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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면, 사랑도 더 커지겠죠?] 정은혜 작가의 첫 그림 에세이.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받았던 작가가, 안아주고 안긴 사람들을 그림으로 담았다. 더 잘나거나 더 예쁜 사람은 없고, 모두 사랑스럽다는 메시지도 함께. 투명한 사랑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안고 싶게 만드는 행복한 책. - 에세이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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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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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은혜씨의 사진을 뒤적이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찰싹 포옹한 사진들이 많다는 걸 발견했다. 사진을 들여다보니 두 사람 사이에 틈이 없다. 처음 만난 어색함,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는 예의(?) 따윈 볼 수가 없었다. 경계 없는 은혜씨의 몸짓에 무너지고 만다. 상대에 대한 무한 친근감, 환한 미소를 짓고 포옹하는 사진들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뿜뿜. 그러한 추억의 사진들은 그림의 소재가 되어주었다. 사람과의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 예의가 된 지금, 은혜씨의 포옹 그림은 우리가 무장해제되어 상대를 친근하게 끌어안을 수 있던 시간을 추억하게 한다.
그 그림들로 꾸리는 [포옹전]과 이 그림책은 우리가 맘 편히 사람을 만날 수 있던 지난 시간과 엄혹해진 현재의 시간 사이에 놓인 경계를 확인시켜준다. 또한 코로나19로 우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여전히 사람을 사랑하고 교감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은혜씨는 세상에 태어나 축복이 아닌 근심의 존재로, ‘네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싶은 하등한 인간에게 보내는 차가운 눈빛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마음의 병을 앓았다. 성인이 되어서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자리할 데 없이 밀려나 모든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완전히 무시당하는 잔인한 벌을 견뎠다. 그런 은혜씨가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묵묵히 그림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자기에게 숙명적으로 주어진 존재론적 장벽과 한계, 그에 기인한 마음의 상처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를 치유하며 잔인한 형벌의 시간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나 같은 이는 왜 장애인으로 태어났을까’ 자책하던 과거에서 “어머, 원래 예쁜데요 뭘~”이라며 이제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은혜씨는 제 안에 깃든 마음의 병과 상처를 치유하는 자기 복원력, 그것을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힘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은혜씨를 만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들 한다. 때론 자기 안의 번민마저 부질없어진다. _장차현실(만화가·동양화가·전국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장) ---「발문」중에서 |
장애인과 아티스트, 친구와 적, 슬픔과 기쁨……
세상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포옹 정은혜 작가는 생후 3개월에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장애인 친구들과 학교를 다니고 졸업했지만 20대의 은혜씨는 더이상 갈 곳이 없었다. 방구석에서 혼자 뜨개질을 하고 이불을 덮고 웅크리고 있던 암울하고 갑갑했던 시절, 작가는 책에서 이때를 ‘동굴’ 속에 살던 때로 묘사한다. 그러다 화가인 엄마 장차현실의 화실에 청소와 뒷정리를 도우러 나갔다가 직접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은혜씨의 삶에 온갖 색채와 사람에 대한 사랑이 햇살처럼 쏟아져들어왔다. 동굴 시절을 지나 은혜씨가 처음 끌어안은 사람은 바로 ‘문호리 리버마켓’의 감독님이다. 은혜씨는 이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얼굴 은혜씨’라는 간판을 내걸고 지금까지 무려 4천여 명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처음에는 비율과 표정이 독특한 은혜씨의 그림을 보고 “못생겼어요! 다시 그려주세요! 환불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그러나 은혜씨는 엉덩이에 종기가 나고 아무리 춥고 더워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계속해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렸다. 은혜씨가 그린 여러 개성 넘치는 얼굴들이 책장 가득 흘러가는 가운데, 은혜씨가 예술가로서의 단단한 정체성과 자부심이 담긴 말들을 무심히 털어놓은 대목들이 감탄스럽다. “여름에 문호리에서 그림 그릴 때는 바가지에 얼음물 담아서 발을 담그고 있었어요. 엉덩이에 종기도 나요. 그래도 아무리 춥고 더워도 가기 싫은 날은 없어요, 전혀. 문호리에서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그것이 내게 중요해요.” “내 그림엔 실수 없어요. 틀린 적 없어요. 네, 실수란 없는 거예요.” “나의 가장 큰 용기는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힘들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쉬어가면서 할 거예요.” “같이 웃어. 울지 말고, 울보야.” 발달장애인 투쟁을 위해 삭발한 뒤의 엄마를 그리다 정은혜 작가가 오랫동안 끌어안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 가운데 가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책에는 정은혜 작가가 가족들의 그림과 함께 기록한 가족사가 뭉클하게 기록되어 있다. 정은혜 작가가 그린 그림 속에서 엄마 장차현실은 남자처럼 짧은 더벅머리로, 웃는 듯 우는 듯 입을 조금 벌리고 비스듬히 서 있다. 만화가, 동양화가인 동시에 ‘한국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장’을 맡고 있는 엄마 장차현실은 발달장애인 투쟁을 위해 삭발을 했다. 그런 엄마의 그림 옆에 정은혜 작가는 쓴다. “엄마는 저를 오랫동안 키우느라 지쳤죠. 엄마가 많이 웃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엄마는 너무 걱정이 많고 우울해. 하지 마. 같이 웃어. 울지 말고, 울보야.” 책장을 넘기면, 울보 엄마 옆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은혜씨가 열다섯 살 소녀였던 무렵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장차현실 작가보다 일곱 살 연하의 서동일 감독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은혜씨의 동생 은백이 태어나고 마침내 두 사람은 결혼한다. 이 독특한 가족은 ‘결혼식’이 아닌 ‘가족식’을 올리고 한 가족이 되었다. 은혜씨는 원래 서동일 감독을 ‘오빠’라고 불렀는데, 가족식에서 이렇게 ‘축사’를 했다고 한다. “오빠는 이제 다 컸으니까 아빠 해도 돼.” 그리고 이 가족을 신기하게 보거나, 편견을 갖고 바라볼 그 누군가에게 보란듯이, 책에 이렇게 썼다. “서동일 감독님은 멋있는 사람, 나의 새아버지나 양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친아빠예요.” 〈우리들의 블루스〉 그후… 자신에게, 그리고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게 건네는 편지 책에는 정은혜 작가를 세상에 널리 알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은혜씨를 섭외한 노희경 작가, 그리고 함께 연기한 한지민 배우와 김우빈 배우의 그림도 있다. 노희경 작가가 은혜씨의 모습과 습관을 오랫동안 관찰한 뒤 ‘영희’라는 캐릭터에 녹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은혜씨를 세상 사람들에게로 훌쩍 다가서게 해주었다. 그러나 정은혜 작가는 ‘영희’와 자신에겐 확실히 다른 점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영희는 동생 ‘영옥’에게 돈 많이 벌어서 성형수술을 시켜달라고 하지만, 정은혜 작가는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예뻐하고 사랑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언제나 “저는 이미 모든 꿈을 다 이뤘어요. 항상 행복해요”라고 고백하는 은혜씨. 그는 혼자 지하철을 타면 성희롱을 당하고 시선강박에 시달리던 아픈 과거로부터도,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으로부터도 이제는 모두 자유롭다. 노희경 작가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은혜씨를 만날 때면 수시로 머릿속이 환해지고 피곤과 잡념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고 썼다. 우리는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걱정거리로부터 도통 놓여나질 못하기에, 오로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은혜씨의 다른 선과 빛깔, 생각과 말에 새삼 놀라고 감동받는 게 아닐까. 드라마, 영화, 전시, 출판 등을 오가며 배우, 화가, 작가로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은혜씨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과 닮은 많은 장애인 친구들이 아직 ‘동굴’과 시설 속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 “다른 발달장애인들도 사람들의 시선에 위축되거나 주눅들지 않고 행복하게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찾고 싶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벌고, 또 사람들과 같이 소통하고 만나고 행복해지기를 바라요. 시설에 있지 말고 사회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나와서는, 음…… 나랑 함께 놀자.” |
처음 은혜씨를 만났던 그날 기억이 너무나 뚜렷하다. 2년 전 초겨울 저녁 무렵, 종로 한 귀퉁이 작은 전시회장. 그날따라 나는 두통이 너무 심했고, 낮에 작업을 했던 터라 지쳐 있었다. 그리고 전시회장에 들어서자마자 그녀 은혜씨를 봤다. 은혜씨는 손님이 오든 말든 그림 사이에 나무의자를 두고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이내 눈만 들어 인사도 없이 시크하게 나를 봤다.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나는 은혜씨를 보자마자 거짓말처럼 단박에 사랑해버렸다. 이후 눈에 들어온 그녀의 그림들…… 하루를 질기게 따라다니던 내 두통이 햇살에 물안개가 말라버리듯 서서히 그러나 빠르게 사라지는 신비한 경험. 나는 그날 덥석 그녀의 애완견 지로의 그림을 샀다. 그리고 일정에도 없는 시간을 내, 서너 시간을 마냥 그녀만 보았다. 지금도 은혜씨를 만날 때면 나는 수시로 머릿속이 환해지고 피곤과 잡념이 사라지는 그때의 경험을 다시 한다.
과거의 슬픔, 미래의 불안 따위 다 버리고, 지금 여기 집중해. 니 앞의 나를 봐봐. 행복하지 않니? 아마도 그녀는 투명한 심성으로 그렇게 내게, 세상에 주문 거는 게 분명하다. - 노희경 (드라마 작가) |
『은혜씨의 포옹』을 읽으며 나는 내가 잃어버린 마음을 봤다. 두려움을 물리치며 사랑하는 마음, 곁에 있어주는 마음, 내어주는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사랑 하나 나눠주지 못하는 내 마음의 가난을 봤다. 사랑은 늘 손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다 여겼다. 하지만 정은혜 작가님의 그림 속에서 사랑은 끌어안을 수 있는 것, 스스럼없이 좋아한다 말할 수 있는 내 품 안의 용기였다. 작가님의 그림 속, 서로를 꼭 끌어안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포옹하고 싶은 이들을 생각했다. 괜찮아, 좋아해, 사랑해, 말하고 싶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어떤 말로도 상대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 부족할 때, 누군가의 상처받은 마음을 안아주고 싶을 때, 『은혜씨의 포옹』은 그 마음을 대신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우리 품 안에서 곤히 잠든 사랑을 두드려 깨우는 마음의 힘이 이 책에 있다. - 최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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