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주식시장을 움직일 것이다. 이런 거시적 파동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투자나 거래 스타일이 어떻든 더 나은 투자나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매크로 투자의 힘이자 이 책에서 설명할 내용이다.
--- p.17
새로운 거시경제의 파동이 경제에 몰아칠 때마다, 그 여파는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미국과 세계의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여파는 예측하지 못한 거대한 거시경제의 사건들로 인해 해일로 변할 수도 있다. 작은 여파의 사례로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브라질에 내린 비는 커피 도매 가격을 낮추고,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소매업자들은 더 많은 이윤과 주가 상승을 맛보게 된다. 이와 반대인 거시경제적 해일의 사례는 태국의 통화 붕괴가 시발점이 된 1990년대 후반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들 수 있다. 이 위기는 다우지수와 나스닥 시장을 휘청거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증권거래소, 즉 일본의 닛케이와 홍콩의 항셍부터 런던의 FTSE100, 프랑크푸르트의 제트라 DAX, 뭄바이의 센섹스까지 모두 무너뜨렸다.
--- p.28
저명한 금융 권위자인 제러미 시겔(Jeremy Siegel)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중국어로 ‘위기’라는 말에는 두 가지 상징이 있다. 첫째는 위험… 둘째는 기회다.” 그렇다. 그의 말은 옳다. 무시무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거시경제에 정통한 투자자들은 모든 자연재해 혹은 전쟁을 거시경제 놀이의 기회로 봐야 한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재해의 영향을 정확히 해석하고 예견할 수만 있다면 틀린 소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다양한 충격이 산업과 시장에 각각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p.44~45
거시적 투자자는 증시를 바라볼 때 셰브런, 델, 월마트 같은 기업보다는 에너지, 컴퓨터, 소매업과 같은 업종을 먼저 살핀다. 주식시장에서 커다란 움직임 대부분은 기업보다 업종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별 주식들의 움직임은 대개 기업 자체의 매출 실적보다 그 업종의 사건에서 비롯된다. 세계적인 일류 기업에 투자해도 나쁜 시기에 잘못된 업종을 선택하면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뜻이다.
--- p.109
우리는 결국 인간이다. 그래서 손실을 즉각 차단하지 못하고, 적은 손실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만드는 일이 허다하다. 일을 이렇게 만드는 인간의 심리에는 날카롭게 충돌하는 두 가지 감정, 즉 희망과 두려움이 깔려 있다. 거래할 때마다 마음속에는 차익에 대한 희망과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손실을 차단해야 할 상황에서는 불행하게도 차익에 대한 희망이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압도한다. 그리고 결과는 항상 반대가 된다. (중략) 냉정하고 무자비하며 효율적이고 계산적인 터미네이터처럼 손실을 줄이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 p.142
주식시장에 대한 거시적 관점은 거래 스타일이나 전략에 상관없이 최종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은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사실이다. 첫째, 증시의 전반적 추세를 더욱 잘 예측하도록 돕는다. 이미 말했듯이 주식시장의 추세는 당신의 친구이니 그 추세에 반해 거래하거나 투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둘째, 서로 다른 거시경제적 뉴스들이 시장의 여러 업종에 미칠 수 있는 서로 다른 충격을 가려내도록 돕는다. (중략) 어떤 점에서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시장 전체를 더욱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 p.183~184
경기 침체가 어렴풋이 나타나는 시기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중략) 매크로 투자자는 우선 두 가지 경제 지표를 살필 것이다. 하나는 자동차·트럭 판매이고, 또 하나는 주택 착공과 건축 허가다. 이 두 가지는 경기가 침체되는지 또는 회복하는지 가장 먼저 암시하는 대표적 선행지표다. 이에 더해 경기 침체 시작을 암시하는 중요한 신호 두 가지는 노동부가 발표하는 지표에서 찾을 수 있다. 실업수당 청구 실적은 그 전주에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들의 숫자다. 별 다섯 개짜리 중요 지표인 고용보고서는 서로 다른 업종, 지역, 인구집단에 따른 실업률을 산정하며, 주당 노동시간과 시간당 소득 같은 요인들에 관한 중요한 정보도 제공한다.
--- p.229~230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 순환의 서로 다른 지점에서 어느 업종이 가장 강하고 어느 업종이 가장 약한지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업종별 순환매와 효과적인 매크로 투자의 핵심이다. (중략) 이 그림에서는 운송과 기술 업종으로 시작하는 초반 강세 국면에서 금융과 소비 순환재 업종으로 끝나는 후반 약세 국면까지 서로 다른 9개 업종의 경과를 분명히 볼 수 있다.
--- p.246
리히터 지진계로 7.6을 기록한 대지진이 대만을 강타해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많은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진 뉴스를 듣자마자 론의 머릿속에서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들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대만은 세계 DRAM 칩 공급량의 15%를 차지하니, 이번 지진으로 세계의 DRAM 공급량이 달릴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 가정에서 론은 삼성과 현대 같은 DRAM 칩 생산의 선두 주자들이 이익을 볼 거라고 추측했다. 이제 두 기업이 충분히 가격을 올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만의 여러 컴퓨터 제조 공장이 생산을 중단해 애플과 델 같은 컴퓨터 제조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생각했다. (중략) 론은 이런 가정에 입각해 즉시 삼성과 현대 주식을 5,000주씩 매입했고, 그다음 날 각각 10%의 이익을 남기고 매도했다. 게다가 애플과 델의 주식을 5,000주씩 공매도했고 이 두 기업의 주가가 한 달 사이에 20% 가까이 하락하는 것을 보며 흐뭇해했다.
--- p.335~336
숲과 나무를 함께 봐야 한다. 주식 투자 경험이 적을 경우 더 그러하다. 특정 종목이나 이슈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식시장 전반의 큰 흐름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잘 깨지지 않을 좋은 달걀을 고르고(종목 선정)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는 것(분산 투자)도 중요하지만, 지금이 달걀을 담아야 하는 시점인지, 아니면 바구니를 최대한 비우고 가볍게 들고 가야 하는 시점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수의 종목을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장기간 투자해본 전문 투자자라면, 기업 실적과 산업 전망뿐 아니라 거시경제와 경기 흐름을 판단할 줄 알아야 투자 성과를 도출하고 성공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 p.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