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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
먹는 기쁨 + 만드는 기쁨 = 갓 구운 빵은 행복입니다 1장_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너를 처음 만난 그날에 일주일에 한 끼는 밥을 먹었다 도시 노동자의 긴급구호품 빵을 찾는 도시 대탐험 같이 먹어서 더 특별한 맛 그저 초콜릿 타르트를 원했을 뿐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베이킹을 위한 침대 두근두근 홈 베이킹 2장_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우당탕탕 베이킹 애정을 증명하는 방법 냄새를 잃은 베이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는 이유 실패할 자유, 망하는 기쁨 공기 같은 한마디 설탕아, 오해해서 미안해 나 혼자만의 사소한 성취감 회사를 잊은 베이커 10퍼센트를 위한 90퍼센트 3장_나 혼자 행복하긴 아까워서 내가 만든 게 제일 맛있어 베이킹의 큰 산, 여름 베이킹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온도를 맞추려면 시간이 필요해 베이킹 메이트 만들기 내 인생의 첫 번째 레시피 나의 소중한 시식단 마지막 퇴사 4장_지속 가능한 빵순이 라이프 좋은 게 좋은 줄 아는 좋은 때 공식 홈 메이드 축하 전에 알던 내가 아냐 재미와 감동 두 개면 돼 다정한 맛이 나는 얼굴 내가 사장이라니 디저트에 담는 마음 내일 더 행복할게요 |
저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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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나의 취미를 소개하면 흔히들 이런 말을 했다. “직접 만들어보면 버터와 설탕의 양에 놀라서 빵을 안 먹게 된다더라.” 나는 이렇게 반박했다. “아닌데, 맛있는 재료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니까 얼마나 맛있겠어 하고 먹게 되던데.” 나는 빵의 외면만 보고 좋아하는 얄팍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베이킹을 하면서 빵의 구성요소뿐 아니라 하나의 빵과 디저트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사랑하게 됐다.
먹는 기쁨에 만드는 기쁨까지 나는 빵의 모든 것을 경험하면서 더 깊은 사랑에 빠졌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문을 열면 흑백 세계에서 색을 입은 세계로 들어가듯 베이킹 덕분에 나의 세계가 색을 입었다. --- p.4~5 「프롤로그_먹는 기쁨 + 만드는 기쁨 = 갓 구운 빵은 행복입니다」 중에서 밥벌이를 하다 보니 누구나 그렇듯 일과 사람에 시달리며 심신이 고달픈 시기를 여러 번 겪었다.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오는 지독한 일도 있었는데 다행스러운 건 그럴 때마다 상처에 바르는 연고 같은 빵과 디저트가 곁에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된 시간을 함께 견디며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답 없이 이견만 오가는 마라톤 회의 후에는 총총히 걸어가 피낭시에를 사고 연달아 야근하는 밤에는 진하고 부드러운 치즈케이크를 밥 대신 선택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나른하게 에너지가 떨어지는 오후 3시가 되면 뱃속에서 알람이 울렸다. 그럴 때면 ‘바람이나 쐴까?’ 하고 자신을 속이며 회사 밖으로 나갔고 내 발은 김유신의 말처럼 나를 빵집에 데려다놓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각종 빵과 디저트로 가득 채워졌다. --- p.47~48 「1장_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중에서 베이킹에서 설탕은 핵심 재료라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설탕의 주요 성질 중 하나는 수분과 친하다는 것인데 이런 특징 덕분에 유지와 수분의 유화를 도와 재료들이 서로 잘 섞이도록 한다. 이 때문에 설탕을 과하게 줄이면 계란 거품을 낼 때 안정성이 떨어져서 힘이 없고 쉽게 부서지는 거친 기포가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로 반죽이 충분히 부풀지 않고 식감도 나빠진다. 오븐 안에서 수분이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주고, 전분의 노화를 방지해 다 구워진 과자가 오래 촉촉함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 역시 설탕이다. 종류와 양에 따라 과자의 구움색과 향에도 영향을 준다. 이렇게 소중한 설탕의 역할을 모르고 그저 단맛으로 살이나 찌우는 가루라고 오해하다니. 설탕에 자아가 있다면 내 등짝을 발로 차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늦었지만 설탕에게 사과한다. 오해해서 미안해. 너의 진가를 몰랐어. --- p.107 「2장_설탕아, 오해해서 미안해」 중에서 단정하게 팬닝한 반죽을 오븐에 넣고 나면 자리를 뜨지 않고 오븐 유리 앞에 붙어 앉는다. 반죽이 구워져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는 과정을 보는 걸 놓칠 수 없다. 힐링을 위한 불멍, 물멍 많지만 그중에 최고는 오븐멍이다. 짧은 시간 동안 오븐 안에서 노릇노릇하게 반죽의 색이 변하고 부풀어 오르고 통통해지다가 크랙이 생기고 살짝 퍼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그 순간 모든 걸 다 잊는다. 나를 괴롭히는 모든 스트레스와 자동 분리된다. 이런 게 바로 분리 행복이지. 베이킹의 모든 과정을 즐기느라 회사 생각 같은 건 끼어들 틈도 없다. 회사 밖 생활을 오롯이 즐기게 된다. --- p.120 「2장_회사를 잊은 베이커」 중에서 그냥 만들 때도 즐겁지만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드는 건 더 행복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사람의 취향과 상황을 고려해 메뉴를 정하고 언제 누구와 먹을지 생각하고 먹고 나서 지을 법한 표정을 상상하며 내내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는 건, 받는 사람은 모를 내 몫의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야기와 마음을 담아 선물하고 기대보다 더 크게 감동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좋았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중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단편의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다. 아 들을 잃은 부부와 우연히 얽힌 제빵사가 부부에게 갓 구운 빵을 내밀며 말한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 p.151~152 「3장_한 사람을 위한 마음」 중에서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이 나이를 뜻할 리가 없다. 좋아하는 마음이 가득 찰 때, 열망이 찰랑거릴 때가 최적의 때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 때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운 좋게 열렬히 배우고 싶은 게 있다는 사실에 자주 감사했다. 배우는 게 즐겁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기꺼이 감수할 만큼 좋았다. 매일 시간을 채우는 게 마치 내 안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 같아 뿌듯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처음 겪는 일이 줄어들고 익숙한 일은 지루해진다. 그래서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까 봐 겁이 날 때가 많았다. 이렇게 1년이 가고 10년이 흐를까 봐 문득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그 여름은 달랐다. 내일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새로운 장래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 장래 희망이라는 말은 학창시절을 끝으로 잊고 살았는데, 직업을 갖고 돈벌이를 시작하면서 꺼내기 쑥스러운 말이었는데, 이제 그 말을 슬쩍 다시 꺼내봐도 될 것 같았다. --- p.196~197 「4장_좋은 게 좋은 줄 아는 좋은 때」 중에서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 그러니까 행복이든 불행이든 앞서 예측하지 말자. 어차피 예측한 대로 되지도 않을 텐데. 원하는 걸 만드는 설렘과 그걸 테이블에 내려놓을 때마다 오는 긴장을 즐기면서,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나의 행복을 채워야겠다. 먹는 행복과 만드는 행복, 나누는 행복까지 즐길 수 있는 지금, 갑자기 닥치는 행복을 크게 누리고 갑작스러운 불행을 그럭저럭 감당해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할 수 있게, 그 행복을 오래오래 즐기기 위해 오늘도 내 자리에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 p.239 「4장, 내일 더 행복할게요」 중에서 |
“마라톤 회의 후의 피낭시에,
야근하는 밤의 진하고 부드러운 치즈케이크, 습관처럼 즐긴 식후의 쿠키슈…… 그 모든 빵이 나의 구원이었다” 누구보다 빵에 진심인 빵순이의 본격 베이킹 에세이 “세상이 나를 속이고 사람이 나를 배신해도 영원히 변치 않을 참사랑 세 가지가 있다면?” 이 질문에 “엄마의 사랑, 버터와 밀가루의 사랑, 강아지의 사랑”이라고 명쾌하게 답하는 이가 있다. 아니, 엄마와 강아지까지는 알겠는데, 버터와 밀가루라고? 《난생처음 베이킹》을 쓴 김보미 작가, 빵에 대해 그는 이만큼이나 진심이다. 갓 구워낸 빵처럼 책에는 온기와 향기가 가득하다. 보리식빵, 바게트, 토스트, 크루아상, 에클레어, 초콜릿 무스케이크, 다쿠아즈, 티라미수…… 빵의 향연과 함께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00퍼센트 공감할 만하다. 어디 그뿐인가, 생생한 묘사와 은근하게 빵 터지는 문장 덕에 ‘빵은 별로’라고 선을 그었던 사람조차도 미소와 군침을 흘릴 법하다. 결대로 찢어지는 빵처럼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새로운 매력이 드러나는데, 백미는 일과 사람에 대한 진정성과 애정 어린 시선이다. 누구보다 그 두 가지를 소중히 여기며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진득한 마음이 갈피갈피에 소복이 담긴 덕분이다. ‘먹는 빵순이’가 ‘만드는 빵순이’가 되고 그러면서 빵을 더 좋아하게 되는 과정은 잘하지 못한다고 해도 좋아하는 걸 계속해나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서투른 초심자의 시각이 담겨 있기에, 너무 소소해서 오히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사소한 베이킹 팁을 얻을 수 있다는 건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이다. 무엇보다도 번다한 일과 가운데 고민과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게 해주는 베이킹의 매력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된다는 것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생각이 많은 날, 머리가 복잡한 날에는 반죽을 조물조물 만지고, 오븐을 돌려보면 어떨까? 혹시 또 아나, 그 누구처럼 베이킹의 치유 능력을 간증하고, 오븐멍을 찬양하게 될지도. “맛없는 빵은 없다, 맛있는 빵과 더 맛있는 빵이 있을 뿐” 빵순이, 빵돌이, 빵덕후…… 곳곳에서 빵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빵지순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빵은 언제부터 이렇게 우리 일상에 너르고 깊게 스며든 걸까? 작가가 빵순이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한 건 열네 살 무렵이었다. ‘그날 먹고 싶은 빵은 해가 지기 전에 반드시 먹고야 마는’ 불굴의 빵순이 에피소드는 빵에 대한 그의 지극한 사랑을 짐작케 한다. 어릴 때뿐이 아니다. 빵 사랑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방송작가와 국제구호개발 NGO 콘텐츠 기획자 등 10년여의 직장인 생활 동안 빵은 긴급구호 물품이자, 치료제였다. 다스리기 힘든 화가 올라올 때,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을 때, 배가 고플 때, 머리 식힐 여유가 필요할 때, 자책하다 스스로가 미울 때, 그리고 위가 아파 처방이 필요할 때 작가는 늘 빵과 함께했고, 빵은 배신하지 않고 어김없이 그를 위로하고 치유해줬다. 빵 없는 회사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그의 ‘빵덕력’이 베이킹으로 이어진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일 테다. “오븐에 반죽을 넣는 순간, 내 마음도 두둥실 빵처럼 부풀어 올라요”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일과 나의 삶’ 사이에 균형도 필요하다. 흔한 말로 워라밸이다. 일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일에도 도리어 역효과가 난다. 어느 순간 ‘내가 일만 하려고 사나’ 싶은 ‘현타’가 세게 찾아올 수도, 일할 기력이 모두 소진되는 번아웃에 시달릴 수도 있다. 열심을 다했기에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과 삶의 분리 버튼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빵순이에게 가장 적당한 분리 버튼은 당연히 베이킹. 가루를 체에 내리고, 반죽을 만들고, 말랑한 반죽을 조몰락거리는 동안 일 생각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자연스레 그 순간에 몰입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반죽을 오븐에 넣으면 이제 드디어 ‘오븐멍’의 시간이다. 반죽이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고 노릇노릇하게 색이 변하고 이윽고 크랙이 생기고 살짝 퍼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진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힐링을 위한 불멍, 물멍도 좋지만 역시 오븐멍이 최고라고. 베이킹은 힘들지만 한편으로 힘이 생기는 일이고, 일상을 더욱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덕분에 괴로운 옆 팀 대리의 이메일도, 본부장님의 갑작스런 호출도, 자꾸 말을 바꾸는 차장님도 참아줄 관용이 생겼는데, 이 좋은 베이킹을 안 할 이유가 있을까? “오늘도 ‘망한 완성작’을 만들고 말았지만, 괜찮다. 베이킹은 ‘완전히 실패해도 괜찮은 자유’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흔한 말.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좋아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다. 작가는 베이킹을 하면서 이 진리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유년 시절부터 함께한 비염 때문에 거의 기능을 상실한 후각, 오븐에 반죽을 다 넣은 다음에야 빠뜨린 재료와 아이콘택트를 하게 만드는 건망증, 머리를 따라주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손 때문에 베이킹을 하는 내내 우당탕탕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진리를 발견했으니, 바로 ‘못해도 좋아하는 게 진짜’라는 것. 작가의 빵 사랑과 베이킹 사랑은 역경 속에서도 나날이 커져만 간다. “버리는 재료만큼 분명히 실력이 늘어요”라는 베이킹 선생님의 말은 참이었다. ‘망한 완성작’도 실력을 키우는 자양분이니 오늘 망쳤다고 해서 지나치게 자책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베이킹을 하는 동안만큼은 실패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으니. “나날이 다정하고 달콤하게 나는 지금, 행복을 굽는 중” 내가 만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기분은 각별하다. 책에는 그런 반짝이는 순간이 알알이 들어차 있다. 빵을 사 먹기만 할 때도 사람들에게 빵을 소개하고 나누는 걸 즐기던 작가는 베이킹을 시작하고는 본격적으로 직접 만든 것을 선물한다. 함께 매일 빵을 먹었던 빵 메이트에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병상의 친구에게,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지친 하루를 끝마친 사람에게, 빵에 마음을 한가득 담아서 건넨다. 말로 하지 않았어도 빵을 받은 사람들은 다 알지 않았을까? 빵에 담긴 달콤하고 든든한 그의 진심을. 빵을 나누는 사이는 다정하다. 베이킹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과 자기 삶에도 친절해진다. 그렇다면 지금 굽고 있는 게 빵일까, 행복일까. ‘언젠가는’을 ‘지금 내 곁으로’ 데려다주는 [난생처음 시리즈] 5권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은데 선뜻 시도하기는 어려운 것들이 있죠. 먼저 경험하고, 그 속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언젠가는’이 조금이나마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난생처음〉은 ‘언젠가는’을 ‘지금 내 곁으로’ 데려다주는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