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은 공자의 제자이자 손자인 자사(子思)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내용만 놓고 보자면 『논어』에 등장하는 주요개념들 중에서 특히 중용(中庸)과 열렬함[誠성]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즉『중용』은 앞의 3분의 2 정도는 공자의 언급들을 통해 이 두 개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뒤의 3분의 1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다시 한 번 열렬함[誠]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대학』은 경(經)과 전(傳)으로 이뤄져 있다. 주희에 따르면 경은 공자의 말을 제자 증자(曾子)가 기술(記述)한 것이고, 전은 증자의 뜻을 그 제자가 기술한 것이라고 한다. 경에서는 明明德명 명덕(명덕을 밝히는 일) 親民친민(백성을 내 몸과 같이 여기는 일) 止於至善지 어 지선(가장 바람직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것)을 삼강령(三綱領)이라 하고, 格物격물 致知치지 誠意성의 正心정심 修身수신 齊家제가 治國치국 平天下평천하의 팔조목(八條目)으로 정리하여 사람을 다스리는 학문[大學]의 윤곽을 제시하였다. 전은 경의 설명이다.--- 「프롤로그」
大學之道대학지도 在明明德재 명 명덕 在親民재 친민 在止於至善재 지 어 지선
남을 다스리는 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세 단계) 길은 첫째 (내 몸에) 공적인 다움을 갈고 닦는데 있고, 둘째 백성들을 내 몸과 같이 여기는데 있고, 셋째 가장 바람직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데 있다.
공자가 말하는 ‘남을 다스리는 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길[大學之道대학지도]’은 첫째 ‘在明明德재 명 명덕’, 둘째는 ‘在親民재 친민’, 셋째는 ‘在止於至善재 지 어 지선’이다. 이 셋은 선택의 길이 아니라 하나씩 거쳐 가야 하는 단계이다. 즉 대학의 길은 세 가지가 각각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셋을 차례로 거쳐 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셋의 '순서'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 셋은 사실상 『대학』의 전체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이 셋만 제대로 알아도 『대학』의 기본골격은 알았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논어』의 '學而학이 1'만 제대로 알아도 『논어』의 기본은 어느 정도 깨우쳤다고 할 수 있듯이 말이다. 이 셋을 삼강령(三綱領)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한 자 한 자 음미하며 깨부수듯이[覺譯각역] 아주 정교하게 풀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설픈 추측성 해설이나 주석은 곤란하다. 공자의 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이론해론(以論解論)’, '문리(文理)가 통하는 풀이'가 절실한 이유도 그 같은 추측성 풀이를 피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경 1장」
‘앎에 이르는 것[致知치지]이 사물의 이치를 깨우치는 데[格物격물]에 있다’는 말은 이미 여기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일의 이치를 깨우친[格物격물] 다음 ‘먼저 해야 할 것[所先소선]과 뒤에 해야 할 것[所後소후]을 아는 것’이 바로 앎에 이르는 것[致知치지]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렇게 할 때 도리(道)에 가까워진다, 혹은 도리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것은 흔히 팔조목(八條目)이라 부르는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출발점이 되는 格物격물과 致知치지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하기 위함이다. 도(道)와 먼 데서 출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쯤 되면 앞서 ‘物有本末물 유 본말~’에 대한 주희의 풀이가 상당히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웠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옛날에 공적인 대의[明德명덕]를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자기 나라를 잘 다스렸다.’ 앞서 우리는 明明德명 명덕의 첫 번째 明명을 닦다[修수]로 풀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렇게 닦은 공적인 대의를 천하에 실천한다는 뜻이다. 천하를 다움으로 교화시킨다[德化덕화]는 뜻이다. 덕(德)이나 명덕(明德)의 보다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나올 것이므로 풀이는 이 정도에서 그친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글을 끌어가는 논리다. 천하에 대의를 밝히는 요령은 다른 것이 아니라 천하의 아래인 나라[國국]를 제대로 다스려야 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우리 주변 내지 우리 안의 일로 좁혀지며 나라, 집안, 자신의 몸, 마음, 뜻, 앎, 사물을 궁구하는 것에 이르게 된다. 사실 이런 논리는 『논어』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경 1장」
詩云시운 邦畿방기 千里천리 惟民所止유 민 소지
『시경』에 이르기를 ‘나라의 수도와 수도권 내 천 리가 바로 백성들이 머물러 살아야 하는 곳이다’고 했다.
증자는 일단 여기서 止지의 의미를 확정하기 위해 기존의 경전, 특히 『시경』에 등장하는 다양한 용례들을 살펴본다. 이는 마치 ‘이론해론(以論解論)’의 방법을 통해 『논어』의 의미와 문맥을 찾으려했던 필자의 시도와 흡사하다. 『시경』으로 『중용』을 풀어내려는 '이시해중(以詩解中)'이라고 할까?
증자는 먼저 『시경』 ‘商頌상송 玄鳥현조’ 편에 나오는 시를 인용한다. 여기서는 별도의 풀이를 덧붙이지 않았다. ‘邦畿방기 千里천리 惟民所止유 민 소지’, 우선 직역하면 ‘방기(邦畿) 천 리는 백성들이 멈추는 곳’이 된다. 그러나 이래 가지고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邦방은 제후의 나라이다. 수도를 뜻하기도 한다. 畿기는 도성을 중심으로 한 사방 오백 리다. 京畿경기가 바로 그 뜻이다. 그러면 나라의 수도와 수도권 내 천 리가 바로[惟유] 백성들이 머물러 사는 곳이라는 말이다. 결국 백성이란 나라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미인데, 특히 여기서 중요한 것은 止지를 ‘머물러 살다’로 풀이해야 한다는 점이다. 증자가 추가적인 풀이를 덧붙이지 않은 것은 이런 의미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 「전 2장」