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무덤에서 정원으로
Part1 | 먹고 사는 이야기 비건 아저씨 아기, 자기 [recipe] 동치미 물냉면 어느 날 그렇게 비건이 되었다 먹이와 끼니 [recipe] 돌봄 스무디 보울 비견 사랑의 순환 [recipe] 귀리 바나나 팬케이크 오늘의 살림력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밥을 먹고 사는 일에 진심인 편 [recipe] 나물 된장 국수 글루텐, 진실 혹은 거짓 막국수 예찬론 [recipe] 글루텐 프리 들기름 메밀막국수 Part2 | 먹고 살리는 이야기 무해한 사랑 화이자 게임 [recipe] 토마토 비타민 수프 대안 가족 생명 공동체 [recipe] 템페 떡국 비건신이시여 살리는 힘, 살림의 정치 [recipe] 코코넛 칠리 라멘 버섯에게 큰절을 전버섯 [recipe] 새송이 버터 덮밥 에필로그 | 비거니즘은 살림이다 |
저편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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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흔적 없는 예술이다. 맛과 향, 식감과 생김새로 오감을 만족시킨다. 모든 식물의 특성이 달라, 같은 재료로 요리해도 매번 미묘하게 다른 맛을 낸다. 레시피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지만 음식 자체는 매번 새롭다. 매끼가 유일무이한 식사가 된다.
--- p.7 「프롤로그」 중에서 폭력으로 하나 되는 것이 식민이라면 사랑으로 하나 되는 것이 모심이다. 식구는 같은 밥을 먹는다. 고로 같은 것을 몸 안에 모신다. 서로 모시고 같이 모시는 것이 살림이다. 사랑하는 이를 아기처럼, 자기처럼 대하는 것이다. --- p.31 「아기, 자기」 중에서 오래도록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떠돌고 곧잘 숨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는 한 결코 해방될 수 없었다. 모두가 아닌 나만의 자유는 공허했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자유, 질서 없는 자유는 성립하지 않는다. 나에게 페미니즘이 세상과 공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었다면, 비거니즘은 그 고리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 p.44 「어느 날 그렇게 비건이 되었다」 중에서 비거니즘은 우리 사회의 최약자인 동물을 살리는 일이다. 지구라는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식구를 돌보는 일이다. 생각하고 말하는 능력이 없어도, 고통과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비건이 되는 것은 나의 먹고사는 일이 다른 생명의 죽임인지 살림인지, 지구의 죽임인지 살림인지 따져보는 일이다. 사냥꾼이나 죽임꾼보다는 사랑꾼이자 살림꾼으로 살겠다는 다짐이다. 갓난아기 전범선을 위해 살림하던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구 생명체 모두를 대하는 태도다. --- p.96 「밥을 먹고 사는 일에 진심인 편」 중에서 채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과연 건강할까’라는 고민을 안고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다. 나는 비건이 된 이후 잡다한 잔병치레가 없어졌다. 항생제와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고통받다 도살되는 동물의 시체를 먹는 것과, 햇빛과 비와 바람을 잔뜩 머금은 흙에서 자란 싱싱한 채소를 먹는 것, 과연 무엇이 건강할까? 모든 사람은 고유의 체질이 있다. 변화한 식습관에 적응하는 기간이 다르다.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건강한 비건의 좋은 예시가 되고 싶다. 비거니즘은 매일 나를 돌보는 치유이자 의식이다. --- p.128 「무해한 사랑」 중에서 비혼주의를 N포 세대의 안타까운 현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포기가 아닌 해방이다. 결혼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포기했던 과거와 달리, 평생 스스로에게 집중한다. 나는 부부보다 식구라는 말이 좋다. ‘결혼한 한 쌍의 남녀’라는 의미로 묶이는 것보다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싶다. --- p.156 「생명 공동체 중에서」 중에서 동물, 여성, 생태, 기후. 나는 이 모든 당면 과제가 결국 하나라고 확신한다. 전부 평등의 문제다. --- p.183 「살리는 힘, 살림의 정치」 중에서 |
“사랑꾼이자 살림꾼으로 살고 싶다”
‘집안 살림’, ‘지구 살림’을 걱정하는 두 먹보의 치열한 고민 이 책의 작가 편지지와 전범선은 먹보다.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쓴다. 하지만 어느 날 전처럼은 살 수 없게 되었다. 이제껏 먹고 살아온 삶이 ‘나’에게 얼마나 유해한지, ‘세상’을 얼마나 망치는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변하기로 했다. 비건이 되었다. 더 이상 동물을 먹지 않고, 동물 가죽, 동물 실험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지금 더 잘 먹고 더 잘 산다. 이 책은 비거니즘을 ‘살림’이라 번역하는 두 사람의 ‘집안 살림’과 ‘지구 살림’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매체에서 동물, 여성, 생태, 기후. 평등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온 두 사람은 동지이자 연인이다. 사진을 찍고 글 쓰는 ‘편지지’와 노래하고 글 쓰는 ‘전범선’은 결혼 아닌 식구로 산다. 식구가 되어 비건 식탁을 나눈다. 둘이 같이 하니 더 건강하다. 두 사람은 더 나은 나와 지구를 위해 ‘에고 아닌 에코’로서 살아보자 말한다. “사냥꾼이나 죽임꾼보다는 사랑꾼이자 살림꾼으로” 살아보자 말한다. “비거니즘은, 무해한 삶으로 나아가는 소박한 첫걸음이다. 기후 우울증을 앓는 우리 세대의 가장 주요한 담론이다.” 편지지와 전범선은 책에서 육류와 유제품 소비가 세상에 얼마나 유해한지 진실을 나누고자 한다. 대한민국만 해도 한 해에 식용으로만 12억 마리 넘는 동물을 죽인다. 공장식 축산은 인류 최악의 범죄이자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소고기 1kg을 만들려면 옥수수 12kg이 필요하다. 육식이란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에게 식물을 왕창 먹이는 행위다. 중간 단계 없이 인간이 직접 식물을 먹으면 훨씬 효율적이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고기를 먹어야만 건강하다는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비건이 된 이후 더 건강해졌다. 편지지는 건강 때문에 채식을 시작했다가 동물과 지구에 대한 윤리 의식에 다가갔고, 전범선은 동물에 대한 윤리적 의식 때문에 채식을 시작했다가 건강의 혜택을 본 경우다. 항생제와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고통받다 도살되는 동물의 시체가 아닌, 햇빛과 비와 바람을 잔뜩 머금은 흙에서 자란 싱싱한 채소를 먹은 결과다. 채식은 몸을 죽은 동물의 무덤이 아닌, 정원으로 가꾸어 생명을 피우고 순환시킨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조금 더 쉽게 채식을 시작할 수 있도록 편지지와 전범선의 비건 레시피 9선 수록 기후 위기, 동물권, 건강을 생각해 채식을 시작하고 싶어도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기 일쑤다. 편지지와 전범선은 채식 생활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손쉬운 레시피들을 소개한다. 두 사람이 자주 나누는 음식 아홉 가지를 책에 담았다. 된장, 떡국, 나물, 버섯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건강하게 채식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반려견과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도 소개해 두어 모든 식구와의 건강한 한 끼가 가능하게 했다. 이 책은 말한다. “완벽한 비건은 어디에도 없다.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비건을 지향하는 백 명이 실질적으로 이롭다. 요지는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에 달렸다.” 첫 술에 완벽한 비건이 되지 않더라도,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노력하면 그것으로 된다는 둘의 따스하고 친절한 시선이 아홉 가지 레시피에 녹아있다. |
‘살림’이 250번 정도 등장하는 이 책은 ‘나’에서 시작해 지구를 살리고 싶은 치열한 목소리로 가득하다. ‘아기자기’하게 시작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가부장제와 육식주의가 품은 폭력과 착취의 얼굴을 보여준다. 덤으로, 살림을 그토록 강조하지만 함께 사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다투는 원인은 십중팔구 가사노동”이라는 ‘진실’도 들을 수 있다. - 이라영 (『정치적인 식탁』 저자, 『비거닝: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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